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닉 써드리기로 약속했으니까 8편에 달렸던 독자님들 암호닉, 조심스럽게 쓰고 갈게요...☞☜
하얀색으로 하려다가 모바일을 배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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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쏘, 귤, 링세님은 제가 잠수타도 계속 같이 달려주시던 ㅠㅠㅠㅠ 고마우신ㅠㅠㅠㅠㅠ 독자님들..
새롭게 암호닉 신청해주시고, 신알신해주신 모든 독자님들도 너무너무 감사해요.
끝까지 함께 합시다. 껄껄.
댓글, 추천, 신알신, 암호닉 신청은 사랑입니다... 하트.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사랑해요. 받아주세요. 깔깔....♥
09
"도경수, 너."
"..."
"운동화."
종인이 미간을 좁히며 경수의 발을 가르켰다. 경수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자신의 운동화만 보고 있었다.
생각에 빠진 듯 귀에선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도대체 범인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 건지. 나는 왜 관련 되어 있는 건지.
핀트가 딱 끊긴 듯 그 자리에서 자꾸만 운동화만 내려다 봤다. 준면이 다가와 경수의 어깨를 툭 쳤다. 경수가 무표정하게 준면을 쳐다보자 준면 또한 표정이 좋질 않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누구나 의심하겠지. 그래.
민석이가 의심당했던 것처럼.
민석은 종인에게 끝 없는 오해를 샀겠지만, 사실 속으로 다들 민석에게 의아함을 가지고 있긴 했다.
단지 믿고 싶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던 것 뿐이였지. 오랜 친구라지만 모두에게 화살촉을 겨누고 있었다. 범인은 우리 중 한 명일지도 모르니까.
갑자기 사라진 민석. 열려 있던 뒷문. 하지만 민석이 죽음으로써 오해는 풀린 듯 했다. 종인도 충분히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고, 이성을 잡기 힘들었다.
학교란 공간, 생각할 수 없는 곳에서의 극도의 긴장감과 심리 게임은 모두 계획된 것인 듯 했다.
자신들의 과거를 너무 잘 안다는 전제 하에 서로가 서로를 의심해야 했다.
어쩌면- 이걸 노린 걸지도 몰라. 모두가 과거를 회상하고, 끼워맞추고, 그렇게 풀어가야 범인이 누군지 알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범인이 바라는 것이 대충 윤곽이 잡히기 시작한 것 같기도 했다.
"경수야, 미안한데..."
"알아 형. 우리 지금 서로 다 의심하고 있잖아. 지금은 나일거고."
"믿고 싶어. 경수야."
"나도..."
*
"자살한 건 가봐."
혜인의 옆에는 유서인 듯 알 수 없는 몇 글자가 쓰여 있었다. 길죽하고 반듯하게 꺾어 쓴 글씨가 유난히 돋보였다.
<고맙습니다. 마지막은 행복하게.>
"아니, 죽인거 아니야?"
"자살 한 거 아니야? 유서 까지 있는데-"
"조작 한 걸 수도 있지. 충분히 가능 하잖아."
머리가 뒤 엉킨 듯 복잡했다. 이젠 예전의 우리를 회상하는 것도 힘들었다. 무언가 소름 돋는 결말이 나올 것 같았다.
이제 아예 시체 근처에는 가까이 가지 못한 채로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혜인의 시체를 올려다 봤다.
왜, 저 아이는 웃고 있는 걸까. 이젠 섬뜩함을 넘어서고, 안정이 되어 궁금함까지 밀려들어 왔다. 나한테 저렇게 웃으며 고백했던 것이 눈에 훤한데-
경수가 회상하기 싫어 애써 고개를 저어봤지만 잊혀지지 않았다. 아마 평생 잊을 수 없겠지. 너도, 이 일도.
준희가 돌연듯 혜인에게 다가갔다. 혜인의 손에서 금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준희는 혜인의 손에 끼워진 금반지를 돌렸다. 장미 모양의 무늬가 일정한 간격으로 박혀 있고 돌려보니 빨갛게 새겨진 십자가가 눈에 띄었다.
천주교에서 쓰는 회전형 묵주반지인 듯 했다.
"예쁘다- 카톨릭 신자인가 보네."
준희가 반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준면아- 너도 천주교잖아, 안그래? 고개를 확 돌려 준희가 말했다.
찬열이 못 참겠는지 누나, 그만 하세요. 죽은 애 물건 함부로 만지는 거 아니예요. 누가 훔쳐가기라도 한대? 준희가 비웃음으로 찬열에게 쏘아 말했다.
