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양은 미칠 것 같았다. 맘 같아선 빨리 중국에 가고싶었다. 한국에 오래 남아있는건 박태환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거라는걸 자각해버렸다. 핸드폰을 보았다. 8시 쯤 되었다. 중국에 먼저 가보고 싶다는 말을 누구한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 결국 부장에게 하기로 했다.
" 아, 이걸 문자로 해야하나? "
시간도 시간이라 결국 문자를 남기기로 했다. 내용은 대충 깊은 사정이 있어서 중국으로 예정보다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내용과 그래도 되겠냐는 내용이었다. 보내기를 누르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부장이었다.
" 여보세요? "
- " 네, 쑨양씨? "
" 네, 부장님. "
- " 급하게 중국에 가야한다고요? "
" 네. "
- " .. 무슨 일인지 말해줄수 있나요? "
" 아.. 아무래도 타지에 오랫동안 있다보니 너무 힘들어지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뭔가 우울증에 걸린 것 같아서 남은 일이 없다면 미리 가서쉬고 싶은 바랩 입니다만.. "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하고 묻자 이런 일은 드물었는지 한참을 흠.. 하면서 끌다가 일단 간부들에게 물어보고 다시 연락주겠다며 전화를 끊는다.
도망치는거다, 태환의 늪에서. 여기선 태환을 잊는 게 불가능하다. 분명 후회를 하겠지만 그게 태환을 위해서 자신이 내릴 수 있는 최대의 방법이라고 생각 하면서 머릿속으로 되새겼다. 오히려 쓴양에겐 그 말이 독이 되고 있었다.
-
" 저 새끼는 왜 갑자기 여길 기어와서.. "
또 훌쩍거는 나를 보고 있다가 그가 떠난 자리로 눈을 돌리더니 쑨양을 실컷 욕한다. 난 널 엄청 욕하고 싶거든?! 그러게 왜 여길 오자고 해서..
" 야, 멍청아. 넌 또 여길 내가 오잔다고 오냐? "
" 내가 왜 멍청이야, 개새끼야!! "
" 여기 오기 싫다고, 쑨양 생각난다고 불편하다고 말하면 되는걸 왜 말 안했냐고! "
" 니가 그런 말 한다고 알겠다고 할 애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그래? 오히려 언제까지 그런 놈 기억에 파묻혀 상거냐고 오히려 더 오게 했을거면서! "
그러자 그가 정곡을 찔렸는지 말을 더듬으며 아니야! 한다. 거딧말 마, 니 표정이 말해주니까. 솔직히 지금 그가 화내는 건 괜히 미안해서 라는걸 알고있다, 나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을 더 부끄러워 하는 기성용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중고딩때 싸워서 내가 빨리 먼저 사과하랄때 안하고 버티다가 내가 화를 내야 그제서야 미안 한마디 했다. 그때 물어보니 미안하다는 말은 애정표현을 하는 것 보다 더 부끄럽고 가족들에게도 잘 못하겠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지금 나한테 더욱 화내고 있는 것이리라.
" ... 아. 그래. 알겠어. 이건 미안해. "
근데, 이제 좀 그만 울면 안 돼? 하고 진지하게 물어오는 기성용. 그런 놈이 뭐가 그렇게 좋냐며 물어온다. 그 말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대답을 못했다. 다 좋아. 그냥 좋아. 나도 참 이상하지.
" .. 에휴, 밥 밧도 없겠다. 그냥 가자, 집에. "
하면서 내 손을 잡고 이끈다. 집에 가자며. 그냥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
집에 도착하니 부장에게 문자가 왔다. 본사와 추진하고 있었던 프로젝트가 다 끝난 상태라며 그냥 쭉 쉬라는 통보와 출국은 언제든 해도 된다는 소식이었다.
일단 가방부터 쌌다. 한국에 와선 그냥 먹을 것들 밖에 산게 없으므로 그냥 올때 들고 왔던 많은 옷가지들 밖에 넣을 것이 없었다. 그나저나 언제 가야되는 거지? 되도록 빨리 가고 싶은데.
" 나 왜이렇게 서두르지?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혼자 급하지? 여유를 가지고 싶었다. 태환에게 쫓기듯 출국 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해서 태환이 날 쫓아오는 건 아니지 않았나. 내일부터 하자.내일부터 본격적으로 해서 목요일 금요일 중으로 출국하기로 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침대에 풀썩 누웠다.가서 새출발 하자. 박태환 잊고 그냥 미친듯이 일만 하고 살자..힘들겠지만.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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