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even days(7일 동안) # Wednesday 번외 2편
<1> 과속 고지서
- 부제 : 우편물을 찾으러 간 남자 이야기
하암.
이른 아침부터 전화해서 사람을 귀찮게 하는 친구 녀석 덕분에 단잠에서 깨었다.
무슨 아침이냐고 벌써 10시가 넘었다! 이 녀석아! 하면서 호통치는 친구놈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서 맴돌았다.
아무튼 왜 전화했냐고 짜증을 내니 우리집으로 우편하나 보냈으니 확인하라는 것이 아닌가.
미친. 그대로 싸붙이며 또 내 집으로 뭘 보낸거냐고 다그치니 되려 화를 냈다.
내가 부탁했던 뮤지컬 티켓이란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옘병! 욕을 하면서 왜 등기로 안붙였냐고 하니까 돈이 아까워서란다.
그러다가 잊어버리는 어떡하냐고 소리 지르니 그건 지 알바가 아니란다.
아오! 울분을 토했지만 친구는 이미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을 이불 위로 집어 던졌다. 벽에 던질 용기는 안났다.
대충 눈곱을 떼고 세수도 하지 않은 채 편한 트레이닝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야구모자까지 머리에 쓰고 집에서 나왔다.
어차피 아파트 1층 우편함에만 다녀올 거라 편한 모습으로 나왔다.
이 시간에 누구 보랴. 다들 출근하고 등교했겠지라고 생각하며.
그런데 내 생각은 철저한 오산이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옆집에서 현관문을 열고 나온다.
곱상한 외모가 눈에 띄는 사람으로 옆집에 살다보니 가끔씩 인사를 나누는 이웃 사이였다.
예의바른 이웃은 나를 보더니 인사를 했고 나도 어떨떨한 자세로 맞인사를 했다.
깔끔한 차림의 그를 보니 세수도 안한 내가 창피해졌다. 젠장. 세수라도 하고 나올껄.
후회가 되었지만 이미 늦었다.
도착에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다.
어디를 가냐고 예의상 물어보니 우편물 찾으러 간단다. 나랑 똑같다.
1층에 도착할 때까지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다.
나와 비슷한 키의 그를 무심결에 쳐다보았는데 그의 눈이 눈에 들어왔다.
둥글고 큰 눈에다 속눈썹까지 길었다. 남자새끼가 참 길기도 하다 라고 속으로 혀를 찼다.
이윽고 엘리베이터는 도착했고 그 남자와 나는 아파트 현관입구 앞에 있는 우편함쪽으로 가서 각자 우편함을 들췄다.
우편함 깊숙이 얇은 종이 촉감이 느껴졌다.
꺼내드니 친구놈이 보낸 우편물이었다. 혹시 분실되었을까봐 봉투를 뜯어서 내용물을 살폈다.
다행히 분실되지 않고 티켓은 사랑스러운 자태를 뽐냈다.
기뻐서 나도 모르게 뮤지컬 티켓에 찐한 입맞춤을 시도했다.
그러다가 나혼자 있는게 아닌 것을 깨닫고 엄청 창피해져서 얼굴에 열기가 치솟았다.
흘깃 옆을 쳐다보니 다행히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휴우. 한숨을 내쉬고 좀 귀여운 생김새의 이웃 남자를 쳐다보니 화를 내고 있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푸념어린 소리를 하길래 왜 그러냐고 은근슬쩍 물어보니 벌금때문이란다.
저번에 교외로 나갈 때 과속을 엄청 했더니 결국 카메라에 걸려서 범칙금도 아니고 벌점과 함께 벌금이 날라왔단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10만원정도.
보통 속도 오버해봤자 2~3만원 나오는데 몇배야 대체.
[상당히 밟으셨네요] 라고 말하니 네!라고 대답과 함께 [죽음의 질주를 했죠. 후후] 라고 말하며 웃었다.
아주 호러적인 웃음에 그에게서 좀 떨어졌다.
[우리 애인이 좀 속도광이라서요.]
별로 탐탁지 않은 말투로 이어 말했다.
운전만 했다하면 180도 달라지는 인간들을 많이 본터라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해주었다.
먼저 올라간다는 그를 떠나보내며 담배나 하나 필까 싶어 아파트 현관입구를 나섰다.
그러고 보니 그 남자의 애인이 운전을 광폭하게 했다고?
같이 사는 사람은 남자였던 것 같은데...나보다 훨씬 큰 또 다른 이웃 남자를 떠올렸다.
2미터를 육박하는 잘생긴 남자였다.
방금 같이 있던 이웃남자가 귀엽고 예쁘다면 남자답고 멋지달까.
설마 그 남자가 이웃남자의 애인일리는 없....응?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가지의 가정에 기겁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내 옆집에 게이가 사는거야? 설마. 아니겠지. 하하.
웃음소리가 허공에 허무하게 흩어졌다.
<2> 죽집
- 부제 : 웰빙식으로 죽을 먹고 있던 두 남녀 이야기
오랜만에 우리도 웰빙 좀 가지자며 남자친구를 꼬셔 죽집에 왔다.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우아한 식사도 좋지만 이런 음식도 가끔 먹고 싶었다.
메뉴판을 뒤적뒤적하다가 전복죽과 바지락죽을 주문했다.
프랜차이즈 죽집의 전복죽은 전복이 아니라 소라라는 말이 있었다.
그 말은 사실이지만 소라죽을 먹는다 생각하고 주문한 것이라 상관없었다.
따끈따끈한 죽이 나오고 남자친구와 수다를 떨며 조금씩 그릇에 담아 먹었다.
딸랑.
문에 달린 종소리가 울려 입구쪽을 무심코 쳐다보았다.
