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를 맞이했습니다!!! 와아아아아~~~ 짝짝짝!!!...... ㅇㅖ... 이제 축하는 여기까지 하고 20회 들어갑니다....-쑨양은 퇴근을 준비하며 다짐했다. 박태환을 다시는 생각하지도 않겠다고. 정신없이 한 프레젠테이션은 보기좋게 망쳐버렸다. 쑨양은 창피하고 자존심 상해서 속이 상했다. 한국에 와서 처음에 했었던 프레젠테이션은 들어온지 얼마 안된 사원치고 좋았다는 평을 들어서 이번 마지막 발표도 자신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릿속에 정작 중요한 발표는 온데간데 없고 박태환만 가득했으므로 쑨양은 회사 고위간부들의 앞에 나와서 우물쭈물하며 자신이 뽑아 온 프린트물들을 뚫어져라 보며 읽느라 바빴다. 간부들의 이런저런 상세하면서도 중요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 죄송합니다, 아직 거기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라며 용서를 구하기 바빴다. 쑨양은 자신에게 화가났다. 결국 핸드폰을 뚫어져라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고 '바이크' 로 저장되어 있던 태환의 번호를 지워버렸다. 카카오톡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태환과의 대화도 삭제하고 차단시켰다. 후회하겠지?후회할거야.어쩌면 지금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득 한국 속담 중 ' 시간이 약이다. ' 라는 말이 떠오른 쑨양이었다. 그래. 시간이 약이 되어줄거야. 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아까 스테이플러에 찍힌 손가락이 아팠다. 또한 쑨양의 가슴도 아팠다.-쑨양은 곧바로 회사 식구들에게 먼저 퇴근하겠다며 인사를 꾸벅 했다. 물론 이번 발표를 망쳐서 죄송하다는 말도 덧붙여서. 쑨양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자신의 승용차에 올라탔다. 이 차도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기업에서 준 선물로, 나름 좋다 하는 외제차였다. 쑨양은 이 차도 내가 중국에 가면 버려지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한국에 나름 추억이 많았다.예를 들면, 박태환을 만났었던 추억도 있고, 또 박태환을 만난 추억도 있고, 또 박태ㅎ.. 박ㅌ..." 에휴.. "정말이지 이래도 되나 싶었다. 고작 몇일 만난 상대(그것도 남자)를 상대로 이런 고칠 수도 없는 상사병에 걸려도 되냐고. 쑨양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주체못하고 그냥 차에 시동을 걸어 빨리 주차장을 벗어나 버렸다.창문을 열었다. 제법 찬 바람이 불어온다.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듯한 날씨였다. 왠지 이대로 집에 가버리긴 아까워 집 반대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 간만의 드라이브네. "여태까진 드라이브를 할 마음도 없었고 시간도 없었다. 이제 일주일 밖에 남지 않은 쑨양의 머릿속에 남은건 박태환뿐이어서 뭔가 더 많은 추억들을 만들기로 쑨양은 생각했다. 혼자서라도.한 30분쯤 달린거 같다. 그 어떤 길이 나와도 쑨양은 오로지 직진만 했다. 계속 나아다가보면 뭔가 새로운게 나올 것만 같아서였다. 하지만 새로운게 나오기는 커녕 많이 본 듯한 도심지가 나왔다. " 여길 어디서 봤더라? "하면서 기억을 곱씹는 쑨양의 눈에 갑자기 보인 것이 있었다. 표지판이었다. 크게 ○○역 하고 쓰여있었다. 태환과 정식으로 대면하게 된 그 장소. 쑨양은 잠시 넋을 놨다. 하지만 이내 신호가 바뀌었는지, 바뀐즐도 모르고 표지판만 보고있던 쑨양의 정신을 깨워주는 뒷 자동차 경적소리에 쑨양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직진을 시작했다." .. 아. "'스파게티' 라는 이름이 크게 걸린 간판. 고풍스런 인테리어가 눈에 확 들어온다. " .. 하, 참나.. 왜 저곳에서 눈길이 떨어지지 않는거지? "어이없는듯 웃으며 자신에게 물었다. 이미 답은 알고있었다. 혹시라도 박태환이 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그러는새에 도로는 퇴근시간으로 인해 막혀있었고, 쑨양은 그 틈에서 조금씩 조금씩 전진해나가고 있었다. 슬슬 답답해져왔다. 괜히 드라이브 나와서 길바닥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한다. 사고라도 났나? 싶어서 앞을 봤다가 이내 다시 시선을 스파게티로 옮긴다." ...어어? "창가쪽을 유심히 보던 쑨양이 뭔갈 발견한듯했다." ..태환! "쑨양이 나지막히 외쳤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더 가까이서 보고싶어, 보고싶어..하지만 자신을 보면 울어버릴 태환을 알고, 또 바로 앞 자리에 기성용까지 있기 때문에 그냥 멀리서 보는것으로 만족 할 쑨양이었다.갑자기 교통체증이 완화라도 된듯 앞에 막혀있던 차들이 쭉쭉 빠져나간다. 쑨양은 직진을 해야했다.하지만 저도 모르게 태환이 있는 그 스파게티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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