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세상으로 02 w.기분이나쁠땐 "...비밀이야! 좀 더 친해지면 얘기해줄께! 궁금하지?" 외국에서 왔다고 할 줄 알았는 데 비밀이라고 하니 왠지 이 아이가 한국인일 수 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이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고있노라니 이 아이가.. 아니 이제 이름도 알았으니 루한이라고 해야겠다. 루한의 웃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만약 내가 루한이였다면.. 아니 루한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안 아픈 사람이였다면. 그랬다면 아마 지금보다 더 윤택한 삶을 살고 있었을 것 같다.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다. 어떠한 상황이든 건강하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었을 것 같다. "민석아 너에대해서도 궁금한데..." 왠지 궁금하다는 루한의 말투가 귀여워 작은 웃음이 나왔다. 나는.. 나는.. 딱히 소개할거리가 있나..? "나..나는..나이..는..너랑동갑..이고..지금은..병원에서..신세지고있고...딱히..소개해줄만한..게..없다.." 그래. 나는 루한에 비해서 바깥생활한 경험도 적고 그렇다고 여기서 그렇게 재미있는 생활을 한 것도 아니다. 그동안을 돌이켜보면 딱히 내 인생은 의미있는 인생은 아니였다. 왜냐하면 그 동안 거의 병원에 있었으니깐.. 그나마 어릴때는 건강했지만 기억조차나지 않는다. 어릴 때 뭐했는 지 굳이 기억해봤자야 바깥생활에 더 간절해질 것 같아 일부러 생각하지도 않았다. "흠..민석! 그럼 너는 언제쯤 퇴원해?" 해맑게 나에게 물어오는 루한의 표정을 멍하니 보기만했다. 루한의 목소리가 작지 않아 분명 다른 아이들도 들었을 것이다. 어떻게 이 물음에 대답을 해줘야할까... 지금 이 질문을 받는 나는 매우 당혹스러웠다. 알면서 묻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데 일부러 확인사살을 하는 건지.. "..나는..퇴원 못해.." 목소리 갈라짐이 차차 나아지고 목소리가 아까보다 또렷해졌다. 또렷해진 내 목소리는 병실을 조용히 울렸고 분명히 다른 아이들도 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거짓을 말하는 것보다야.. 있는 사실을 말하는게.. 그래도 거짓된 희망을 주는 것보다야.. 차라리 현실을 말하는게.. 낫다는 나의 판단 아래에서 나온 결론이다. "왜?" 큰눈을 부릅뜨며 되물어오는 루한이 미웠다. 왜긴 왜야. 낫기힘든 병이여서. 차라리 죽음을 기다리는 게 더 빠른 병이여서 그런거지.. "어..그게..아마..너도...알거야..내병은 낫기가 힘든 병이거든.." 내 입으로 말하기 꽤나 덤덤했다. 솔직히 이제 덤덤해질 때도 됬다. 오랫동안 버텨왔고 언제나 고통과 함께 했지만 그것도 내 인생의 절반이였다. 익숙한거. 당연한 걸로 내 몸속엔 자리 잡은 건데. 왜 아직도 내 마음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지. 살날이 얼마 안남은 나인데. 왜 이렇게 날을 세우는 건지. 어찌보면 루한이 궁금한 건 당연한 거였다. 분명 병원에서 인생의 절반을 산 나와는 다르게 루한은 인생의 절반을 학교에서 보냈겠지. 아니 설령 학교를 안나왔을 지 언정 분명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왔겠지. 그래서 여기있는. 기운없는. 죽음을 기다리는. 절망적인 친구들이 생소하겠지. 내가 낫기 힘든병이라고하자 루한은 내말에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무슨 병인가 궁금한건가..? 죽는 건지 사는 건지 궁금한건가..? "흠.. 민석..내 생각을 말해도 되니..? 내가 좀 예민한 걸 물어봤구나..눈치없이 괜히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것 같아 미안해.. 그런데 난 좀 다르게 생각해. 솔직히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애들이 왜이렇게 다 기운이 없고 힘들어하는 지 이해할 수 없었어. 사실 이곳에 오기전에 이 병원을 이곳 저곳 다니면서 여러병실 구경했거든. 물론 조용한 병실도 시끄러운 병실도 각자 병실마다 가진 분위기는 다양했어. 대부분의 병실을 다 돌고 니네 병실로 왔을 때 정말 놀랐어. 