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플링은 카디 찬백 루민 세준이에요. 너무 많아서 제목에는 돌아가면서 적고 있어요~
아흥, 요것봐, 이 탄력! 이 신선함!
대뱃살을 삼키며 백현은 자기도 모르게 감은 눈이 부르르 떨며 입 안에 퍼지는 감동을 음미한다.
그리고 맞은 편에서 그걸 보는 찬열은 이 단순한 생명체를 어떡하나 싶어 몰래 웃고.
"제 것도 드세요."
"고맙, ...헉!"
헉. 내가 정신을 놨구나.
백현은 순간 제 앞에 내밀어 지는 선홍빛 참치 초밥에 무심결에 손을 뻗다가 멈칫, 정색을 한다.
그 빠른 전환에 찬열은 또 속으로 웃음을 삼킨다.
"아닙니다."
"편하게 먹어요."
그걸 원하신다면 당신이 잠시 사라져주시면 됩니다.
차마 말은 못하고 백현은 생글생글 쳐다보는 찬열의 시선을 외면한 채 그 옆의 타다키 초밥으로 신경을 모은다.
살짝 익힌 참치가 입맛을 돋운다. 쩝.
"저... 브리핑은 어떻게, 여기서라도 할까요?"
"아뇨, 편하게 식사 하세요."
경건한 자세로 참치들을 하나씩 음미하던 백현은 문득 찬열의 접시가 처음 나온 그대로 라는 걸 발견한다.
이 사람이 배고프다고 억지로 데려와 놓고선 왜 먹지를 않아. 또 먹을 시간도 없이 빨리 가야 한다고 바쁜 티 내려고 그러나.
그리 탐탁친 않지만 예의상 한 번 물으니 그냥 먹으란다.
그 말에 백현은 다시 초밥들을 쳐다본다.
자신의 앞에는 누가봐도 너같은 평민은 쉽게 먹을 수 없는 거다, 라고 온 몸으로 말하고 있는 듯한 신선한 참치초밥이 아직 반도 넘게 남아 있다.
곱게 금가루까지 뿌려진 참치살의 윤기가 자꾸 백현을 유혹한다.
처음부터 불편한 찬열과 마주하고 한가롭게 밥이나 먹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고,
거기에 이쪽 의견 따윈 궁금하지도 않다는 듯이 메뉴도 보여주지 않고 자기 맘대로 저녁을 시키는 모습에 백현은 기가 차서 입을 다물었던 백현은,
결국 다시 젓가락을 든다.
사실 찬열은 백현의 의견은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이미 참치 초밥에 환장한다는 거야 다 알고 있는데, 뭐.
찬열이 요 이틀 사력을 다했던 건, 이 넓고 넓은 서울에서 참치 초밥이 가장 그럴싸 하고 맛있는 곳이 어딘지를 찾는 일 뿐이었다.
재벌 집안끼리의 교류로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던 크리스에게 제안받아 가볍게 시작한 사립 발레단 스폰서.
사실 발레라곤 관심도 없던 찬열은 자신이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잊었고, 그때가 백현이 막 홍보 일에 재미를 붙였을 무렵이었다.
사적인 일로 방문한 크리스의 사무실에서 유리 파티션 너머로 뭐가 재밌는지 신난 얼굴로 업무를 보던 백현을 발견했다.
일 하는 게... 즐겁나?
결제해야 할 서류를 보는 크리스를 잠시 기다리는 동안, 찬열이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는지
백현은 왼 팔을 길게 위로 뻗었다가 살폿이 옆으로 뻗어 내리고, 다시 손 끝을 펼치며 긴 곡선을 그리며 올렸다.
한 쪽으로는 춤추듯 아련하게 손을 놀리면서도 모니터를 응시한 채 오른손으로는 쉴새 없이 작업을 하는 모습이 웃겼다.
발레단 사무직은 원래 저러나.
원래부터 감정표현이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뚱해 있더니 하나 하나 입에 담을 때마다 눈에 감동이 서리는 게 보인다.
정신 못차리고 접시를 다 비워버린 백현이 다시 정색하는 것까지 지켜보며 찬열은 웃으며 말을 건넨다.
"브리핑은 다시 약속 잡죠. 이번 주 금요일 저녁으로."
금새 또 눈살을 찌푸리는 백현을 보면서 찬열은 이번엔 뭘 먹일까 생각해본다.
먼저 일어나니 뒤따라오는 백현을 슬쩍 돌아보니, 저를 노려보고 있었는지 깜짝 놀라 시선을 돌린다.
