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마이너 동맹 작가분들과 함께 적었던 오백.
오백러인 제가.... 제손으로 오백을..ㅋㅋ
오백만큼은 쓰지 말자 그렇게 다짐했건만,
오백러분들.. 저를 내리쳐주세여...
Time Holic
written by 오이쓸
시계는 깨졌다.
*
새벽 5시 30분. 분명 알람이 울리지도 않았고, 해가 떠오르지도 않았건만 푸르스름한 새벽의 공기에 백현은 본능적으로 눈을 떴고, 순간적으로 삼켰던 숨을 헥-하고 뱉어냈다. 답답한 속에 가슴을 두어번 툭툭쳤고, 뒤척임에 입을 다른 한 손으로 막으니 뒤척이던 경수의 등이 보였다. 회색 티셔츠 한 장에 보이는 그의 등에 코를 박고 머리를 비벼대자 느껴지는 그의 살내음에 백현이 프스스-웃어보였다. 무의식적으로 등을 돌려 백현을 껴안은 경수의 가슴에 숨이 막혀 그의 팔을 잡고 밀어내자 게슴츠레 뜬 경수의 눈에 미소가 멎었다. 5년의 시간에도, 그의 타액은 달고 맛있다.알람이 울리자 마주 닿았던 입술이 떨어지고 길게 늘여지는 타액에 경수의 눈이 짙어졌다. 반쯤 풀린 눈의 백현을 쓰다듬으려던 손이 갑작스럽게 멈췄고, 그런 경수를 바라보던 백현은 말없이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경수는 허공에 멈춘 손을 들어 마른세수를 했고, 천장을 바라보던 눈이 메말라갔다.감정없는 백현의 눈동자가 눈앞에서 아른거렸고, 세월 앞에 무너진 사랑은 점점 굳어갔다.변백현. 너 이제 재미없다.*너는, 나랑 왜살아? 무미건조한 목소리는 여전했다. 텁텁한 입안으로 가득히 채워지는 생수가 밍밍하고 차가웠다. 붉으스름한 입술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에 지켜보던 경수의 눈이 조금 더 메말랐다. 나는 아직도-. 그 말이 목구멍에 막혀 나오지 않았고, 집안 가득히 놓여져있는 시계바늘 소리만 들려왔다. 늘 입던 것이 아닌, 조금 다른 디자인의 자켓을 고른 경수는 백현을 단 한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몸에 감기는 옷에 만족한 웃음만이 오롯이 떠올랐다.“나랑왜사냐고.”“지겹네. 그질문.”둘이 살기에는 조금 부담스럽게 큰 집이 불편했다. 고급스러운 조명 또한 그랬고, 지금 백현이 앉아있는 부드러운 가죽 소파 또한 불편했다. 모든 것이 그랬다. 지난 5년동안 경수와 몸을 부대끼며 살았던 이 집이 더 이상 편하지 않았다. 다급하게 서류봉투를 챙기고 거울 앞에서 자켓을 한번 더 매만지는 경수를 멀거니 바라보던 백현이 소파에 몸을 조금 더 묻었다. 발가락이 꼼지락거렸고, 손끝이 말려들었다. 계속해서 밀려드는 불안감에 무의식적으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토독-. 끝이 부러졌다.“할말있어.”“늦었어.”“왜그러는건데-!”악에 받친 듯 날카로운 목소리가 넓은 집안에 울렸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퍼져나왔다. 테라스 앞의 커다란 창문이 빗방울로 인해 동그란 물줄기를 새겨넣고 있었다. 비가 한방울 두방울 더 내려 그 동그란 물줄기를 똑.하고 떨어트리자, 담담하게 그것을 쳐다보던 경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변백현, 그럼 부탁 하나만 하자. 뭔데. 불안하던 마음이 곧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백현의 눈이 떨리고, 손이 하얗게 질려갔다.“이 집에서 나가.”“…뭐?”“퇴근하고 왔을 때, 너 안보였으면 좋겠다.”얼이 빠진 듯한 표정의 백현을 보던 경수가 비죽 웃었고, 움푹 패인 백현의 볼을 손가락으로 톡톡쳤다. 헤어지자는거야 백현아, 진심이야. 다정스레 말하던 경수가 백현이 선물해준 구두를 신발장으로 쳐넣고는 디자인이 마음에 안든다며 한번도 신지않았던 구두를 꺼내들어 발을 끼워넣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백현은 여전히 정신이 들지않았다. 