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오는 날의 수채화 |
by.팊
띠링- [지금 어디야?] 띠링- [왜 답이없어] 띠링- [계속 이럴거야?] 띠링- [....] 시끄럽게 울리던 카톡 알람음이 조용해졌다. 아아-, 그래 내 예상과 같았다. 이쯤이면 항상 조용해졌지. 검게 LED가 꺼진 폰 액정을 내려다보며 작게 미소지었다. “ 무슨 생각을 그렇게해? ” 내 한쪽 무릎 위에 앉은 야한 그녀의 야한 목소리가 귓가를 가지럽힌다. 가슴팍에 얹은 그 가느다란 손가락이 천천히 훑고 지나갈때마다 목젖을 울렁이며 타액을 꿀꺽, 잘도 넘어간다. “ 강아지 ” “ 강아지? 강아지 키워? ” “ 음‥, 엄청 큰 강아지 ” “ 좋겠다, 이름이 뭐야? 사진은? ” “ 음‥ 이름, 이름, 그 녀석이 이름이‥ ”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뜨고 풍만한 가슴 위로 얼굴을 뭍었다. 진하지만 달달한 향수가 마치 마약처럼 내 후각을 자극했다. 뭐야~ 라며 대답을 재촉하는 그녀는 키득거리며 내 머리를 부드럽게도 쓸어주었다. 뺨에 닿은 살결이 너무 부드러워서 절로 입술이 그리로 향했다. 간지러운 듯 몸을 조금씩 뒤트는 그녀의 몸짓이 요염하다. “ SUN " “ 응? Sun? 썬? ” 나는 그녀의 목소리에 작게 웃었다. 아, 그런가. 그게 그렇게 발음 되는거였지 참. “ 태양이야? 이름 늠름하고 좋은데? 태양처럼 큰건가? ” “ 태양, 태양이지. 내 태양. ” 시끄러운 클럽 안쪽에 위치한 룸은 문을 닫으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않았다. 웅웅 거리는 우퍼음과 그녀의 달콤하고 야릇한 목소리만 룸안을 울렸다. *** “ … ” 어떻게 이리도 잔인한걸까. 답이 없는 휴대폰을 지그시 노려보다가 결국 몰려오는 피곤함에 냅다 던져버렸다. 마지막이야, 이제 진짜 마지막이야. 마지막이다. 그렇게 속으로 되내었다. 터져나오는 울음을 입술에서 비릿한 피맛이 느껴질때까지 애써 눌러참았다. 더 이상 이렇게 울고싶지도 않았고, 울음을 참고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알고있었다. 이 다짐이 오래가지 않을거라는걸.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다. 그래서 더 서러웠다. 그렇게도 그 사람은 그렇게 잔인했다. 갑갑한 느낌이 싫어서 창문을 열었더니 어디선가 눅눅한 냄새가 느껴졌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도 없고 달도 없었다. “ 음… ” 머릿속이 복잡해져왔다. 비오는 날을 싫어하는 나는 비가 오기전이면 엄청난 스트레스에 힘들어하곤 했다. 어렸을적 비오는 날 교통사고로 내 가족을 다 잃은 후 생긴 트라우마는 좀처럼 사라질듯 사라지지않은채 나를 괴롭혔다. 다시 문을 꾹 닫고서 애써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더니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 지금쯤 이름도 성도 모르는 여자의 품에 안겨서 웃고있겠지? ’ 예쁜 그 미소가 생각났다. 너무나도 예쁜 그 미소, 소유하고 싶지만 나만의 것이 아니였던 미소. 하지만 나를 향해 웃어줄때마다 너무 좋았다. 소름이 끼칠정도로 좋았다. ‘ 그 여자의 향기에 취해 이리저리 얼굴을 파뭍고, 강아지마냥 킁킁대고 있겠지. 그러면 그녀는 그의 머리를 쓸어줄거야, 마치 정말 사랑하는거처럼 ’ 버릇이였다. 뭘하든지 후각에 예민한 그는 항상 향을 음미했다.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비가 오는 날에도 비가 올거같은 냄새가 난다며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 온다고 얼른 문을 닫으라며 화도 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냥 마음이 편해지는 향이라고 했다. 나에게는 기억하기 싫은 향인데… ‘ 하나하나, 차근히 부드럽게 조금씩 천천히 그렇게 다정하게 안아주겠지 ’ 모든 일에 느긋하고 여유가 넘쳤다. 단한번도 서두르는걸 본적이 없었다. 원래 천성이 그러하다고 했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간혹 답답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여유로움이 또 좋았다. 