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연리지[連理枝] :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30/21/23e2fd5af58dd86c64f656c442a41202.jpg)
본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저 밤하늘에 떠있는 달조차 너로 보이는구나.
흰옷감에 까만 먹물을 들이부은 것 마냥 컴컴한 밤하늘 한가운데 은은한 빛을 내며 보름달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고, 곧 겨울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 가을바람이 꽤나 매서웠다. 양반들은 각자의 집에 들어가 가족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이 밤을 보내고 있었고, 그 밖에 호롱불을 살 여유가 없는 대부분의 평민들은 일찌감치 잠에 빠져있었다. 어두워진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이라고는 술집에 들렀다 귀가하는 양반들 뿐이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아름다운 밤하늘과 보름달에 편안히 잠을 들지 못하는 두 남자와 한여자가 조용히 그것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달을 보며 쓸쓸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남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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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너를 어찌해야할까.
보름 전, 죽었다 생각했던 정인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주 가끔가다가, 1년에 단 한번정도는 헛된 꿈을 꾸고는 했었다. 이 모든상황이 나를 놀래키는 것을 좋아했던 니가 꾸민 일이고, 너는 나에게 놀랐냐고, 미안하다고 웃으면서 살아숨쉬는 너의 모습으로 나에게 안기고. 그러면 나는 정말 힘들었다며 투정을 부리고, 왜 그랬냐고 짓궂은 너를 타박하고. 하지만 그러다가 내 품에 안겨있던 너는 어느순간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었고, 그리고 나는 울부짖으며 꿈에서 깼다. 처음 그 꿈을 꿨을때는 펑펑울었었는데, 해가 바뀔수록 나는 울고싶어도 울 수가 없었다. 눈물을 흘리고 싶어도 눈물이 나지않는 것은 생각보다도 더 괴로웠다.
이 궁안에서 살아남으려면 감정을 숨기는 것은 필수였다. 지금의 주상은 신하들이 하자는 대로 끌려다니는 능력없는 어리바리한 왕이었고, 권력가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챙겨 백성들은 기근에 시달렸다. 순진한 왕을 재주좋게 부려먹는 능구렁이들을 보며 다짐했다. 나는 절대로 주상 당신같은 왕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그래서 더 악착같이 감정을 숨겼고, 그렇게 몇년을 지내온 나는 감정을 마음으로 느끼고 섣불리 행동한다기 보다는 머리로 계산하고 판단하고, 그리고 나서 이성적인 행동을 하였다. 그래서 힘들었던 것이었다, 니가 꿈속에서 보이면 나는 평소와는 달리 감정을 온 마음과 온 몸으로 느꼈고, 감정적으로 행동을 할 수 밖에는 없었고, 몸은 그것을 따라가 주지 못하였다. 그래서 눈물을 흘리고 싶어도, 나오지를 않는 것이었다.
보름 전 너를 꿈속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마주보았을 때, 그때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온갖 감정이 뒤섞여 올라왔고, 궁에 돌아온 나는 꼬박 이틀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울고 싶어도 눈물은 나오지 않고, 빽빽 소리만 질러댔으니 목소리는 이미 쉰지 오래였고. 다시 너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지만, 그와 동시에 너를 내버려두고 등돌린 그 순간부터 니가 무척이나 보고싶었다. 그리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너를 만나러 갈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엔 윤이를 보내 니가 잘 지내는지, 뭘 하는지 보고 나에게 보고하라고 했다.
너의 소식을 전해 들을수록 그리움만 커져갔고, 고통스러워도 니가 꿈에 나오기를 바라며 잠들고, 다시 잠들고를 반복했다.
하지만 나의 신분은 세자였고, 병석에 누워있는 주상을 대신해오고 있었다. 하루종일 널 그리며 병자처럼 지냈던 그 이틀도 내게는 사치였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이틀동안 수없이 많은 상소들이 올라와 있었고, 몇십년 묵은 능구렁이들의 시비도 받아줘야했고, 감히 음모를 꾸미는 괘씸한 것들의 꼬리를 밟아 없애버려야 했다. 며칠전 제 아비와 함께 궁을 돌아다니는 김종훈의 아들, 김태형과 마주쳤었는데, 그동안 잊고있었던 것이 떠올랐었다. 김진사라 불리는 저 김태형이 청, 아니 ㅇㅇ를 계속해서 만나왔다는 것.
