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회원 전용으로 기성용 외전을 한번 써볼까 해요...ㅎ....
나중에 텍파에도 본편에 안 넣은것들 많이 넣어둬야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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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또 그새 아침이다. 옆엔 기성용이 흰 티에 남색 추리닝 바지를 입고 배를 까놓은 채 드르렁 드르렁 거리며 잘도 자고있다. 망할 해는 오늘도 떠버렸다.
시간이 너무 빠르잖아, 진짜.. 바닥에 깔린 이불 위에서 뒹굴거렸다. 곧 개강도 시작하겠네. 아.. 조별 레포트 같은 것 들도 또 엄청 쏟아지겠네.
오랜만에 하는 일상적인 푸념이었다. 아 물론 재수생인 기성용한텐 해당사항 없음.
시간을 확인 하고자 핸드폰을 보았다. 정오였다. 핸드폰 잠금을 풀었다. 그러자 카톡에 내가 써 보내려다 말은 이야기들이 구구절절 써있었다. ' 나 지금 울고있는거 알아요? 겁나 편하겠네요, 당신은? ' 이라는 구절로 시작 한 이 카톡이 너무나도 주책 맞아 보이고 쪽팔려서 얼른 지워버렸다.
그와 나의 대화는 그 스파게티집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담은 채, 그 시간에서 멈춰있었다. 그 대화 속 둘은 행복해보였다.
" 핸드폰 붙잡고 이러고 있기도 처음이네. "
라고 혼잣말을 하며 머쓱하게 웃었다, 혼자. 나 혼자.
그러다 문득 내 꼴이 말이 아닐거라는 생각을 한 채 화장실로 들어갔다.
오 마이 갓. 그냥 한 마리 좀비였다. 그냥 송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 법 했다. 원채 털이 없는 나한테 수염이 그래도 제법 까칠하게 났고, 눈이 퉁퉁 부어서 완전 못난이가 되어버렸다.
아, 이제서야 생각이 났다, 어젯밤일들이.
-
" 야, 너 진짜 술 마실거야? "
됐고, 술이나 내 놔. 하면서 그의 손에 담긴 맥주, 소주 등을 뺏어들었다. 오늘 마시고 죽어야지. 그냥 콱 죽어버려야지. 속으로 생각했다.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간 아마 기성용이 가만두진 않았을것.
요새 기성용이 참견이 많아져서 짜증난다. 정확히 우리 집에 들어오게 되고 난 이후 애가 180도 바뀌어 버렸다. 이제서야 밝히는데, 그와 나는 초,중,고 동창으로 진짜 격하게 표현하면 부랄친구라고 할 수 있다.
항상 엄마 역할은 내가 해왔다. 녀석이 숙제를 안할 때, 밥을 안 먹을때, 친구랑 치고박고 싸워서 코피가 났을 때 등등 다 내가 뒤에서 뒷바라지 해주고 한 명 한 명 찾아가 ' 성용이 그런 애 아닌거 알잖아. 애가 잠시 미친거야. 내가 대신 사과 할게. ' 하며 괜히 해명을 하고 쏘다녔더랬다. 그럴때마다 기성용은 괜히 자신은 잘못한게 없다며 뒷처리 하느라 바쁜 나를 씩씩거리며 말릴 뿐이었다.
나는 조용히 잔을 꺼내왔다. 녀석도 ' 이 녀석, 괜찮을라나? ' 하는 표정으로 날 찬찬히 쳐다보는데, 솔직히 괜찮을리가 없다.
쑨양과도 잘 못 마신 술이었으니까.
" 야, 나 한번 마시면 뽕 뽑는거 알지? "
" 아, 알겠으니까 좀 닥치고 마시지? "
오 쎈데. 하면서 눈웃음 짓는 녀석이었다.
처음부터 하드하게 소주로 시작했다. 나는 소주 뚜껑을 열어 녀석의 잔에 쪼르륵 따랐다. 뒤이어 내 잔에도 따랐다.
솔직히 이렇게 따르고 자시고 할게 없이 그냥 병째로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얼마 안가 기절해버릴 날 알기에 그럴 순 없었다. 그리고 기성용도 가만 두진 않았을걸?