그래, 그냥 모든 모습이 좋았다. ‘ 모든게 끝나면, 아무일 없었던거처럼 표정을 싹 바꾸고 지갑을 열어 돈을 던진채 그렇게 휑하니 가버리겠지 ’ 항상 여유가 넘치고 웃고있었지만, 또 다른 면으로 그는 굉장히 냉정하고 모든 일에 철두철미했다. 마치 모든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듯 그렇게 행동했다. 도무지 알기가 힘든 사람이다. 톡톡- 지독한 악몽을 꿨다. 어렸을적 겪었던 사고는 십년이 지나서도 나를 괴롭혔다. 머리가 욱씬 거린다. 눈가가 뜨거운걸 보니 아직도 울고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니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거센 빗방울이 내 방 창문을 때렸다. 정말 싫었다. 비오는 날 이렇게 어둠속에 혼자있는것도 싫었다. 옆으로 돌아누운채 이불을 꽉 움켜쥐고 엉엉 울었다. 평소 눈물이 많았다고는 하지만 나도 남자였기에 우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긴 싫었다. 한참 울다가 지쳐서 소리죽여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는데 문득 던져놨던 휴대폰이 눈에 띄었다. [추워] [춥다] [음, 잠온다] 멀뚱히 휴대폰 액정에 비친 메시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숨을 푸욱 내쉬고 익숙한 듯 현관으로 걸어나가 문을 열었다. 현관 옆 벽에 기대앉아서 자고있는 그가 보였다. “ …거기서 자면 죽어 ” 내 목소리에 눈을 스르르 뜬 그는 두어번 눈을 깜빡이다가 해사하게 웃어보였다. 여전히 비를 맞고 있는 그는 빗물에도 아랑곳않고 웃고있었다. 그 고운 정장이 비에 젖어서 묵직하게만 보였다. 손을 꼼지락 거리던 그는 품안에 품고있던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 쑨양, 케익 먹자 ” “ 다 젖잖아 얼른 일어나 ” “ 케익, 먹자. ” “ …형, 정말 왜이래 나한테 ” “ 케익 ” “ 진짜 싫어 형같은거 ” “ 케익 ” “ 다른 여자랑 뒹굴다와서 그렇게 웃으면 기분이 어때? ” “ 케익 ” “ 그냥 비맞고 오다가 추워서 죽어버리지 그랬어 ” “ 케익 ” 전혀 미동도 않고 서있는 나를 보던 그는 케익 상자를 뜯더니 손가락으로 작은 조각 케익을 푸욱 떠내서 내밀었다.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웃으며 자기 입으로 가져가 케익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더 케익을 떠내어 손을 내밀었다. 나는 입을 벌렸고, 그의 손가락을 있는 힘껏 물었다. 그리고 잘근잘근 씹어댔다. “ 아파 ” “ …아프라고 ” “ 애정표현이 격해 ” 발끈했다. 정말 발끈했다. 내 분노가 그의 눈에는 애정표현으로 보이는거 였던건가? 케익을 쳐내버리고 그의 멱살을 잡아일으켜 세웠다. 힘없이 딸려 일어난 그는 나보다 키가 작았기에 여전히 나를 올려다보며 웃고있었다. “ 싫어, 진짜 싫다고! ” “ 응, 키스해줘 ” “ 닥치라고 진짜! ” “ 키스 ” 멱살을 꽉 움켜쥔채 그를 내려다봤다. 어느새 내 몸도 비에 젖어가고 있었다. 비는 정말 싫다. 몸은 차가운데 심장이 뜨거웠다. 여전히 힘없이 몸을 늘어뜨린채 내 손에 이끌려 서있는 그는 웃고 있었다. “ 쑨양, 키스 ” 이를 으득 갈았다. 그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움켜잡아당겼다. 그래도 그는 웃었다. 그는 정말 마약같았다. 죽도록 싫었다.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항상 이렇게 그가 바라는대로 움직였다. 그의 예상대로 움직였다. “ 하… ” 나는 결코 부드러운 사람은 아니였다. 그렇다고 성격이 모난 사람도 아니였지만, 그처럼 여유롭고 다정하지 못했다. 송곳이로 꽉 깨물린 그의 입술에서 피가 얼핏 보이는거 같았다. 그는 푸흐흐, 웃으며 내 뺨을 쓸어만졌다. 여자의 향수보다 진한 술냄새가 난다. “ 또 울었어? ” “ 안 울었어 ” “ 괜찮아, 이제 괜찮아. 아무일도 없어. ” 그의 다정한 손길이 싫다. 그의 다정한 목소리가 싫다. 울컥 올라오는 눈물에 거칠게 그의 젖은 정장을 벗겨 던졌다. 어떻게 집안으로 들어왔는지 기억이 안난다. 들어오면서 여기저기 부딪혀서 물건이 떨어지고 가구가 흐트러졌다. 비에 젖은 우리 둘은 방바닥을 어지럽혔다. 어느새 빗소리는 우리들의 들뜬 ‘숨소리’ 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
