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야동]메시아(Messiah)
w. 봉봉&천월
17 여기를 누르세요 17 (BGM : 더크로스 - 떠나가요, 떠나지마요) - 유난히 건조한 아침이었다. 무너진 건물 잔해가 먼지와 모래에 섞여 목구멍을 칼칼하게 만들었다. 탁한 하늘색이 오늘따라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했다.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지난날들의 아침이 기분좋고 설레는 일을 예고했다면, 오늘은 우울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침의 바람은 많은 것을 알려준다. -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오늘이 며칠인지 계산할 수가 없었다. 며칠밤을 지새운건지 희미해져가는 기억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어젯밤 뿌옇던 달의 모양을 봐서는 대충 5월의 끝자락에 다다른 것 같았다. 날씨는 급격하게 더워졌고, 총탄과 피비린내와 먼지로 뒤덮인 하늘은 쉬이 비를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날씨였다. 세상이 사막으로 변해가는 까닭이다. 조금만 걸어도 탈진할 것 같은 날들이 계속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버티지 못할 것 같아서 동우는 내일 보호소에 가볼까하고 진지하게 고민도 해보았지만, 멀리 보이는 군부대 천막들에 고개를 저었다. 전쟁통의 민간인에게 잠자리와 물을 제공해주는 간이 보호소들은 그리 상냥하지 못했다. 가끔 가다가 돈을 요구하는 곳도 있어서 늘 사람들의 욕을 잔뜩 얻어먹긴 했지만 그래도 이 난리통에 더러운 몸을 정리할 수 있는 곳은 그 곳뿐이었다.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임시 거처를 마련해주기도 하는데, 그 입소 절차가 굉장히 까다로워 동우는 언제나 애를 먹곤 했었다. 올 여름은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네, 라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한숨을 내쉰 동우가 막 뒤로 돌았을 때였다. 삐이이---삐이이---삐이이---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삐이이---삐이이---삐이이--- 쉼없이 울려대는 날카로운 소리가 고막을 자극했고, 동우는 귀를 막았다. 이게 무슨 소리야.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불안한 예감이 들어 당장 이 곳을 빠져나가야할 것 같았다. 마음속 깊이 자리잡은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움직여지지 않는 발을 애써 옮겼다. 제발, 이 예감이 적중하지 않게 해주세요. 어딘가에 있을 하느님, 제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세요. 제 편이 되어주세요. "잡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신은 동우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심장이 멈추었다. - 오늘은 싸움도 없고 식량 조달도 없는 비교적 평화로운 날이었다. 오랜만에 천막안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천막이 뜨거운 햇살을 가려 적당한 온도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꿀같은 단잠을 자도 좋을 법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낮잠에 빠진 동료들 옆에 누운 호원은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차라리 바쁜 날들이 나았다. 총을 들고 전쟁터를 누비느라 몸이 편하지 않았을때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기에 괜찮았지만, 몸이 편해지자 마음 속으로 격한 생각들이 밀려들어와 소용돌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괜히 답답해져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자세도 바꿔보았지만 찝찝한 그 느낌은 오히려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뭔가를 놓친 기분. 아니, 그것보다 조금 더 심각한 문제인것 같다.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왜 이런 걸까.