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Hocus-Pocus(2LSON) 틀고 봐 주세요 ♡
노래 꼭 틀고 봐 주세요.
*
전해져 오는 풍문에 따르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한다. 누가 만든 말인지는 몰라도 평생 솔로로 사셨으면 좋겠다. 내가 한솔이 두드린 지 몇 달인데...... 차마 찍을 수는 없다. 하여튼, 짝사랑 경험 없는 사람이 위로차 만든 듯한 말에 마음이 상할 뻔했다. 상할 뻔한 거다. 한솔이는 어려운 상대다. 그래도 여기에서 포기한다는 게 말이 돼? 어, 저기.
잠깐, 한솔아!
![[세븐틴/최한솔] 특명: 최한솔의 철벽을 뚫어라! 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62822/8b5d0369f03b87baea5910f363513bfd.gif)
특명: 최한솔의 철벽을 뚫어라!
written by. 하형
Me You에 오던 잠이 달아난 후, 나는 팔자에도 없는 비수면 수업을 듣기에 이르렀다. 평소에는 이석민을 핑계 삼아 부족한 잠을 채우고는 했는데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는 것이다. 억지로 잠을 청하기에는 학생이라는 신분이 와 닿아 그냥 수업을 들었다. 세상에, 진짜 무슨 일 나나 봐. ○○○이 수업을 다 듣고. 뒷자리에 앉은 친구가 낄낄댔다. 내가 평소에 그렇게 수업을 안 듣고 살았나...... 반성도 잠깐이다. 몸은 잠들고 싶다는데 마음이 꿋꿋했다. 선생님과 몇 번 눈까지 마주쳤다. 이건 아무래도 기적이다. 그렇게 4교시를 마친 나는 뛰었다. 어디로? 급식실으로.
"오늘 급식 뭐래?"
"볶음밥이랑 미트볼. 나머지는 볼 필요도 없다."
그런대로 먹어 줄 수는 있는 식단이다. 다 같이 급한지 줄은 금세 줄어들었다. 나는 볶음밥을 한가득 퍼 담으려다 말았다. 안 그래도 둥근 얼굴이 더 동그래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지금보다 더 못생겨졌다가는 한솔이와 평생 눈 하나 제대로 못 맞추어 보고 매장될 것만 같았다. 여러분, 짝사랑하세요. 다이어트까지 시켜 주네요, 참나. 평소보다 빈약한 내 식단을 보고는 마주앉아 있던 친구가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조금 먹는 게 어색한가 보다. 내 이미지는 무슨 잘 먹는 돼지인가 봐...... 그래도 버텨야 했다. 덜 먹는다, 쟁취한다, 최한솔. 괜한 구호를 마음속으로 외쳐 보았다. 기분이 그나마 나아진 상태로 빈약한 식사를 끝마치고 나왔다. 계단으로 올라서며 내려다본 급식실 줄에는 분명, 저쯤에, 한솔이가,
"없잖아......"
이건 오류가 있는 것 같다. 원래 점심을 먹고 나와 계단 아래를 보면 한솔이가 친구들 사이에 있어야 하는데. 교실에 있는 건가?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나는 친구들에게 먼저 가라고 외치며 매점으로 뛰고 있었다. 아픈 걸지도, 어쩌면 단지 밥 먹기 싫은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을 붙일 기회가 생긴 것만 같다. 급히 캔커피 하나를 산 나는 이내 급식 먹으러 빠져나간 1학년들의 빈 자리로 휑한 복도로 뛰어 올라왔다. 1학년 6반이 보인다. 발소리를 죽여 창문 너머로 반을 슬쩍 넘겨다보았다. 아니, 보려다 주저앉았다. 만약 있다면 무슨 핑계로 말을 건네야 하는가, 없다면 여기는 올 필요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왕 온 김에 뭐라도 하고 가야 한다는 용기가 나를 가득 채웠다. 일어나 창문 너머를 보았다. 한솔이가 있다.
있는데...... 잔다. 어제 독서실에서 늦게 나온 건가. 창문으로 보이는 한솔이마저 피곤해 보이고, 또 지쳐 보였다. 등 하나에서 나오는 피곤함이라니, 하여튼 나는 조용히 발을 뗐다. 나무 판자가 아닌 대리석 바닥이 오늘따라 유독 고마웠다. 가까이 다가가기만 했는데도 심장은 뛰었다. 그러나 곧 누가 들어올지도 모른다. 그때는 제대로 스토커로 박제되는 것이다. 책상 위 빈 공간에 조용히 캔커피를 올려 두었다. 그래, 조용히 나가려고 했다. 교실 문에 거의 도달했을 즈음, 뒤에서 들려오는 한솔이의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누구야."
약간 갈라지는 한솔이의 목소리. 그 말에 놀란 나는 이내 큰 소리를 내며 뛰어 버렸다. 1학년 층에서 멀어지고 나서야 나 때문에 잠에서 깨 버린 한솔이에게 미안함이 몰려 왔다. 함부로 가면 안 되는 거였는데. 후회는 늘 늦다는 말이 맞나 보다. 교실 의자에 앉아 괜히 머리를 파묻었다. 분명 내 뒷모습을 봤을 것이다. 바보, 호구. 그래, 난 호구다. 애정은 사람에게 별짓을 다 하게 만든다. 그 예시는 나고.
