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확실히 여기는 개방적이더라."
"뭐가?"
클럽에서 놀다 새벽늦게 들어온 찬열이가 피곤한지 하품을 하며 말한다.
"내가 어젯밤에 클럽에 있었잖아, 근데 거기서 어떤 커플이 완전 진하게 딥키스를 하고있는거야. 솔직히 궁금하잖아.
그래서 은근슬쩍 계속 거기를 쳐다봤는데..."
"그래서?"
"대박. 그냥 대박."
"도대체 뭐길래."
"우와, 난 진짜 내 생에 그런장면을 목격할 줄은. 아직도 신기해."
우리들은 모두 찬열이의 과한반응이 웃겨 찬열이를 쳐다봤다.
그런데 찬열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이였다.
"알고보니 그 진하게 키스하는 커플이 둘다 남자였던거있지?"
".........."
"...아..헐..진짜?"
백현이가 살짝 당황하며 반응이 없자 찬열이는 왜 안놀래냐는 식으로 우릴 쳐다봐서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찬열이의 말에 대답했다.
"존나 충격이지 않냐? 난 말로만 들었지,이렇게 게이를 현실에서 볼줄이야."
"..그러게.."
김종인과 백현이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있어 나혼자 어색하게 계속 찬열이의 말에 반응을 보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나와 백현이 그리고 김종인도 마찬가지인데..
그 게이...라는거.
찬열이가 어젯밤에 침대에서 진하게 키스하는 나와 백현이의 모습을 보지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라? 깜종인,변백. 너넨 안놀랍냐?"
"별로."
백현이는 딱잘라 대답하는 반면에 김종인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난 내가 꼭 찬열이한테 백현이와 나의 사이, 그리고 김종인을 들킨 기분이 들어
물을 마시려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떨었는지 그만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컵을 깨뜨렸다.
"괜찮아?!"
"경수야 괜찮아?!"
찬열이와 백현이의 걱정하는 소리가 동시에 났다.
백현이는 살짝 입술을깨물며 날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약통을 찾는다.
걱정끼치고 싶지 않은데 하필 떨어져도 내 근처에 떨어져서.....
다리에 살짝 유리조각들이 스쳤다.
갑작스럽게 드는 아픔에 내가 살짝 인상을쓰며 다리를 붙잡고있자
누군가 날 번쩍 안으며 쇼파로 옮긴다.
.........김종인이다.
"잠시만 여기 앉아있어."
"..응."
"손 대지말고."
옆에 앉은 김종인의 표정이 안좋았다.
예전에 내가 감기로 일주일동안 앓았을 때도 김종인은 화난 표정으로 날 걱정하곤 했었다.
예전생각때문인지 다리위에 생긴 아픔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
갑자기 닿는 따가운 소독약의 느낌이 없었다면...
어쩌면 난 계속 아픔을 잊었을지도 모른다.
"많이 아파?"
"괜찮아. 정말로."
백현이가 걱정스럽게 무릎을 꿇어 내 다리에 난 상처들 하나하나에 정성껏 소독약을 발라준다.
소독약이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따가움에 내가 다리를 살짝살짝 움찔거리자
백현이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더니 걱정스런 말투로 계속내게 묻는다.
"많이 따가워?"
"약간?.근데 나 정말 괜찮아."
"이거 흉지면 안될텐데..."
한참동안 내 다리를 치료해주는 백현이를 보다가 옆에 앉아있는 김종인을 힐끗 쳐다봤다.
김종인은 내 다친 다리를 계속 보고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 다리를 치료해주고있는 백현이를 바라보는거 같기도 하고.
"다됐다. 다음엔 진짜 조심해."
"응, 고마워."
백현이는 반창고를 마지막으로 붙여주고는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만져준다.
그 기분이 좋아 내가 살짝 웃자 백현이도 그때서야 나를 보고 웃는다.
그런데 순간나와 백현이를 바라보고있는 김종인이 무척이나 신경쓰였다.
순간적으로 어색한 적막이 돌때 낮은 저음의 찬열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경수야. 내 게이얘기가 무척이나 충격이였구나."
"어..어?"
"그거때문에 컵 놓친거지맞지?"
"......."
찬열이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될지 몰라 눈만 굴리고 있을 때즘 백현이가 대답한다.
"박찬열. 아까부터 할 말있었는데."
"뭔데?"
"나도 사실 게이야."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하는 백현이를 보자 찬열이는 물론, 나와 김종인도 모두 깜짝놀랐다.
".....변백현. 너 지금 장난치냐?"
"장난아닌데."
"야. 미쳤어?"
"예전부터 말하려고 했는데 차라리 지금 말하는게 나을거 같아서."
"........."
"나 경수랑 사귄다."
내가 놀란 눈으로 백현이를 쳐다보자 백현이는 내 손을 잡는다.
찬열이는 나와 백현이가 손잡는 모습에 더 충격을 받았는지 어이없는 웃음만 보일 뿐이다.
"...진심이야? 너네 둘이 사귄다고?"
찬열이가 나와 백현이를 번갈아 쳐다보며 묻는다.
"어.그냥 이제는 솔직히 말하고 싶었어."
"........"