앞에 남자친구가 아니었다면 올레!이라고 소리칠 만큼 멋진 남정네 둘이 들어오는게 아닌가.
남은 자리가 구석진 곳 아니면 우리 옆 자리뿐이었는데 그 멋진 남자들은 우리 옆자리에 앉았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눈요기 제대로 하는구나! 죽이 왠지 더 맛있어졌다.
남자친구가 눈치 못채게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최대한 예의에 거슬리지 않게 뚫어지게 쳐다보진 않았다.
한 남자는 보통 여자들이 원하는 180cm가 넘는 키의 귀여운 남자였고 다른 남자는 옆의 남자보다 훨씬 컸고 잘생겼다.
키가 얼마지? 2미터쯤 되겠다.
그래도 몸의 밸런스가 좋은지 길죽한 느낌은 안들었다.
한번 주위를 둘러보니 가게 내의 대부분의 여자들이 시선이 그들에게 가 있었다.
역시 동지들이다. 미남 레이더는 항상 기본 탑재중인 여자들이 아닌가.
남자들은 반대로 예쁜 여자에게 반응하는 레이더를 갖고 있지.
죽을 먹는 둥 마는 둥 남자친구 말도 듣는 둥 마는 둥 훔쳐보기 바빴다.
가까이에서 본 귀여운 남자는 눈이 참 예쁜 남자였다.
왠만한 여자보다 예쁜 듯. 속눈썹이 마스카라한 내것보다 긴 것 같다. 부럽다.
한숨을 나올 만큼 멋진 남자들이다.
죽을 주문한 후 다른쪽에 시선을 돌리고 있는 귀엽고 예쁜 남자를 잘생긴 남자가 부른다.
태환이라. 이름도 멋지네요♡
뒤이어 [그냥 불러봤어요] 라는 잘생긴 남자의 멘트가 느끼했지만 여자로선 참 듣기 행복한 말이었다.
그리고 귀여운 남자 손위에 겹치며 아이컨택한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 설마. 사귀는 사이?
그렇다면 내 생애 처음으로 실제 게이커플을 보고 있는건가?
순간 멘탈 붕괴가 왔지만 곧 제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갑자기 보이즈물을 아주 좋아하는 동인녀 친구가 떠올랐다.
언젠가 자신이 왜 이것을 좋아하는지 알게 될거라고 했었지. 미친 소리하고 앉았네 라고 대답했지만.
지금이 그때일까?
외모가 되니까 그런 생각이 마구 들었다.
만약 예쁘고 잘생긴 남자들이 아니었다면 오만 인상을 찡그렸을지도 몰랐지만.
친구의 '내가 가지지 못하는 잘난 남자라면 그냥 같은 동급의 남자와 이루어져라!' 그 말이 참 와 닿았다.
이런 잘난 남자를 애인으로 삼을 여자들을 생각하자 속이 쓰렸다.
앞에 있는 남자친구의 얼굴이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못난 얼굴은 아니지만 저 남자들과 비교했을 때 급이 달랐다.
영화 아저씨를 보고 나온 여자들의 '영화를 보고 났더니 옆에 오징어가 있었다' 라는 후기가 참 공감되었다.
곧 그들의 죽이 나오고 금세 먹고 나가서 아쉬웠다.
그냥 배 채우러 온건가?
뒷태마저 아름다운 그들을 속으로 배웅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그들을 구경하는 동안 어느새 남자친구는 죽을 다 먹은 상태였다.
숟가락으로 죽을 깨작거리자 남자친구가 안먹을거냐며 먹기 싫으면 자기에게 달란다.
남자친구의 빈그릇과 체인지하고 맛갈스럽게 먹는 남자친구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죽을 먹고 있던 남자친구가 방금 나간 멋진 남정네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 새끼들 호모아냐? 징그럽게 남자 둘이서 아이컨택하고 자빠졌어.]
남자친구의 말에 발끈해서 소리칠뻔 했지만 겨우 참았다.
미친. 죽 먹으면서 잘도 봤네. 그리고 니가 낳은 아이니? 누구보고 새끼래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남자친구를 씹었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더한 말까지 한다.
[죽맛 떨어져서 원. 사랑질할꺼면 모텔이나 갈것이지. 여기서 지랄이냐.]
뭐? 그의 카운터 펀치에 어이없게 쳐다보았다.
게이든 레즈든 사랑에는 성별과 국경이 없다고 했다. 사람에 따라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꼭 저런말을 해야할까.
남자친구가 새롭게 보였다. 저질스러워서 결국 한마디 했다.
[죽맛 떨어지는 놈이 내죽까지 처먹고 있냐? 거기다 사랑질?]
[뭐? 니가 안 먹길래 먹는거잖아. 그리고 내가 틀린말 했냐?]
[틀린 말이든 아니든 그런 말하는 것 자체가 잘못 된거야. 넌 뭐라고 해도 없는 사람들을 욕하니?]
[헐. 발끈하는 니가 이상하다. 넌 안 역겹냐.]
[그따위 저질스러운 말을 하는 니가 더 역겨워.]
[뭐?!]
우리의 다툼에 가게 내 손님들이 우리를 쳐다본다.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분간 보지말자. 니가 정말 싫어졌어.]
[야!]
[싫으면 헤어지든가.]
이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라면 내쪽에서 사양이다.
계산서를 들고 카운터로 가서 계산한 다음 가게문을 열고 나갔다.
아오.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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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2편입니다.
과속 벌금 관련한 이야기와 죽집에서 있었던 일ㅎㅎ
이번 시점은 일반인 시점(동인녀시점없음)으로 했어요.
그나저나 쑨양과 태환때문에 한커플이 깨졌네요ㅋㅋ 요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