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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잡담은 이제 작가 Say에서 뵐게요.

신알신, 암호닉과 더불어 댓글, 추... 추천도 사랑입니다 하트하트

 

 

 

 

 

 

 

12.

 

 

 

 

 

 

 

 

"으하하!! 놀랬지, 병신들."

 

 

찬열이 일어나서 웃기 시작했다. 뭐야 반응이 왜이래? 장난이야, 장난. 모두 기가 차다는 듯 찬열을 쳐다보고 있었고, 그 중에서도 백현은,

 

 

 

"어? 똥백... 뭐야... 울어?"

 

 

 

백현이 엉엉 울기 시작했다. 꽉 감긴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방울방울 바닥으로 힘 없이 떨어졌다. 서럽게 우는 백현을 보며 안절부절 못하던 찬열은 이제서야 심각성을 느끼고 다가가 백현의 눈가를 손으로 닦아주며 달랬다. 아 미안해. 똥백, 진짜 미안. 울지마 응? 야아- 똥백, 아니 백현아.

백현은 눈물을 그치기는 커녕 찬열의 어깨를 주먹으로 있는 힘껏 치며 꺼지라고 소리를 쳤다. 꺼져! 꺼지라고. 너 보기 싫어. 우리 사귀는 것도 다 취소야.

찬열은 한숨을 쉬며 백현을 안고 눈을 감았다. 머릿 속이 아득해지고 백현을 안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장난친건데... 미안해. 백현아.

백현이 힘 없이 찬열의 품에 안겨서 훌쩍대다가 이내 목소리를 사납게 높이고 찬열에게 온갖 욕을 퍼부었으나 찬열은 가만히 미안하다고 듣고만 있었다.

모두들 그런 둘을 보며 뭐야, 쟤네 사귄다고? 하며 쑥덕거렸다. 준희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단지, 긍정적인 웃음은 아니였을 뿐.

 

 

 

 

"어. 사귐. 그만 소근거리지?"

"진짜? 미친놈. 너네 게이냐?"

"게이다, 어쩔래."

 

 

 

 

찬열이 당당하고 준면이 되려 당황했다. 준면은 큼큼거리다가 그럼 먹어도 되는건가? 하고 급히 말을 돌렸다.

그래도 찬열 덕분에 다들 긴장이 조금 풀리고 먹어도 된다는 안심이 생겼다. 진짜 먹어도 되나보네. 경수가 입맛을 다시자 귀엽다는 듯이 종인이 경수 모르게 웃었다. 경수는 민석의 일을 애써 지우려고 했다. 생각해봤자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이곳에 갇힌 뒤 경수는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지 다시 한 번 느꼈다. 우리는 친구들의 시체를 봤음에도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다. 심지어 밥도 먹고 싶었다. 그들의 시체가 있는 이 공간에서.

그리고 우리는 친구를 그렇게 만든 누군가와 아무렇지 않게 같이 있다. 말도 안되는 모순이겠지만 생존의 욕구가 그것들을 이기지 못했다.

우리만이라도 살아야해. 다들 이것만은 생각이 같았다. 이 끔찍한 짓을 꾸민 작자를 제외한다면.

 

 

다들 오랜만에 이야기꽃을 피우고 소란스럽게 둘러 앉아 음식을 삼켰다.

정말 그의 말대로 4년만인 것 같았다. 경수는 샐러드에 있던 닭가슴살 한 조각을 머스타드 소스에 찍어 입에 쏙 넣고 오물댔다.

종인이 물을 마시다가 컵을 놓고 잠시 조용해진 틈을 타 이야기를 꺼냈다. 오랜만에 다 같이 떠들 수 있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꺼내야 하다니...

종인은 심정이 복잡해졌다. 머릿 속에는 언제 것인지 희미한 기억들이 둥둥 떠다니고 어두운 동굴에 햇빛이 서서히 들어차듯 기억을 차근차근 떠올려내야 했다. 하지만 기억은 동굴 끝까지 닿을 수 없다. 한계가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것이 오게 된다면 어떤 파국을 맞을 지 모르는 일이였다.

