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3 # 내기 |
쑨양은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어릴때와 같은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태환이 보였다. 아니 그보다, 어린시절 불러주던 그 이름을 다시 불러주는것에 더 포커스를 맞춘 쑨양이였다. 쑨양은 기억해준 태환이 고맙고, 또 좋아서 바보같이 다시 한번 더 소리내서 웃었다.
by.팊
시간은 그렇게 느린듯 빠르게 흘러갔다. 어느새 쑨양이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지 2주라는 시간이 지났고, 쑨양은 처음에는 버벅거리더니 한국 생활에 많이 익숙해져갔다. 학교에서는 반친구들과 대화도 제법 할 수 있었다. 워낙 어렸을때부터 활발했던 쑨양은 반 친구들과 곧 잘 축구나 농구를 즐겼다. 그 중에서도 큰 키에 어울리게 농구를 유독 좋아했던 쑨양이였다.
" 태환형도 해. "
" 싫어 "
" 왜 싫어? 쑨양 싫어? "
" 누가 니가 싫댔냐‥, 난 더운거 싫어. "
어느새 땀범벅이 된 아이들을 보며 태환은 혀를 내둘렀다. 지금 이렇게 앉아있어도 더운데 저렇게 뛰어다니다니, 태환은 시원한 물 속이 그리웠다. 그렇게 한창 애들이 열을 내고 있을 무렵, 쑨양이 처음 전학 온 처음부터 계속해서 시비를 걸던 그 노는 무리가 또 스멀스멀 다가왔다. 쑨양을 보며 또 툭툭 내뱉는 말에 태환은 점점 열이 받았고, 짱개가 농구도 하네? 라면서 비웃자 이내 태환은 뭔가 뚝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재밌냐, 그렇게 말하면? "
" 창피하게 왜 뒤에서 그렇게 욕해? 앞에 가서 직접하지? "
" 이게 미쳤나. 좆만한게 더위 쳐먹었냐? "
어느새 말싸움이 붙은 태환의 주위로 아이들이 몰렸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쑨양은 고개를 돌려서 봤고, 이내 노는 아이들 무리와 맞서고 있는 태환을 발견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쑨양은 날아온 공을 잡은채 그들을 주시했다. 험한 말이 오가는것 같더니 상대쪽에서 먼저 태환의 어깨를 팍하고 치는게 보였다. 그래도 태환은 운동선수 였기에 크게 밀리지는 않았지만 쑨양은 순간 욱하고 뭔가 치밀어 오르는걸 느꼈다.
" 너 이새끼 진짜 겁대가리를 상ㅅ..악!! "
쑨양은 그대로 공을 태환의 어깨를 친 녀석의 머리에 냅다 던졌다. 공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고, 공에 맞은 아이는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 앓았다. 주변에 있던 그 친구들이 저 새끼가, 하면서 쑨양에게 달려갔고 쑨양은 어디 한번 와보라는 표정이였다. 태환은 갑작스럽게 불안했다. 뭔가 큰 일이 생길거같아서 운동장으로 뛰어가던 아이들을 붙잡았다. 놓으라며 욕을 하는 그들을 붙잡다가 부딪히는둥 작은 몸싸움이 있었고, 쑨양은 결국 태환의 곁으로 다가와 그들을 떼어놨다.
" 너 이 씹새끼, 진짜 뒤졌다 이제, 어? "
" 어쩌라고 씨발 "
" 농구 잘해? "
" 너보단 잘한다 짱개새끼야. "
" 좋아. "
쑨양은 바닥에 굴러다니던 농구공을 집더니 그에게 던졌다. 공을 받아들은 그 아이는 눈썹을 꿈틀이며 쑨양을 노려봤고, 쑨양은 손가락을 두어번 까딱거렸다. 싸워서 징계 받기는 싫었던 아이들은 좋다며 채웠던 교복 셔츠 단추를 풀어내렸다. 쑨양과 함께 농구를 하던 애들도 긴장을 하고 쑨양의 옆으로 모였다.
태환이 소리치며 다가왔다. 예쁜 입가가 발갛게 부어있었다. 미간을 짠뜩 찌푸리며 급격하게 기분이 나빠진 쑨양은 그의 입가에 상처를 보면서 더욱더 자신이 이겨야겠다 생각했다. 공을 바닥에 튕겨보며 몸을 풀던 아이들은 이 게임에서 자신이 이기면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둥 그런 말도 안되는 공략을 걸었다. 그 말에 태환은 욱해서 그들을 보며 소리쳤다.
