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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이제 어쩌라고."
"..."
"존나 사랑했다. 좋은년 만나서 좋겠다 병신새끼야. 이러고 울면서 집에가면 돼?"

찬열이 말없이 백현을 쳐다봤다. 복잡하다고 소리치는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왜 복잡하냐고 묻고 등을 토닥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순없었다. 이미 다 알고있거든, 이미 다 알려줬거든. 왜 복잡해하는지, 너는 왜 그딴말을 나한테 내뱉고 내 말은 왜 이따구로 밖에 못 나가는지, 그렇게 해서 결국에 우리가 갖는게 뭔지. 끝난다는 게 뭔지. 모든게 다 끝나버리면 어떻게 될까? 그런 시시하고 촌티나는 질문같은건 이제 필요없게 되었다. 다 끝나버리고 갖는건 아무것도 없어. 난 원래 가진게 없었고, 넌 가질게 많았고. 그냥 그거였어. 원래의 나처럼 과거도 미래도 빈털터리처럼 가볍게 사는게 내 끝이고, 넌 원래의 너처럼 과거도 미래도 마냥 행복해하면서 사는게 니 끝인거지. 시작의 우리는 딱히 안정적이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미미하고 재미없는건 아니었잖아. 너도 나만큼이나 그래도 날 좋아했잖아. 날씨가 좋은날이든, 나쁜날이든, 기분이 좋은날이든, 상태가 나쁜날이든. 처음엔 그랬잖아. 끝이 있을줄도 몰랐고 있지않을거라고 믿었잖아. 헛된 꿈인지도 모르고 바보같이 그 순간은 진짜 진짜로 널 좋아했단 말이야. 여기저기서 들었던 많은 거짓같은 말들, 하늘을 걷는다던지 구름위를 달린다던지 그런거. 되게 유치하고 그런거 그때는 믿었지. 그리고 그건 진짜였지. 다 끝나고서 우리에게 남은게 뭔지 같은건 따질 겨를이 없었어. 적어도 나는 그랬어. 그냥 너를 만나서, 매일 그렇듯이 놀리고 욕하고 그러다 가끔 눈이 마주치면 뭘보냐며 볼이라도 꼬집어 주기 바빴잖아.

나한테 뭐가 남을지는 지금도 따지고 싶지가 않아. 그런데 알것같아. 이제부터, 니가 나한테 현실을 말해준 이 순간부터, 내손안에 있는게 뭔지.


찬열은 백현의 바지 뒷주머니로 시선을 옮겼다. 담배. 손을 뻗어 그 담배갑을 쑥 빼냈다. 망설임없이 옆에있는 화단에 던져버렸다. 백현은 피할마음도 막을힘도 없었는지 잠자코 그걸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 좋은년한테도 나한테 했던것처럼 그렇게 할거지?"
"..."
"아, 아니다. 여자들은 그러면 싫어하나? 여자를 만나봤어야 알지."
"..."
"박찬열."


백현이 찬열의 어깨에 손을 얹듯 잡았다. 평소같았으면 짖궃은 장난을 쳤을텐데. 백현을 보니 장난을 친다고 맞받아칠것같지는 않아보였다.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고 웃어보이진 않을 것 같아보였다. 잡는다고 잡힐것같지도 않아보였다. 안보였다. 볼수가없었다.

"넌 결혼해서 그여자랑 애낳고 잘살겠지만 나는 뭐하고 잘사냐."

백현이 눈가를 비볐다. 벅벅 거칠게.

"씨발새끼. 결혼 다 파탄났으면 좋겠다. 술쳐먹고 나한테 찾아와. 재워줄테니까."

