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 표시 있는 건 아래 용어 설명 있어요. 미리보기에 사진 주의ㅋㅋ
* 가능한 한 전문용어는 적게 사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카디 세준 찬백 루민
"아, 씨!"
"왜?"
"서포트(발레리노들의 입는 보형속옷*) 빨아 놓고 안 가져 왔어."
뭔가 잊어버린 것 같다, 싶더니만 하필 이런 날.
연습실이면 락커에 넣어둔 예비용이라도 썼을 텐데.
"야, 김종대, 니 꺼 내 놔."
"미친, 누가 남의 서포트를 갖다 입냐?"
"야, 너는 15분 나오는 엑스트라고, 난 1시간 풀로 뛰는 주연이잖아. 내 놔."
"껴뎌, 김종인 너 미어. 으허헝."
김종대가 귀척하며 달려나간다.
미친 놈아, 쫄쫄이 입고 너 그러는 거 존나 징그럽거든?
서포트를 가지러 갔다 올 시간은 없고, 뭐 잠깐 2시간 하는 거야 괜찮겠지.
가볍게 생각한 종인은 어쩔 수 없이 노팬티에 타이즈를 입고 티슈를 왕창 집어넣는다는 임기응변을 택하는데,
그 때까지도 종인은 몰랐다.
이 찰나의 선택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줄이야.
솔리스트
초연(初演, 첫 공연) 두 달 전.
첫 번째 무대 리허설이 있는 날이다.
스탭은 스탭대로 무대 크기를 고려해 조명과 장치효과를 계획하고,
무용수는 무용수들대로 이동폭과 동선을 체크한다.
몰아넣은 티슈의 부드러운 감촉과, 오랜만에 서포트의 압박감에 벗어난 남자의 자유를 느끼며
종인은 오늘따라 한결 날아갈 것같은 가벼운 점프에 매우 흡족해 하고 있었다.
이 맛에 누나들이 주말이면 브라를 풀고 다니는구나.
저, 미친 놈. 노팬티로 나왔어.
엉덩이선에서 속옷 라인이 없는 걸 본 종대가 혐오스럽단 눈길로 보는 걸 알 길이 없는 종인은
온 세상이 사랑스럽게 느껴져 비어있는 관객석을 요염하게 바라보며 솔로를 추다가 총총총 종대 쪽으로 걸어 들어왔다.
"워워워, 스탑, 스탑!"
"야, 김종대, 저 사람 누구야?"
여자 제1무용수가 이어서 솔로를 추는 사이에 무대 뒷켠에서 종인이 무대 앞 쪽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스탭들 사이에서 한 얼굴을 가리키자,
김종인의 타이즈 앞섭을 굳이 재확인하고는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떨어진 종대가 찝찝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누구, 조명감독 레이잖아."
"아니, 그건 나도 알고. 그 옆에."
"어..., 처음 보네. 그러고 보니 이번 공연 무대 감독 새로 온다 그랬는데... 어린데?"
"흠...,"
여자 솔로가 끝나자 종대와 코르 드 발레(군무를 추는 무리**)들이 나가 군무를 시작하고, 그 사이로 종인이 다시 나가 여자 주연과 파 드 되 (두 사람이 추는 춤***)를 춘다.
발레리나를 리프팅 한 동작에서 습관적으로 관객석을 한 번 훑어보다가 때마친 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던 그사람과 눈이 마주친다.
눈썹이 짙다.
입술은 조금 두껍고,
표정은 뭔가 날카롭다.
성격 좀 있게 생겼는데?
발레리나를 내려놓고 턴과 점프를 몇 번 이어한 뒤 다시 그 쪽으로 시선을 향하니 그사람은 여전히 종인을 보고 있다.
다문 입술을 보면 회의중인 게 아니라 이 쪽이 추는 걸 보고 있는 것 같다.
난 오늘 날아갈 것 같다고!
종인이 다시 한 번 힘차게 점프를 한다.
"도경수라고 합니다."
"엊그제 귀국하셨다더니, 시차 적응은 되셨어요?"
"푹 잤어요. 보내주신 컨셉 스케치랑 음악은 오기 전에 체크하고 왔어요."
"아하하, 역시 철저하시네요. 컨셉에서 약간 빠진게 있을 것 같은데요,"
총괄 감독에 해당하는 발레 마스터, 준면과 가볍게 통성명을 한 경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시차 적응은 개뿔. 잠이 쏟아져 죽겠는데, 눈치 없는 준면은 또 경수의 말을 곧이 듣고 무신경하게 말이 길어진다.