 

 

 

 

 

 

 

"그... 이걸 꾸민 사람말이야. 우리 중 하나인건 확실하겠지?"

"...아마 그렇겠지."

"그럼 우리도 우리중에서 골라내야 하지 않을까."

"..."

"언제까지 서로 못 믿고 의심하면서 마지막 교실까지 갈 수는 없잖아."

"하긴... 너무 힘들다. 머리가 꽁꽁 언 거 같아."

"우리가 예전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

"나도 동감함. 씨발, 거지같은 머리로 뭘 더 떠올리라고."

 

 

 

 

 

 

찬열이 짜증 나는 듯 리조또를 숟가락으로 퍽퍽 소리나게 파먹었다. 눈이 빨갛게 부풀어 오른 백현은 눈을 비비며 찬열의 손목을 잡고 그만하라고 말렸다.

찬열의 숟가락은 백현의 손이 닿자마자 마법이라도 부린 듯 서서히 멈췄다. 아, 진짜 변백현이 날 아주 싹 바꿔놓는구나. 찬열은 그런 자신이 싫지만은 않았다.

뭐, 좀 바뀌면 어때. 변백현인데.

찬열은 우선 그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해야할지 도무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우리 중에서 누군가가 그랬다는 것이 상상도 안 될 뿐더러, 말도 안되는 것 같았다. 우리가 서로 무슨 원한이 있어서 사람을 죽여가면서 까지... 아, 그래. 그것이 설령 진짜 시체가 아닌 모형이였다고 치더라도, 그런 끔찍한 발상을 하면서까지 이런 장난을 칠 필요가 없었다. 이게 장난이면 가짜든 진짜든 정신이 온전한 것이 아닐텐데...

지금까지 교실에 있었던 검은색 종이를 책상 위에 좌르륵 펼쳐 봐도 별 소득이 없었다.

그냥 끔찍한 기억만 자꾸 되살리는 꼴이였다.

종이... 힌트, 쪽지. 검은색, 4, TV...

 

 

 

 

"와, 진짜 모르겠다. 너희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니까 소름돋아."

 

 

 

 

준면이 팔을 문질렀다. 다들 한 명씩 의심을 해봐도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일단 의심만 하다가 먹은 것이 체할 것 같다는 세훈의 말에 모두 동감하고 대화 끝에 일단 조금 더 교실을 살펴보며 단서를 찾기로 했다.

아직까지는 뚜렷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무턱대고 의심하기가 뭐했던 것도 사실이였다.

나름 깨끗하게 비워진 접시들을 차곡차곡 쌓고 옆에 우수수 포크와 나이프, 수저도 몰아놓았다.

아무 일도 없이 배만 채울 수 있었던 이번 교실이 꺼림칙했지만, 달리 찾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정말 교실에는 우리가 먹을 수 있게 마련해놓은 음식과 식탁뿐이였다.

하지만 4반인데... 4에 대해 유난히 집착하는 그가, 왜 그냥 음식만 준비해 놓았을까. 경수는 밀려오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다들 식기들을 치우는 데도 멍하니 의자에 앉아서 종인이 경수를 툭치며 나가자고 할 때까지 고민에 빠져있었다.

 

 

 

"저기... 4반인데 아무 일이 없으니까 이상하지 않아?"

 

 

 

배를 텅텅 치며 마지막으로 나온 찬열이 교실 문을 닫자 경수가 가까스로 말을 꺼냈다.

나도 사실 그 생각했어. 종인이 옆에서 동조하자 준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경수는 그 모습을 보고 잠깐 움찔했으나 이내 듣고 있는 무리를 향해 계속 말을 이어갔다.

 

 

 

 

"우리 계속 4에는 이상하게 뭔가가 꼬여 있었어."

"그래, 계속 강조하기는 했지."

"그럼 이번 반은 뭐임? 존나 밥만 주고... 밥에 뭐 탄건가 진짜?"

"...그냥 왠지 4가 힌트인 것 같아. 내 생각에는..."

