w. Cascade
이번 스크랩드 프린스 17화는,
레몬티님, 메론바님, 콩이님, 기승전결님, 빵떡이님, 젖소님, 당근님, 전신거울님, 려현님, 달달님, 민트초코님, 삉삉님, 레어닉님. 레몬님, 밍숭맹숭님, 재채기님, 독서실님, 올백님, 미개루님, 콧물괴물님, 0408님, 큼님, 만두님, 슈밍님, 포포님, 으잉잉님, 쥬시쿨님, 룰루랄라님, 콩콩이님, 진소님, 쪼니님, 치즈볼님, 라븅님, 도시락님, 치즈마우스님, 오빠는안되여님, 튠튠님, 슬민님, 미루님, 어린누나님, 토순이님, 호떡님, 멍뭉님, 도도님, 꿈님, 가디건님, 패릿님, 콧물님, 콩쥐님, 봉봉님, 빠오즈님, 텐더님, 띵띵띵님, 뀨님, 챈님, 둉둉님, 나비소녀님, 콩떡님, 플라톤님, 물음표님, 쓔쓔님, 머신님, 코코아님, 빙빙님, 새우튀김님, 루님, 티엔님, 예그리나님, 퐁퐁님, ebs님, 멘션님, 소금님, 꽃몽님, 노리터님, V라인님, 치느님, 100님, 레몬닉차님, 김미원님, 오렌지님, 읭님, 윤리와 사상님, 마젤리나님, 얼음물님, 뀨님, 초련님, 호빵맨님, 11월님, 레나님 이렇게 89명의 독자분과 함께합니다. (+익명의 독자님들 ^^)
* 소장본을 갖고 싶으신 독자분들은 암호닉을 신청해주세요. Scrapped prince의 소장본은 일반 텍스트파일(.txt)가 아닌 pdf 파일 형태로 디자인까지 된, digital book 형태임을 참고해주세요. 자세한 내용과 배부 대상에 대해서는 완결 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 납치된 왕자(1)
"아윽......"
민석의 두 눈에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눈물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가슴 한 켠이 답답해져오며 아려온다. 처음, 루한과 전화 통화를 했을 때에 느꼈던 아픔이다. 무엇인가가 자신의 심장을 손 위에 올려놓고 쥐고 있는 듯한 느낌... 한동안 잊고 있던 두통도 다시 시작됬다. 그렇게... 민석은 잊고 있던 조각을 맞추기 시작했다.
**
10년전 조선
"얘들아... 안녕?"
기둥 뒤에서,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조그만 소년이 조심스레 나오며 말한다. 그러자 일제히 네 소년들의 눈이 그 쪽으로 모인다. 입고 있는 옷, 말투, 자세... 영락없는 조선 왕자의 모습이다. 갑작스런 왕자님의 등장에 모두들 멍-한 채 그 소년을 지켜본다.
"나는 이 나라 조선의 왕자.......... 김민석이라고 해."
루한이 제일 먼저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민석에게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
"공조좌랑의 아들, 김루한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 그리고 나에게 편히 대해줬음 좋겠어. 우리 모두 나이가 비슷한 친구잖아? 아바마마께서는 아무리 절친한 사이여도 위아래를 지켜야 한다며 항상 날 혼내지만, 난 그게 너무 싫은걸. 그래서..."
"마마! 이 곳에서 무얼 하고 계시는 겁니까?"
"종대구나. 저 안이 너무 답답하여 잠시 나온 것이다."
"계속 이렇게 제 멋대로 돌아다니시면 저만 곤란해집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너도 온김에 같이 놀자꾸나. 여기 오늘 연회에 참석하신 분들의 자제분들이다."
"아.. 제가 너무 놀라는 바람에 미처 인사를 못 드렸습니다. 왕자님의 호위무사, 김종대라고 합니다."
