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집에돌아오는 길에 김밥재료를 사러 마트에 들렀다.
그는 소풍엔 역시 김밥이라며 소풍 전 설레임에 들떠 신이난 아이같이 내내 빙구웃음을 지어보인다.
여행가는건 난데 어째 지가 더 신이나 방방 떠있다.
진짜 같이 갈려는건 아니겠지....? 숙소도 겨우 잡았는데...
한국 식재료를 많이 파는 마트여서 그런지 한국 사람들도 많고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더더욱 많다.
주위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쏠린다.
올림픽이 끝나고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기성용이
여자와 함께 카트를 밀며 장을 보고 있으니...
하긴.. 나 같아도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여자랑 단 둘이 있으면
같이 있는 여자 뭐냐고 엄청 욕하겠지...
방금 전까지는 그냥 남자 였는데 순식간에 축구선수 기성용으로 변신.
그와 나 사이의 엄청난 갭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찰칵'
뭐야. 이거..? 카메라 소리에 두리번 거렸으나 기성용을 알아본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져서 우릴 찍은건지, 기성용을 찍은건지 알 수가 없다.
이러다 스캔들 기사라도 나면 나는 네티즌들한테 영혼까지 털리겠지...
슬슬 불안해 지기 시작한다.
그의 얼굴을 보니 얜 진짜 아무 생각도 없는지 계속 빙구같이 웃고만 있고..
하.. 내가 뭘 바라니... 내 살길은 내가 찾아야지.
코너를 돌며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묻는 그의 물음에도 대충 대답을 하며
축구선수 기성용과 떨어질 찬스만을 생각하고 있는 찰나
한국 과자좀 사가자며 과자 코너에 멈춰 과자고르기에 집중한다.
찬스다! 재빨리 카트를 밀어 그와 최대한 멀리 떨어져 전화를 했다.
- 너 뭐야? 어딨어?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에 대답만 해.
- 뭔 소리야??
- 아 쫌. 나 영혼까지 털리기 싫어. 야야야 두리번 거리지 말고!!
각자 들고있는거 계산하고 지금부터 정확히 이십분 뒤에 만나.
접선장소는 후문 주차장 오른쪽 끝.
핸드폰 넘어로 야야 익인아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고 전화를 끊었다.
기성용과 떨어졌지만 같이 있는걸 본 몇몇 여자들이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기세로
날 째려본다. 이씨.. 뭘 째려봐... 그런다고 내가 쫄줄아나..
아.. 사실 엄청 쫄았지만.... 티날까봐 뭘봐? 부럽냐? 하는 표정으로 째려봐 주면서 계산을하고 나왔다.
좀 전에 찰칵 소리는 내가 환청을 들은거야.. 그런거지...
요근래에 잠을 잘 못자서 기가 허해진거야...
아무일도 없을꺼라고 생각하며 접선장소로 가고 있는데 먼저 도착한 그가
팔짱을 낀채 나를 째려보고 있다. 얘도 눈에서 레이저나오시네..
- 너 뭐야!! 갑자기 사리지더니 이런 구석진데서 기다리게 하고!!
- 이씨.. .. 왜 큰소리야!!
더 큰소리로 짜증을 내자 그의 미간이 더욱 좁혀진다. 지도 짜증난다 이거군. 쳇
고개를 숙이고 애꿎은 바닥만 발로 툭툭 찼다.
누군 그러고 싶어서 그런줄 아나..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물론.. 내 신변의 안전이 최우선이였지만.. 지도 스캔들 나면 좋을꺼 하나 없으면서.
더 이상 아무말도 안하고 땅만보고 있으니까 평소엔 말도 잘하면서
지금은 입다물고 가만히 있냐고 빨리 말하라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다그친다.
나쁜놈 첫눈에 반했다고 고백한지 고작 몇시간 됐다구 짜증이나 내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큰소리만 치는 그가 서운하기도 하고....
혹시나 신상이 털릴까봐 무섭기도 하고... 갑자기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 너 울어??