 

 

 

다들 그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교실과 대조되게 이렇다 할 힌트가 없었던 이번 교실은 그냥 반 자체인 '4'가 힌트였다고 경수는 긴 생각끝에 결론을 내렸다. 우리에게 그가 이번에 준 것은 '4'.

 

 

 

 

"일단 4랑 그 전 교실들에서 있었던 일들을 힌트로 생각하고 옆 교실로 가자."

 

 

 

 

다음은 5반이였다. 찬열과 백현의 반. 찬열은 문 앞에서 뭔가 생각난 듯 뚝하고 멈춰섰다.

 

 

 

 

"아! 근데 왜 갑자기 인질들이 사라진거지?"

"인질?"

"아 맞다... 우리 그 힌트 종이에 성공하면 인질 풀어주겠다고 했었잖아. 근데 갑자기 그 말이 사라졌네."

"씨발... 왜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소름이 돋지?"

"그러게... 또 무슨 꿍꿍이가 있나?"

 

 

 

 

 

그리고 찬열의 직감은 소름끼치게 정확했다. 갑자기 그 생각이 왜 드나했다. 찬열이 문을 살짝 열었다가 바로 쾅! 소리를 내며 닫았다.

왜 뭔데! 세훈이 문을 막는 찬열을 밀며 열려고 했으나 찬열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다들 갑작스러운 찬열의 행동에 의구심을 가지며 찬열에게 이유를 물었으나 찬열은 그저 사색이 돼서 문 앞을 막기만 했다.

백현이 인상을 쓰고 나오라고 찬열을 다그쳤다. 찬열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백현은 놀라며 너 왜 그래! 안에 뭔데? 하고 찬열의 얼굴을 닦았다.

 

 

 

 

 

 

"들어가지마..."

"아니 왜냐고! 왜 막는 건데 갑자기! 안에 뭐 있어?"

"인질이고 뭐고 다 개소리야."

"...뭐?"

"인질이 아니라 그 씨발새끼가 그냥 애들을 다 죽였어! 살아있던건 민석이뿐일거라고."

"...박찬열, 너 지금 무슨 소리야. 나와!!"

"개새끼들아! 보지마. 너희 진짜 다 정신병 걸리고 싶어?"

"나오라고!! 우리도 뭔지 알아야..."

 

 

 

 

 

순식간에 힘 없이 떨어져 나간 찬열의 뒤로 열린 문. 그리고 교실은, 그 후에도 기억에서 절대 지울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씨발... 이게 다 뭐야. 말도 안돼."

 

 

 

 

 

 

잔인하고 참혹했다.

 

 

 

 

 

 

 

 

 

 

 

 

*

 

 

 

 

 

 

 

 

 

"축제라니..."

"종인아, 너 춤춘다며?"

"아... 몰라."

 

 

 

종인이 창피한 듯 두 팔속에 얼굴을 묻었다. 옆에서 언제 소문을 듣고 왔는지 종인에게 조잘대며 말을 거는 여자애들을 보고 기분이 상해서 찬열에게 말을 걸었다. 박찬열, 너도 춤 춰? 어, 존나 나 춤 잘추잖아. 찬열 옆에서 박카스를 마시던 백현은 그대로 풉 소리를 내며 입 안 내용물을 분출시켰다. 으 더러워.

 

 

 

 

"왜 씨발! 뭐!! 변백현!"

"억... 내 목... 존나 코에서도 박카스 맛 나 개새끼야."

"그게 내 탓이냐? 지 혼자 지랄해놓고."

"미친, 니가 춤을 잘 춰? 지나가던 대머리가 웃겠다."

 

 

 

퍽! 갑자기 날라오는 보충교재로 머리를 맞은 백현은 아 뭐야 씨ㅂ... 하며 욕을 내뱉으려다가 창 밖에서 백현을 무섭도록 쳐다보는 수학 선생님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수학 선생님은 머리카락이 몇 가닥 없어서 별명이 대머리였다. 

최근에 그나마 머리카락이 많아 보이려고 파마를 했으나 효과 없이 더 빠지기만 하고 몇 가닥 안 남은 것도 요란하게 솟구쳐 학생들의 비웃음을 사서 예민해져 있는데 백현이 우연치 않게 신경을 돋군 것이였다.