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유를 모르는걸까, 모른척하는걸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눈시울이 더욱 시큰해진다. 억지로 눈을 꾹 감고 잠을 청했다. 감은 눈꺼풀 위로 벌레가 스물스물 기어가는 기분이다. 내가 뭔가를 놓쳤다.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잊어버렸다. 그런데 그게 뭔지를 잘 모르겠다. 미치겠네. 가슴 한켠이 욱신거리는 것 같기도 한데 도통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거다. 문득 떠오른 얼굴에 거세게 고개를 내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안돼, 더 이상은 안돼. 세수나 좀 하고 와야겠다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천막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던 호원이 멈칫했던건, 밖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기 때문이다. - 아침 내내 기분이 이상하더니 결국 눈도 이상해졌나보다. 어두운 천막 안에 있다가 갑자기 너무 강렬한 햇빛을 받아서 그런가? 아른아른 피어오르는 봄날의 아지랑이일까, 사막에 흔히 볼 수 있는 신기루일까. 눈을 몇번이고 깜박여봐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의 존재 또한 변하지 않는다. 너, 왜 거기 있는거야? 말했잖아, 도망치라고. 나에게서 도망치라고. 왜 또다시 나에게 돌아온거니, 동우야. - "부대장님 어딨냐? 이 형님이 또 한 건 했다." "지랄 깝을 싼다. 지난번엔 내가 다 했다아이가." "아, 어쨌든 오랜만에 구경거리 하나 났네. 야! 빨리 부대장님 불러와." "그냥 해치우면 되지, 부대장님은 와 부르는데." "병신새끼, 보고를 해야할 거 아니냐. 이 형님 포상도 좀 받고." "에라이, 미친 놈." 동료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는데 무슨 일을 당한건지 얼굴엔 시퍼렇게 멍이 들어가고 있었고 한쪽 다리에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데다가, 눈물자욱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이젠 울 힘도 없는건지 조용히 꿇어앉아 숨만 힘겹게 몰아쉬는 저 위태로운 존재를 믿을 수가 없었다. 한달 반 전의 일들이 폭풍처럼 떠올랐다. 「"그럼, 어디 한번 믿어보겠네." "......" "단, 이 모든게 거짓일 경우, 그 이후 일어나는 일은 책임 못지네."」 위험하다. 죽을지도 모른다. 당장 여기서 도망쳐야한다. 부대장을 이제 막 부르러 갔으니 지금 미친듯이 뛰면 아마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난, "......" 갈 수 없을듯 하다. "......" 넘칠듯 눈물이 한가득 고인 네 눈과 마주쳤기 때문이다. 소란스러운 군부대 사이에 우리 둘만의 짧은 정적이 흐른뒤 그제서야 터지는 너의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차마 소리내어 울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대는 너를 바라본다. 덩달아 울고 싶었지만 네 슬픈 두 눈을 절대 피하지 않는다. 너도 내 눈을 피하지 않는다. 네 눈은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오랫동안 너와 대화를 나누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쏟아내는 이야기가 무엇을 말하는지 나는 알것만 같다. 내가 그리웠구나. 날 보고 싶어했구나. 그동안 넌 참 많이 힘들었나보다. 숨기려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가슴이 찢어질듯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네 눈동자가 말하고 있잖아. 넌 내가 널 잊기를 바랬었지? 난 네가 날 잊기를 바랬었다. 그런데 우리 둘다 그게 잘 안된 모양이구나. 아, 이제야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수없이 생겨났다. 나도 네가 그리웠어. 그리고 보고 싶었다. 그동안 나도 참 힘들었던 것 같아. 서로에게 서로가 없는 시간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눈물에 담아 흘려보냈지않니. 그 많은 것들이 너무나 아까워서라도 난 너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그동안 깨닫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행동한 이유를 미처 깨닫지 못한게 너무 후회된다고. 