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외할머니의 생신이어서, 너징은 가족들과 함께 할머니댁으로 출발.
저녁늦게 출발해서 도착하니까 벌써 친척분들은 다 마당으로 나와서 고기를 구워먹고 계셨어.
너징은 고기가 한우인 걸 알고 당연히 그 사이에 끼어들어서 고기도 많이 먹고 친척들이랑 수다도 떨면서 시간을 보냈지.
조금 배부름이 느껴지자 너징은 조용히 일어나서 오랜만에 할머니 댁을 둘러봐.
너징은 어릴 때 할머니댁에서 자라서 추억이 많이 있던 공간이거든. 그러다가 집을 둘러싸고있는 좀 낮은 벽돌 담을 발견해.
너징이 어릴때는 밑에 뭐라도 받치고 올라가서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밖이 보였는데, 지금은 쑥쑥 자라서 가슴과 배 중간에 와있는 높이를 보고 새삼 시간이 빠른 걸느껴.
그렇게 너징은 담을 만지면서 걷고 있었는데,
"야, 오징어!"
"앜!!....아, 진짜 놀랬잖아. 오세훈."
갑자기 튀어나온 오세훈 때문에 너징은 깜짝놀라.
이름 오세훈, 나이는 동갑으로 18살. 참고로 너징과는 할머니 댁이 같은 동네라서 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이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같은 곳을 나온 진짜 오래된 친구. 고등학교는 남녀분반이라서 같은 반은 아니지만 아무튼 정말 친한 친구인데 요즘들어 너징이 세훈을 남자로 보고있다는 게 가장 중요.
"뭐야, 너도 오늘 할머니 댁 온거야?"
"응, 오늘 할머니 생신이잖아."
"아, 진짜? 그럼 축하해드려야지. 할머니!!! 세훈이 왔어요!!!!"
우렁찬 오세훈의 목소리에 마당에 계시던 할머니는 세훈을 보고 손을 흔들어주셔.
"할머니 생신 축하드려요!!!"
"저거 목나가겠네, 목나가겠어. 할머니 아직까지는 잘 들린다, 이눔아. 세훈아, 할머니는 잘 계시고?"
"당연하죠, 우리 할멈이 어디 안좋으실 분인가?"
"어이구, 저녀석. 나중에 한번 놀러오시라고 해라. 알았지? 우리 징어랑 재밌게 놀다가."
"네, 할머니."
"와, 진짜 오세훈 쩔어. 목청 갑이네."
"네 친구중에 나처럼 이렇게 할머니한테 친근하게 대하는 사람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너 밖에 없다, 이새끼야. 어유 좋냐?"
"내가 새끼라고 하지말랬지, 오징어. 내가 오빠라고 몇번을 말해. 너 빠른이잖아."
하면서 너징의 이마에 꿀밤을 먹이는 세훈.
너징은 한껏 세훈을 째려봤지. 근데 분명히 오세훈이 있는 담 넘어는 내리막길이라서 너징이 있는 담 안보다는 낮을텐데, 어떻게 눈높이가 맞을까.
너징이 눈에 힘을 풀고 다시 세훈을 봤는데, 어릴 때 오세훈이 아니네.
키도 엄청 커졌고, 어깨도 엄청 넓어졌고, 손도 엄청 커졌고, 그냥 엄청 남자다워졌다고 해야되나.
그렇게 너징이 그냥 빤히 오세훈을 쳐다보고있으니까
"ㅇ,야,야. 무,뭐,뭘 그렇게 쳐다봐!!"
"ㅇ...어? 아니, 아니야. 야, 들어와. 담 하나 사이에 두고 뭐하는 짓이냐. 옥상가자, 옥상."
너징은 못 봤겠지만, 너징이 빤히 쳐다봤을 때 세훈의 얼굴은 살짝 붉어져있었다는 스아실.