아! 쌤! 왜 혼자 찔려하고 그러세요. 저 쌤 지나가시는 지도 몰랐어요! 백현이 징징거리며 말했지만 역효과로 시끄럽다며 한 대 더 맞았다.

수학선생님이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찬열이 쌤통이라며 책상을 소리나게 치며 미친듯이 웃어재꼈다.

백현이 울상이 되어 머리를 매만지며 찬열에게 욕을 했고 병신같은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몸을 돌려 다시 종인에게로 갔다.

여자애들은 어느새 사라져있었고, 종인은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이 심장이 떨렸다. 긴장 되는 듯 머리털이 꼿꼿해지고 심장소리가 너무 커서 종인에게 들릴까 무서웠다.

눈 앞이 깜깜해지고 종인만 보였다. 종인은 나를 향해 웃었다. 나는 설레이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종인 앞에 섰다.

손에서는 촉촉히 땀이 배어나왔다.

 

 

 

"깜종."

"왜."

"나 축제 나갈까."

"너도 우리랑 춤출래?"

"아니, 나는 노래."

 

 

 

아 맞다. 너 저번 주에 음악학원 다닐 거라고 했지. 아웃백에서 내가 한 말을 떠올리는 듯 종인이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하면서 나 뭐 부를까. 하고 종인에게 물었다.

종인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하고 뚱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예상과는 다른 반응에 기분이 살짝 내려앉았다. 이거 불러줘. 하고 다정하게 말해줄줄 알았는데... 나도 덩달아 뚱한 표정을 짓고 그냥- 하고 앉아 있는 종인을 내려다봤다.

 

 

 

"아무거나 불러."

"아, 그런 거 말고. 골라달라고."

"너 다 잘 부르잖아."

 

 

 

종인은 내가 전에 노래방에서 불렀던 팝송을 흥얼거리며 책상에 엎드렸다. 나는 마지막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아니야, 경수야. 정신차리자. 김종인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야. 근데 내가 불렀던 팝송은 왜 흥얼거려? 저거 불러달라는 건가? 아냐, 의미 부여하지 말자 도경수!

내 머릿 속에서는 이미 종인이 방금 흥얼거리던 노래를 하기로 결정해버렸다. 나는 너무 단순해. 스스로를 자책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얘들아, 축제가 다가온다."

 

 

 

아이들의 환호소리에 잠시 인상을 찌푸렸던 담임 선생님은 소란스러워진 아이들을 집중시키려 다시 책상을 탕탕치며 말을 이었다.

 

 

 

 

"동아리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각 반에서 3팀 이상씩 무대에 서야한다고 학생부에서 그러더라."

"에이이이- 그걸 누가 나가요?"

"시끄러워 인마. 우리 반 신청자는 일단 김종인 외 몇 명이랑 도경수. 한 팀만 더 있으면 되겠네."

"헐, 미친. 왜 우리가 '외 몇 명' 임?"

"박찬열 다 들린다 이 새끼야. 너 선생님 앞에서 욕 했으니까 벌점 받으러 교무실 따라와."

"네? 아나... 존나 모순이야 하여튼. 자기도 욕해놓고."

"뭐? 자기? 저 새끼가 진짜!! 버르장머리 없이!"

"쌤... 제가 미쳤었나봅니다. 부디 몽둥이는 다시 제자리로..."

 

 

 

백현이 병신이라며 큭큭거리다가 앞자리에 있는 나를 쿡 찔렀다.

 

 

 

 

"김종인종, 너도 축제 나갈거야?"

"응. 나가보게."

"나도 같이 나가자."

"헐, 갑자기 왜?"

"나도 점수 딸 사람이 있어서... 흠, 여튼 같이 나가기다?"

"그래, 뭐... 근데 노래는 이미 정해뒀어."

"오키오키. 연습 이따 같이 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엎드렸다. 아 뭔가 일이 커지는 기분이다.