“ 잘잤어? ” 몽롱한 얼굴로 큰 눈을 꿈뻑거리며 나를 보는 그가 보였다. 아직 나체 상태로 있는 그는 조금 추운 듯 어깨를 움츠렸다가 펴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항상 우리는 지독한 쳇바퀴를 돌렸다. 나는 그를 괴롭혔고, 그는 괴로워했다. 그리고 타이밍이 좋게 항상 비가 내렸다. 그러면 나는 절망에 빠진 그를 위로해줬다. 이런 패턴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거나 변하지않았다. “ 형‥ 입술… ” “ 어? ” 아, 이제야 거울을 봤다. 어젯밤엔 꽤나 많이 약이 올랐나보다. 평소 그래도 얼굴은 깨끗하게 해줬던 그가 얼굴에 상처를 남긴걸보니. 미안해죽겠다는 얼굴로 나를 멍하게 보는 녀석을 보며 나는 웃어줬다. 최상의 방법이였다. “ 태환형‥ ” “ 왜? ” “ 궁금한게 있어. ” “ 우선 좀 씻어. ” “ 아니 궁금한게 있‥ 알았어. ” 저 큰 사내는 어찌저리도 내 말을 잘 듣는걸까. 그래서 더 괴롭혀주고 싶었다. 못된 심보였다. 씻고 나온 그는 소파에 앉아서 아픈 허리를 토닥거리고 있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머리에선 여전히 물이 뚝뚝 떨어졌다. “ 좀 제대로 말리고 나오지 그래, 아침부터 힘들게 집 다치웠는데. ” “ 형 ” “ 왜? 오늘따라 자주 부르네. ” “ 나는 대체 형한테 뭐야? ” “ 뭐라고? ” “ 쑨양이라는 놈은, 박태환한테 뭐냐고 대체. ” “ 갑자기 무슨‥ ” 그 녀석은 그렇게 또 한동안 울었다. 정말 눈물이 많은 사내였다. 처음 만났을때도 울고있었다. 길을 잃은 아이처럼 정말 서럽게도 울었다. 계속 엉엉 울면서 나에게 답을 요구하던 그는 결국 지치고 지쳐서 내 무릎에 기대 누운채 기절하듯 잠들었다. 물론 나는 답을 주지않았다. “ 자? ” “ ‥… ” 그렇게 싫다고, 밉다고, 제발 그만하자고 울부짖던 녀석이 이렇게 편하게도 내 품에서 잔다. 몸 하나는 정말끝내주게 솔직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문득 어젯밤 그렇게 뜨거웠던 그녀의 얼굴이 기억나지않는다. 그 향이 기억나지않는다. 고개를 숙여 녀석의 머리맡에 얼굴을 뭍었다. 익숙한 샴푸향이 느껴진다. “ 니가 좋아서 그래 ” 잠이든 그의 뺨에 부드럽게 입을 맞춰주었다. 미동도 없이 깊게 잠이든 녀석은 새근거리는 숨소리만 내뱉었다. “ 너무 좋으면, 괴롭히고 싶어져. ” 그의 눈 끝에 매달린 눈물이 애처로워서 닦아주었다.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천장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정말 제멋대로 살아온 더러운 나라는 인간에게 지금 내 품안의 이녀석은 한줄기 빛이였다. 무슨 짓을 하고 오더라도 너라면, 나를 용서해줄거 같았다. “ 눈부시고 순수한 태양. 나한테 너는 그래, 쑨양. 그러니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지독한 쳇바퀴를 돌리자. 내가 너에게 솔직하게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있을때까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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팊.
으아닠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쓰고싶어서 막 써봤는데
이건 대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네욬ㅋㅋㅋ
나쁜남자 박태환을 한번 써보고 싶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전반적으로 쑨환입니다만, 글 읽으면 태양의 느낌도 나긴하네요
ㅎ어허ㅓㅎ어헣ㅎㅎㅎ 그냥 뭔가 애매모호하고 절절한게 쓰고싶었는데
절절은 무슨 ㅋ 그냥 똥ㅋ........
얼른 가서 메일링이나 끝내고 올게요..
글의 전개가 계속 태환, 쑨양 이런식으로 바껴서 헷갈리실거 같지만.. 히..힘내세요 전 몰라 ㅇ<-<
(아, 참... 뒤늦게 수정하는거지만 이건 단편이에요 여러분 아마도? ㅋㅋㅋ 이뒤에 뭘 어떻게써요ㅋㅋ저 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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