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약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석은 고열과 함께 몸살을 앓았다. 무대 위에서 땀도 많이 흘렸는데 바로 찬바람을 쐬어서 그런 듯 했다. 그런 민석이 걱정된 루한은 아픈 민석의 옆에서 떠날 줄 모른채 물수건을 갈아주고 계속 열을 체크해 주었다. 루한, 안잘거야-?, 공연 끝나고 그도 피곤할텐데 쉬지 않고 자신의 옆에만 있는 루한에, 민석은 수건을 가지런히 올려놓는 루한의 손목을 잡고 물었다. 우리 빠오즈 잠들면 잘게-.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얼른 자야겠다-. 루한의 말에 바로 눈을 감고 잠이 들려고 노력해보는 민석, 그리고 그런 민석의 모습을 보며 웃음짓는 루한. 지금 그 둘은 같은 공간에서 같으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눈을 감고 있는 이 사람에게 하루라도 빨리 다가갈 것을, 다른 한 사람은 저를 지켜주는 소중한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해갈 것을-. 그렇게 한걸음 더 서로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달콤한 인생. 05.
루한×민석
written by.테픈
"왔냐?"
어, 왔다-, 민석이가 잠들 때까지 기다리고나서 조심히 방을 나와 크리스 방으로 향했다. 간단히 맥주 한캔이나 하자는 크리스의 제안도 있었고, 자신의 속내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여 상담차 그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사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생각이였고,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 크리스가 내게 먼저 이야기를 하자며 말을 걸어왔고, 그 때 나는 크리스가 리더인 이유를 새삼 느꼈다. 너 민석이 좋아하냐-?, 그에 나는 얼마나 놀랬었던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놀란거 보니 맞네-,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는 크리스에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닐텐데-'
'그럼 뭐가 중요해?'
'....같은 남자고 멤버인 민석이를 니가 좋아한다는 걸 알고 내가 어떻게 생각할까가 먼저 아냐?'
그 말에 나는 피식-하고 웃었었다. 넌 이해해줄거라고 믿어-. 내가 알고 지낸 크리스는 절대 반대표를 내진 않을 것이다라는 굳은 믿음도 있었지만, 이렇게 내게 먼저 물어봐준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나를 존중해주고 있는 것이였기 때문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 수도 있어-, 장난스럽게 말하는 크리스에게 그날 나는 모든 이야기를 떨어 놓았었다.
"종대는?"
"형들끼리 할말이 있다고 쫓아냈어-"
"형들끼리 할말이 있다고 쫓아냈어-"
"삐지는거 아니야?"
"괜찮아-"
맥주 두캔을 꺼내와 내게 하나를 건네주고는 자신도 맥주를 마시며 내 맞은편에 앉는다.
사실은 레이가 타오랑 놀아주기 귀찮다고 종대 데리고 갔어-, 레이는 역시 직설적이군. 타오가 조금 귀찮긴 하지, 민석이니까 놀아주는거지-
그렇지. 민석이는 동생들을 굉장히 예뻐했고, 어린 막내들한테는 더 관대한 남자였다. 내가 뭘 해도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귀찮아하면서도 타오나 세훈이가 뭘하면 웃으면서 잘 받아주곤 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해주는 건 알지만, 그래도 동생들이 귀여워죽겠다는 표정과, 반대로 동생들이 제일 맏형인 민석을 귀엽다는 듯이 쳐다보는 것이 가끔 맘에 안든다.
"요즘엔 찬열이랑 잘 놀더라, 같이 쇼핑도 가고-"
"질투하냐?"
"한두번 하냐-, 근데 이번엔 그런 느낌이 아니란 말이지-"
"한두번 하냐-, 근데 이번엔 그런 느낌이 아니란 말이지-"
"그런 느낌이 뭔데-"
그냥 형한테 애교떠는 동생과 그런 동생이 귀여운 형이 아니란 말이지. 아니 애교떠는 동생이 귀여운 형은 맞는 것 같은데 그 동생이 그냥 애교를 떠는게 아닌 느낌이랄까. 그렇게 말하자 크리스는 다시 맥주를 마시고는 대답했다.
