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슴푸레하게 밝은 방 안에 택운이 땀에 젖어 널부러져 있는 내 옆에 거칠게 호흡하며 누워있다.
"미친...얼마나 박은거야.." 저녁부터 한 것 같은데 벌써 세벽동이 튼다.
셀 수도 없을 정도로 택운에게 박혔다. 몇 번을 해도 처음처럼 벌떡 벌떡 일어서는 택운에 기겁했지만.
하얀 얼굴이 나로 인해 쾌감에 물드는 모습이 너무 야했다.
땀에 젖어서 내 이름을 부르며 내가 느끼는 곳만 찔러대는 통에 정신을 차릴 수도 없었다.
테크닉 쩔어 진짜...
"아윽-아퍼.." 몸을 뒤척이는 것도 힘이 들어 다 들리도록 찡얼댔다.
"...미안" 택운이 내 눈치를 보는지 날 힐끗 쳐다보다 말한다. 저 오물오물하는 입으로 날 그렇게
몰아 붙였단말이지....
"됐어- 나도 좋아서 한거니까." 살짝 웃으며 말하니 택운이 고개를 끄덕인다.
귀엽다.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 내 배를 걷어차던 조폭인데. 귀여워 정택운..
괜히 부끄러워져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자는 척했다.
베개에 얼굴을 묻으니 정말 졸음이 몰려와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으아아-" 눈을 떠 몸을 일으키니...허리 통증이 장난이 아니다.
진짜 딱 죽기 직전 만큼 아픈 허리에 저절로 앓는 소리가 나오고 주위를 둘러보니 서랍위에 쪽지와 만원 몇장이 올려져있고 택운은 없다.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쪽지를 들어 읽었다.
'일 생겨서 나간다. 배고프면 시켜먹어 어제 그 자장면 말고.'
정택운 답게 할 말만 하고 끝나있는 쪽지에 불안함이 가시고 웃음이 터진다.
뭐야-설마 어제 질투한건 아니겠지?
그냥 나오는 웃음에 비실 웃다가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장이나 볼까.
지끈거리는 허리를 몇번 주무르니 조금 나아져 몸을 일으켰다.
근데..분명 어제 땀과 ㅈ..정액에 절어 잠든것 같은데 지금 내 몸은 굉장히 보송보송하다.
설마....
얼굴로 열이 확 몰렸다. 택운이 없는게 다행이라고 생각 될만큼 부끄러워 머리를 부여잡았다.
"으아아아-"한참 소리질렀을까 장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신을 차리고 옷장을 열었다.
"미친.." 정장정장정장 잠옷잠옷잠옷
딱 이렇게 두 구분이 나뉘어져 있는 옷장에 두통이 인다. 이 남자 진짜 정장 아니면 잠옷인거야?
그래도 덩치나 키가 조금 비슷하니까 정장을 대충 꺼냈다.
와이셔츠에 바지만 입어도 충분할 듯 싶어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아- 차학연 살아있네.
조금 크지만 그럭저럭 사는 핏에 만족하며 돈을 들고 방을 나왔다.
식탁 위에 곱게 놓여진 내 핸드폰을 챙겨 집을 나왔다.
-
마트-
음 제일 만들기 쉬운 카레로 해야겠구만.
나름 자신있는 요리인 카레로 요리를 정하고 마트를 돌았다.
"3만팔천원입니다."
계산을 마치고 봉투를 들어 가벼운 마음으로 마트를 나섰다.
"차학연 여기 있었네?"
오싹- 순간 돋는 소름에 봉투를 떨어뜨리고 뒤를 돌아봤다.
"....이홍빈." 내가 그동안 계속 피해다녔던 이홍빈을 하필 지금 만났다.
이홍빈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몇걸음 떨어진 곳에서 날 보고있다.
"내가."이홍빈이 웃던 표정을 차갑게 바꾸고 짓씹듯이 말을 뱉는다.
"도망치면."
"다리 분질러버린다고."
"했지?씨발아?"
차갑게 내뱉는 홍빈의 모습에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 봉투는 뭐야? 난 이렇게 널 찾아다니느라 고생했는데 넌편하게 장이나 보고있었다니."
홍빈이 소름끼치게 웃으며 내가 뒷걸음질 치는 만큼 다가온다.
"오지마 이홍빈."
집착과 소유욕으로 점철된 눈빛이 무섭다.
왜 지금 직설적이던 택운의 눈빛이 생각날까.
"이제 도망갈 수 없어 학연이형."생긋- 한 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눈웃음을 지으며 홍빈이 다가온다.
택운의 집까지의 거리를 속으로 재보며 계속 뒷걸음 쳤다.
잘하면 도착할 수 있을지도 몰라. 집에 와있을지도 몰라.
주먹을 꽉 쥐었다.
"또 때릴려고? 괜찮아 형이 때리는 거라면 얼마든." 홍빈이 손을 까딱인다.
"때려도 좋은데, 좋은 말로 할 때 이리 와 형. 지금 오면 다리 안 부러뜨릴게."
무서운 말을 잘도 웃으며 내뱉는다.
"난 절대 니 마음대로 되지않아!" 홍빈의 얼굴이 일그러짐과 동시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윽-" 씨발 택운과의 섹스를 잊었다. 지금 몸 상태로는 잡히기 전에 집에 도착하는 건 무리다.
이홍빈은 학교에서 육상까지 했던 놈이다.. 점점 몸이 떨린다.
"정택운!!!!!!!!!!!!!" 있어라. 들어라.제발. 제발.
그의 이름을 외치자마자 홍빈에게 잡혔다.
덜덜덜-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다. 돌아볼 수 조차 없어.
"....씨발 그 새낀 누구야."
홍빈이 사납게 일그러진 얼굴로 나를 노려본다.
무서워.무섭다..
입을 꾹 다물고 떨고 있으려니 홍빈이 조금 누그러진다.
아니
"내가 여기 어떻게 온줄 알아 형?"
조금 더 소름끼치게 변한다.
"김원식이라고- 형 후배."
"너..!"
"그 새끼는 뭔가 알것같아서 족쳐봤어."
어제 웃으며 내게 농담을 건네던 원식이 생각난다.
"지금 어떤 꼴인지 궁금하지않아?"
홍빈이 속삭인다.
"씨발 이홍빈..원식이 니 친구야 이새끼야!!!!"
버럭 소리치니 홍빈이 비실 웃는다.
"그래서 좋은 말로 물어보는데 안알려주잖아- 그러게 누가 도망치래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