호위무사라기에는 무척이나 선한 인상을 갖고 있는 소년이었다. 게다가, 여리여리한 몸은 금방이라도 한칼에 넘어질 듯하였다. 그러나 다부진 입, 반짝이는 눈은 그 누구못지 않은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궁에서 혼자 굉장히 심심했는데, 너네들을 만나게 되어 무척이나 기뻐!"
"마마님, 공손한 말투를 쓰셔야지요."
옆에서 종대가 민석을 붙잡고 잔소리를 한다. 그런 종대가 귀찮다는 듯 민석이 손을 휘휘- 내젓는다.
"이 옆에 굉장히 이쁘게 가꾸어진 꽃밭이 있는데... 그 곳으로 놀러가지 않을래?"
"좋아!"
"그래~"
"루한님이 가신다면 저도..."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선선한 바람에 꽃잎들이 휘날린다. 그리고 그 꽃잎들 사이로 조그마한 다섯 소년들이 정원을 거닐고 있다. 이 곳에서는 계급도, 신분도, 걱정도 없는 듯 했다. 이 날 처음 만났지만 마치 오래동안 지켜봐 온 벗 마냥 편하고 즐거웠다.
"너는 혼자 궁에서 심심하지 않니?" 루한이 묻는다.
"심심해. 아주 많이!"
"그럼 보통은 무얼 하며 지내?"
"책 읽고, 공부하고, 산책하고, 무술 배우고... "
"으엑- 재미없어. 너 그렇게 재미없게만 살다간 나중에 후회한다아!"
"정말? "
"잠깐만 날 따라와!"
루한은 민석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이끈다. 나머지 세 소년은 둘이 없어진 줄도 모르고 한창 땅따먹기에 열심이다.
"야~ 어디까지 가야되? 이러다간 궁 안이라도 길을 잃겠다!"
"걱정마! 오면서 다 기억하고 있어~"
두 소년이 당도한 곳은 임금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곳이었다. 잔칫상을 준비하느라 한창 많은 사람들이 분주했다.
"우리 아버지가 이 곳에 천하 제일의 절편이 있댔어!"
"절편...?"
민석은 루한의 진지한 태도에 꺄르르 웃는다. 고작 절편 때문에 이 곳까지 헐레벌떡 뛰어온 것인가.
"여기서 기다려! 내가 몰래 가져올게."
루한은 민석을 가만히 둔 채, 조심스레 절편을 올려둔 곳으로 다가간다. 그리고는 손가락 두 개로 몰래 절편 두 개를 집었다. 그 순간,
"요놈! 네 어디서 굴러들어왔느냐? 어서 내놓지 못하느냐? 잔칫상에 올릴 음식이다!"
루한은 절편 하나는 입 속에 넣고, 하나는 손에 쥔 채 민석에게 달려왔다.
"야 달려!"
아까 온 길을 두 소년은 다시 달렸다. 민석은 루한 뒤에 끌려 달려가고 있다. 이런 긴장감이라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생소한 일에 민석은 마냥 신난다.
"에고.. 숨 차. 근데 정말 맛있다아! 넌 참 부럽다~ 맨날 이런 절편을 먹는것 아니니? 자..여기!"
루한은 민석에게 아까 집었던 절편을 내민다.
"이거 나 주는거야?"
"그럼~ 너도 같이 동참했잖아. 이런건 나눠야되는거야!"
민석은 두 손으로 루한이 준 절편을 받아든다. 그리고 조심스레 입에 절편을 넣고 오물대었다.
"맛..있다!!!!!!!"
"그치? 이렇게 훔쳐먹는 게 제일 맛있다니까!"
루한은 절편을 입에 넣고 오물대는 민석을 가만히 지켜보다 손가락으로 민석의 볼을 찌른다. 하얗고 오동통하게 오른 볼살이 무척이나 귀여웠던 모양이다.
"근데 너는 참 곱다아. 나중에 너한테 장가가도 되?"
이 말에 민석은 화들짝 놀란다.
"장가는 무슨? 너는 사내자식 아니니? 니가 나한테 장가오면 나는 계집애라는 소리 아니냐."