이 멍함은 자습 시간까지 가시지 않았다. 야간 자율 학습, 물론 반쯤은 강제이기는 해도 학원 같은 핑계가 있으면 빼 준다. 나는 독서실을 내일로 미루며 어둠이 내려앉을 때까지 멍하니 공부를 했다. 조금 다른 상황이기는 하지만 헤어지고 공부에 전념한다는 말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어딘가에 집중을 하면 가지고 있던 감정은 반으로 줄어든다. 야자를 마치고 나선 하늘이 어둡다. 걸음을 재촉했다.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문득 귀를 기울였더니,
"아, 맞아. Me You...... 내일 만나야겠네."
보고 싶은 마음을 동아리라는 핑계를 달아 날려보냈다.
[한솔아!!! 낼 우리 동아리실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야 ㅎㅎ]
[기억하고 있어요]
중증 확인이다. 금세 날아 온 답장에 마음이 붕 뜨는 걸 보면 완전 병 맞는 것 같다. 손가락이 가벼워진다. 발걸음도, 마음도.
[Me You 듣고 가사 생각해 오기 ^ㅁ^ 낼 봐]
사소한 이모티콘 하나까지 신경 쓰게 된다. 진짜 별일이다 싶지만 마음이 그렇다, 참. 잠들기 직전까지 오지 않는 메시지에 끝인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마무리될 문자기는 하지만 기대는 늘 부풀기만 한다. 아, 이제 자야겠다. 마음먹고 휴대폰을 끄려는 순간 알림이 하나 반짝였다.
[기다릴게요]
세상에, 잠은 다 잤다.
*
오늘보다 수업 시간이 느리게 간 적은 없을 것이다. 대략 0.7배로 감은 듯한 속도로 나에게는 느껴졌다. 나는 그랬다. 수업만 듣고 담임 선생님께는 동아리 연습이 있다며 외치고는 내려와 버렸다. 가사지가 있는 파일 하나, 그리고 가방을 들고 말이다. 중간에 다리를 한 번 삐끗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열심히 뛴 건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덧 동아리실 앞이다. 동아리실 앞에 서서 천천히 숨을 골랐다. 아직 한솔이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천천히 문고리를 잡고는 돌렸다.
"왔네요, 선배."
와 있었다, 한솔이가. 흠칫 놀랐지만 티를 덜 낸다는 마음으로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저번 그 소파, 달라진 게 있다면 단지 우리의 위치다. 마주보기는 하지만, 반대편 자리로. 하여튼 이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조금 써 온 가사지를 파일에서 꺼냈다. 우선 듣고 시작해요. 한솔이가 Me You를 틀었다. 정적으로 가득했던 방에 노래가 채워진다. 소파에 기대 앉아 노래를 같이 한 번 듣고 나니 조금은 감이 잡힐 것도 같다. 저, 한솔아...... 내 말이 잘렸다.
"물어볼 게 있는데요."
"어? 응, 먼저 얘기해. 뭔데?"
괜한 불안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잘못한 게 이토록 많았나. 아니, 한솔이가 싫어할 짓은 꽤나 많이 했기 때문에 이러는 거다. 마음이 자꾸 오르락내리락거렸다. 질문을 기다린다.
"선배는 안 지쳐요?"
질문을 듣고서는 잠깐 고민했다. 뭐가 지치냐는 거지? 잠깐의 시간 동안 머리는 내내 과부하 상태였다. 마침내 나온 결론은 이것.
"그러니까, 한솔아. 너 좋아하는 거 안 지치냐는 거지."
고개를 들었을 때 한솔이와 시선이 맞물렸다. 천천히 고개가 움직였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할 말이 단 하나다. 말은 길어질 수 있어도 내용은 하나일 것이다. 이렇게 오래 눈을 마주본 것은 처음이다. 손을 한 번 쥐었다 펴고는 말을 잇는다.
"으음, 그러니까...... 대답부터 하자면 나는 정말 괜찮아. 네가 따라다녀 달라고 해서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니구. 또 보면 좋거든. 가끔 힘들다 생각은 들어도 너 보면 싹 가시거든. 이 정도면 대답이 될까?"
더듬더듬 말한 건 이번만큼 심한 적이 없던 것 같다. 말이 끝날 즈음에는 헛웃음까지 몇 번 지어 보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시선을 나누고 있었다. 한솔이가 옅은 웃음을 보였다. 내 앞에서 웃는 건, 저렇게 날 보고 웃는 것은 이번이 유일해서 너무 놀라고 말았다.
"다른 애들처럼 고백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티를 안 내는 건 또 아니고. 떨어지라고 재수없게 굴어도 떨어질 줄은 모르죠. 바보 같은 건 아는지 모르겠네."