난 왜, 상황을 이까지 치닫게 만들었으면서도 그 이유를 애써 숨겨왔을까. 있잖아, 난... 지금까지 한번도 말하지 못했지만, 난... 난 널... "허, 이거 일이 재미있게 되었군 그래. 거기 이 자식 잡아온 자네, 내가 처리해도 되겠지?" 아니, 모든게 끝났다. 너와 나 사이의 슬픈 이야기도 끝났다. 내가 먼저 네 애틋한 눈길을 피한다. 흐르는 눈물을 참기 위해 고개를 들어보지만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다. 넌 아직도 날 빤히 바라보고 있겠지. 다시 그 눈을 보고 싶지만 그럴 순 없다. 아마 다시는 그럴 수 없을거야. 이게 우리가 마지막으로 바라본 서로의 모습이겠지. 영원히 네 눈을 마주치지 못할게 뻔해 가슴이 아프다. 왜 지금껏 한번도 떠올려보지 않았을까. 왜 한번도 말할 생각을 해보지 못한걸까. 지금 제일 간절한 그 말을 결국 하지 못하고 이 세상이 끝날 것 같다. 정말 미안해. 울지마. "이병 이호원." "......" "이병 이호원!" "...예." 쥐어짜는 목소리가 떨려온다. "앞으로 나오게." "......" "말 못들었는가? 두번 말하게 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너에게 다가가는 두 다리가 이대로 굳어버렸으면 좋겠다. "똑바로 고개를 들게. 그리고 앞을 바라봐." "......" "네 눈 앞의 저 새끼를 제대로 쳐다보란 말이다." "......" "그리고 어디 한번 말해봐. 저 새끼 눈에 익는 얼굴이란 말이지." 난 널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고, 이 상황에서 뭐라 말할 수도 없다. "그 잘난 주둥이로 지껄여보라고! 배신자라며 치를 떨던 그 입으로!" "...할 말, 없습니다." "변명은 없다는건가? 하긴, 못해도 이 부대에서만 1년을 넘게 살았는데. 규칙을 모르면 이상한거지. 아군 군사들을 제외한 어느 누구와도 친해지지 말라. 만약 그 누군가가 소에족일 경우, 반역자로 취급한다. 불과 얼마전에도 이 문장을 그대로 읊은 것 같은데 말이야." 널 보고 있지는 않지만 네가 울고 있는게 느껴져. "반역자는 사형이라는 것도, 설마 모르지는 않겠지." 울지마. 사실 다 내 잘못이야. 내 거짓말이었다고. 동우야,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줄께. 난 소에족을 미워하지만, 절대 널 미워하지는 않아. 그 말이 무슨 뜻이냐면, 니가 소에족이라도 난 아무렇지 않다는 얘기야. 네가 소에족이든 정부에서 떠들던 M이든 흉측한 괴물이든 난 아무 상관없어. 가장 힘들고 지친 시기에 내 곁에 있어준 네가 그 무엇이든 난 신경쓰지 않을거야. 네가 소에족이라는 사실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넌 아직 내게 소중한 사람이었어. 그런데 내가 왜 너에게 그런 심한 말들을 내뱉었을까? 그건, 널 지키기 위해서야. 이제부터 하는 얘기는 좀 답답하고 한심할거야. 직접 너에게 말하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마음으로 써내려가다보면 언젠가는 닿겠지. 바보같다고 욕해도 좋아. 네가 소에족이란걸 안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어. 우리 부대에서 제일 소에족을 경멸하는 인간, 바로 우리 부대장이 그 주인공이었지. 아마 내가 널 죽이고 오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부대장이 직접 널 죽였을거야. 짧은 순간에 내 머리는 그 사실을 깨달았고, 부대장 대신 내가 너에게 가기로 결정을 내렸어. 그 상황에서 널 데리고 도망칠 수도 있었겠지만, 만약 그랬다면 우리 둘 다 무사하지 못했을 것 같았거든. 여기까지 말했으니, 이제 내가 왜 너에게 그렇게 심하게 대했는지 궁금해하겠지. 아무래도 부대장은 내가 못미더웠나봐. 부대장은 미행을 붙였어. 무전기로 몰래 그 근처 군인에게 연락을 한건지 어쩐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너에게 걸어가는 내내 뒤에서 누군가 날 따라오는 기척이 느껴졌어.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아마 첩자나 정찰병 역할은 지지리도 못할거야. 어떻게 해야될지 순간 고민에 휩싸였지만, 역시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어. 그 군인을 따돌려야했지. 결국 너에게 가자마자 총을 겨누고 욕을 했어. 주먹으로 때리기까지 하고. 많이 아팠겠다. 이제 보니까 너무 미안해지네. 내가 너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고서야 숨어있던 그 사람은 다시 부대로 돌아갔어. 다행스럽게도 내가 널 죽일거라고 생각했나봐. 그리고 나에게는 또다른 의무가 생겼어. 