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를 힐끔 쳐다 보던, 신경을 않고 오랜만에 만난 동창마냥 히히 거리며 그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다 털어 놓았다. 큰 웃음 소리에 마지막으로 점장이 눈치를 째릿 주었을 때 비로소야 소리를 줄이기는 했지만, 입담은 끊이지 않았다. 그 때 찬열이 경수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단정히 정리를 해 줬을 참이었다. 너, 동생도 있었어? 난 너 외동 아들인 줄 알았는데. 잠잠히 핫초코 빨대만 으적거리던 경수의 입꼬리가 굳었다. 그 모습에 찬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보면 안 되는 건가? 라며 경수에게 두 번 되 물었다.
“아니, 그냥 사촌동생이에요. 이모께서 잠시 여행을 다녀 오신다구, 우리 집에 데리고 오셨어요.”
“조그만 애야? 나 소개 시켜주면 안 돼?”
“소개요? 아직 철이 없어서…….”
“뭘, 어린앤데 철이 없는 게 당연하지.”
경수는 눈을 내리 깔아 여지껏 씹고 있던 빨대를 보았다. 흉측하게 잇자국이 나 있는 것을 힐끔 보다가, 이제 갈까? 라는 찬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만나서, 참 즐거웠어. 너 덕분에 힐링 한 기분이다. 찬열이 뒷 목을 당기며 귓볼에 뽀뽀세례를 날렸다. 단순히 귓속말인 줄 알았는데, 깜짝 속았다. 덕분에 경수는 큰 두 눈만 꿈뻑 거리며 찬열을 쏘아 보았다. 왜, 좋으면서. 그렇게 능글거리는 말 하지 말랬죠! 또 떽떽거린다, 하여튼 튕기기는 1등감이야. 예전부터 찬열의 주특기는 사람들의 시선 몰래 잦은 스킨쉽으로 경수를 놀래키는 거였기 때문에 경수는 익숙했으나, 역시 오랜만이라 그런지 달아오른 귓볼을 검지와 엄지로 꾸물적 꾸물적 대었다. 역시 하나두 안 변했어, 박찬열. 대발 튀어 나와있는 경수의 아랫입술을 검지로 톡톡 두드렸다.
ambitious 4
- Lemans
“정말, 괜찮다니까요. 제가 뭐 어린 애도 아니고…….”
“뒷 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조꼬딩이니까 조용히 하세요, 도경수 씨. 사람 많은 곳에서 입술 물기 전에.”
하긴 박찬열이 뭔들 못하겠어, 결국에 도경수는 두툼한 입술 꾹 다 물게 된다. 그리 늦은 시각도 아니고, 한창 사람이 많이 다닐 때인데도 불구하고 자연스레 경수의 팔에는 찬열의 팔이 함께 껴 있다. 마주잡은 손으로도 부족했는 지, 결국에는 팔짱을 껴 저 혼자 키득거린다. 박찬열 씨, 지금 저 얼굴 펑 터지게 하려고 그러는 거 맞죠? 놀리려고. 경수가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끙끙 거리며 잡힌 팔을 대롱대롱 흔들었다. 찬열은 눈을 지그시 감고 바로 뜨더니, 입을 꾹 다 문다. 경수는 그런 찬열의 행동에 의문을 갖으며 눈을 댕그랗게 떴다.
“도경수 씨, 진짜 정말 너무한 거 아닙니까? 전 경수가 너무 좋아서 나름 애정표현을 한 건데 단지 놀리기 용이라뇨.”
“……아, 아니 찬열 씨이. 그게….”
“잘 못 했어요, 잘 못 안 했어요. 예?”
잘 못 했어요… 자그만 경수의 말 끝이 쉽사리 젖어 들어간다. 고개를 푹 숙이고 말 없이 찬열의 가슴팍에 머리를 부비니, 그제서야 입꼬리를 비죽 올리며 경수의 둥그런 뒷통수를 살살 쓰다듬는다. 아, 진짜 애기같아. 그래도 아직 화 풀린 거 아니니까 벌 줄 겁니다. 그 벌이 뭐냐하면, 팔짱을 한 번도 놓지 않고 경수 씨 집 앞까지 내가, 박찬열이 직접 데려다 주는 거. 알았죠? 경수가 고개를 올려 힐끗 쳐다본다. 그야, 나한테 하나 나쁠 거 없지만… 찬열 씨 피곤하실 것 같아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경수의 입술을 보며 찬열이 깊게 한숨을 쉰다. 내가 해 주면 그냥 수용하고 알겠다고 하면 엉덩이에 뭐 뿔이라도 나요?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경수 씨는. 내가 좋아서 해 주겠다는데. 그만 좀 튕기고 집이나 갑시다. 집에 동생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찬열의 입이 닫히자 마자, 경수의 발걸음이 뚝 멈추었다.
“지금 몇 시에요?”
“7시 47분, 이제 거의 8시간 다 되가네. 왜? 동생 집에 혼자 있어?”
경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였다. 사고 안 치고 가만히 잘 있겠지? 아, 변백현이나 좀 불러서 같이 놀아 달라고 할 걸. 빨리 가겠다고 했는데…… 경수가 시무룩하게 있자니, 얼마 말이 없던 찬열이 갑자기 경수의 팔을 꼭 붙들고는 뛴다. 경수도 뛴다. 동생 있었음 진즉 말을 하지, 그랬어요. 그럼 네 집 앞에서 떠들다 가는건데. 동생 배 고프겠다. 빨리 가자, 빨리. 찬열의 음성에 달달한 향기가 폴폴 피어나도, 경수의 머릿 속은 오롯 종인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경수의 발놀림이 빨라진다. 둘 사이에서는 헉헉 거리는 지친 음성 뿐, 아무 것도 없었다.
“견수, 가지 마아. 조니니 두고 가지 마아.”
“빨리 와, 조닌이는 싫어해. 약속 안 지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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