이게 무슨 얘기일까. 전부 다 내 얘기는 맞는데, 저렇게 웃으며 장난투로 얘기하는 한솔이는 처음이라 많이 어색했다.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이다. 이 기적 같은 순간을 믿어도 되는 걸까. 이대로 꿈에서 깨어 울 것만 같았다. 선배, 저 봐야죠. 할 말 남았는데.
심장이 이대로 터지고도 남을 것 같다. 눈을 마주한다. 분명 얼굴이 새빨개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러다 죽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이 노래, 개사 어렵거든요. 선배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어, 그런 건 몇 번이고 도와줄 수 있지. 뭘 어떻게 하면 돼?"
그건 이따 얘기해요. 우선은 선배 가사부터 보죠. 긴장이 탁 풀렸다. 이 정도면 충분한 진전이고도 남지. 그 후의 대화는 여느 때처럼 조금 조용하고, 조금 차분하게 흘러갔다. 그렇지만 한솔이는 때때로 엷은 웃음을 지어 보인 것만 같았다. 내 가사는 어느 정도 괜찮은 방향으로 가는 느낌이다. 마음을 진정시키며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둘 사이에는 이쯤이면 끝내자는 암묵적 주장이 떠돌았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저어, 한솔아. 오늘도 독서실 가?
"아니요. 어제 갔거든요."
그렇구나. 말은 늘 교문 앞이면 끊기고 만다. 시간은 잘 가라고 보낼 시간이 맞는데, 자꾸만 아쉽다. 욕심이 더 커지면 안 될 텐데...... 속으로 중얼거려 봤자 그게 다일 뿐. 자꾸 뭐가 걸리는데, 기억이 안 난다. 뭐지, 뭐였더라.
"맞다, 선배. 제 가사 도와주기로 했잖아요.
"그랬지! 까먹고 있었다. 뭐 해 주면 돼?"
"토요일에 시간 있어요?"
이건 예상에 없던 질문이다. 잠깐 저 먼 나라로 떠난 듯한 정신을 억지로 붙잡아 왔다. 그러니까, 지금, 나 한솔이한테 시간 있냐는 질문을 들은 거지? 그냥 물어본 것이든 혹은 내 바람대로 이루어지든 대답은 있다. 넘친다. 낭비하고 있다. 얼른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솔이도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만나요.
다른 말도 못 하고 고개만 더 열심히 끄덕였다. 조심히 들어가요. 멀어지는 뒷모습을 힐끔 뒤돌아만 보았다. 집이 저 방향인가...... 독서실 가는 길이 날아갈 듯한 기분에 조금은 멀다는 것도 잊었다. 세상에, 저 진짜 토요일에 한솔이 만나요? 왜? 내가 어째서 한솔이를 만날 수 있는 거지? 독서실에 앉아서도 머리만 끙끙 싸매다 말았다. 직접 물어보지 않고서야 알 수 없는 일이다. 직접 들었을 때는 너무 놀라 다른 생각은 일체 들지 않았지만, 이제는 물어봐야 했다. 혹시 기대해도 되는 건가? 잡념으로 채운 두 시간은 지나치게 빠르게 흘렀다. 공부는 내일 해도 된다. 그럴 거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때를 놓치면 영영 말하기 힘들다. 만나는 날 첫 마디로, 저, 우리 왜 만나...... 끔찍해. 생각으로 떠올린 모습마저 끔찍하다.
[한솔아 혹시 자? 자는 거면 미안해 ㅠㅠ]
[안 자요 아직]
몇 번이나 키패드를 꾹꾹 눌러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지나친가? 아니 너무 돌려 말했나? 이건 너무 재미없어 보이는데. 사람 마음이 다 이렇다. 메시지 하나에도 잘 보이고픈 마음, 좋아하면 다 이렇게 되는 것 같다. 고민 속에서 조금은 초조하게 글자를 적어내려간다.
[우리 토요일에 만나는 이유가 뭔가 싶어서......]
[금요일이 편해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ㅠㅠㅠㅠ 그냥 너무 안 믿기고 그래서 물어봤어 ㅠㅠ]
[개사 도와주기로 했잖아요]
[맞지 근데 그게 왜...]
[Me You 분위기 비슷하게는 내 봐야 뭐라도 나올 것 같아서요]
이유를 알고 나니 설렘이 증폭된다. Me You는 온통 사랑 노래고, 우리가 토요일에 하게 될 것은 일종의 데이트라는 말이 된다. 말도 안 돼. 나 한솔이랑, 데이트......
[토요일 메가박스 앞 10시]
아무래도 토요일이 오기 전에는 내내 밤을 설칠 듯한 예감이 선명했다.
밤이 길었다.
*
드디어 한솔이 철벽에 금이 가나 봐요~ 여태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암호닉 따로 적어 두고 있으니 편하게 신청해 주세요 만약 노래 없이 읽으셨다면 감히 부탁드립니다 노래와 함께 읽어 주시길 바라요 곧 추석이네요 다들 좋은 명절 보내고 봬요 어쩌면 그 전에 올 수도 있지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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