" 야, 웃긴다 진짜. 그럼 니네가 지면 다시는 얘 근처에 얼씬도 하지마. "
" 이겨. 꼭 이겨라, 너. 이기면 내가 뭐든 해줄테니까 "
" 뭐든지? "
" 소원이든 뭐든 아무튼! 저 새끼들은 꼭 이겨 쑨양! "
" 하‥, 씨발. 됐어 안해. 집어치워. 아! 짜증나! "
계속해서 밀리자 참다못한 일진 무리들이 공을 바닥에 내다꽂으며 게임은 그렇게 끝이났다. 16 : 7, 쑨양 쪽의 완벽한 승리였다. 숨을 고르고 있는 아이들의 틈으로 다시 내려온 태환은 손가락을 척 뻗어보였다.
" 니네 약속지켜라. 고추 떨어진다. "
" 아, 형, 태환형, 땀. "
태환은 연신 칭찬을 해대며 얼굴에는 함박 웃음을 띈채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보였다. 쑨양은 힘은 들었지만 그런 태환을 보고 있으니 저도 기분이 좋아져서 그냥 웃어버렸다. 곧 친구들이 야, 우리도 수고했거든? 하면서 다가와 태환의 등을 툭 치고 잘됐다며 쑨양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결국엔 다들 그렇게 기분 좋게 웃으며 그날의 해프닝은 하나의 추억으로 끝을 맞이했다.
" 쑨양도 죽겠다. "
" 둘 다 힘내자‥ "
" 쑨양! "
수경을 고쳐쓴채 출발하려던 쑨양은 멈추고 태환을 바라봤다.
" 맛있는거? "
" 배고파서 죽을거같아. "
" 좋다, 쑨양도 배고파. 태환형 가자. "
태환은 푸흐흐 웃으며 좀 있다 보자며 먼저 출발했고, 쑨양은 뒤에서 태환을 바라보다가 괜시리 기분이 좋아져 페이스를 오버해 수영하다가 오히려 코치에게 약간의 잔소리를 들었다. 먼저 훈련이 끝난 쑨양은 뭉칭 근육을 풀어주며 태환의 훈련 모습을 보고있었다. 왕복 연습이 끝난 태환은 스타트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태환을 뚫어져라 쑨양은 바라봤다. 태환의 스타트는 깔끔하고 빨랐다. 쑨양은 신체가 길어서 어떻게 스타트를 하던 빠른 편이였지만, 태환의 스타트 반응속도는 가히 세계 최고라고 말 할 수 있었다.
" 이 형이 오늘 용돈을 탔다 이거지. 뭐 먹을래? "
히죽 웃으며 태환은 들떠서 쑨양을 바라봤다. 쑨양은 따라서 베싯 웃으며 그런 태환의 옆에서 응~응~ 이라고 대답하며 먹을거리가 많은 번화가 쪽으로 걸어나갔다. 훈련이 비교적 빨리 끝나서 그런지 아직 저녁시간대인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생각해보니 쑨양은 한국으로 온 뒤 언제나 학교 수영장 집 이런 식의 패턴을 보내서 이런 거리까지는 처음 나오는듯 했다.
" 아‥, 이렇게 생겼구나. "
그런 경험이 없기는 태환 본인도 마찬가지 였던지라 턱을 쓰다듬으며 묵묵히 걸었다. 뭘 먹지 고민을 하던 두사람이 향한곳은 결국 분식집이였다. 사실상 쑨양은 한국으로 와서 급식이나 집에서 먹는 음식 말고는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였다. 들어가자말자 태환은 우선 큰 각오를 했다. 두사람은 한창때의 청소년기였고, 거기다가 운동선수다. 오늘 한달치 용돈을 비록 다 쓴다고 하더라도, 태환은 쑨양에게 제대로 먹여주고싶었다.
" 뭐 먹고싶어? "
되려 돌아오는 대답에 태환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중국인인 쑨양의 입에 맞는게 뭐가 있을까? 하며 고민하다가 결국 태환은 얼마없는 분식집 메뉴를 거의 다 시켜버렸다. 물론 그렇게 주문을 하면서도 남길 걱정은 없었다. 가게 아주머니가 괜찮겠냐고 물어오자, 태환은 저희 운동선수라 괜찮아요! 라고 대답했다.