"그래? 그럼 시집 갈까? 그럼 너도 이 넓은 궁 안에서 벗이 생기는 거고, 나는 천상의 음식을 매일 맛볼테고.."
"고작 음식 때문에 그러는 거니? 그럼 과거를 봐서 궁 안에 들어오면 되잖아."
"내가 과거를 봐서 궁 안에 들어오면, 널 맨날 볼 수 있는거야? 옆에 두고두고?"
"그럼~"
"만약에 내가 공부를 잘하게 되면 과거를 볼 테고, 아니면 정말 너한테 시집간다?"
루한의 장난스러움에 민석은 환하게 웃는다. 이 아이는 도대체 뭐길래 자신을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 것일까. 고뇌와 권력 다툼으로 가득한 궐 안에서, 모르는 척, 안 들리는 척 하며 조용히 숨죽여 살아오고 있던 민석에게 한 줄기 빛이 다가오는 듯 했다.
**
이 날의 첫 만남 이후, 다섯 소년은 조선 하늘 아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루한과 경수 아버지의 궁 출입이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잦아졌고, 이에 루한과 경수도 궁에 자주 출입하게 되었다. 당연히, 그 옆에는 백현과 종인도 함께였다. 이 다섯은 모여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가끔은 다투며 서로에게 상처를 내기도 했다. 어느덧 이들의 만남에는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제법 이 나라의 정사를 논할만큼 이들의 머리도 커졌다. 루한과 경수는 궁에 입궐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였고, 백현과 종인은 언제나 그랬듯이, 열심히 무술을 연마했다.
루한은 가끔 밤마다 집에서 몰래 나와 궁으로 가고는 했다. 한 번 들킬 뻔 한 적이 있지만, 그 아슬아슬한 순간을 빼고는 무사히 궁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항상 궁으로 가서 찾는 것은 김민석이었다. 한 나라의 왕자였지만, 루한에게는 그저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이 둘은 항상 밤에 만나, 오래도록 대화를 했다.
"민석이 너는 참 고와."
"사내자식한테 곱다는 소리는 별루다."
"그렇게 뾰루퉁한 표정 지으면 너무 이뻐서 잡아먹을지도 몰라."
잡아먹는다는 소리에 민석이 놀란다.
"장난이야 바보. 넌 달에 피는 꽃 같아.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꽃 있잖아. 월화..."
"월화라니, 꼭 기생들이 갖고 있는 이름 같고 낯 간지럽다. 그럼 내가 너도 이름을 하나 지어줘야지. 밤마다 부는 바람. 월풍 어때?"
"월풍?"
"그래! 은은한 바람. 밤에 피어오르는 꽃들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멋있다 그 말!"
루한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민석을 바라본다.
"궐 안에 무슨 일이 있거든, 나한테, 그리고 경수, 백현이에게 먼저 말해야한다? 우린 친구잖아. 알았지?"
"갑자기 왜 그래?"
"그냥 가끔 네가 굉장히 슬픈 표정을 짓고 있을 때가 있어. 그 때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거든."
"그래. 알았어. 가장 먼저 말할게!"
**
조선에는 피바람이 불었다. 조선의 왕 김진태는 폐위됬다. 반란이다. 무신의 힘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올랐다. 무신들은 현 왕족들의 씨를 말려버릴 작정이었다. 김진태 직속 가족들은 모두 살해되었으며, 그의 후궁들 또한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였다. 그러나, 김진태의 아들... 김민석은 죽일 수 없었다. 아니, 죽이지 못했다. 조선의 왕자, 김민석이... 납치되었다.
"어찌하지..."
루한은 자기 앞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민석을 두고 어쩔 줄 몰라했다. 민석은 가족을 하루밤에 모두 잃은 충격으로 제 정신이 아닌 듯 했다. 그런 민석을 루한은 꼬옥 안았다. 이 아이를... 어떻게하면 보호할 수 있을까. 아직 루한 제 자신은 그럴만한 힘도, 능력도 없다. 게다가 자신의 아버지는 무신이었다. 민석을 집에 둔 다 하여,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 없었다.