피식, 웃음을 흘리며 찬열이 앞장서 걷는다.
어? 여기가 아니었나?
무대 장치 리스트를 체크하면서 창고를 돌던 민석은, 조명 컨트롤 박스가 보이지 않자 갸우뚱한다.
사다리를 가져다 높은 선반을 올라가는 민석의 모습이 나무를 타는 다람쥐 같다.
가장 높은 선반에 다다라 한참 옆에서 컨트롤 박스를 발견하고 민석이 손을 뻗은 순간, 제대로 고정이 안 된 사다리가 갸우뚱, 흔들린다.
어? 어어어!
넘어지려는 사다리에 매달려 보지만, 사다리 째로 넘어가 세상이 훽, 돌아버린다.
"아쿠, 아파...라?"
"괜찮아요?"
땅에 떨어지는 순간 밀려올 아픔을 예상하며 눈을 꼭 감았는데,
툭, 하고 닿은 충격이 그리 크지 않아 조심스레 민석이 눈을 떠보니, 누군가의 품에 안겨있다.
처음 듣는 목소리.
"어? 고맙습니다. 근데 누구세요?"
안고 있던 손을 내려 민석을 내려주고는,
먼지가 묻은 어깨를 털어주는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민석이 처음보는 사람이다.
탈색한 머리에 편한 캐쥬얼을 입고 있으니, 나이가 몇인지도 잘 모르겠다.
맑고 큰 눈에 웃음이 서리더니, 입을 연다.
내 이름은 루한, 탐정이죠.
"오센, 뭐하냐!"
"형 술주정 받아주고 있잖아요."
"형이 뭐야, 감독님이라고 해, 임마."
"감독님, 취하셨어요. 겨우 그거 몇 잔 마셔놓고."
오랜만에 한 잔 하자면서 세훈을 근처 포장마차로 데리고 온 준면은, 날을 잡은 것처럼 굳은 얼굴로 술을 마셔 제끼기 시작했다.
딴에는 무서운 분위기를 잡으려고 인상까지 찌푸리고 있는 것 같은데, 자신에게 그런 게 먹힌다고 생각하고 있는 준면이 세훈 눈에는 마냥 귀여울 뿐이었다.
"아 취해써, 아-은 취해써! 너마랴, 맨날 형 가지고 놀고 말이야,"
"감독님이지, 형 아니라면서요."
"그래! 형 아니야! 나 너 형 안 해!"
"저도 우리 준면이가 형인 거 싫어요."
분명 같은 양을 맞춰주면서 마셨건만, 준면은 너무 쉽게 취해버렸다.
테이블 위로 빈 소주병 세 병을 보고 한숨을 쉰 세훈이 안주로 시킨 보쌈을 하나 집어 준면의 입에 넣어준다.
쉽게 취해버려서 좋겠어요, 김준면씨는. 난 멀쩡한대.
"어디 말을 조금이라도 들어쳐머거야지!"
"아이구, 물 좀 마셔요."
"말을, 물을, 어, 그래, 고마어요."
"얼씨구, 정신줄 놓으셨네."
"어허!"
주면 주는대로 또 잘 받아먹는 준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세훈은 피식, 웃는다.
이래놓고는 또 기억도 못 할 거면서. 내가 형이랑 술을 한두 번 마셔봐요?
"너 말이야, 세우나-,"
"응, 준며나,"
"너 왜 그럭케 연습을 안 해... 너 진짜 재능 이써!"
"그건 알아요."
"몸도 좋고! 너 바바! 딱 발레하기 좋은 몸이 잫ㄴ아."
"그것도 알아요."
"근데, 왜 안 해... 종대는 하고 싶어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도 솔리스트는 못 하잖아. 너는 하쑤 있는데도 안 해..."
"......"
술에 취한 준면의 손을 감싸 쥐면, 꼭 잡아오는 것도 알고,
어깨를 감싸면 포옥 기대오는 것도 안다.
그러다 천천히 옹알거리면서 잠에 들면, 조금 그대로 앉아 있다가 집에 데려다 준다.
늘 그렇게 하는데, 이 사람은 한 번도 기억을 못 한다.
형은, 왜 자꾸 내 재능만 봐요. 왜 내 발 끝만 보고 내 손 끝만 봐요.
여기, 내 마음도 좀 봐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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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쟁이 사고뭉치 세훈이가 왜 그러는지 모르는 명불허전 준씨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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