우울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는 복잡한 심정에 빠질 쯤, 나는 찬열이 노란 벌점카드를 이마에 붙이고 앞문을 벌컥 열며 들어오는 것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

나뿐만 아니라 교실 전체가 폭소했다.

담임 선생님이 괴씸죄로 벌점카드 뒤에 양면테이프를 붙이고 찬열의 이마에 고정시킨 것이다.

찬열은 씩씩거리며 웃지 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반 애들의 놀림은 끊이질 않았다.

멍청아 그냥 떼면 되잖아. 종인이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찬열은 울상을 지으며 창 밖을 손으로 가르켰다.

담임이 지켜보고 있어... 종인이 찬열의 중얼거림에 비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본 수업이 모두 끝나고 음악실로 온 백현과 나는 의자에 앉아서 잡담을 하다가 이내 여기 온 목적이 생각나서 축제 때 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래서, 노래 뭐 부를건데?"

"Just the way you are."

"브루노 마스 노래?"

"응."

"존나 유명한거라서 틀리면 다 아니까 개쪽이겠네."

"그래도 뭐..."

"하긴, 상관없어. 우린 잘 부르니까."

 

 

 

어디서 나온 자신감?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백현이 따라 인상을 찌푸리며 그럼 아님? 하며 되받아쳤다. 아니, 뭐... 못 부르는건 아니지...

백현이 만족한 표정으로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너 종인이한테 보여주려고 부르는 거지, 그 노래?

 

 

 

"뭐? 어? 미친거아냐?"

"왜 당황하는거지? 그냥 말한건데. 왜 얼굴은 빨개진거지?"

"뭐? 아니야. 얼굴이 빨개졌다고? 안돼. 미치겠네."

"안 빨개졌는데. 멍청이 새끼."

 

 

 

백현이 마치 내 마음을 꿰뚫고 있는 듯 배를 잡고 웃었다. 이 새끼 역시 수상해. 백현이 내 얼굴 앞까지 와서 중얼거리자 나는 슬금슬금 몸을 뒤로 뺐다.

뭐, 뭐... 야 시끄럽고 연... 연습이나 하자. 백현은 당황하는 나를 보고 또 웃었다. 그래라-

나는 피아노 앞에 가서 앉았다. 오래 된 피아노 의자에선 내 무게에 의해 잠시 삐꺽 하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그 소리마저 창피했다.

뒤에서 백현이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고 내 마음이 투명해져서 백현에게 다 들키고 있는 느낌이였다. 창피했다. 가릴 수도 없이 나는 모두 들켜버린 것 같았다.

왠지 상실감이 들어 말도 안되는 짓이지만 괜히 옷을 여미다가 빨리. 하고 제촉하는 백현의 목소리에 놀라 열 손가락을 모두 피아노 위에 얹었다.

 

 

피아노는 머릿 속에서 의식하고 연주되지 않았다. 그냥 손가락에 익힌 그 습관대로 흘러가듯이.

머릿 속은 오로지 그 누군가의 생각밖에 나질 않았다.

한심하고도 멍청하게 모든 회로는 생각을 거치지 않았고 목을 타고 입으로 나오는 내 목소리도, 귀를 파고드는 피아노 소리와 백현의 흥얼거림도,

아무것도 내가 그 애를 생각하는 걸 방해할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 김종인을 좋아하고 있었다.

 

 

 

 

 

 

 

 

 

 

 

 

 

 

 

"변백현은 뜬금없이 웬 노래세요?"

"니 고막을 녹여서 너 불구 만드려고."

"씨발놈. 안돼. 아직 불구가 되기에는 나는 만날 여자들이 줄을 섰어."

"어휴, 저 병신을 어떡하지?"

"지랄."

"저 키만 큰 개새끼가."

"개새끼는 너고. 눈 쳐진거봐. 그거 어따쓰냐?"

"니 야리는데 쓴다 도비새끼."

 

 

 

 

백현과 찬열은 만나면 투닥거리면서도 항상 잘 붙어다녔다. 저게 죽이 잘 맞는거겠지. 그럼 나랑 종인이는?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서 종인을 곁눈질로 쳐다봤다. 종인은 선풍기로 땀에 젖은 옷을 말리고 있었다. 머리도 가끔 털어주면서.