"김민석. 이럴 때일수록 정신차려야되. 자, 내 두 눈을 봐."
루한은 민석의 얼굴을 들고는 눈을 마주친다.
"넌 살 수 있어.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넌 지킬거야. 알아들었어? 이 나라는 네가 다스려야 할 나라야. 이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야."
경수와 종인이 저 멀리서 헐레벌떡 달려온다. 이미, 궁 안의 소식이 퍼진 모양이다.
"김민석이 여기는 어떻게 온거야?"
경수가 물었다.
"반란이 일어나기 전에 백현이랑 내가 먼저 들어가서 데려왔어."
"지금 그래서 납치를 했다는거야? 그걸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루한!!!! 아무리 네가 공조좌랑의 자식이어도..!"
"걱정마. 난 괜찮아."
"그래서.. 이제 어쩔거야?"
백현이 말을 꺼낸다.
"이제 생각해봐야지."
부스럭-
이 소리에 종인과 백현은 들고 있던 칼을 뽑아들었다. 반란군인가. 다행히, 그 소리의 정체는 종대였다.
"마마!"
종대는 민석을 보자마자 달려가 두 손을 잡았다.
"무사하셨군요! 이 곳에 와 계실 줄 알았습니다."
루한은 종대를 보며 말했다.
"이제 어찌해야하는가? 왕자님이 무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한 동안은 저들이 눈에 불을 켜고 왕자님을 찾을 터, 그들이 절대로 닿지 못하는 곳으로 왕자님을 숨겨야 한다."
"저도 사방팔방으로 알아보았습니다.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 그것이 무엇이냐?"
"지금으로부터 먼 미래로 마마를 보내는 것이지요."
"그게..가능하단 말이야?"
"무녀의 말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그럼 시간이 없으니 우선은 그 무녀를 찾아가도록 하죠."
종인이 서두른다.
**
무녀는 자신을 찾아온 여섯 소년들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리고는 오들오들 떨고 있는 민석 앞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제가 이 일만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랐는데... 결국 이런 날이 오는군요. 왕자님..."
그리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루한은 새파랗게 질린 민석을 벽에 세운다.
"김민석. 잘 들어. 절대로 널 버려두지 않을거야.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그 동안 내가, 그리고 우리가, 조선을 바꿀게. 네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행복할 수 있는 곳으로.... 우리 다섯이 예전처럼 걱정 없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곳으로... 넌 우릴 잊겠지만, 우리는 널 잊지 않을거야. 절대로. 그러니까 안심해. 가능한 빨리 너를 이 곳으로 다시 데려올거야. 500년 후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보다는 안전할거야. 울지마. 네가 다시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조선으로 만들게. 그때까지만.... "
그렇게 굳세던 루한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그러자 민석도 놀란듯 했다. 처음 보는 루한의 눈물이다. 민석은 손을 뻗어 루한의 눈물을 닦는다.
"김민석..... 사랑해....... 곧 보자..그 땐 웃으면서 인사하자..."
옆에 있던 경수도 한 마디 한다.
"김민석! 네가 보기엔 내가 루한이랑 원수지간처럼 보여도, 굉장히 친한 놈이니까.. 둘이 혹시 싸우지는 않을까 걱정하진 말고. 이래뵈도 속으로는 엄청 아끼는 자식이거든. 그러니까 너는 그 곳에서 맛있는거 잘 먹고, 굳세게 살고 있어. 곧 보자."
"김민석. 보고 싶을 거야. 걱정마 이 곳은." 종인도 나지막한 소리로 민석의 어깨를 툭- 친다.
"민석아.. 무서워하지마. 우리가 널 기억하고 있을 테니깐. 네가 우리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려도.. 우리가 기억하고 있으니깐 그걸로 된거야. 너도 기억이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 보고싶을거야."
"저는 왕자님과 함께 가겠습니다."
종대는 민석의 옆에 섰다.
"왕자님이 태어나셨을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왔습니다. 왕자님이 어딜 가시든, 그 옆에서 이 분을 지켜드려야 하는 것은 저의 임무이자, 삶의 이유입니다."