"일단은 더 지켜보는게 어때?"
"....."
"조급할 필요없어-, 네가 조급할 수록 민석인 더 도망갈거야-"
장담해~, 라는 말도 덫붙이며.
"한캔 더 할래?"
"난 됐어. 술냄새 나면 안돼-"
벌써 한캔을 다 마신건지 냉장고에서 한캔 더 꺼내오는 크리스에게 맥주캔을 내밀었고 그의 맥주캔이 부딪혀 왔다. 맥주는 술냄새 안나-, 크리스의 말을 들으며 맥주를 한모금 마셔보지만 오늘따라 목으로 넘어가는 맥주가 조금 쓰다.
"우음.. 루한..?"
"잘잤어-??"
"잘잤어-??"
예쁜 눈을 비비며 민석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가 좋아하는 그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데 평소에도 이렇게 귀엽게 일어나는걸까. 귀여운 그의 모습에 또 미소가 지어지는 건 습관이 되어버렸다.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몸살은 다 나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본다. 다행히 미열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나 이제 괜찮아-, 민석이 제 이마에 있는 내 손을 잡아 떼어 낸다.
"루한, 어제 언제 잤어-?"
내가 자신때문에 안자고 계속 깨어 있었을까 걱정 가득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민석에 머리를 쓰담듬어주었다. 너 잠들고 30분 뒤-?,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살짝 미소짓는 민석. 걱정해주는 그 마음도 참 예쁘다. 침대에서 빠져 나오며 몇 시까지 나가야되지? 하고 묻는 그에게 1시간 여유 있어-,라고 대답해 주었더니 씻을 시간 되겠다며 민석은 수건을 챙겨 화장실로 들어간다.
"짐이나 마저 정리해 볼까-"
호텔에서는 이틀정도, 시간으로 따지면 더 짧은 시간만 보냈는데도 꺼내놓은 짐들이 많았다. 첫 날 민석이 보며 연습하던 노래 가사집과 MP3, 민석과 나의 사복들... 깔끔한 성격에 자주 주변을 정리하는 민석이 어젯밤은 아파서 누워만 있었기 때문일까. 씻고 나오자마자 이것들 부터 정리하겠지-, 그 생각이 들어 내가 먼저 이것저것 흩뜨러져 있는 물건들을 주워 정리를 시작했다. 열은 없지만 어젯밤까지만 해도 아팠던 민석이라 괜히 그를 많이 움직이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였을까, 어디선가 전화 벨소리가 들려 왔다. 내 폰은 아니니까 당연히 민석의 폰이겠지 싶어 마저 정리를 하려고 하는데 한번 끊겼던 전화기가 다시 울린다. 누구야-
민석의 침대 옆 탁자에 올려져 있던 폰을 들어 올리자 익숙한 이름이 화면에 떠 있다. 찬열이-
"..어, 찬열아~"
"...어?? 어?? 루한형??"
"응응-"
"..어?? 왜 형이 받아요??"
-
약기운때문인지 아니면 루한의 정성스런 간호덕분인지 개운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밤새 땀을 많이 흘려서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하니 기분이 좋다. 그것도 그렇지만 아침에 눈을 떠 가장 먼저 보인 사람이 루한인 것도, 그의 다정함을 느낀 것도 행복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그의 마음. 그 마음을 확인한 것이 아마, 나는 가장 행복한 걸지도.
다 씻고 밖으로 나가자 이미 나갈 준비를 끝내고 앉아 있는 루한이 보였는데, 그는 욕실에서 나오는 나를 보더니 내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의 손으로 시선을 옮기자 그의 손에는 무언가 쥐어져 있었다. ..응?? 내 폰?.