세훈과 찬열은 준면의 누나를 미리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 아니였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사이에 성격이 저렇게 변한건가-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찬열이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지만 준면은 한숨만 쉴 뿐이였다.
세훈은 준희가 왜 그러는 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말 할 수 없었다.
입을 열었다가는,
준희가-. 세훈이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눈을 꼭 감았다.
"여기서 나가면 이런 반지 사줄게. 준면아."
"누나, 왜 그래 대체."
"너도 반지 가지고 싶어 했잖아."
"...누나!!"
"아, 미안. 이런 상황에서... 내 입이 방정이다."
준희가 뭐가 좋은지 입을 가리고 깔깔 거리며 웃었다. 그 모습이 흡사, 공포 영화에 나오는 마녀 같았다.
경수가 마녀를 떠올리고 으- 소리를 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종인이 가만히 혜인을 바라보고 있다가 한숨을 쉬며 준면을 향해 물었다. 형, 근데 저렇게 밧줄에 목을 매달아서 질식사하면 혀 내밀고, 그렇게 죽지 않나?
종인은 아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낙담해하는 경수 때문에 도저히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저런 말을 할 분위기는 아니였지만, 먼저 죽이고 저렇게 매달았다는 생각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아까부터 생각했는데, 저 유서... 혜인이 글씨체도 아닌거 같아."
"뭐?"
"아니, 나는 내가 편지를 받은 게 너무 신기해서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확실히 저런 느낌은 아니였어. 동글동글한 느낌이였는데..."
"맞아. 아무래도 죽이고 매단거 같아. 자살로 위장하고, 상처도 많잖아."
하나하나 알면 알수록 어딘지 모든게 어설펐다.
우릴 이렇게 완벽히 가두고, 인질까지 잡아둔데다가, 사람까지 죽였으면서. 왜 어설픈거지 이렇게?
*
"좋아해."
난 말을 이을 수가 없어 어버버-거리고 있었다. 머리가 혼란스러워 미칠 거 같았다. 지금 내가 들은 말이. 뭐? 좋아한다고?
종인은 그런 나를 보며 그저 웃고만 있었다.
뭐가 좋아서 쳐 웃는거야! 그런 경악스러운 말을 뱉어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뭐... 뭐? 니가, 나... 나를?"
"어. 김종인종 너를."
"아, 여기서 그게 왜 나와 또."
"내가 제일 마음에 드는 별명이니까."
내꺼같잖아. 니가. 두번째 경악스러운 말은 내 머리를 아예 싹 백지장으로 만들어버리기에 충분했다. 충분하고 넘쳤다.
야, 근데 오글거리는 거 알아? 내가 겨우겨우 찾은 말은 멍청한 저 소리 뿐이였다. 근데 진짜... 좀... 손발이...
종인이 갑자기 뭔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어. 그러니까- 아... 종인아. 대답해. ...뭘...
"몰라서 물어?"
"아니, 그게 좀... 일단."
"남자라고? 그래서 뭐."
"제발 아무렇지 않게 말하지 좀 마. 이 새끼야. 니랑 나는 친구거든?"
"친구에서 발전하는 거지. 안 그래? 넌 내 종이니까 내 말 들어."
"...시... 싫어."
종인의 표정이 정말,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히, 굳어졌다.
내가 잠깐 아주 잠깐! 조금 무서워져서 허- 하며 이상한 소리를 내며 피했다.
종인은 입을 헤 벌린 채로 멍하게 시선을 아무것도 모르고 신나게 놀고 있는 찬열과 백현에게로 고정했다. 나는 그 둘을 보고 미친듯이 달려갔다.
"야, 나. 나도 끼워줘."
"싫어."
김종인이 이런 기분이였겠구나. 매몰차게 거절당하다니-
나는 결국 멍청하게 서 있다가 멋쩍게 웃으면서 내 뒷통수를 잡고 종인에게 다가갔다. 야, 김종인아-
종인은 여전히 입을 벌린 채로 나를 불쌍한... 표정으로... 가지가지한다, 김종인. 이런 덜 떨어진 모습은 캡쳐감인데.
"야."
"..."
"...새...생각은 해볼게."
"어... 뭐? 진짜?"
종인의 표정이 해맑아졌다. 아깐 무슨 조직폭력배처럼 쳐다보더니.
지금 보면 완전 애라니까 애. 어떻게 보면 박찬열보다 병신같다니까.
사실 나도, 예전부터 종인을 좋... 아한 거 같긴 한데. 그게 친구로서 좋아하는 건지, 진짜 그런 이성끼리의 좋아하는 건지.