으아, 이게 뭔 개쪽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재빨리 눈물을 닦았지만
그가 아무것도 아닌게 아니라며 고갤들어 보란다.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땅만보다 진짜 아무것도 아니니까 빨리 집에나 가자고
차에 타버렸다.
나를 따라 차에 탄 그가 출발은 하지 않고 짜증내서 미안하다고 한다.
아까는 말 없이 사라지더니 지금은 왜 우냐고 부드러운 손길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묻는다.
부드러운 손길, 다정스런 목소리에 그를 보면 엉엉 울어버릴 것 같아서
고개를 숙이고 새어나오는 눈물만 닦았다.
- 나좀 봐봐..
너 말도 안하고, 나도 안보면 계속 이대로 있는다.
아.. 창피해.. 이와 중에도 한번 터진 눈물은 계속 나고....
얼굴을 두손으로 가리고 창피해 죽겠으니까 지금은 아무것도 묻지 말고 집에가자고
집에가면 다 말해준다고 했다.
- 하...
그가 한숨을 쉬며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이런 내가 나도 어이없고 황당한데..
기성용 넌 더 어이없고 황당하겠지..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고 운전만 하고 나는 연신 눈물만 닦아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됐을 때 쯤 도착. 그가 주차를 끝내자 마자 차에서 내려
전속력을 다해 3층까지 뛰어 올라갔다.
이런 내모습에 깜짝 놀란 그가 뭐라고 한거 같은데 하나도 들리지는 않았다.
방문을 열고 침대 속으로 들어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쓰고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내가 미쳤지. 아무리 눈물이 많아도 그렇지 하필 그때 우냐고.
아아아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발을 차는데 발악하는 내 소리를 들었는지
놀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면서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걸터 앉는다.
진짜 주옥같은 상황. 진짜 개쪽도 이런 개쪽이 어딨어...
그의 얼굴을 보기 창피해 이불을 몸에 돌돌 말아 벽을보고 옆으로 누웠다.
- ㅋㅋㅋ 뭐야... 니가 애벌레야 왜 이러고 있어.
집에 왔는데도 아무말 안할꺼야?
- ......
- 으흠... 그래 너 맘대로 해라~ 나도 내 맘대로 할련다.
집에갈려나? 그가 일어난다. 그래 쟨 얼마나 황당하겠어.
있다가 문자로 미안하다고 해야지..
침대에서 일어나길래 집에 가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침대에 눕더니 내 몸을 돌려 자기 품안에 가둔다.
- 으아아아. 너 뭐하는거야!!
- 뭐하긴. 나도 내 맘대로 한다고 했잖아.
어제 누구때문에 한숨도 못자서 졸려. 낮잠이나 자자..
나직한 목소리로 졸리니까 낮잠이나 자자며 아기를 재우듯이 내 등을 토닥토닥 해준다.
이런 상황에 너 같음 잠이 오겠냐...
안 그래도 이불로 꽁꽁 싸매고 있어 답답한데
그의 품에 안겨까지 있으니 숨쉬기가 힘들어 꼼지락 대니까
풋 하고 웃으며 이불을 내려준다.
- 미안..
- 뭐가... 그냥 자 바보야.
- 마트에서 너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고.. 너 이제 막 이적해서 적응도 해야 하고...
새 시즌도 시작 했고... 혹시라도 스캔들 나면.....
- 스캔들 날까봐 무서워서 운거야?
- 아니 뭐... 그렇기도 하지... 너야 스캔들 나도 괜찮지만
나는 영혼까지 탈탈 털릴꺼란 말이지! 나 욕먹는건 둘째치고 부모님이며 친구들이며
주위사람들까지 힘들어 지고..
- 우리 귀요미 쎈척은 혼자 다 하면서 겁쟁이네..? ㅋㅋㅋ
- 또또 귀요미. 내가 하지 말랬지?
- 내맘이다. 일단 자자. 나 무지졸려.
그는 귀요미 꿈에서 만나자며 내 이마에 뽀뽀를 쪽 하고는 바로 잠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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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연하 10편이 나왔어요-
설마....... 아무도 신청 안하시는건 아니겠죠? ㅠㅠㅠㅠ 설마..... 아닐꺼야... 그럼 이만. 총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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