아하하하, 마주 웃어주는 사이에도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은 경수의 귀에 탕, 탕, 힘있게 바닥을 구르는 발소리가 들려 문득 무대를 쳐다본다.
"저게 우리 극단 수석 무용수 김종인씨구요, 그 옆에 여자 수석 오,"
준면의 설명이 이어지는데 경수는 흘려 넘기고 그냥 좀 보고 있다. 그래,
여기 댄서들은 수준이 얼마나 되나 좀 보자.
일주일 전까지 프랑스 국립 무용센터에서 무대 연출을 맡고 있다가 한국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와서 반신반의했지만,
오랜만에 좀 쉴까, 싶은 생각도 들어 고심 끝에 계약을 했다. 2년, 3작품.
이미 계약은 했다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수준은 되야지.
피루엣, 푸에떼, 피루엣, 주떼,
같은 발레 동작이라 하더라도 유럽인들과는 체형이 다르니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뭐,
나쁘진 않네.
그런데,
저게 뭐야. 저,
...안 입은 거야?
극은 종반을 향해 가고 있는데,
그럴수록 처음의 날아갈 것만 같았던 기분은 어디가고 종인은 난감해 오르는 걸 느낀다. 아니,
왜 저런 눈으로 쳐다봐?
회의를 하는가 싶던 뉴페이스는,
어느새 관객석 3번째 줄 명당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뚫어져라 종인만 보고 있다.
근데, 왜 이렇게 묘한 느낌이 자꾸 들지.
자꾸만 그 쪽으로 시선을 가는 걸 느끼며 종인이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때쯤,
일이 터졌다.
안 돼!
작은 니니야, 안 돼!
물끄러미 쳐다보는 그 얼굴에 자꾸 시선을 빼앗기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한 순간,
종인은 어느새 그것의 컨트롤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아니,
왜 그래, 작은 니니야!
안락한 티슈들 사이에서 잘 쉬고 있지, 왜 자꾸 일어서려는 거니.
그르디망...
그리고 다시 리프팅을 위해
발레리나를 힘껏 들어 올리는 순간, 종인은 느꼈다.
자신의 두 팔과 두 다리,
그리고 작은 니니가 더 할 수없이 곧게 뻗었음을.
설마...,
안 보일거야.
여전히 자신에게 시선을 고정한 경수의 시선을 피한답시고 연속 턴 동작에서 슬쩍 아래를 쳐다보았지만,
검은 타이즈에 오똑하니 선 작은 니니는 큰 작은 니니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해도 조금, 아주 조금 도드라질 뿐이라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됐어,
이제 피날레만 하면 돼!
마지막 리프팅을 위해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파트너의 허리를 감아채
번쩍 들어올리는 순간 종인은 보고 만다.
피식, 비웃음이 서리는 그 얼굴을.
아악!
힘이 풀린 종인의 팔에 의지하던 발레리나가 짧은 비명을 지르며 떨어진다.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웅-.
끊어지지도 않고 진동을 울리는 폰을 앞에 두고 백현은 고심하고 있었다.
'스폰서씨팍'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이 놈의 스폰서씨는 바쁜 일도 없나.
왜 자기 같은 일개 직원한테 전화질이야.
우우우우우웅-,
탁,
"여보세요."
- 반갑습니다, 변백현 씨.
"아, 예..."
저는 별로 안 반갑습니다.
- 새로운 프로그램 시작했다면서요?
"바쁘실텐데, 소식이 참 빠르시네요."
- 아, 새 무대감독 스카웃해야 한다고, 어느 분께서 예산을 왕창 신청하셔서, 보고가 올라왔더라고요.
"아..., 초연은 두 달 후니까, 맞춰서 프로그램이랑 티켓 미리 보내 드리겠습니다. 티켓 없이 오셔도 물론 자리는 항상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럼, 이만."
이만하면 공손하디오?
난 최선을 다 했디오?
- 에헤이, 변백현 씨! 그게 끝이에요?
"네?"
- 와서 브리핑 안 해줘요? 시간은 언제가 괜찮으세요? 저는 다음주 화요일 저녁이 좋은데.
"아..., 네..."
제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전화를 끊자, 짜증이 몰려와서 유리 파티션 너머로 보이는 대표 크리스를 확 째려본다.