지금, 그가 헤어지자했다. 5년동안 몸을 섞고 마음을 나눈 도경수가, 변백현 없이는 살 수 없다던 그 도경수가.무엇이라도 말을 해야하는데 차마 입술이 떨어지지않았다. 백현의 눈은 여전히 동그랗게 뜨여져있었고, 경수는 구두를 한번 매만지다 아-. 하며 백현을 돌아보았다. 장난이라고 말하겠지싶어 숨소리를 더 죽이고 그의 말에 귀를 귀울이는 백현의 모습이 한심하고 비참해보여 경수는 또 한번 그를 비웃었다. 한심한 변백현 같으니. 이제 너한테 안서.“이거, 니가탐내던시계”손목에 차고있던 은색의 손목시계가 풀어지고 백현의 앞으로 툭.던져졌다. 그것에 따라 시선을 옮긴 백현이 소리없이 부드럽게 돌아가는 시침바늘을 보자 허탈한 기분에 힘이 풀렸다. 주저앉은 백현을 보던 경수의 시선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건조하고, 따끔한 눈빛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고개숙인 백현의 얼굴에서 눈물이 망울망울 맺혀들어왔다. 어떻게 니가 그래. 어떻게.“안녕. 변백현.”닫힌 문은 끝내 다시 열리지 않았고, 뛰어들어와 장난이라며 웃어넘길 그도 보이지 않았다. 손목시계만 바라보던 백현의 아픈 눈이 신발장으로 옮겨졌고, 그곳엔 쳐박힌 구두 한 켤레가 저를 반기고 있었다. 마치 지금의 제 모습같아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가 구두를 짚어들고 망설임없이 창문 밖으로 던졌다. 타악-. 하며 바닥에 꺼져가는 소리가 들리자 나머지 한 켤레 마저 던져버렸다. 바람을 가르며 떨어지는 그 구두 한 켤레가 사정없이 바닥에 박혀 뭉개지자 백현의 입가에 웃음기가 떠올랐다.경수야. 안녕. 그리고 안녕.*욕실에 들어가 뜨거운 물을 틀고, 욕조 끝 배수구를 단단히 막았다. 물 한방울이라도 쓸데없이 소비하고 싶지않았다. 점점 올라오는 뜨거운 김에 거울이 흐릿하게 백현의 모습을 일그리자 손을 뻗어 뽀득.하고 문질렀다. 다시 비춰지는 제 얼굴이 파랗고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욕조에 물이 가득 채워지려면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방안으로 들어가 널부러진 제 옷가지를 짚어 몸을 대충 끼워넣고 운동화를 구겨신었다. 끊었던 담배가 고팠다.경수를 만나고 나서 끊었던 담배를 더 이상 손대지 않기로 얼마나 다짐했던가. 이제 네가 나를 놓았으니 나도 내가 놓았던 것을 잡아와야겠지. 밖으로 걸어나가는 발걸음이 쓰라렸다. 부러진 손톱에서 피가 굳어있었고,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꾸물거리고 시퍼렇게 변하고 있었다. 백현은 또 한번 미소지었다. 경수야, 네가 좋아하는 비가 오려나봐. 아니, 너 비 싫어했던가?“엑소테릭 한갑 주세요.”새하얀 담배곽이 알바생의 손에서 제 손으로 넘겨져왔다. 중앙에 굵게 찍힌 빨간색 로고가 정겨웠다. 얼마만에 만져보는 담배더라. 주머니에서 꼬깃해진 지폐 몇장을 넘기던 백현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계산대 옆에 걸려진 커터칼이 보이자 비가 오기 시작했던지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 손님? 의아하게 물어오던 알바생에게 눈을 당겨올리고 그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가느다란 미성이 흘러나왔다.“같이 계산해주세요.”결국 사버렸다. 시린 바람에 영혼까지 흩어지고, 몸까지 부서져 그대로 날아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자 백현의 눈이 곱게 휘어졌다. 