널 이 근처에서 다시는 볼 수 없도록 먼 곳으로 보내야하는 의무. 이 근방에 있다면 다시 잡힐게 분명했으니까. 그래서 네가 날 잊도록, 네가 날 떠나버리도록 일부러 너에게 미친듯 상처를 줬어. 네 눈물을 애써 무시해가면서 너에게 욕을 하고 소리를 질렀지. 미안했는데, 어쩔 수 없었어. 그래, 그래도 넌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서 이렇게 잡혔잖아. 너도 날 잊지 못한거지. 지금 생각해보니까 충동적으로 했던 저 일이 만약 잘못됐었더라면, 너와 나 우리 둘 다 목숨을 내놔야했겠다. 그리고 둘 다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기도 했고 말이야. 내가 왜 그 때 그런 행동을 했었을까? 글쎄, 사실 나도 그걸 잘 모르겠더라. 네가 없는 한달 반 동안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어. 내가 널 멀리 보내려 목숨을 걸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네가 소에족임에도 불구하고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그런데 오늘 너를 다시 본 순간 그 이유를 생각해냈어. 나도 참 바보지. 이제 우리 둘다 죽어 없어질텐데 너무 늦게 깨달았으니 말이야. 아, 그냥 이 이야기는 못들은걸로 해줬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를 안고 죽으면 넌 천국에서도 날 잊지 못할게 분명하니까. 이제 넌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날 그냥 너를 처참히 버린 나쁜 놈으로 기억해줘. 그리고 날 잊고 다음 세상에선 행복하게 살아줘. 그리움과 아픔은 내가 몽땅 가져갈께. 나 혼자만 이 수많은 아픈 이야기를 되새기고 되새기며 괴로워할께. 아마 우리가 떨어져있던 한달 반 동안 네가 이런 생각을 하며 힘들어했겠지. 이젠 내 차례야. 앞으로 남은 수백수천년의 나날 동안, 몇번이고 다시 태어나고 다시 죽으면서, 그 긴 시간 동안은 내가 다 아플게. 이젠 울지마, 동우야. 아프지마. - 한참 멍하니 생각에 빠져있다가 정신을 차린 호원은 어느새 상병 두어명에게 잡혀 부대장 앞으로 끌려가는 중이었다. 이곳저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애써 보지 않으려 노력하긴 했지만 익숙한 동료들의 굳은 표정을 찾아낼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웅성대던 부대원들은 부대장의 손짓에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거기, 반역자 자네." "......" "대답 안하나?" "반역...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말입니다." 기왕 이렇게 된거, 평소에 재수없던 부대장에게 대들기나 해보자는 생각에 내뱉은 말이었는데- "이 새끼가!" 뒤에서 뒤통수를 내리친 상병 하나의 매서운 눈길에 입을 다물었다. 뭘로 때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눈앞이 순간 깜깜해진걸로 보아 여간 세게 때린게 아닌 모양이다. "지랄하네, 씹새끼." "......" "총살당해도 할 말은 없겠지?" 아아- 하늘이 탁하구나. 죽는 날 하늘은 푸르길 바랬었는데. 하긴, 이 시대에 무슨 헛된 바램이랴. "대답이 또 없군." "그냥 죽여." 생각없이 말을 뱉자마자 또다시 뒤통수를 후려치는 상병. 뜨끈한 액체가 흐르는 것 같다. 총 개머리판으로 때린 듯하다. 눈물이 핑 고일 정도로 아프지만 꾹꾹 눌러참는다.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해진 부대 사이에서 조용한 흐느낌 소리가 흘러나왔다. "...흐윽...흐..." 익숙한 소리. 아마도 너겠지. "뭐야, 저 새끼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상병이 동우를 끌고 나오자 호원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둘이 무슨 사인데 이러냐. 정인이라도 되나?" 잔뜩 비꼬며 낄낄대는 상병의 말에 흐느낌 소리는 조금 더 커졌다. 울지 말래도. "어, 맞나보네?" 그냥 빨리 죽여줬으면 좋겠다. 어차피 끝날 목숨 구질구질한 소리까지 들어가며 살아있고 싶은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다. "더러운 새끼들." 나지막한 부대장의 욕설에 눈을 치켜떴다. 죽이라고, 씨발. 순간 매서워진 호원의 눈빛에 또다시 상병이 개머리판을 휘둘렀다. 아윽- 존나 아프네. 세번째로 맞자 눈 앞이 핑핑 도는 기분이었다. 결국 꿇어앉아있던 그대로 앞으로 픽 고꾸라지고 말았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냐. 그래도 나름 알아주는 이병이었는데. 