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거 모르겠네. 모르겠다아"
"최승철. 조용히 하고 풀지?"
"치"
"얼른 해라. 그래야 얼른 끝내지"
"치. 아, 누나-"
"스읍, 어디서 누나야. 선생님"
"아 누나 선생님"
"죽는다"
"아, 선생님"
"그래 또 뭐."
"우리 크리스마스에 영화볼까요 누나?"
"누나아? 나 크리스마스에 바빠"
"왜?"
"은근슬쩍 자꾸 말 깔래?"
"아니, 영화보자구요. 나 이번년도에도 케빈이랑 지내기는 싫은데"
"야, 솔직히 니 얼굴에 여자들이 안 붙는게 이상하다. 너 여자친구 없어?"
"어? 어? 누나 지금 나 잘생긴거 인정한거죠?"
"아, 됐다. 말을 말자"
"아아- 누나아-"
"아, 이거 다 풀면 생각해 볼게"
음, 이 애는 내가 과외하는 최승철이라는 애다
어마무시하게 잘생겼는데 단점이 하나 있다면
엄청 찡찡 댄다는 거?
심지어 일주일 전부터는 나보고
크리스마스때 같이 영화보자며 찡찡대기 시작했다.
아, 성가셔
"누나, 나 다 했다"
"자꾸 말 까지? 너 어머님한테 말씀 드리는 수가 있어?"
"치, 우리 엄마는 내 편이거든요?"
"그래 그럼 과외를 그만 둬야겠다. 잘 있어 승철아"
"아아아!! 누나아!!"
아, 귀청 떨어지겠네
"그러니까 승철아. 빨리 공부하자. 너 이제 곧 고3이야"
"아 그게 뭐 어때서요. 누나가 다 책임져 줄텐데?"
"나는 누나가 아니고 선생님이니까 그거 해당 안 되는걸로"
"누나 선생님이니까 해당되는 걸로"
"이 새끼가"
"어? 새끼이? 지금 나한테 욕한거예요?"
"아"
"아, 엄마한테 일러야겠네~~"
아씨 최승철한테 약점잡히면 끝나는데.
여러분 저는 망했어요. 축하해주세요 하하하
"누나"
"선생님"
"누.나."
"선생님"
"김세봉"
"야"
"세봉누나 나랑 크리스마스 때 영화보러가자"
"싫어"
"아,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엄마한테 일ㄹ.."
"아아아!! 알겠어. 보러갈게"
내가 저 새끼 언젠가는 꼭 반 죽일거야
+++++
"어머, 오늘은 좀 일찍 오셨네요?"
"아, 오늘은 학교가 일찍 끝나서"
"아"
"승철이 아직 안 왔어요?"
"음, 승철이 원래 지금 쯤이면 올 시간인데 아직 안 들어왔어요.
잠시 방에서 기다리시겠어요?"
"아, 그럴게요"
"아, 근데 선생님"
"네?"
"크리스마스때, 승철이랑 같이 영화보러 가시기로 약속하셨어요?"
"ㄴ..네?"
"승철이가 선생님이랑 영화보러간다고 신나서는 학교 가던데"
"아, 승철이가 하도 부탁을 해서요"
"승철이가 선생님 많이 좋아해서 그래요. 성적도 실제로 많이 올랐고"
"아, 아니예요. 승철이가 열심히 해서 그런거죠 뭐"
승철이 어머니께서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셨다
최승철 너 집에 오기만 해
"음, 그럼 들어가서 기다리세요. 제가 승철이한테 전화 해볼게요"
"네, 감사해요"
승철이 방에 들어오자 훅, 끼쳐오는 최승철냄새
동기들 얘기를 들어보면 과외하는 남자애들이 하도 새까매서
맞을까봐 무섭다고 하던데
뭐, 승철이 정도면 아주 좋은 과외학생인건가
방도 늘 깨끗하게 정돈 되어있고.
숙제도 꼬박꼬박 잘 해오고
조금 찡찡대는 거 빼고는 말도 잘 듣고
음. 아주 좋은 학생이야
"끼익"
어, 문 열리는 소리.
"세봉 누나아~~"
좋은 학생이라는 말 취소.
++++
어찌저찌 과외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
오늘 순영이랑 술 마시기로 한 날이라서 기분이 좋다.
아니 근데 권순영 얘는 왜 전화를 안 해.
그렇다면? 내가 하는 걸로.
전화기가.....어딨지...
어
망할
전화기를 최승철 방에 두고 왔다
나 잠금도 안걸려있는데
아
안돼
아아아ㅏ아아아아ㅏㅇ아아ㅏ아아아아아
"누나"
"어 씨"
"누나 왜 핸드폰 두고 다녀요. 내가 이런것 까지 챙겨줘야 돼요?"
"어우야, 승철아 고마워"
어우, 좋은 학생 최승철씨께서 친히 핸드폰을 가져다 주셨다.
어후, 다행이다
휴대전화를 켜보니 권순영한테 전화는 안 와있다
이 새끼, 까먹은거 아냐?
"누나 이제 뭐할거예요?"
"친구 만나서 술마실거다. 왜"
"남자?"
"남자...야, 걔는 불알이야"
"우와, 내 앞에서 이제 그런 말도 하고"
"치, 됬어. 나 오늘 너희 어머님한테 탈탈 털려서 정신 없으니까
빨리 집에 곱게 들어가렴^^
어린이는 일찍 자야 키 큰단다"
"그래 봤자 나보다 2살 밖에 안 많으면서"
"승철아, 2년이면 엄청 큰거야. 2살이면 강아지가 개가 돼.
개가 되면 강아지를 낳을 수 있어"
'누나, 2년 짧아요. 누나가 그랬잖아요. 매미는 7년 동안 땅속에 있는다고.
2년이면 아직도 땅속에 있겠네"
"그래. 내가 미안하다"
"엄마가 많이 뭐라고 했어요?"
"아니, 뭐라고 하신건 아닌데"
"그럼 왜 그러는데요"
"아니, 니가 날 좋아한데서"
"치, 그걸 이제 안 거예요?"
"?"
아니 얘가 뭐래는거야.
이 새끼 아주 돌아도 단단히 돌았어
"나 누나 좋아하는데. 그래서 숙제도 열심히하고 방도 깨끗하게 치우고
말도 잘 듣고 한건데?"
"어쭈, 말이 짧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
"나 들이대도 돼요?"
아니 뭐래 미친놈이......
"아니, 승철아. 잠시만"
"아, 몰라요. 난 모른다아~~"
"아니, 잠시만. 지금 무슨 상황..."
"아, 나중에. 누나 얼른 가요.
아, 그리고 그 술 마신다는 사람 이름 권순영이예요?"
아니 이 새끼 뭐야. 독심술이라도 하나
"응??? 뭐야, 니가 어떻게 알아"
"아까 전화 왔길래 내가 받았죠. 내가 남자친구라고 했어요"
"야이 새꺄!"
아무래도 최승철이랑은 달달한 연애는 못 할것 같다.
아니, 내가 뭐래. 절대 안 받아줄거다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