그와 별 말 없이 그냥 술만 마셨다. 아무 말도 일절 없이 그냥 술만 마셨다. 내 얼굴이 점점 달아오름을 느끼고, 기성용의 얼굴도 섭섭찮게 붉었다.
" 너 말이지. "
그가 갑자기 먼저 입을 열었다. 분명히 쑨양 얘기를 할 것이다. 그냥 느낌이 그랬다.
" 너 지금 왜 이러는지 다 알아. "
" 뭐래. "
"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 말란말이야, 좀. "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 하면서 은근히 따지고 들자, 녀석도 별 말을 않는다. 녀석이 봉지에 든 땅콩캔을 열었다. 고소한 땅콩 냄새가 났다.
" 아, 진짜. 너답지 않게. "
신나서 내 잔에 따라 붓는 소주를 녀석이 제지한다. ' 아 왜그래? 난 술도 못마시니? ' 하고 억울하게 묻자
" 니가 술 좋아하는 애면 내가 별 말 안했겠지. 근데 넌 술 못하고 안하잖아. "
맞는 말이었다. 신입생 OT때도 엄마 아프시다는 핑계 대고 빠져나왔던 나였다. 그렇게 술을 마시기 싫어했다, 나는. 그런 나를 잘 알고 있는 녀석은 기다렸다는듯이 그만 하라며 저지한다.
" 야, 사람 마음이 늘 한결 같으라는 법 있냐? 갑자기 땡길수도 있는거지. "
하고 녀석의 손을 툭 쳐냈다. 솔직히 혀가 좀 꼬이고 눈이 풀린 것 같긴 하다.
" 야, 박태환. "
갑자기 진지하게 나지막히 내 이름을 부르는 기성용. 또 왜?
" 좋아해. "
뭐야, 징그럽게.
" ..그럼 사랑해. "
뭐야 그게 더 징그러워.
" 어? 별로 안 좋아하네. 남자라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구나. "
" 무슨 소리야. "
" 니가 게이인줄 알았어. "
" 너 저번에 나한테 그런거 묻지 않았냐? "
어, 물어봤었지. 근데 그때의 너랑 지금의 너랑 다르잖아. 하는 녀석의 말에 내가 그때랑 뭐가 다르냐고 물었다. 그러자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남자 하나 때문에 존나 친한 친구랑 존나 트러블 내고, 남자 하나 때문에 울고, 웃고. 술 마시고. 에휴. 하는 그의 모습이 뭔가 옛날에 내가 기성용을 훈계했던 모습이 겹쳐서 괜히 웃겼다.
" 하..하하. "
웃었다. 그러자 녀석이 어엇? 한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나?
" ....에휴, "
녀석이 내 눈에 뭔가를 닦아낸다.
아, 마른 줄 알았던 눈물이 또 다시 흘렀나보다, 나도 모르게.
" .. 어떻게 하면 멈출래? "
" 뭐를? "
그냥 그의 속을 긁고싶었다. 내가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에게 그렇게 물어보았다.
녀석의 표정이 급속도로 안좋아지더니
" 나, 그래도 너 허락 안할거야. "
니가 울든, 뭘 어쩌든간에 허락 안할거야. 난 다른 여자건 남자건 다 신경 안쓰는데 그 새끼만 싫어할거야. 니가 그러니까 더 그럴거야.
라고 숨도 안 쉬고 말하더니 내 손에 들려있는 소주병을 뺏어들곤 지 입에 가져다 대고 쭉쭉 마신다.
" ..하, 진짜.. 이기적인새끼. "
크아- 하고 타는 속과 막힌 숨을 뚫으려는 듯 깊고 긴 숨을 뱉더니
" 실컷 욕 해. 난 내 친구 그런 더러운 새끼랑 엮고 싶지 않다. "
하고는 지독하게 밝게 웃어보이는 기성용이다.
+
아 졸려.
힐링캠프는 볼게 못되는거 같아요.
원래 이시간에 취침모드인데.
아 기성용 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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