으, 미치겠다. 원래는 땀냄새 난다고 놀려야하는데 이 타이밍에는... 근데 못 가겠어. 뭔가 변백현이 나를 주시하고 있는 느낌이니까.

 

 

 

 

"아 맞다. 도경수."

"어... 어?"

"노래 뭐 불러?"

"그... 그거 비밀인데."

 

 

 

 

내 말을 들은 백현이 풉하고 입을 막고 웃음이 터졌다. 뭘 비밀이야. 도경수 이 병신새끼. 종인은 뭐야. 하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시 땀을 말렸다.

연습하는 거 힘들지. 백현이 찬열에게 물었다. 아니, 난 댄싱머신이니까. 찬열아, 진짜 지랄도 병이래. 변백현 저 씨발놈. 인정을 안해줘요.

 

 

 

 

"축제 때 보라고. 내가 댄싱머신인지 아닌지."

"지랄머신."

"아 그거 개그임? 꺼져라 개새끼야."

"어, 도비새끼야."

 

 

 

 

지랄들 그만 하고 이제 연습하자 박찬열. 넵 종인님. 둘은 노래를 틀고 다시 연습을 했다.

음악실에서 백현과 둘이 조용히 앉아서 연습하던 우리는 이렇게 특별실이 더워질 수도 있구나 싶었다.

무용실은 들어올 때부터 찜찔방처럼 후끈한 열기가 가득했다. 얼마나 연습했으면... 했는데 안 그래도 둘 다 땀범벅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그리고 또 저렇게 연습하는 것을 보니 괜히 자극이 됐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은 더 이상 연습할 생각이 없었기에 애들 간식이나 사오자. 하고 연습하는 둘을 뒤로하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뭐 사가지? 그냥 분식이랑 음료수 사가자, 귀찮아. 그래, 그러지 뭐.

학교 앞 분식집에 들려서 떡볶이와 튀김, 순대를 사고 순대는 꼭 소금에 찍어먹는 찬열을 위해 소금도 넉넉히 얻어왔다.

그리고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슈퍼에서 이온음료 두 캔과 우리가 마실 우유 두 개를 집었다.

만족스럽게 한 아름 싸들고 무용실로 들어가자 둘은 환호하며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도 기쁜 마음으로 털썩 앉아 먹을 것들을 쏟아 펼쳤다.

 

 

 

 

 

"혹시 소금은?"

"있지 여기."

"오 역시 똥백... 사랑한다 내가."

"싫어. 존나 꺼져."

"튕기는 것도 사랑스러워. 잘 먹을게."

"나도 잘 먹을게."

 

 

 

 

넷이 신나게 앉아 떡볶이를 이쑤시개로 찍어 먹고 튀김을 남은 떡볶이 소스에 묻혀 거의 다 먹어 치워 갈 쯤, 얘기를 꺼냈다.

아, 그 고등학교 원서 쓸 때 되지 않았냐? 아니 몇 달 더 있다가. 지금 여름이잖아. 아 그렇지. 그럼 우리 어디 쓸 지는 대충 정했음? 아 맞다.

무던히 같이 간다고만 얘기 했지 어디를 쓸 지는 정하지 않았었다. 어디 쓰지? 실업계는 좀 아니고. 그래, 우리 성적에 오버임. 니 성적빼고 나머지가 오버겠지. 똥백, 현실직시하게 해주셔서 감사. 응, 존나 유어웰컴.

 

 

 

 

"그냥 가까운 데 쓰지 뭐."

"맞아. 거기 준면이 형 다니잖아."

"아 그렇지? 미술한다고 깝치다가 예고 떨어지고 병신."

"아싸 일러야지."

"아 백현님. 제발요. 집에 갈 때 소원말해. 다 들어줄게. 제발..."

"생각 좀 해볼게. 찌질아."

"여튼 가까운 데가 제일 좋대. 생각해봐라. 야자 끝나면 10시인데 버스 타고 다니면... 으 씨발."

"맞아맞아. 나도 동감."