네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평소의 너와 다른 도경수가 내 앞에 존재했으니까. 경수의 손에 쳐박혔던 그 구두 한 켤레를 제 손으로 던져 바닥으로 뭉갰다. 밑창이 분리되고 산산조각이 난 그 구두 조각 따위가 백현의 흐릿한 동공속에서 몇 번이고 일렁였다.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타들어가는 그 담배하나에 뽀얀 연기가 수증기에 섞여 아지랑이처럼 끝없이 피어올랐다. 망설임없이 그은 손목에서 피가 울컥하고 솓구쳤고, 턱끝까지 올라찬 따뜻한 물에 백현의 몸이 슬슬 노곤해지기 시작했다.경수야, 오늘은 일찍 오길 바래. 널 위해 내가 준비한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면 섭섭하잖아.*여긴, 천국일까. 아니면 지옥일까. 경수야. 대답좀해봐.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하얀 천장에 숨이 턱하고 막혔다. 여긴 아직 지옥이구나. 손목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아픔에 온몸이 아릿하고 마비가 왔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다른 한손으로 매만지며 고갤 돌리자 병원냄새와는 어울리지 않는 따뜻한 냄새가 났다. 김준면.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 그가 왜 여기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어째서 도경수가 아닌 선배가 내 옆에 있어요. 경수는. 경수는요. 혀를 굴려도 나오지 않는 목소리에 눈을 굴려 문을 바라보니 제가 그토록 찾던 그가 보였다.“왜그렇게쳐다봐.”“나아파. 안아줘.”“너가뭘잘했는데.”“…또 아픈소리만할거야?”원망스런 백현의 얼굴에 경수의 눈이 닫혔다. 한숨이 새어나오는 그 입술에 당장이라도 제 입을 부벼대며 그를 개같이 핥고싶었다. 경수야. 나는 아직도 네 모든 것을 갖고싶어. 알아? 말없이 문에 기대어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는 그로 인해 애가 탔다. 속이 답답해져왔고, 입술이 말라가고 있었다. 뭐라고 말좀해봐. 도경수. 대답없는 그에게 몇 번이나 다그쳐도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묵묵히 침묵을 유지했다. 점점 커져가는 백현의 목소리에 준면이 부스스하게 일어나 그를 놀란눈으로 바라보았다. 변백현. 너 미쳤어? 손목은 또 왜그었는데-! 쨍하고 울리는 그 목소리에 백현이 눈을 매섭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도경수가 헤어지자는데 그럼, 선배같으면 가만히 있어요?”“백현아…너왜자꾸그래.”“내 담배줘요. 어딨어.”“백현아. 제발….”막무가내로 준면에게 다가가 주머니를 뒤지자 제가 찾던 담배가 보였다. 만족한 웃음을 완연히 띈 백현이 경수가 기대고있을 문쪽으로 몸을 돌리자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빠르게 흩어졌다. 형, 도경수 어디갔어요. 다급하게 고갤 돌려가며 그를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았다. 어느 순간 제 손목에 걸린 손목시계의 시간이 밤 11시 4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복도로 나가려는 백현을 빠르게 잡아챈 준면이 거칠게 백현을 벽으로 몰아붙혔다. 등에 닿은 벽이 차가웠는지 몸을 움츠렸다 펴는 백현의 눈가가 매서워졌다. 뭐에요 형.“제발정신차려 변백현!”“왜소리질러요. 도경수어딨냐니까.”“도경수 죽었잖아!!”탁-하고 준면의 손을 잡아챈 백현의 눈이 커다랗게 뜨이고 파르르 떨렸다. 무슨 말이에요. 경수가 왜죽어요. 방금까지 저기 있던 애가 죽긴 왜죽어요. 