" 쑨양, 한국은 어때? "
" 응? "
" 응, 괜찮아. 형 있으니까. "
" 그런게 어딨냐.. "
쑨양은 항상 말의 뜻을 다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따박따박 그에 맞는 대답을 잘도했다. 태환은 어휴, 하고 한숨을 내쉬며 빈컵에 물을 따랐다. 쑨양은 가게를 여기저기 살피는듯 하더니 턱을 괴고 태환을 가만히 뚫어져라 바라봤다. 가게 안에 있던 TV를 보던 태환은 순간 콕콕 찌르는듯한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가 쑨양과 눈이 마주쳤다.
" 알았어, 알았어. 소원 들어주면 되잖아. "
" 뭐? "
" 지금 아니야. "
" 아 배불러! 미치겠다! "
분식집에서 나온 두사람은 든든해진 배를 슥슥 문지르며 행복한 투정을 했다. 두사람은 조금은 한산해진 거리를 걸으며 소화를 시키기 위해서 집까지 돌아서가기로 결정했다.
" 밥은 잘먹어야지. "
그 후로 몇 일의 시간이 흐르고, 두사람은 매일 등교길에 만나서 함께 등교했다. 10년만에 재회했던 그 횡단보도에서 항상 아침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인사를 하는 그런 일상의 반복이였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등교를 하고 있었는데 쑨양이 문득 말을 건네왔다.
" 태환형 집, 가고싶다 오늘. "
태환은 확고한 의지를 보이는 쑨양을 보다가 뺨을 긁적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 그래, 뭐 "
" 엄마한테 맛있는거 해달라고 말해놨으니까 얼른 가자! "
쑨양은 왠지 잔뜩 들떠서 히죽거리며 태환을 따랐다. 태환의 집은 학교 근처의 아파트였다. 도어락을 꾹꾹 누르고 이내 문이 열렸다. 우선 현관은 태환의 운동화가 많이 보였다. 쑨양은 시선을 집안으로 돌렸고, 빠르게 집안을 스캔했다. 집은 크지도 작지도않음 네식구가 살기에 딱 적당한 크기인듯 보였다.
" 가방 내려놓고 얼른 와서 밥 먹으렴. "
문득 고개를 들자 집안에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겼다. 쑨양은 침을 꼴깍 삼켰고, 태환은 먼저 방문을 열고서 이리와, 하고 쑨양을 불렀다. 오랜만에 따뜻한 온기가 풍기는 '가정'에 온 느낌을 받은 쑨양은 뭔가 울컥 했지만 애써 웃으며 태환의 방으로 향했다.
쑨양은 입을 다물었다. 태환은 몇일간 본 결과 쑨양이 저렇게 입을 닫으면 절대 대답을 하지않는다는걸 느꼈다. 결국 그 말에 대한 질문은 접어두자 라고 생각한 태환이였다. 쑨양은 방에 들어오자 침대에 풀썩 걸터 앉으며 태환의 방 여기저기 살피기 시작했다. 나이 또래에 안 맞게 깔끔하게 잘 정돈된 방이 보기 좋았다.
" 와, 많다. "
그런 쑨양의 환한 미소를 보며 왠지 아들이 하나 더 생긴거 같아, 흐뭇한 어머니였다. 물론 태환도 그가 맛있게 먹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제 밥그릇을 깨끗히 비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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팊.
시간을 어서 넘기기 위해서 이번화는 시간이 정말 빛의 속도로 휙휙 넘어갔어요 ㅋㅋㅋ
이번편은 어떻게 보셨나요? 두근두근...... ☞☜
여러분의 댓글은 항상 하나하나 읽고있어요! 다음화 쓰면서 정말 힘이된답미다 ㅋㅋ!
쓰기 싫어서 쳐져있다가도 댓글을 한번보면 안돼 써야댕!! 하고 열심히... 또르르르르....ㅁ7ㅁ8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T
이번편도 잘부탁드려요!!
(+) 저번편에 어린 태환이 " 양양 " 이라고 불렀는데, 실제로 중국에서는 쑨양 팬들이 쑨양을 양양~ 이라고 부른다고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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