아무튼 세훈은 집 안으로 들어와. 마당에서 고기도 좀 얻어먹고, 할머니한테 살짝 애교도 좀 떨다가 너징이랑 같이 옥상에 올라가.
할머니댁 옥상은 너징이 어릴 때 세훈과 자주 놀던 곳이야. 커서는 고민이 많을 때 올라왔었고.
"와, 여기 진짜 오랜만이다."
"그러게. 나도 여기 진짜 오랜만에 올라와본다."
"혹시 기억나? 너랑 나랑 여기서 눈많이 왔을 때 눈싸움한거. 와, 그때 진짜 재밌었는데."
"야, 그때 네가 나한테 한 짓을 알고도 그런 말이 나올까. 너,너 그때 막 커다란 양동이같은데 눈 담아와서는 내 위에서 엎어버리고, 눈도 엄청 세게던지고!!!!"
"그러니까 재밌었다고ㅋㅋㅋㅋ오징어 괴롭히는게 제일 재밌지."
"나 그때 완전 죽을 뻔했어!!!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인데."
"왜. 난 엄청 좋았는데. 그 때 너 넘어질 뻔 했을 때, 내가 손 잡아줬잖아. 그리고 머리에 눈 묻은거 누가 털어줬어. 내가 털어주고. 난 좋았는데, 넌 싫었어?"
"ㅎ,허. ㅁ,뭐래!! 그..그건! 병주고 약준거지."
"난 여기서 있었던 일은 진짜 좋았던 일 밖에 없는데. 너랑 여기서 별도 보지않았나? 네가 그 때 어떤 별 가리키면서 저거는 세훈이, 네 별이야. 라고 말한거 기억안나?"
"야-그건 언제적이냐. 완전 어릴 때구만. 지금 들으니까 오글거려."
"아, 또. 너 여기서 울었었지, 강아지 큥이 잃어버렸다고. 내가 그 때 얼마나 당황했는 줄 아냐."
"큥이 잃어버리면 울고도 남지. 내가 혼자있는데 네가 올라와가지고는 뭔데. 무슨일인데. 하면서 계속 부추기니까 내가 운거아냐. 그래도 지금은 찾았으니까."
"그 때 그렇게 울 줄은 몰랐지. 너 그 때 내 품에 안겨가지고 꺽꺽대면서 우는데 누가 안 당황하겠어?"
너징은 품에 안겨서 울었다는 말에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얼굴이 새빨개져. 다행이도 캄캄한 밤이라서 안들키겠지만.
그런데 세훈은 그런 말을 엄청 서슴없이 말하니까 진짜 자기를 친구만으로 생각하는 것같아서 슬퍼져.
"아, 몰라. 오세훈. 옥상에만 있으니까 심심해. 밖에 나가서 좀 걸을래? 어차피 너 집에도 가야되고 여기 주변 돌자. 나 여기 산책안한지 오래됐어."
"음, 그래. 나가자."
그렇게 너징과 세훈은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어.
동네 골목길을 천천히 걷는데, 할머니 댁이 시골이다보니까 가로등도 얼마없고 엄청 어두운거야. 너징은 낮이랑은 다르게 뭔가 튀어나올 것같은 분위기에 엄청 무서워하고있었어.
근데 옆에 있던 오세훈이
"야, 오징어. 지금 너 무섭지?"
".....어떻게 알았어."
"딱봐도 나 무서워요 라고 티를 팍팍 내고 있잖아. 몸은 움츠러들어가지고는 다리도 바들바들 떨고. 에휴. 그냥 집에 놔두고 나왔어야되는건데.
야, 손."
"......손?"
"이해력은 또 왜이렇게 딸리냐. 손 내놓으라고. 아니다, 그냥 내가 해."
하면서 너징 손을 꽉 잡아와. 그것도 깍지까지 꼭 껴서.
"ㅇ...야,야. 뭐하는거야."