형, 경수 싫어하는 건 알겠는데-. 백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점점 커지며 거의 발악수준으로 바뀌자 준면의 눈가에 물기가 어리고 이내 톡.하고 바닥에 떨어져 부서졌다. 백현아, 제발 정신차려봐 도경수 3년전에 죽었잖아…. 힘없이 주저앉은 준면의 작은 머리를 보던 백현이 숨을 있는 힘껏 참았다.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면 인정해버리는 것과 같아서, 그동안 잊고있었던 사실이 차츰 돌아오고 있었다. 비틀거리며 병실을 빠져나가는 백현의 뒷모습에 결국 준면의 눈물이 쏟아져나왔다.“이제 도경수 없잖아….”망가진 백현을 보는 나날이 괴로워 한동안 그를 찾지않았다. 도통 연락이 되지않아 걱정이 되어 찾아가본 그와 도경수의 집에서 피냄새가 났다. 뿌연 수증기로 가득찬 집안을 헤짚어 찾은 욕실에 백현이 빨갛게 누워있었다. 도경수는 3년전 투신자살로 세상을 떴다. 돈을 쥐어주며 목을 죄여오는 집안을 피해 백현과 도망쳐 살던 그는 모든 것을 짊어지고 끝내 세상을 피해 목숨을 끊었다. 백현이 도경수의 친아버지의 부름에 본가로 들어갔다온 날이였다. 도경수가 목숨을 끊었던 날이. 백현은 그 날 병원에 있었다고 들었다. 연락을 받고 찾아간 병원에 백현은 죽은 듯이 누워있었고, 그의 옆 침대에 하얀 천을 둘러싼 경수가 누워있었다. 모든 것이 그렇게 끝이 났다고 생각했다.‘시간중독입니다.’‘…시간중독이요?’‘무언의 충격에 의해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그 시간에 갇혀 이상 증세를 보이는….’‘그럼, 망상을…한다구요…?’‘정신이상증세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일단 환자분을 자극하지마시고….’멍하니 의사의 말을 듣던 준면은 충격을 받았었고, 퇴원한 변백현은 여전히 시간중독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야했다. 도경수가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도경수와 같이 있는 것처럼 굴었고, 그가 없는 집안에서 혼잣말을 하며 그렇게 미친 사람처럼 도경수를 찾았다. 약을 먹지 않는 백현에게 화를 내도 소용이 없었다. 그는 태연한 얼굴로 제게 말을 걸어왔다. 형, 경수가 오늘 빨리 들어오랬어 미안. 베시시 웃어보이며 행복하게 뛰어가던 그를 차마 잡을 수가 없었다. 변백현이 불쌍해서, 변백현을 두고 간 도경수도 불쌍해서. 그 둘의 사랑이 너무 아파서.백현아, 변백현. 준면의 목소리가 울음에 먹혀 나오지 않았다. 병실 문이 닫히고 그는 한번 더 울었다.*그래, 이맘때쯤이었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백현의 발걸음이 무겁고 느렸다. 앞서 걸어가는 경수의 뒷모습에 입술만 달싹이며 그를 부르지 못했다. 제가 가장 사랑하던 그가 죽었다. 경수의 아버지는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었다. 경수에 관해 할말이 있다며 저를 본가로 불렀던 그 날, 경수의 방에서 겁탈당했던 바로 그 날. 그가 몸을 바람에 날려 떨어졌다.‘하지마세요…! 제발…!’‘입다물어. 경수랑 같은 몸인데 어때서. 어?’‘제발….’‘경수가 어떻게 되도 상관없나보구나 너는.’그 말에 입을 다문 저를 비웃으며 끝까지 파고들었던 그 느낌이 다시 전해져와 백현은 손을 꾹 말아쥐고 녹슨 옥상의 문을 열었다. 앞에 보이는 찬란한 밤하늘이 저를 축복해주는 것만 같았다. 난간 끄트머리에 서서 제게 뒤돌아있는 경수에게 손을 뻗자 그토록 듣고싶었던 그의 낮고 단호했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경수야… 넌 다 알고있었구나…,“변백현.”“…응.”“후회안해?”“…뭐를.”“나 사랑한거….”그제서야 뒤를 돌아보는 경수의 미소가 아팠다. 