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11월 11일
오늘은 수능 하루 전이야.
학교는 오전에 고사장 배정받느라 시끌시끌했고, 오후엔 다들 집으로 돌아가셔서 학교엔 사환들만 남아있었어.
통학하는 사환들을 제외한 사환 중에서는 유일하게 전정국만 수능에 응시하기로 했고.
전정국은 여유롭더라구.
"너 청소는 다했냐?"
"당연하지! 수능 고사장 잘 다녀왔어?"
"응. 확인하고 왔어."
"내일 실수하지 말고! 잘 봐야해!"
"걱정마"
"빨리 자야지.. 피곤하겠다"
"이제 진짜 얼마 안남았다."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전정국은 발길을 돌렸어.
부디..수능 대박났으면 좋겠다.
20XX년 11월 12일
수능이 끝났어.
나는 정국이 마중을 나갔지.
고사장 앞에서 기다리는데, 내가 두근두근거리더라.
사람들이 한두명씩 나오면서 애타게 기다리는데 저만치서 전정국이 걸어왔어.
"잘 찾아왔네"
"잘...봤어?"
"가서 채점해봐야지"
표정이 자신만만한게 예감이 좋았어.
.
.
"어떻게 됐어..?"
"...."
말을 잇지 못하길래 망했구나 싶었는데..
"만점이야."
"전과목 다?"
전정국이 고개를 끄덕였어.
말도 안돼.
진짜....진짜 전정국이 다 맞다니...
환하게 웃으며 얘기하는거보니 절대 뻥은 아닐 것 같아.
다행이다...
20XX년 11월 13일
학교에 도련님들과 아가씨들이 다시 등교하셨어.
윤기도련님도 등교하셨어.
"도련님 수능 잘보셨어요?"
"물어보지마 완전 망했어.."
"..괜찮아요!"
"맞아"
"...?"
"어차피 나 외국으로 대학가"
"아..."
"같이 가자."
"네????"
"어차피 지금 네 수준으로는 한국사회에선 못 버텨. 나랑 외국가서 새 출발하자. 너가 원하는 나라로 갈게."
"저..너무 갑작스러워서..."
이 때 갑자기 전정국이 나타났어.
"괜히 애 흔들지 마세요."
"뭐야 넌. 꺼져"
"이젠 그렇게 못하죠."
"뭐?"
"수능 끝났습니다. 이젠 다 끝이야."
"이 미친새끼가 진짜.,,"
"함부로 지껄이지마. 이제 참는 건 끝났어."
이게 다 무슨 소리지...? 나 지금 굉장히 당황스러웠어. 전정국이 도련님한테 어떻게 반말을 하지...? 참는게 끝났다는 건 또 뭐고?
"아직 대학 안갔어 너."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
"이젠..다시 한번만 더 똘마니들 시켜서 건드리면 가만 안있는다."
둘이 더 살벌해질 무렵에 사환 한명이 뛰어왔어.
"전정ㄱ..!아 도련님 계셨습니까"
"데려가든가. 천한 사환새끼."
윤기도련님이 가셨어. 천한 사환새끼라는 그 마지막말에 마음이 아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