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정상등교를 꿋꿋히 고집하더니, 결국엔 단축수업으로 마무리짓고 학생들을 급히 집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아 망할, 나 집까지 먼데.
"우지호, 니 오늘도 공원으로 가면 진짜 죽을지도 몰라! 멀어도 돌아서 가라!"
바람에 날아갈 것 마냥 흔들리며 이태일이 손을 흔들고 버스에 올랐다. 나도 대충 손을 흔들어주고 돌아섰다.
버스 정류장에 몰려있는 학생들과 날아가는 우산 몇 개. 차가 뒤로 밀려나는 경악할만한 장면들까지 모든 게 낯설었다.
힘겹게 우산을 붙잡고 앞으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며 공원으로 들어갔다.
[태풍 오면 나무가 넘어질 수 있으니, 나무는 피해 다녀야 돼]
가만히 그 말을 생각하며 괜찮겠지, 뭐-하고 그냥 뛰기 시작했다.
"으악!"
우산이 뒤로 꺾이며 날아가버리고, 내 몸도 내동댕이쳐졌다. 옷에 묻은 흙에 신경질을 내며 일어났다.
무릎이 까진 느낌이 든다.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뛰기 시작했다.
나뭇잎이 부딪치며 온갖 소음을 내고 머리카락이 물에 젖어 찝찝하다. 우산도 날아가서 없고...
눈을 가늘게 뛰고 미끄러운 흙바닥을 차며 달리고 있는 순간이었다.
"악!"
뒤에서 누군가가 강한 힘으로 나를 당기는 바람에 뒤로 나자빠졌다. 바닥에 몸이 부딪치며 얻어맞는 느낌이 든다.
아, 누구야?
"저기요...!"
쿵.
"...아?"
뒤를 돌아보니 내가 뛰어가던 자리에 넘어져있는 키 큰 소나무 한 그루.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살짝 고개를 돌리니, 다른 학교 교복을 입은 남자가 숨을 몰아쉬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괜찮아?"
"어...어? 어, 고마워."
"공원으로 들어오면 어떡해. 다친다고!"
뭐야, 얜 나 언제 봤다고 갑자기 소릴 질러.
진심으로 걱정하기라도 한 건지 불안한 표정으로 내 몸을 살피다가, 이내 일어나며 나를 일으켜준다.
"뛰지 말고, 천천히 가."
뭐야 이게? 내 손을 붙잡고 앞장서서 걷기 시작하는 놈. 아까 쓰러진 길다란 나무를 넘어 공원을 걷는다.
뭐야 이게 진짜...여자가 된 기분이라 뭔가 찝찝하기도 하지만, 일단 죽을 뻔 한 걸 살려준 사람이라 그런지 호감도 간다.
가방에 실로 꿰메진 이름을 보니까....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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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뚫고 나무 넘어지는 걸 보고 뜬금없이 싸질러 놓은 똥 똥읽느라 수고하셨어요 여러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