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갖고 놀래(범키) 틀고 봐 주세요 ♡
https://www.youtube.com/watch?v=sEAM5MnjQ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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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최한솔로 말하자면 이런 사람이었다. 개철벽, 개싸가지, 개 같음.
마지막 개 같음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진짜 사람 화나서 돌게 만드는 개 같음이거나, 혹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오게 하는 개 같음이라고. 둘 사이의 갭은 무척이나 크다.
하여튼 최한솔은 개 같다, 그것도 굉장히.
![[세븐틴/최한솔] 특명: 최한솔의 철벽을 뚫어라! 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9/20/19/28145b748739cf05cd073f39b33e9e21.gif)
특명: 최한솔의 철벽을 뚫어라!
written by. 하형
나는 문고리를 돌리지도 못하고 한솔이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나보다 더 큰 한솔이의 키가 오늘따라 야속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아무런 말도 나오지를 않는다. 이건 진짜 겪어 봐야 아는 기분이다. 내 존재가 잘못된 것 같은 기분, 역시 말로 설명하는 건 어렵다. 하여튼, 특유의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던 한솔이의 입이 열렸다.
"안 들어가요?"
"어, 아니, 들어가야지. 문도 안 열었네, 내가."
바보 같은 나를 탓하며 문을 열었다. 텁텁한 먼지 냄새가 우리를 반겼다. 우리 동아리실은 늘 이렇다. 들어올 때마다 치우고 또 청소해도 먼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콜록거리며 창문이 있는 방향으로 급히 걸었다. 두 겹의 창문을 모두 열자 사람이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매한 온도의 저녁 공기가 흘러 들어왔다. 나는 그제서야 한솔이를 향해 돌아보았다. 한솔이는 문을 닫고는 소파에 앉아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문득 내 얼굴이 빨갛게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으음, 그래. 한솔아, 너 나랑 같이 듀엣으로 나가게 됐어. 알지?"
"선배 문자로도 봤고, 하여튼 알고 있어요."
그래, 아는구나......
더는 이을 말이 없었다. 둘 다 꿋꿋하게 조용했다. 누가 보면 초상이라도 난 줄 알았을 것이다. 심지어 우리는 스마트폰도 만지지 않았다. 상상이 가는가? 텁텁한 동아리실, 서로 마주치지 않는 눈, 그리고 짝사랑 남녀. 어색한 공기 속에서 버티는 게 힘들었던 나는 먼저 말을 꺼냈다. 내가 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계 침묵 기네스 신기록을 세울 것만 같았다. 차마 눈을 못 마주치겠는 마음에 테이블만 쳐다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다른 행사도 아니고 축제 나가는 거잖아. 우리 학교 축제 꽤나 유명한 편이고...... 그래서 이렇게 일찍 준비하는 것도 맞구. 우선은 노래부터 골라야 한다고 생각해."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슬쩍 한솔이의 눈치를 보았다. 아, 눈 마주쳤다. 한솔이의 시선은 여전히 날 향해 있었지만 나는 금새 고개를 숙였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망했어, 분명 한솔이가 부담스러워할 거야. 나는 바보야......
그래도 말은 끝내야 했다. 여태 지켜본 결과, 최한솔은 답답함을 견디는 데 젬병이다. 물론 스토커는 아니다.
"어, 그래. 노래를 고르자고 했지, 내가? 한솔이는 뭐 생각해 본 거 있어? 나도 몇 개 생각은 해 왔거든."
한솔이는 몸을 소파에 깊게 기댔다. 사실 그것을 보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너무 잘생긴 거 아닌가요. 심장에 무리 올 수준인데요. 그렇다고 이런 속마음을 본인에게 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누군가 내게 저렇게 말한다면 나라도 소리라도 지르며 도망칠 거니까. 여기 변태 있으니 잡아가라고 말이다. 나는 옅게 심호흡을 했다. 이 상황에서는 안정이 필수적이다.
"선배, 우리 같이 부르잖아요."
"응? 그렇지. 같이 부르지."
Me You 어떻게 생각해요. 선배 목소리랑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순간 머릿속에 Me You 가사가 스쳐 지나갔다. 달달함이 몸을 휘감는 듯했다. 한솔이 목소리로 그 노래를 듣는 순간, 쓰러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벌써부터 듣고 싶어졌다. 축제 언제 오지? 도대체 언제? 담담한 목소리로 건넨 노래 제목이 귓가를 맴돌았다. 저기, 선배.
"별로예요? 대답이 없어서."