"왜. 무섭다며. 너 어릴 때부터 무서우면 내 손 꼭 잡았잖아. 내 손 잡으면 안무섭다고하면서. 그니까 가만히 있어."
그렇게 너징은 세훈의 손을 꼭 잡은 채로 걸어갔어. 정말 무서움은 없어졌는데 중요한건 너징의 얼굴은 진짜 새빨개졌고, 심장은 바운스바운스 미친듯이 뛰고있다는거?
아무말도 없이 천천히 걷다가 세훈이 입을 열었어.
"맞아, 너 학교에서 걔랑 무슨 사이야."
"걔? 걔 누구."
"아, 걔있잖아. 4반에 이태민인가 뭔가. 김종인 친구."
"아, 태민이?"
"뭐? 태민이? 태애~민이?"
"그게 뭐. 깜종이 소개시켜줬어. 자기 친구라면서. 태민이랑 친하게 지내라고. 그래서 친하게 지낼려고."
"야, 너 태민이라고 부르지마. 이태민이라고 불러. 그리고 걔랑 친하게 지내지도 마."
"아씨, 왜!!!"
"너 학교에서 나 보면 어떻게 불러."
"오세훈."
"이태민은 학교에서 보면 어떻게 불러."
"태민아!"
"이봐이봐, 나랑 다르잖아!! 너 어릴때는 나한테 맨날 세후나세후나 라고 불렀으면서 지금은 오세훈이라고 딱딱하게 부르고. 이태민은 알게된지 얼마 안됐으면서 태민아~라고 부르고. 이게 무슨 차별이야!!"
"차별은 무슨!!! 지금 너한테 세,ㅅ,세후나 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좀 그래."
"뭐가 어떻게 그런데. 말해봐. 구체적으로."
"아, 그냥 쫌 그래!!! 그리고 왜 태민이랑 친하게 지내면 안되는데?"
"태민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아니. 일단. 걔랑 친하게 지내지마. 보기 안좋아."
"허, 그럼 너랑 친하게 지내는거는."
"나랑은 친하게 지내도 보기 좋은데, 걘 아니야."
"야, 그건 무슨 논리인데. 싫어. 친구 좀 늘리겠다는데. 혹시 알아, 태민이랑 잘될ㅈ....."
"야, 오징어!!!!!!"
너징은 그냥 장난식으로 태민이랑 잘될지알아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화난 오세훈때문에 말을 멈췄어.
얘가 갑자기 왜이러나, 얘도 혹시...
너징은 갑자기 많아진 생각에 멍하니 서있었는데, 그런 너징을 근처 벽으로 몰아세우는 오세훈때문에 더 놀라.
그리고는 너징 바로 앞에서서 눈을 똑바로 쳐다봐. 그런 오세훈때문에 너징은 어쩔줄 몰라하다가 눈을 피해버려.
:ㅇ..야, 오세훈. 왜그래."
"징어야, 내 눈 피하지말고 똑바로봐."
갑자기 징어야라고 부르는 오세훈의 말 때문이었는 지는 몰라도 너징은 천천히 눈을 쳐다봤어.
"후-징어야."
"...ㅇ,어?"
"내가 언제까지 네 친구노릇만 해야되는데."
"......"
"내가 언제까지 네 옆에서 친구로만 있어야되는데. 언제까지 다른 남자한테 너 뺏길까봐 불안해하면서 너만 보고있어야되는데."
"ㅅ,세훈아..."
"내가 그 '세훈아."라는 소리 얼마나 듣고싶었는지 모르지? 어렸을때는 주구장창 부르더니만, 커서는 한번도 그렇게 안불러주고. 나 진짜 서운했었어.
그리고 나한테 안겨서 울때는 진짜 미안하지만 엄청 설렜었어."
"......"
"이거 말고도 정말 많은데. 아까 걸어오면서 손 잡았을 때, 진짜 떨려죽는 줄알았다? 내가 언제부터 이러고 있는지알아?"
"언제부터 그랬는..데?"