민석은 자기 눈 앞에 서 있는 이 소년들 앞에서 또 한움큼 눈물을 쏟는다. 고마운 사람들...사랑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잊는다.... 모르는 사람들이 된다....
무녀의 주문, 지독한 향.....
남겨진 네 명의 소년들 앞에 서 있던 민석과 종대는 .... 그렇게 사라졌다.
**
7년후. 김민석이 조선으로 돌아왔다. 그들의 첫 재회.
#루한
지금 내 앞에 보이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김민석이다. 7년간 줄곧 그려왔던.... 그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다. 많은 사람들을 죽이기도 했고, 또 나 자신이 상처입기도 했다. 이 날만을 위해... 그리움과 반가움이 주체할 수 없이 몸에 전율이 흐른다. 민석이는 자신을 모를것이다. 당연하지. 기억을 잃었을 테니. 하지만 나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에게 다가가 키스를 전했다. 보고 싶었던 사람... 내 사랑.... 난 널 기억하지만, 넌 나를 모른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김민석은 나의 정체를 아직 알아서는 안된다. 아직, 조선은 안전하지 않다. 자... 처음부터 알아가보자 김민석. 예전 어린 소년시절, 우리의 첫 만남처럼...
#백현
루한님이 왜 이렇게 놀란 표정을 짓고 있나 봤더니, 김민석. 왔구나. 무사한걸보니 500년 후의 조선은 꽤나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었나보다. 하얀 피부에 동그란 얼굴.. 그대로 자랐다. 7년 전 어렸던 김민석은 없어지고, 꽤나 성숙해졌다. 갑자기 옛 생각에 눈물이 쏟아지는 걸 겨우 참았다. 일부러 김민석한테 차갑게 대하며 이 주체 못할 감정을 억눌렀다. 그동안 누구 때문에 이렇게 밤낮없이 지냈는데... 루한님과 밤 하늘을 누비며 맡았던 피 내음... 이젠 그만할 수 있다. 민석이 돌아왔다. 그리웠던 내 벗...
#경수
저잣거리에서 루한과 백현을 만났다. 뭐 언제나 그랬듯이, 이들한테는 못된 소리가 제격이다. 이쁜 말들은 내가 못 참겠으니까. 내 나름의 애정표현이다. 이걸 또 백현이와 종인이는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바보들. 월화.... 이쁘게도 꾸몄구나. 정말 기생이라고 해도 믿겠어. 내 앞에 와서 벌벌 떨며 자기 소개를 하는 민석이란.. 첫 만남 때 기둥 뒤에 숨어 있던 그 모습이 떠올라 저절로 웃음이 난다. 반갑다 김민석. 오랫만에 옛 벗과 술 한잔 하러 화중주에 들러야겠다.
#종인
계집애 차림이라니. 루한이와 백현의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답다. 7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그러나 섣불리 말을 걸어서는 안된다. 민석이는 우리가 누군지 모르니까. 세상 만사 모르고 있는 저 표정이 너무 평온해 보여 차라리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했다. 모질어야 한다. 아직 조선은 민석이 살기에는 위험하다. 시간이 필요하다. 그 때까진.. 김민석을 보더라도 거칠고 모질게 대해야 한다. 이게 내 방식으로 친구를 지키는 방법이다.
#종대
무사히 조선으로 돌아왔다. 대한민국에서의 삶은 이 곳만큼 만만하지 않았다. 왕자님은 모르시겠지. 내가 옆 방에 살았다는 것을...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항상 뒤에서 지켜주고 있었다는 것을...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입을 닫고 있어야 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대한민국이 좋은 건, 신분의 차이가 없다. 왕자님과 허물 없이 장난치며 놀 수 있었다. 얼굴을 맞대며 술도 할 수 있다. 이 곳 조선에서.. 혹 왕자님을 만나더라도 난 모른척 해야 한다. 아직, 내가 이 곳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았다. 그 때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