부대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빨리 죽여주지. 그게 소원인 것 같군." 씨발, 존나 감사하네. "그럼 누구부터 없애줄까? 저 반역자 새끼? 아니면 더러운 이 소에족 새끼?" "...흐으...흑..." "알겠다, 알겠어. 질질 짜지 좀 마, 시끄러우니까. 니가 그렇게 좋아하는 저 반역자 새끼부터 죽여줄게. 저 새끼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충분히 고통스러워하라고. 그 다음 널 죽여주지." 아, 이미 한번 소중한 사람을 눈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잃은 경험이 있는 저 아이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하는건지. 눈 꼭 감고 있어, 동우야. 금방 끝날거다. 조금만 참아. 아까 그 상병이 목덜미를 잡아채 얼키설키 얽힌 나무 울타리에 호원을 기대었다. 씨발, 저 상병 새끼. 죽고 나면 저 새끼부터 저주할거야. 뒤통수에 감각이 없다. 죽기 직전의 사람치고는 심하게 의연한가? 사람은 평소에 죽음에 대한 극심한 공포를 느끼지만, 막상 죽기 직전이 되면 차분해지는 것 같다. 최대한 빨리, 고통스럽지 않게, 한번에 죽여줬으면 좋겠다. 부대장이 총을 잘 쏘던가. 철컥- 총의 안전장치가 풀렸다. 부산에 두고 온 가족들이 제일 먼저 생각났다. 전쟁에서 공 세우고 돈벌어와서 여행 보내준댔는데. 어머니 죄송해요. 형에게도 미안하네요. 전 이제 아버지 곁으로 갈랍니다. 죽기 전에 부산 파도 소리 한번 더 듣고 싶었는데. 시꺼먼 총구가 보인다. 죽기 몇초전이다. 몇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소리없이 울고 있을 너. 미안해. 그리고 안녕. 그럴 확률은 거의 없겠지만 설령 네가 목숨을 구한다면 그냥 날 깨끗이 잊어줘. 방아쇠에 걸친 부대장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 슬로모션처럼 눈 앞을 스쳤다. 3초 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야. 내가 함께 누워 달을 보며 밤을 새고 싶다고 했던 그 첫사랑. 2초 전. 그게 누구냐면... 1초 전. 그 순간이었다. "으아악!" 탕- 총의 방아쇠로부터 불길이 일어나더니 순식간에 총과 부대장의 팔을 덮었다. 허공으로 쏘아진 총은 갈 곳을 잃고 땅으로 떨어졌다. 총을 놓친 부대장이 옷을 벗어 땅에 내리쳤지만 불은 꺼지지 않았다. 불은 그곳에서만 시작된게 아니었다. 옆에 서있던 상병의 총에서도, 부대의 천막 대여섯개쯤에서도 한꺼번에 타오르기 시작한 불길은 순식간에 부대 전체로 퍼져나갔다. 부대는 온통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불이 붙은 옷을 집어던져도, 땅을 아무리 구르고 굴러도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활활 타올랐다. 건조한 날씨에 힙입어 새빨갛게 세상을 덮어가는 무시무시한 불길. 호원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일단 갑자기 이 불이 왜 붙은건지부터가 의문이었다. 자연방화라고 하기에는 그 근원지가 너무 동시다발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부대원들이 모두 타오르는 불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가운데, 자신만은 멀쩡했다. 아까 상병에게 맞아 욱신거리는 뒤통수빼고는 모든게 그대로였다. 자신이 앉아있는 그 주변만 고요했다. "아." 그거구나. 고개를 돌리자 네가 보인다. 젖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온 몸으로 발악하고 있는 네가. 뜨거운 온도에 말라버린 눈물자욱에서 격정적인 분노가 느껴지는 네가, 화를 내고 있다. 설마...너에게 있는 한가지가 바로 이거니, 동우야?
왕! 왕ㅇ왁와고아ㅗㄱ왁!
여러분 천월이가 돌아왔어욬ㅋ
에디터가 왜이렇게 고자지...뿌잉뿌잉
얃옹이 재회햇네영.....근데 슬프게 재회했어요..ㅠㅠ
메시아를 처음부터 주의깊게(?) 읽으신 독자분들은 마지막 장면이 뭘 뜻하는지 아실꺼에영ㅎㅎ
아 그리고 부대장 개갱끼^p^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르ㅓ분...아직 봉봉이가 18편을 다 못썼어요...ㅋㅋㅋㅋ응원좀 해주세요! 19편을 다 못쓴 천월이한테돜!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12월 20일은 천월이 생일이에요♥
엥...걍 그렇다구영ㅋㅋㅋㅋㅋㅋ딱히 추...축하를 바라는건 아....니에요.....
생일기념
(+) 곧 크리스마스 스페셜 에디션 - 솔로 염장 특집이 올라옵니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