"찬열이한테 전화와서 내가 받았어~"
"그래?? 아침부터 왠 전화지-"
루한이 건네는 폰을 받아들며 그의 옆에 앉았다. 그런 내 손에 들려 있던 수건을 가져간 루한이 내 머리를 대신 말려 주었고, 고맙다고 말을 하고 난 그 사이 통화내역을 확인했고, 당연히 찬열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얘는 아침부터 왜 나한테 전화를 한거지, 그것도 지금 해외에 있는 나한테-
"종대한테 민석 아픈 거 들었대-"
"..아-"
"어제 듣고 전화하려다가 잘 것 같기도 하고 아픈데 쉬어야 할 것 같아서 아침에 깨자마자 전화한거래-"
"..아-"
"어제 듣고 전화하려다가 잘 것 같기도 하고 아픈데 쉬어야 할 것 같아서 아침에 깨자마자 전화한거래-"
그랬구나~, 조금 있다 나가면서 연락 해봐야겠다. 참 귀여운 동생이야~. 형 아프다고 해외 통화까지 하고-. 이래서 안 이뻐할 수 없다니까. 형들도 잘 따르고 엑소 내 분위기 메이커이며, 무엇보다 보이는 것과 달리 생각이 깊은 아이. 그게 찬열이다.
"귀여운 자식-"
순간 내 머리카락을 닦아내던 손의 느낌이 사라졌다가 다시 움직인다. 뭔가 싶어서 루한을 쳐다보았는데, 웃고는 있지만 조금 굳은 표정, 윗니로 아랫입술을 깨물고 입꼬리만 웃고 있는 그 표정이 난 무슨 의미인지를 잘 알고 있다. 루한, 질투하는거야-?. 설마 찬열이한테 질투를 하고 있는건가-. 풋-하고 새어 나올 것 같은 웃음을 간신히 참고 그의 이름을 불러본다.
"루한-"
"으응??"
"루하안-"
"왜에-"
제대로 말려~, 그렇게 말하며 루한을 밉지 않게 쳐다보자 루한이 수건을 내 머리에 씌우더니 막 흔든다.
"아아아아-!"
"빠오즈, 네가 말려-!"
내 머리에서 손을 떼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루한. 그런 루한의 팔을, 정확히는 그의 손을 꼭 잡아 다시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 어디가~, 빨리 다시 해줘-. 나름 루한에게 애교를 떨어본 것인데 그게 통했는 건지 잠시 가만히 있던 그의 손이 내 머리에 그대로 올려져 있던 수건을 잡고 다시 조심스럽게 머리를 말려준다. 생각해보니 드라이기도 있는데-, 우리 둘다 약속이라도 하듯 드라이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루한이 쓰지 않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난 루한이 직접 말려주는 이 느낌이 좋아서 별로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민석 다했어-, 어느 정도 내 머리가 말랐는지 아까처럼 내 머리에 수건을 씌어주고는 일어나는 루한. 아쉽다- 계속 만져줬으면 좋겠는데- 아쉬움에 괜히 머리를 쓸어본다.
"다들 잘 다녀왔어-??"
우리를 가장 먼저 반긴건 역시 준면이였다. 더워 죽는 줄 알았어요-,라며 징징거리는 타오의 머리를 쓰담듬어 주며 시선을 내게로 돌려 몸은 괜찮냐며 물어왔다. 아팠다는 이야기가 한국에 있던 멤버들에게도 벌써 전해졌나보다. 괜찮아~, 하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우리방에서도 찬열이가 나와 형 이제 몸은 괜찮아?!하며 물어오는데 , 괜한 걱정을 시킨 것 같아서 미안하고 그렇다. 괜찮다고 말을 했는데도 찬열이는 얼른 방에 가서 쉬라며 나를 방쪽으로 떠민다.
"잠깐만 찬열아-, 아 잠깐만- 내 짐, 내 짐-"
"그건 내가 들고 올게-"
"아니, 왜 네ㄱ....."
"아니, 왜 네ㄱ....."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현관 앞에 놓여진 캐리어들의 이름표를 확인하고 내 캐리어를 찾아오는 찬열. 줘, 내가 들게-, 아무리 말해도 듣지도 않는 찬열은 그렇게 나를 방까지 데리고 갔다. 뒤에서 형! 내꺼는! 하고 소리치는 타오도 무시하고 그렇게-.
