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민] 봄은 있었다.D w. 르망 며칠 새에 왜 이리 말랐냐며 민석을 타박하던 경수는 종인의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어 무작정 민석을 잡아끌어 고기 집으로 향했다, 종인이는 오늘 약속 있대, 카드의 주인은 쏙 빼 놓은 채, 경수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 벙글 웃으며 주문을 했다, “도경수 뭘 그렇게 많이 시켜, 다 못 먹어”“형, 형만 먹을 거야? 나도 먹을 거거든.”경수는 장난스레 웃으며 민석의 앞에 수저를 놓아 주었다. 고기가 나오기 전 까지, 경수는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다, 그 이야기의 90% 이상은 종인의 이야기였다. 어제 종인이 이랬는데, 제가 어쨌더니 종인이 바로 사과를 했다느니, 종인과 뭘 먹었는데 참 맛있었다느니. 마치 종인과 경수의 연애 일기장이 되어 버린 것 같은 느낌에 민석은 간간히 고개를 끄덕이며 반찬을 깨작였다. 어느덧 주제는 종인의 뒷담화로 이어졌고, 민석과 경수는 종인의 단점을 하나하나 파헤치고 있었다. “아니 형 들어봐, 김종인이 뭘 안 먹는 줄 알아요? 콩이라니까! 아니 다섯 살 난 애도 아니고, 콩을 안 먹어요!”“그건 도경수 너 아니고?”“아 형, 내가 무슨 앤가! 조금 오버스럽다 싶을 만큼 강하게 부정을 하던 경수는 테이블을 탕탕 내려쳤다, 그 반동에 아슬아슬 놓인 콜라가 민석에게로 엎어졌다.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뜨며 경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엉거주춤 일어나 어쩔 줄 몰라 했다, “형 괜찮아요? 뜨겁, 아니 차갑죠, 끈적끈적하죠, 아 형 내가 그러려던 게 아니라…….”“도경수 불만 있으면 말로 해라? 화장실 다녀올게 괜찮아.” 장난스럽게 경수의 이마를 한 대 때려주곤 민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아 끈적끈적 해, 잔뜩 콜라가 뭍은 제 손을 들어 냄새를 맡아봤다, 옅은 흙냄새와 함께 달큰한 콜라의 냄새가 코를 파고들었다. ‘너한테는 흙냄새가 나, 민석아.’‘내가 좋아하는 냄새.’‘흙냄새, 비 냄새 바다냄새’그리고 루한, 고기를 먹고, 어쩌다 보니 음주로 까지 이어 진 민석과 경수의 저녁은, 한잔이 두 잔이 되었고, 두 잔이 병으로 늘어나 꽤나 많은 술병들이 민석과 경수의 곁에 쌓여있었다. 경수는 거의 정신을 놓다시피 테이블 위로 쓰러졌고, 그런 경수를 멍하니 바라보던 민석은 종인에게 전화를 걸어 경수를 부탁했다. 너도 그 자리에 딱 붙어 있으라던 종인의 말을 무시 한 채, 민석은 제 카드를 꺼내 계산을 하고 비틀 비틀 밖으로 걸어 나왔다. 캄캄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민석은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그 얼굴이 무척이나 그리워졌다. 다정하게 저를 끌어안아 토닥여주던 그 손길도, 늘 제 안부를 묻던 다정한 목소리도, 무척이나 그리워서 눈물이 날 것 만 같았다. * 바람에 흩날리는 머릿결이 참 부드러워 보였다, 민석은 멍하니 루한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루한은 고개를 돌려 민석을 발견하곤 미소를 피어 올렸다. “민석아 왜 이제 와.”“늦잠을 잤어.”“그러게 일찍 좀 자라니까, 대학 가기 전에 니 몸이 다 닳겠다.” 영양가 없는 대화를 몇 번 주고받다 민석은 제 손에 든 작은 쇼핑백 하나를 루한에게 건네었다. 쇼핑백을 받아든 루한은 웃으며 쇼핑백 속의 물건을 꺼내들었다. 매끈하게 잘 만들어진 작은 두 개의 술잔. 루한은 의아한 눈으로 민석을 바라보았다. 민석은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이며 루한의 발끝에 시선을 고정한 채 띄엄띄엄 말을 이었다. “나중에, 우리 수능 끝나고 나면 너랑, 나랑.. 마시자. 그 잔에다가,” 루한의 웃음소리와 섞여 불어오는 바람은, 참 따스하게 느껴졌다. 루한, 그 때가 오면, 널 좋아한다고 말 할 수 있을까? --------------- 다음 글[EXO/카디] 역저능아_C12년 전이전 글[EXO/루민] 봄은 있었다._C12년 전 르망 l 작가의 전체글 신작 알림 설정알림 관리 후원하기 이 시리즈총 0화모든 시리즈아직 시리즈가 없어요최신 글최신글 [EXO/루민] 봄은 있었다.(완) 312년 전위/아래글[EXO/루민] 봄은 있었다_F 312년 전[EXO/루민] 봄은 있었다_ E 712년 전[EXO/카디] 역저능아_E 912년 전[EXO/카디] 역저능아_D 912년 전[EXO/카디] 역저능아_C 812년 전현재글 [EXO/루민] 봄은 있었다_D 512년 전[EXO/루민] 봄은 있었다._C 412년 전[EXO/카디] 역저능아_B 912년 전[EXO/카디] 역저능아_A 2112년 전[EXO/루민] 봄은 있었다_B 412년 전[EXO/카디/조각글] 역저능아 1912년 전공지사항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