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Somethin'(얼바노) 틀고 봐 주세요 ♡
* 철벽킹 한솔이 때문에 설레는 것도 재미있는 것도 없음 주의
5P 낭비 주의 작가 죄송함 주의
*
만약 하느님, 그래, 부처님이 실존하신다면 나는 그분들 앞에 무릎 꿇고 빌 수 있다. 저는, 저는...... 한솔이가 저를 좋아해 준다면 그대로 목숨을 내놓겠습니다. 물론 개소리. 한솔이가 날 좋아해 주는데 죽는다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한 소리일까. 하여튼 나는 죽음까지는 아니더라도 머리카락 정도는 내놓고 평생 탈모로 살아야 할 듯한 행운을 얻었다. 세상에, 제가 한솔이와 같은 독서실에 다닌다니요.
세상에 이런 일이!
특명: 최한솔의 철벽을 뚫어라!
written by. 하형
한솔이는 나와 같은 독서실에 다니는 게 맞다. 주변에 학원만 많지 독서실은 얼마 없는 신기한 구조의 학원가. 어머니께서 억지로 우겨 이름을 올려 버려 들어가게 된 독서실은 앞으로 내게 최고의 공간이 될 것이 분명했다. 어제 갔을 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정말, 정말 조용하고, 정말 재미없고, 정말 따분한 공간만이 내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들이 무슨 소용인가. 한솔이가 다니는 곳이라는데. 주변 시설 중 가장 좋은 편이라는 어머니 말을 믿기로 했다. 그나저나, 어제 한솔이는 없었는데?
"어제 내가 갔을 때는 한솔이 없었는데...... 그래서 다니는 줄 몰랐어."
일주일에 세 번 가요. 나와 똑같은 갯수다. 저 세 번에 의미를 두고 싶다니, 나도 참 중증이다. 교문 앞에서 멀뚱히 서 있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교문을 나섰다. 목적지는 같다. 즉, 같이 가게 되는 것이다. 정말...... 오늘도 집에 가면서 분수에 동전을 던질까? 이런 행운에 500원은 큰 돈도 아니다. 어색한 동행 속에서 살짝 쳐다본 한솔이는 휴대폰도 사용하지 않고 앞만 보고 걷고 있다. 설렌다. 말도 안 되지만 설렌다. 이 행복한 시간, 문득 한솔이가 나를 스토커로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절대로 아니라고 말해 줘야지.
"있지, 한솔아. 내가 아무리 너를, 아...... 그냥 너 따라 독서실 끊은 건 아니야. 부담스러울 필요 없어."
대꾸가 없었다. 오히려 그게 더 긴장감을 증폭시킨다는 걸 한솔이는 모르겠지. 죽어도 모를 거야. 독서실에 도착하면 분명 멀리 앉을 걸 안다. 그런 내게 걷는 시간은 죽어라고 빨리 가는 것만 같았다. 우리 학교는 시내와 조금 떨어진 언덕에 지어져 있다. 그래서 겨울이면 미끄러질 것 같다고 생각하고는 한다. 슬슬 시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내 말 이후로 우리 사이에는 그 어떤 말도 없었다. 무겁게 가라앉은 침묵이 말해 주는 것 같다. 야, ○○○. 한솔이는 너랑 말하기 싫은 거야. 어? 너랑 같이 걷는 이 길도 정말 싫은데 같이 걷는 거라고. 빠질 줄도 모르고. 왜 그렇게 멍청하냐? 그래, 자학 타임이다. 한 번 오면 끝이 없다. 짝사랑에 빠진 뒤로는 이렇게 되어 버렸다. 괜한 일에 기뻐하고, 또 순식간에 가라앉고. 멍청이 맞는 것 같네.
독서실에 도착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부담스러울 필요 없다는 내 말을 끝으로 우리는 어색한 정적과 함께 걸었다. 물론 나에게만 어색했을 수도 있다.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면 둘 사이 분위기 같은 거, 안중에도 없을 테니까. 한솔이와 이렇게 걸어 온 것 자체가 큰 기적이었다. 더 바라면 안 되지만...... 그래, 마음 커지는 걸 어떡해. 마지막 인사도 없었다. 각자 출입 카드를 찍은 뒤 자리를 찾아 떠났다. 기대할 걸 준 적도 없는데 혼자 떠올랐다 떨어진 것만 같았다. 그래, 공부해야지. 아......
한솔이 보고 싶다.