방 안에 들어와서 침대 위에 털썩 앉았고 방안에는 찬열과 나뿐이였다. 뭐하고 있었어-?, 켜져 있던 찬열의 컴퓨터 화면에 언제 뜬건지 태국 무대 영상이 떠 있어 묻자 찬열은 당연하다는 듯 인터넷!한다. 팬들 정말 빠르네-.그것보다 이렇게 직캠 영상을 찾아서 다 확인해 보는 찬열이도 대단하다. 내 캐리어를 내침대 옆으로 가져다 준 찬열은 다시 자신의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아까 보고 있었던 그 영상을 틀어서 본다. 아- Open Arms-, 미리 짐 정리를 하고 쉬려고 했던 내 눈으로 무대 위 내 모습이 비춰 진다.
"야, 그거 내 직캠이야-??"
"형 직캠이라기 보다 형 중심 직캠??"
"이거나 그거나-, 꼭 내 직캠을 내 앞에서 봐야돼??"
지금 뜬 직캠은 형 중심 밖에 없는걸-, 그럼 나중에 보면 안되겠니-?, 내 앞에서 내 직캠을 보고 있는 찬열에 어쩐지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말한건데 찬열은 돌아보지도 않고 왜?하고 묻는다. 왜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하지- 그냥 부끄러운 느낌이랄까.
"그-냥? 부끄러워서?"
"뭐가 부끄러워- 모니터링 같은 거 많이 했으면서~ 그러지 말고 형은 얼른 쉬어, 얼른!"
"그건 그런데-, 야! 그럼 얼른 영상꺼! 소리때문에 못 쉬잖아-"
"이어폰 낄테니까 얼른 쉬어요!"
찬열은 서랍에서 이어폰을 꺼내 컴퓨터와 연결하더니 귀에 꽂는다. 나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커피라도 한잔 사줄까 했더니 취소해야겠다-
그냥 포기하고 침대에 털썩 하고 누워 버렸는데, 어쩐지 나른해짐을 느꼈다. 짐 정리도 해야하는데.... 오늘은 좀 게으름을 피워볼까나-.. 점점 눈이 감겨오기 시작했다.
-
"형, 완전 대바..ㄱ-"
어, 잔다-, 어쩐지 조용하다고 생각했더니 민석이형이 잠들어 있었다. 지금 누구 침대에서 잠든건지-, 내 침대에 누워서 잠든 형은 많이 피곤했었던건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잠옷으로 갈아 입고 자더니 오늘은 옷도 갈아입지도 않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몸살이 났었다는데 이불도 안 덮고 자도 괜찮으려나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쪽으로 다가갔더니 너무나도 평온한 표정으로 잠든 모습이 보인다. 귀여워-, 오물오물거리는 입술과 그 사이로 새어나오는 새근새근하는 소리가 귀엽다. 누가 이 사람이 엑소의 맏형이라고 믿을까- 저절로 지어지는 미소를 참지 못한 채 형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겨주고 그 작은 몸 위로 이불을 덮어 주었다.
외투는 대강 형의 캐리어 위에 접어 올려놓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보고 있던 영상을 처음부터 한번 더 재생했다. 처음에는 뒷모습만 나왔는데, 중간쯤 가서 민석이형을 앞에서 찍고 있었고, 사진으로만 봤던 그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렌지색 머리를 한 하얗고 예쁜 형의 모습과 중간 중간 살짝 지어주는 미소. 거기다가 며칠전 나와 같이 가서 잘랐던 머리가 바람에 날리는데 그게 또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였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잘 때는 저렇게 귀여운데 무대 위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을 만큼 매력적인 형의 모습은 몇번이고 봐도 나를 감동시킨다.
마우스 옆에 놓여진 폰을 들어 오전에 왔던 메세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걱정 되서 전화했다며-?? 우리 찬열이 이쁘네~ 형 걱정도 하고?? 한국가면 커피 한잔 쏜다!」
「형 이제 비행기 탔으니까 좀만 기달려~~^^」
요즘따라 형이 왜 이렇게 눈에 들어오는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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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링은 빠르면 오늘 저녁 8시에 보낼 예정이며, 늦어도 내일까지 보내겠습니다 :)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더 많은 관심 보여주시면 작가는 행복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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