"그럼 1지망은 거기 넣지 뭐. 어차피 거긴 계속 미달이였어. 후져서."

 

 

 

 

넷 다 고개를 끄덕이며 음료수를 마시고 각자 캔과 곽을 구긴 후 싸온 검은 봉지에 쓰레기를 넣었다.

마지막으로 무용실을 제대로 정리하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우리가 나올 때까지 더운 열기는 가시지 않았다. 내일이면 식어있겠지. 그리고 다시 연습하느라 더워질꺼고. 뭔가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종인과 찬열이 열심히 춤 추는게 좋았다. 우리는 미래가 아예 없는 문제아들도 아니였고, 각자 자신이 뭘 좋아하는 지도 알고 열심히 했다. 그 자체가 좋았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똑같았으면 했다. 같이 다니는 것도 변함 없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것도 변함 없고, 그냥 이대로가 너무 행복했다.

축제 때 볼 우리의 모습이 기대되기도 했다.

우리는 함께인게 너무 좋았다.

그게 친구이던 뭐던 그냥 너무 좋았다.

 

 

 

 

 

 

 

 

 

 

 

 

*

 

 

 

 

 

 

 

우리는 그 광경을 보고 문을 다시 닫을 생각도, 눈을 감을 생각도, 차마 비명을 지를 생각도 하지 못했다.

모든 생각과 행동이 정지된 듯 아무 것도 움직일 수 없었다.

하나, 둘, 셋, 넷... 열, 스물, 아니 그 이상. 쌓여 있었다. 그래. 쌓여 있었다고 표현하는 게 가장 넘치지도 적지도 않은 표현일 것이다.

죽었는 지, 살았는 지도 모르게 쌓여 있었다. 그것도 우리 학교 교복을 입고.

 

 

 

 

"이게..."

"죽... 죽은거야?"

"우리 학교 애들?"

"설마... 이게 말이 돼?"

"사람이야? 인형, 뭐 그런거 아니고?"

"안돼, 아닐거야."

 

 

 

다들 이성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과 함께 말을 마구 쏟아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그냥 당연하게 질문만 이어졌다.

모두가 이성을 되찾고 저들의 생사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걸릴 듯 했다.

이번엔 준희도 충격을 먹은 듯 가만히 서 있다가 벌벌 떨며 그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누나! 하는 준면의 목소리는 이미 귀에 들리지도 않는 듯 구석구석 주위를 삥 돌면서 훑어봤다.

처음 듣는 준희의 떨리는 목소리를 끝으로 다들 아무런 말도 더 이상 꺼낼 수 없었다.

 

 

 

 