웃고 있었지만, 그는 울고있었다. 입술이 달달 떨리는 그에게 안겨 울고싶었다. 제게 힘든 모습, 아픈 모습 보여주지 않으려고 늘 애써 웃었던 그가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얼마나 힘들었니…. 너를 위해 희생했을 내 몸따위에 죄책감이 들어 몸을 던진거니…. 이 더러운 몸바쳐 너를 위할 수 있다면, 나는 몇 번이라도 했을텐데. 전하지 못한 말들이 목구멍에 겹겹이 쌓이고 숨통을 틀어막았다. 숨쉬기가 버거워짐에 쭈그려앉자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와 저를 만지려 손을 뻗은 그의 손이 투명하게 비춰지며 제 얼굴을 스윽.지나쳤다. 그것이 슬퍼 백현은 조금 더 목놓아 울었다.그가 매일 차던 손목시계 하나만이 그의 유일한 흔적이였다. 귀신이 들러붙을 거라며 쓰레기통으로 쑤셔넣던 경수 어머니의 뒤를 바라보다 그녀가 버린 그 시계를 주워들었다. 멈춰버린 시계를 매일같이 차고 다니며 경수를 그렸다. 귀신이라도 좋으니, 너를 다시한번 보고싶었어. 그 소망에 버리지 못하고 차고 다닌 것이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울고있던 백현을 안아주지도 못해 그저 바라보던 경수의 눈이 백현이 일어남과 동시에 움직였다. 백현은 천천히 발을 디뎌 난간에 올라섰다. 경수의 눈이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나…보고있지.”“…응.”“나이제안하려고.”한결 가벼워진 백현의 어깨에 경수의 눈이 조금 더 흔들리기 시작했다. 불안함이 엄습했고, 설마하는 느낌에도 백현을 부르지 않았다. 그가 금방이라도 떨어질듯 위태롭게 서있었다. 여전히 미소는 떠나지 않았다. 그의 입가가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었고, 눈에서 방울방울 눈물이 떨어져 건물 아래로 추락했다. 그만해그럼. 얼핏 들으면 싸늘한 경수의 목소리가 백현에게만큼은 누구보다 다정하게 들렸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지고 있었다.“너한테 가려고.”“…오지마. 너안반겨.”“왜? 내가 죽길 바라는게 아니었어?”“…그걸 바라고 네게 온게 아니었어. 내가 못다한 삶을 네가 살아주길 바랬어. 네가.. 나를 포기하길 바랬어. 백현아…나는….”못다한 경수의 목소리가 백현의 가벼운 목소리에 묻혀들었다. 백현은 더 이상 울지않았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고, 백현의 밝은 갈색의 머리가 작게 흔들렸다. 금방이라도 날개를 펼쳐 날아오를 것만 같은 그의 모습에 경수는 눈을 찌푸렸다. 변백현. 너….“알잖아.”백현의 웃음이 쓰디썼고, 경수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네가 없는 세상에서 내가 살아갈 수 있을리가 없잖아.”백현이 손목에서 시계를 풀어 바닥에 강하게 내리던졌다. 놀란 눈으로 순간 백현을 부르려던 경수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이따 보자, 경수야. 백현이 미소지었고, 경수 또한 부드럽게 미소지어보였다. 사랑해 도경수. 경수가 완전히 공기중으로 흩어지는 걸 보자마자 백현의 몸이 기울어지며 마치 제가 던진 그 구두처럼 땅으로 떨어졌다.사랑해 백현아. 그 말이 들린 것 같기도 한 느낌에 백현은 미소를 담고 눈을 감았다.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와 그들은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시계는 깨지고, 아픔도 깨졌다. 영원히.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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