"아, 아니. 그냥 어떨까 생각해 보고 있었어. 우선 Me You로 연습해도 좋을 것 같아."
순간 한솔이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아. 이 듀엣 끝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행동 하나하나에 설레 죽겠는데 어떡해...... 숨을 가다듬었다. 제대로 해야 한다, 이건 사심 아닌 동아리 활동이니까.
그 후로 몇 가지 논의가 더 이어졌다. 우선 연습곡은 Me You로 결정했다, 후보 곡들 몇 개만 간추려 놓고. 그리고 일부분은 개사를 하고, 파트 재분배도 하기로 했다. 내 파트가 너무 적을 거라며 파트를 다시 나누어야겠다는 말에 설렜다는 걸 한솔이는 모르겠지...... 노래 자체가 매우 설레고 또 서로 좋아 죽겠다는 내용인 게 살짝 마음에 걸렸다. 나야 괜찮지만 한솔이가 할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나에 반해 한솔이는 이 듀엣 자체에 아무 감정이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둘이 듀엣을 한다는 사실은 나를 설레게만 만든다. 어느 정도 계획이 짜였기 때문에 Me You 노래를 한 번 들어 보고 오늘은 이만 헤어지기로 했다. 노래가 오늘따라 빠르게 흘렀다. 마지막 소절이 벌써...... 끝나 버렸다.
"선배, 안 나가요? 열쇠는요?"
"아, 내일 아침에 쓸 일 있다고 잠가 두지 말랬어. 창문만...... 아, 한솔이가 닫았네!"
동아리실을 나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나란히 문을 향해 걷는 그 순간이 지나치게 짧다. 슬쩍 본 한솔이는 휴대폰을 하고 있었다. 괜히 말을 걸고 싶어진다. 나와 함께하는 순간에 내게 집중하지 않는다는 게, 그게 우리 사이라는 게 문득 속상했다. 사람은 욕심의 동물이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말만 해도 좋았는데 어느 순간 애정까지 바라다니. 반했을 때는 얼굴, 뒷모습에도 설렜다. 같은 동아리에 든 이후로는 가까이 앉아 있는 것에 설렜고, 지금은 나를 바라봐 주지 않음에 속상해하고 있다니. 그러나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곳은 교문 앞이었다.
"그래, 한솔이 오늘 고생했구. 모레? 모레쯤 다시 얘기하면 될 것 같아. 그동안 노래 가사는 외워 오자."
내 말이 끝났음에도 한솔이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살짝 치켜든 시야 속 한솔이는 노을 아래 빛났다. 짝사랑은 일종의 우상화라던데, 그 말이 진짜구나 싶다. 입술이 달싹였다. 문득 시간이 마음에 걸렸다. 어제부터 가게 된 독서실에 적어도 두 시간은 있어야 한다. 일주일 세 번, 두 시간씩. 이렇게만 해도 몇십은 깨진다. 돈 걱정도 잠시 한솔이 생각이 물밀듯 쏟아졌다. 한솔이는 어디 가지. 저녁이니까 공부하러 가기는 할 텐데. 아무리 관심 있게 본다고 해도 모든 사생활까지 꿰고 있는 건 아니다.
"알겠지? 나 이제 갈게. 고생 많았어."
저기 선배, 들려 오는 말에 고개를 돌렸다. 어디 가는데요? 이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분명 노벨 문학상을 타고도 남았을 것이다. 한솔이가 내게 표현해 준 첫 궁금증이다. 의무적으로 물어봤을지도 모르지만 그 질문 하나로 나는 세상을 행복으로 채울 수 있는 사람이다.
"나 이제 공부하러. 저어기, 음. 학원가 몰려 있는 데 있는 독서실 다녀."
"독서실 다닌 지 오래됐어요?"
응? 아니, 어제부터. 이상하게 대화는 끊어지지 않았다. 믿기지 않는 일들에 지금 꿈을 꾸는가 싶을 정도로. 한솔이는 고개를 몇 번 까딱이더니 말했다. 저랑 같은 독서실 다니는 것 같은데요, 선배.
"아래 편의점 있고, 위로는 일반 주택이고. 맞죠."
하느님, 저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받듭니다, 하느님. 부처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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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초록글에 힘이 너무 나 버려서 예상보다 빨리 오게 됐네요 얼추 완성된 3편은 빠르게 올라오겠지만 그 뒤로는 저를 오래 보고 싶어 해 주세요 모든 소통 감사히 받습니다 암호닉 신청해 주셔도 해치지 않아요 감사합니다 많이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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