"다, 죽은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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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왜죠 왜 자꾸 다 죽는거죠ㅠㅠ 이때까지 준희가 제일 의심스러웠는데 또 아닌것같기도하고..ㅜㅜ 됴혜님 제가 엑소 공포물중에 열네번째 교실 제일 좋아하는거 아세여ㅜㅜ 언제든지 기다릴테니 틈날때마다 꼭꼭 인티 찾아주시길ㅠㅠ♥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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됴혜
감사합니다 독자님ㅠㅠ 제 글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다행이예요ㅠㅠㅠㅠㅠ 엉엉 아니예요 자주 들릴거예요! 어서 기운 차리고 열심히 완결까지 달릴게요♥ 하트! 다음편에서 뵈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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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대박 소름돋아요ㅠㅠ 어서 빨리 4의 비밀이 밝혀졌으면 좋겠어요ㅠㅠ 정말 작가님 금손이신듯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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됴혜
독자님 안녕하세요! 왜 저는 점점 막장이 되어 가는거 같을...까요.... 근데 뒤에 보시면 이해가... 가실거예요... 허허 금손이라니ㅠㅠ 감덩입니다...ㅠㅠㅠㅠㅠ 저랑 완결까지 같이하실게여 하트 댓글 감사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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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됴됴디오에요ㅠ퓨ㅜㅠㅠㅜㅠㅜㅜㅠ 진짜ㅜㅠㅠㅜㅠㅜ나 소름기쳤어옄ㅋㅋ작가님ㅋㅋㅋㅋㅋㅋㅋㅠㅜㅠㅜㅜㅠㅜ 다 죽었다니 허ㅓ유ㅜㅠㅜ 과연 5반엔 뭐가 있을지 다음얘기가 또 기대됩니다ㅜ 하필 제가 5반인데 참..ㅋㅋㅋ 공포물 중에 유일하게 이거 보고있저영....ㅎㅎ 아프시다면서 건강 잘 챙기시구요ㅠㅜ 다음편 천천히 또 기대할게요 화이팅!!!!얍얍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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됴혜
♥됴됴디오님♥
방금 댓댓 달고 왔는데 허허.... 항상 감사합니다ㅠㅠ 같이 달려주시는 독자님이 많아질수록 힘이 나요ㅠㅠㅠㅠ엉엉 감덩.... 아픈거 얼른 털고 일어날게요 독자님 덕분에 찡긋! 독자님들 위해서 빨리 13편 들고 뛰어올게요! 건강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하트.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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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오오왕 댓댓 ㅠㅜㅠㅜ 작가님 금손이에여ㅕㅜㅠㅠㅜㅠㅜ흐규ㅠㅠㅜ 그래도 건강이 우선인거 아시죠?? ♥3♥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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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우왕..공포물은 처음봐서 그런지 소름이 되게 많이돋네요ㅠㅠㅠ작가님이 잘쓰셔서 그런가ㅎㅎ 막 복잡하지도않고 적당히 무서워서 재밌는거같아요ㅠㅠ신알신하구갑니당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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됴혜
안녕하세요 독자님! 제가 머리가 나빠서.... 복잡한건 못...써서 그래요 엉엉ㅠㅠㅠㅠ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알신도 감사드려요 끝까지 함께 달려요 사랑해용 하트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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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오!오랜만이예요!!!기다려써여ㅠㅠ역시 재밌어요ㅠㅠ짱짱걸!!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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됴혜
안녕하세요 독자님!! 기다리셨다니 죄송하네요ㅠㅠㅠ 엉ㅇㅓㅇㅠㅠㅠㅠㅠ 댓글 감사해요! 독자님이 더 짱짱걸 하트. 끝까지 쭉 같이 달려용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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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왜지??왜때문에 다죽는거예여??완전 무서워요
ㅠㅇㅠ이제잠어떻게자요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아무튼항상재밌게읽고가여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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됴혜
안녕하세요 독자님! 하필 밤에 보셔서 흐흐... 이번편은 별로 무서운 부분이 없어서 괜찮으셨을텐데 찡긋.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하트 다음편에서 뵈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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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됴혜님!!도경water에요! 진짜 경수짝꿍을 시작으로 민석이 등등 다 죽어가는건지..ㅠㅠ 준희랑 숫자4가 읽는데 계속 생각나네요..
중간에 백현이가 음료수뿜을때 시원하게 웃지못한1인(절대 저도 저런경험이 있어서는 아니예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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됴혜
♥도경water님♥
계속 뵙네요! 아예 머릿 속에 닉네임이 박혔어요...ㅋㅋㅋㅋㅋㅋㅋ 아예 이번엔 싹 다 죽다니ㅠㅠㅠㅠ 죽이고 싶지않은데... 다음 팬픽부턴 좀 발랄한거 쓰고 싶어요... 어떤걸 쓰던 이것보단 가벼운 내용일듯 싶지만요ㅋㅋㅋㅋㅋ... 음 독자님이 추리하실수록 범인이 보이실거예요.
엌ㅋㅋㅋㅋㅋ 진짜 음료수뿜으신적 있으신거예욬?ㅋㅋㅋㅋㅋ 전 사래들린적이.... 여튼 댓글 항상 감사해요ㅠㅠ 다음편에서 뵈요 하트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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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헉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글 저번에봤던건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시다정독하고왔어요!!계속오신다니...♡신알신ㅇ하고가요!!!암호닉..해도될끼요ㅠㅠㅠㅠㅠ열시정각 으로핳..다음편기다리고있겠슴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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