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수우, 어디 가아.”
금방 경수의 시야에 까만 머리통이 들어 온다. 경수는 당황 않고 큰 두 눈동자를 도르륵, 도르륵 굴릴 뿐이었다. 종인은 여전히 졸린 눈으로 경수의 가슴팍에 붉게 달아오른 볼을 부볐다. 낮잠을 자서 그런지, 조금은 젖은 부드러운 잿빛 머리털이 경수의 눈 앞에 흩날렸다. 얼굴은 제법 애 티가 나는 종인임에도 불구하고 몸집은 경수보다 서너배는 컸기에, 버겁게 경수의 몸 위로 올라 탄 종인의 꼴이 조금은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끙끙 거리며 종인은 경수에게 애정을 갈구했다. 오늘따라 왜 그래, 응? 밥 먹으러 갈까? 점심도 안 먹었잖아. 도톰한 입술이 우물쭈물 움직였다. 한 없이 다정한 음성에 종인은 바르작 거리며 경수의 얇다란 허리를 끌어 안았다. 자칫 뒤로 나뒹굴 번한 경수가 식은땀을 흘리며 종인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아파, 종인아. 종인, 안 돼요.”
애써 채운 남방의 자그만 단추를 다시금 재 빠르게 푸르는 녀석의 손등을 경수가 제지했다. 큼지막한 손등을 찰싹 쳐 내자 금세 종인의 표정이 거뭇하게 변했다. 아, 조금 너무했나? 약간 벌개진 종인의 손등을 경수가 살살 문질렀다. 그러자, 칭얼거리는 종인의 목소리가 힘껏 커졌다. 견수, 가지 마. 나두 데리구 가. 니니도 데리고 가! 종인은 악을 쓰며 발을 동동 굴렀다. 경수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 한 종인의 뒷 목을 어루어 만지며 달랬다. 잠깐만 만나고 올 거니까, 사고 안 치고 가만히 있어야 돼. 알았지? 우리 종인이가 좋아하는 뽀로로 DVD도 많이 틀어 놓고 갈 게요. 뽀로로라는 소리에 종인이의 눈이 번뜩 뜨였다. 고개를 휙 쳐 올려 경수의 휜 눈꼬리를 조용히 바라보다, 이내 두툼한 아랫입술에 제 입술을 가볍게 부볐다.
“그깟 뽀로로 보다, 조닌이는 견수가 훠얼씬 좋아. 그러니까 가지 마아. 가지 말래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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