아니, 스폰서면 스폰서 답게 대표랑 통화할 것이지, 왜 나한테!
헉,
갑자기 고개를 들어 자기 쪽을 보는 크리스 때문에 백현은 노려보던 눈을 고대로 모니터로 돌린다.
저건, 쓸데없이 감만 좋더라.
"너 리프팅 실패 했다며? 아, 김종인, 크킄크ㅡㅋ"
다음날 연습실에 가니 세훈이 폭풍 비웃음으로 맞아준다.
"웃지마, 이 자식아."
손이 올라가던 종인 보다 먼저 길다란 나무봉이 세훈의 뒤통수를 가격한다.
그 뒤로 나타난 준면이 종인에게로 와 어디 아픈 건 아니냐며, 걱정하는 말을 건넨다.
다행히 걱정했던 작은 니니의 봉기 사건은 퍼지지 않은 것 같고, 그로 유추하건데 위험인물인 종대 또한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아아아아! 아파요!"
남몰래 종인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이에 준면은 세훈의 귀를 잡고 연습실을 한 바퀴 도는 중이다.
"너 이자식, 어제 무대 리허설이니까 오라고 했어, 안 했어? 왜 안 와!"
"아아아, 어차피 종인이랑 같은 배역인데 내가 뭐하러!"
"너도 무대 체크 해야 할 거 아냐."
"저는 감각이 좋아서 나중에 한 두 번 보면 문제 없음요! 이제까지 그렇게 늘 해왔으면서 새삼스럽게."
"그런긴 한데..."
"한데?"
"그래도 괘씸해,"
"아아악!"
귀를 잡던 손이 그 옆의 구레나룻으로 옮겨간다.
그리고 다시 연습실 한 바퀴.
"말을 해도 안 들어쳐먹고. 이거,"
"control freak!"
"이 새끼가? 너 반말하고 싶으면 꼭 영어 하지?"
"아닌데? 한글로도 반말 하는데?"
"존댓말해, 이 자식아."
세훈과 준면의 만담같은 아웅다웅은 끝이 날 기색이 없다.
나무봉에 엉덩이를 몇 대 더 맞고나자 세훈이 다시 반격을 시작해 무작정 준면에게 달려 들어 넘어뜨린다.
"오늘도 연습실은 평화롭구나-."
지나가던 레이의 말에 문득 연습실을 한 번 돌아본다.
세훈에게 깔려서 발을 구르는 준면은 신경도 쓰지 않고 종대와 군무 친구들은 묵묵히 연습 중이다.
종인은 어제 리프팅에서 삐끗한 엄지손가락에 테이핑을 하다가 또 경수의 얼굴이 떠오른다.
용어:
* 서포트: 발레리노들이 춤을 추는 동안 성기가 움직여 몸선이 망가지지 않도록 입는 속옷으로, 앞부분에 두툼한 쿠션이 있어 모양을 잡아주고 뒷부분은 얇은 끈으로 되어 있어 속옷 선이 타이즈 위로 보이지 않도록 생겼답니다. (발그레 //)
![[EXO/카디세준] 솔리스트 soliste (가제)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7/7/f/77f55562594434aefbe69f1da8560139.png)
조니니가 노팬티에 타이즈를 입은 것도 속옷 선이 안 보여야 해서에요. 우리 조니니 그런 취미 없어영 ㅠ
** 코르 드 발레 (corps de ballet): 솔로를 추지 않는 무용수들을 모아서 코르 드 발레라고 하는데요, 거의 주연 조연 이외에 군무만 추는 사람들이라고 보시면 되요.
*** 파 드 되 (pas de deux): 둘이 추는 춤. 고전에서는 격식이 있지만 현대 무용에서는 굳이 주연이 아니더라도 둘이 추면 파 드 되라고 하는 것 같네요!
**** 솔리스트 (soliste): 독무(솔로)를 추는 댄서를 뜻합니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며, 솔로가 있는 배역을 따내려면 몇 년은 걸린다고 하네요.
여기선 일단 종인과 세훈이 솔리스트. 제목이지만 일단은 가제입니다! 바뀔 수 있어요!
| + 순간 퀴즈) 여자 수석 무용수 이름이 모게요? |
이 퀴즈를 보고 클릭한 당신은 60%에 해당하는 착한 독자이며, 쓸데없는 짓을 하신 것 같습니다. 이름 따위 없ㅋ엉ㅋ (농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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