내가 내 마음을 알 수가 없어서 힘들어 미칠 거 같았다. 이걸 누구한테 털어 놓을 수도 없고.
종인은 그저 박찬열과 변백현 저 멍청이들만 쳐다보고 웃고 있었다.
가서 놀자. 우리도- 내가 가면 찬열이가 끼워 줄걸? 그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이세요. 토 나온다. 가끔보면 박찬열보다 니가 더 심해.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종인이 나를 죽일 듯이 쳐다봤고, 나도 종인을 똑같이 쳐다봤다.
종인은 가소롭다는 듯 연신 쯧쯧 대며 앉아 있던 책상 위에서 내려왔다. 약간 삐끗한 거 같았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진짜 잘한다.
마침 천둥이 쾅! 소리를 내며 쳤고 내가 놀라 종인에게 안기는 자세가 되어버렸다.
"억!!"
"..."
"..."
"...꺼져."
...뭐? 그 말을 왜 니가 하는 건데? 날 좋아하는 건 너 아니였냐?
종인의 까만 얼굴에서 약간 붉은 색이 도는 것을 본 거 같긴 한데, 착각이겠지 뭐.
종인은 나를 밀쳐내고 찬열과 백현에게로 다가갔다.
얘기를 하며 셋이 멍청하게 웃고 있는 것을 본 나는 꿀렁이는 기분으로 고개를 흔들며 멍청한 무리에 끼었다.
좋아해.
종인의 고백이 머릿 속에서 마구 날 뛰어 다니고 있었다. 아, 짜증나. 김종인. 처음부터 끝-까지.
*
준면이 혜인의 유서로 추정되는 종이를 들어 올려 봤다. 경수가 기억하는 그 글씨체가 맞다면, 이건 지어낸 거겠지.
모두들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범인이 죽인 것 같았다.
근데 웃고 있는 모습이 찝찝했다. 유서와 느낌은 일치하는 듯 한데, 살해 당했다?
"진짜 끔찍한 새끼다. 다 들통날 짓을."
"이렇게 허술해서는, 자신이 누군지 들킬텐데. 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짓을 하는거야."
이젠 한탄조로 변해가고 있었다. 저희끼리 이래봤자, 힘만 빠지는 짓이라는 걸 아는지 고개를 숙였다.
다들 지쳐 있는 상태였다. 밖은 이미 어둑어둑 해져 있었고, 세훈은 이미 졸린 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고개가 크게 흔들리자 화들짝 놀라서 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악몽을 꾼 것 마냥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정상적인 꿈을 꾸는 게 이상할 것 같았다. 모두 심적으로 지친 게 제일 컸을 것 이다.
"우리, 다 같이 눈 좀 붙이자. 한 명씩 돌아가면서 보초를 서면 좀 안전하지 않을까?"
준면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애써 뜨고 있는 눈에 한 가득 졸음이 차 있었다.
다들 동조하고 책상을 여러 개 붙였다. 덮을 것도, 베고 누울 것도 없었지만 일단 조금 자두는 것이 좋을 거 같았다.
더 이상의 이상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불가능 했다.
정신이 몽롱한 듯 귀신처럼 걸어다니던 모두가 누울 곳을 마련해두고, 여전히 불편한 시체를 눈을 꽉 감고 밧줄을 끊어 내렸다.
그리고 구석에 눕혀 교탁 위에 올려져 있던 담요로 덮어 두었다. 아무래도 이 교실 학생이 쓰던 것 같은데.
누구껀지 모르지만 잠시만 빌려야겠네. 그나마 혜인과 같은 종교인 준면이 혜인의 얼굴을 조용히 가리며 기도를 했다.
혜인을 아는 경수도 준면의 옆에서 어설프게나마 기도했다.
다들 손을 모아 기도를 한 후 나란히 누웠다.
다리가 책상 밖으로 삐죽삐죽 튀어 나왔지만, 상관 없다는 듯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첫번째로 가장 말똥한 찬열이 보초를 섰다.
정해진 시간이 지난 후에, 다음 사람을 깨워서 차례로 보초를 서기로 했다.
모두들 자신의 차례가 될 때까지는 편히 잠을 잘 수 있었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혜인이 자신을 보고 웃고 있을 것만 같아 모두 복도쪽으로 등을 돌려 잠을 잤다.
시체와 함께 자다니, 상식적으로 이상한 것 같았지만 감겨오는 눈꺼풀을 이길 수가 없어 스르르 잠에 빠졌다.
꿈에선 혜인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미안해.
우리 일에 끼어들게 해서,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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