세 시간은 예상보다 빠르게 흘렀다. 두 시간이 기본은 맞지만 이상하게 더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세월이 문득 느껴지는 열여덟 여고생은 때로 이상한 판단을 하고는 한다. 어울리지도 않는 공부를 마친 뒤 조용히 가방을 싸 나왔다. 벌써 어둑해진 하늘이 유독 아쉬웠다.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봤지만 한솔이는 나오지 않았다. 같이 왔더니 같이 갈 거라는 무언의 기대가 있었나 보다. 가방을 슬쩍 올려 메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집과 독서실은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아, 나 한솔이 집도 모르네. 알고 있으면 그 사람이 바로 스토커일 것이다. 가까운 데 살았으면 좋겠다는 괜한 희망을 품고는 발을 재촉했다. 시내 근처라지만 밤은 아무래도 무섭다.
그렇지만 나는 안전하게 집에 도착했고, 운명이랄 것도 없이 한솔이와의 만남은 독서실에 함께 간 것이 다였다. 하루가 빠르게 흘러 버렸다. 씻고 침대에 몸을 던지다시피 누웠다. 오늘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 맴돈다. 한솔이와 같은 동아리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같이 부를 노래를 정하고, 같이 다니는 독서실로 같이 걸어가고. 같이 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말 한마디 못 붙였던 과거에 비하면 가히 장족의 발전이라 칭할 수 있겠다. 아...... 보고 싶어진다, 또. 한솔이 보고 싶어.
짝사랑으로 물든 밤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가는 것은 학생에게 고문이다. 그 시간에 일어난다는 것도, 사람답게 보이게 만드는 것도, 가자마자 0교시에 찌들리는 것도. 아침은 늘 매점에서 사 온 빵으로 때운 지가 일 년을 넘는다. 처음에는 도시락을 싸 주시던 엄마도 어느 순간 식탁에 돈을 올려 두시고는 주무신다. 그래, 돈이라도 주시니 감사해야 한다. 오늘도 인스턴트 풍미 가득한 빵을 질겅이며 1교시를 들으러 올라가는 중이었다. 저, 저기.
"한솔이잖아......"
약간 고동빛 도는 머리칼이 흔들렸다. 아침부터 한솔이를 다 보고, 오늘은 운이 좋을 것 같다. 아침 먹으러 매점에 갔다가 한솔이를 보는 건 처음이다. 일 년 넘는 시간 동안 처음이라니, 이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진다. 한솔이의 모습은 금세 사라졌지만 유난히 빵이 맛있었다. 내려올 때보다 반쯤은 더 빨라진 걸음으로 반으로 올라갔다. 우리 학교는 연장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 3학년이 가장 높은 층에, 그 아래가 2학년, 제일 어린 1학년이 맨아래에 있다. 매점은 지하에 있고. 올라가다 우연히 보게 된 한솔이는 오늘도 잘생겼다. 눈이 마주친 것은 아니라지만 슬쩍 보게 된 한솔이만으로도 심장은 뛰었다. 아, 수업 늦겠다.
급히 올라가면서도 웃음은 입가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자리에 도착해 앉자 종소리가 듣기 싫을 만큼 경쾌하게 울려퍼진다. 짝꿍은 이미 퍼질러 자고 앉았다. 아, 얘 좀 봐라.
"야, 이석민 일어나. 지금 종 쳤어."
"벌써? 이빨 안 까고?"
어, 안 깐다, 이것아. 등짝을 맞고서야 이석민은 밍기적대며 몸을 움직인다. 잔뜩 쌓인 교과서 중 용케도 수업 시간에 맞는 교과서를 꺼낸 이석민이 다시 잠들 생각인지 엎어졌다. 매일 잔다. 또 잔다. 그렇게 자면서도 질리지를 않나 보다. 한 번 더 깨울까 하다가 말았다. 알아서 하겠지, 뭐. 이러면서도 성적은 줄곧 중상위권 이상은 유지한다. 또라이에 천재. 그냥 이석민인 것 같다. 하여튼, 수업은 시작해 버렸다. 영어를 1교시부터 한다는 것 자체가 학교의 모순이다. 이석민처럼 고개가 자꾸면 숙여졌다. 아, 아......
"여기 들어갈 말은 Me야. 다음은 당연히 You고."
아, 잠이 달아나 버렸다. Me you, 최한솔. 아, 한솔이 보고 싶어.
*
여러분은 철벽 한솔이와 함께하고 계십니다 제목에 맞게 가려다 여러분이 영영 안 오실까 봐 떨리는 손으로 해명을 적네요 한솔이는 (모두에게) 철벽 치는 중이고 예쁜 독자님들께도 그럴 거예요 어느 순간 그 철벽 녹는 날까지 함께 걸어 주세요 4편은 이번 주 안으로 올라올 것 같습니다 봐 주셔서 감사해요 암호닉 받으니까 부담 없이 말해 주세요 저녁 먹었냐는 안부도 받습니다 독자님들과의 모든 소통은 의미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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