내가 여태까지 봤던 병실 중에서 제일 암울하고 삭막한 곳이 바로 여기였고 그리고 여기를 쓰는 사람들이 전부 내 또래라는 거에 더 놀랐어. 물론 청소년이라고 이런 분위기를 내지 말란 법은 없어. 그리고 너희가 일반 애들과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것도. 니가 한말을 들으니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떤 삶이였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내가 너희처럼 살아본 적은 단 하루도 없어. 그런데 너희는 왜 희망이 없는 지 왜 맨날 절망적인지. 그게 제일 이해가 안갔어. 물론 지금도 이해가 안되지만. 물론 너희에게는 하루하루가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라는 생각도 하겠지. 난 왜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누나들이 나를 이곳으로 불러왔는 지. 왜 이곳에서 너희와 함께 이야기 해보라고 한건지 이해가 가는 것 같아. 너희는 나를 보면서 복에 겨운놈이라고 생각하겠지. 맞아. 너희의 관점에서 보면 나는 복에 겨운놈이야. 그런데 더 위로 올라가서 볼까? 너희도 복에 겨운 놈이야. 지금도 죽는 사람은 있어. 우리 또래들 중에서. 그런 애들한테 너희들은 복에 겨운 놈이겠지. 이런 말하는거 스트레스 받을꺼라는 거 알아. 그리고 이런 말이 너희한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나는 몰라. 그런데 적어도 너희에게 너희의 나이와 너희의 가능성을 일깨워주고 싶어. 너희도 남들과는 다르게 병실에서 지냈지만. 그렇지만 아직 청소년이야. 아직 나처럼 공부하고 운동하고 노는 그런 청소년이야. 아직 가능성이 있는 나이라는 거지. 그런데 그런 가능성이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왜 하루하루 죽을거다. 아플거다. 낫지않을거다.라는 단어로 너희들의 상태를 치부하고 살아가는 지 모르겠다. 오랫동안 아파왔다면 오랫동안 견뎌왔다면 그렇다면 자기 자신이 해왔던 노력에 희망을 가지면 안되는거야? 지금은 아프지만 괴롭지만 1~2년 뒤에는 나을 수도 있어. 너희의 아픔이 자라나는 만큼 의학도 하나의 아픔이라도 덜어주려고 한명이라도 더 살릴려고 발전하고 있어. 희망을 버리지마. 죽을꺼라는 생각은 하지마. 아직 18살이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 뒤돌아서보면 많이 왔지만 앞으로 돌아서보면 뒤돌아서본 것보다 몇 곱절은 더 길게 남았어. 늦어도 괜찮아. 늦어도 낫기만 한다면 다시 밖으로 나갈 수만 있다면.. 그게 너희가 원하는 거 아니야? 이런 말하기는 조금 주제 넘은 것 같지만.. 암울한 너희모습보니 도저히 그냥은 못있을 것 같다.. 물론 힘들어도 웃고 아파도 웃고 웃고만 있으라는 말은 아니야.. 그냥.. 앞으로를 믿고 앞으로의 너희를 믿었으면 좋겠다.. 나는 너희를 언제나 믿고 응원할거야.. 너희가 나을때까지.." 긴말을 마친 루한은 조심스레 물을 따라 마셨다. 루한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병실을 울린다는 것을. 왠지 모르는 것 같았는데.. 루한은 처음부터 이런 사실을 알고 나에게 일부러 이런 질문을 한 것 일까.. 나뿐만이 아닌 여기 아이들에게 하루하루가 절망적인 아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해주기 위해..? 곰곰히 곱씹어보면 루한의 말도 맞았다. 우리는 지금 죽어나가는 우리또래애들에 비해서는 복에 겨운 애들이였다. 매번 이런 곳에만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절망적인 생각만 하게되고.. 어린나이라는 것도 망각하고 하루하루 절망적이게 생각하게되고.. 나에게 이런말을. 내가 이 병실에 합류한 이후로 여기아이들에게 이런말을. 해준 사람은 루한이 처음 일 것이다. 솔직히 아까 나에게 언제 퇴원했느냐 물었을 땐 좀 화가났는 데.. 곰곰히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준 사람은 루한이 거의 처음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아무생각 없이 받아들인 이 친구가. 의사선생님의 특단의 조치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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