"너 좋아한건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내가 너 좋아한다고 알아챈건 중학교 1학년. 나 그동안 너한테 찝쩍대는 남자들 쳐낸다고 얼마나 힘들었는줄알아?"
"헐. 그래서 연락왔던 남자애가 좀 지나면 연락이 안온거였어?"
"내가 딴 남자랑 연락하지말랬지, 말은 지지리도 안들어요. 오징어."
그 말을 끝내자마자 코앞까지 다가온 오세훈.
정말 코 끝이 닿을랑말랑한 거리까지 얼굴을 붙이더니,
"징어야, 나 이래도 남자로 안보여?"
"ㄱ,그게,아,아니,그게 그러니까, 얼굴은 좀 떼고..."
"싫어. 말해봐. 나 이래도 남자로 안보이냐고."
"......남자로 보여. 남자로 보인지는 고1때부터다. 바보야."
".....진짜?"
"진짜라니까...! 그니까 이 얼굴 좀 떼라고..!!"
하면서 세훈의 어깨를 힘껏 밀어봐도 밀리지가 않아.
세훈의 표정은 실실 웃고있고.
"그럼 너도 나 좋아해?"
"그런거 묻지마, 오세훈."
"에헤이, 또 오세훈이래. 다시 똑바로 대답한다, 실시. 너도 나 좋아하지?"
"......그래. 나도 너 좋아해. 세훈아."
그 말을 하고 나자마자 진짜 너징의 얼굴은 불타는 고구마.
세훈은 계속 실실 웃어대는 중. 아직도 얼굴을 맞대고 있는 상태로.
"그니까 빨리 좀 떨어지라고..."
"싫-어. 너 얼굴 빨개진거 계속 쳐다볼꺼야."
"아, 진짜. 쫌!"
하면서 다시 어깨를 밀어내지만 절.대.로 밀리지않는 오세훈의 어깨파워.
그런데 갑자기 오세훈이 씨익 웃더니 너징의 어깨를 꼭 잡고 입을 갖다대.
너징과 세훈은 몇 초간 입술만 서로 맞대고 있었어.
그리고 세훈이 입술을 떼더니,
"너 첫키스 맞지?"
"이,이씨. 넌 그런걸 물어보냐!!!! 그래, 첫키스다. 뭐."
"나도."
"....어?"
"나도 네가 첫키스라고."
그렇게 멍해있는 너징의 손을 잡아끌더니 다시 깍지를 껴.
그리고는 집앞까지 다시 데려다주더니,
"집에 조심히 잘 들어가고. 집에 가면 톡 넣고. 이제 폰에 저장되어 있는 이름 바꾸고. 아, 하트까지 붙여서."
"큭. 뭐라 해줄까, 세훈아."
"와, 진짜 좋다. 세훈이라고 계속 불러. 알았지? 아무튼 음, 그냥 하트세훈아하트."
"알았어. 너도 조심히 들어가."
"응, 오늘 밤에 꿈은 내 꿈 꾸는 걸로."
"어이구야, 알겠네요. 잘가, 세후나."
일부러 너징이 귀엽게 세후나 라고 하니까 오세훈은 광대승천.
그런 너징을 엄청 사랑스럽게 쳐다보던 세훈이 다시 입술에 쪽하고 뽀뽀를 하더니,
"아, 진짜 귀여워. 빨리 들어가. 춥다. 감기걸리면 힘들어."
"응응, 너도 빨리 가. 알았지?"
"그래, 월요일 날 학교 갈 때 니네집앞으로 갈께. 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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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께 사죄의 마음으로 세훈이 단편을 들고왔어요!
저엄청빨리왔져!!!
근데 이거 결말을 못내겠어요...끝이 너무 밍숭맹숭...ㅎ
잘하면 뒷이야기 계속 만들어나갈 수도 있긴하지만 아마 안쓸것같기도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대하지마시고요...
이번편에는 암호닉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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