"나 도경수 많이 좋아해."
찬열이는 계속 기가 차는지 우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못참겠는지 현관문을 나선다.
옆에서있는 김종인의 표정이 점점 구겨진다.
저 표정은 정말 김종인의 기분이 최악일때 나오는 표정이다.
백현이는 현관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는 찬열이의 모습을 보다가
시선을 김종인쪽으로 돌려 김종인을 쳐다본다.
김종인 역시 그런 백현이를 쳐다본다.
"사실, 박찬열 보다는."
"........"
"김종인, 네가 왠지 더 알아야 될거 같아서."
"........."
"나랑 경수랑 사귀는거 말이야."
백현이는 목소리에 살짝 힘을 주며 김종인에게 말한다.
내가 백현이의 옆구리를 살짝 찌르며 '백현아...그만..' 이라 말하자
백현이는 내 손을 잡으며 방문쪽으로 향한다.
"경수야. 너 아프겠다. 방에들어가서 쉬자."
혼자 남겨진 김종인이 신경쓰여 살짝 뒤를 돌아 김종인을 바라보는데
김종인의 눈이 무척이나 슬프다.
......너 왜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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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이와 나의 커밍아웃이후로 집안의 공기는 매우 차가웠다.
찬열이는 어디서 자고오는건지 집에안들어오는 시간이 많았고
김종인은 그 이후로 나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경수야. 나 좀 늦을거 같아."
"진짜?"
내가 아쉬운 소리를 하며 백현이를 쳐다보자 백현이는 살짝 웃어보이며 '최대한 빨리올게.' 하고는
내 볼위에 살짝 뽀뽀를 하고는 밖으로 나간다.
쪽-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나서 식탁에 앉아 책을 보고있는 김종인이 신경쓰여 그 곳을 쳐다보는데
다행히도 음악을 듣고있는 지 이어폰이 꽂혀있다.
정말 오랜만에 김종인과 둘이 남아있어본다.
나라도 어색함을 풀고싶어 김종인 맞은편에 앉았다.
김종인은 분명 내가 자기 앞에 앉아있음을 눈치챘는데도 책만 열심히 본다.
헛기침도 해보며 김종인의 시선을 끌려해지만 김종인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그렇게 한참이나 김종인의 모습을 바라보고있는데 김종인이 고개를 들어 나와 시선을 마주한다.
김종인이 아무말 없이 나를 쳐다봐서 나 역시도 김종인을 아무말 없이 계속쳐다봤다.
김종인의 눈빛이 슬프다.
그때 적막을 깨는 김종인의 살짝 갈라진 목소리가 들린다.
".......봤어."
응? 무엇을?
"....너랑 변백현이랑 키스하는거."
아, 설마 그 때...
문이 열렸다 닫혔던 그 소리가 내 착각이 아니였다.
진짜 김종인은 방문을 열다가 나와 변백현이 키스하는 모습을 봤던거다.
".........."
"이상하더라.기분이."
"........."
"솔직히, 난 네가 내가 조금만 흔들면 나한테 돌아올 줄 알았어..."
"........"
"그런데 네가 나랑 있을 때보다 변백현이랑 있을 때 더 자주 웃는 모습을 보니깐....
확실히 알겠더라."
그거야... 너랑 있으면 심장이 이상해서..간질거려서..
몸이 빳빳하게 굳어서...
웃을 수가 없었다.
"..네 마음이 어떤지."
김종인,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는데 네가 어떻게 알아....
"네가 변백현을 무지하게 좋아하는거."
"............"
".....그리고 김종인을 싫어하는거."
.........싫지 않다.
난 네가 싫지 않아. 종인아.
그러니깐 그렇게 슬프게 쳐다보지마.
"....네가 나 아닌 다른사람을 보더라도, 내가 너를 좋아하니깐..그딴건 상관없을 줄 알았어."
"..........."
"근데 진짜 아프더라."
아파?..
김종인이 아프다는 말을 들으니깐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한다.
여기서 울면 안될걸 알기 때문에 입술을 꽉 깨물며 참았다.
"...경수야. 내가 너를,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아하나봐."
김종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점점 다가온다.
김종인이 허리를 숙여 내 어깨를 붙잡고는 내 얼굴을 향해 다가온다.
네가 지금 무엇을 하려고하는지 알고있다.
그렇지만 나는..
......나는..........
슬픈 눈을 한 김종인을 피할수 없었다.
백현아...미안해.
이번 한번만 용서해줘.
나와 김종인은 그대로 키스했다.
김종인의 뜨거움이 내 입안으로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
...쓰다.
사실, 김종인이 미국에 온 첫 날 우리집에서 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꿈을 꾸었었다.
김종인과 키스하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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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보셨나요?
ㅠㅠㅠㅠ비가오네요ㅠㅠㅠㅠ..
갈수록 글이 더 우울해지는거 같아요..ㅠㅠㅠ
앞에서 댓글 달아주신 분들 정말 다 감사드립니다!!
다음편도 많이 기대해주실거죠?
부족한 글솜씨여도 이해해주세요!!매 편마다 노력하면서 쓰고있습니다....ㅜㅜ
카디백도 둘다 좋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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