찬열은 정말 말그대로 마음이 아팠다. 자신이 너무 어리고 어리석은것도, 백현을 이렇게 보고있을수밖에 없는것도 울화통이 치밀어 어쩔줄을 몰랐다. 일반적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이 울면 끌어안고 다 잘될거라며 달래주곤한다. 하지만 찬열과 백현은 일반에서 벗어나있었다. 둘을 뺀 모든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 두사람을 그렇게 취급했다. 일반적이지않은 사람들. 그로인해 나약한 비일반적인 사람들이 져버렸다. 찬열이 일반적인 남자가 되게 만들어버렸다. 그렇지않은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버렸다. 백현은 그것이 더럽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백현을 더럽다고 생각했다. 이제서야 찬열이 그 보통의 경계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지만, 과거의 백현과 함께 행복했던 찬열의 모습은 또 더럽다고 할지 모를 일이었다. 여러모로 백현이 울수밖에 없었다. 찬열은 우는 백현을 잠자코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알아, 아니까, 흑, 아니까, 아니까 우는거아냐. 안다고. 으으.. 찬열아.."





졌다. 지고 나면 남는건 슬픔, 후회, 이런것들이다. 너무 큰 사람들의 세계에 져버렸다. 분해. 하지만 우는 이유는 분해서가 아니었다. 찬열이 자신에게 해주었던, 아직도 가슴떨리는 그 말들이 이제는 얼굴도 모르는 더러운 일반적인 여자에게로 넘어가는 게 짜증나서였다. 몇달전만해도 찬열이 괴롭다며 껴안고서 해준 까마득했던 보통사람들의 결혼 이야기들이 이제는 백현을 괴롭히는 게 어이가없어서였다. 그 얘기를 할때만 해도 찬열은 말했다. 여자들보다 니가 훨씬 예뻐. 변백현. 난 예쁜사람만 좋아해. 그 말에 뭐라고 답했더라. 넌 결국에 여자랑 결혼못해. 그때만해도 당연하고 일상적으로 그렇게 얘기하며 찬열에게 너무 예민하게 굴지말라고 다독여줬었는데, 지금 이끝에선 없다. 다독일 여유같은건. 그땐 너무나 다르다. 우리와 현실의 세계처럼.

모든게 끝났다. 당당하게 사랑했다고 말할수있는 그런 길었던 관계가, 그냥 말한마디에 툭 끊어졌다. 언제나 옆으로 고갤돌리면 저를 보고있던 찬열이 그냥 사라진다. 유일한 자랑거리였고 유일한 낙이었으며 그것이 영원할거라고 꿋꿋하게 믿어왔다. 여전히 믿고있다. 믿는다고 해결될것도 아니고, 믿지않는다고 모른척할수있는 말도 아니었다. 미운건 찬열이 아니었다. 찬열을 제외한 모든게 미웠던것이다. 내가 가진건 키크고 멋있는 박찬열이었는데, 그것마저 이젠 다른 일반적인 여자에게 가버렸다. 내가 죽거나 소리지르거나 시험을 패스한다고 해서 될문제가 아니었다. 이 사회의 더러운 소수자따위가 바꾸거나 힘써볼 문제가 아니었다. 손안에 나를 사랑해주던 사람까지 앗아갔건만, 나에게 남은건 더럽거나 더럽지않거나 어떤사람이든 싫어할 그런것들이었다. 가진건 하나였는데 뺏긴것도 하나다. 하나만 있어도 충분했는데, 하나가 없으니 세상은 세상이 아니었고 세상에 나는 남지않았다. 나한테 남은건 추악하고 더러웠지만 내가 갖고있었던 건 지금 추악함과 더러움을 억지로 행복으로 뒤덮여 엉망이었다. 둘중에 누가 잘못을 했을까?  둘중에 누가 서로에게 남았을까? 너? 아님 나. 우리는 더러웠다. 이게 세상의 입장이고, 모두가 더럽다. 이게 나의 입장이다. 입장충돌은 모두가 아프다. 하지만 저쪽입장은 아프지않다. 나만. 이제 나만 남았다. 내 사랑은 발악과 반항으로도 그 입장을 이길수없었고 나는 엉엉 울었다,


지금 나에게 남겨진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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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찬백이들이ㅠㅠㅠㅠㅠ우리배큥이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결혼 다 내가 파탄내버릴까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마음이 아프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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