영의정의 아들이라는 것 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ㅇㅇ와 계속해서 만나왔다는 그 사실에 아예 그 꼴도 보기싫어졌다. 건방지게 감히 나를 뚫어져라 보던 그 눈빛에 당장이라도 한대 치고싶은 감정이 샘솟았고, 그런 내 모습에 당황해 얼른 감정을 지우려 애썼지만, 잘 되지를 않았다.
전하, 김가 태형이라 하옵니다.
깍듯한 인삿말과는 달리 그 자의 표정은 나를 내려보는 듯한 자만과 조소가 담겨져 있었고, 더는 상대하기 싫어 끝까지 무표정으로 상대하며 그 자를 지나쳐 갔다.
조금만 기다리거라, 이 차기 주상전하께서 친히 반역을 꿰하는 괘씸한 김씨가문을 몰살시켜 버릴테니. 다시는 ㅇㅇ옆에 얼씬도 못하게 해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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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야심한 밤까지도 시끌벅적한 백합원의 커다란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연리지[連理枝] :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30/21/0ae977f28dd64390b3455bf33c581464.gif)
적어도 이틀이나 사흘에 한번씩 청순을 방문했던 태형은, 자리를 박차고 나온 그날 이후로 보름간 그녀를 만나러 가지 못했다. 당분간 돌아다니지 말라는 아버님의 말씀을 따라 최소한으로 움직였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그녀또한 만나러 가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사실은 그 이유는 변명이었다. 눈치빠른 태형은 그 날 청순이 쓴 시가 애달픈 이별시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챘고, 또한 그 시는 그녀의 경험에서, 진심에서 우러나온 시라는 것을 빠르게 눈치챘다. 순간 감당할 수 없는 화가 치솟았고, 그 남자가 누구던 간에 죽기 직전까지 만들어 주고 싶었다. '투기심'. 그것이란 참으로 무서운 감정이었다.
계속 그 방에 있다가는 괜히 청순이에게 화를 낼 것 같아 나와버렸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태형은 투기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아예 모르고 살아왔다. 그도 그럴것이, 엄청난 부와 권력을 지닌 가문의 자제였으며, 타고난 말솜씨와 능글능글한 성격, 똑똑한 머리. 그리고 한양 최고라는 미인을 단번에 홀려버린 얼굴까지. 완벽하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남자였다. 또한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져라, 라고 주입하듯이 얘기하는 아버지 덕분에 뭐든 가져보지 못한 것이 없던 그였다. 그는 그렇게 살아왔다. 자신밑의 사람들은 개취급 하고 무시하면서, 그렇게 자만하고, 이기적이게.
하지만 태형에게도 부족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진심'이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가문을 이을 아들이 필요했던 아버지는 태형을 아들이 아닌, 후계자로만 대해왔고, 태형이 똑똑한 머리로 무언가를 이루어 냈을 때에도 칭찬 한마디 없이 김씨가의 가주가 되려면 그 정도는 기본이다, 하며 자신의 일을 하기 바빴다. 설상가상 그런 아버지에게 질렸던 어머니는 남몰래 어린 남자들을 만나기에 바빴다. 어렸던 태형은 공허한 속을 무엇이던 자기의 것으로 만들면서 달랬다. 자신보다 낮은 신분의 사람들이 가진 탐나는 물건은 모두 자신이 소유해야 했고, 다른이들이 모두 탐내는 한양 제일가는 미인들도 자신의 소유여야 했다. 그 소유욕은 얼마 가지 못해 싫증이 나 그토록 가지려 애썼던 것들을 버렸고, 다른 것들을 더 가질수록 공허하기만 했다.
그러던 찰나에 청순을 만난것이었다. 평소의 그 소유욕과 같은 줄 알았다. 하지만 다른 느낌에 저도 자기자신의 감정이 뭔지 몰라 혼란스럽기를 몇달, 그리고 마침내 깨우쳤다. 이것이 진실된 사랑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청순이 평생 자신의 소유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미 태형 자신은 그녀가 자신의 소유라고 기정사실화 했다. 이 공허함을 채워 줄 사람은 오직 그녀 하나 뿐이었다.
그래서 이 문을 열기가 망설여 진다. 저에게 마음 주지 말라며 이미 수십번을 말해온 청순이었지만, 그는 여느때처럼 결국은 자신의 소유가 될것이라 굳게 믿고있었다. 하지만 그 시를 읽은 후에야 아, 그녀는 다른 남자를 그리고 있구나. 그녀가 내 것이 되더라도 그녀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뜨거운 물을 한사발 들이킨것처럼 마음이 쓰라렸다. 자신이 이 문을 열고 청순을 마주하면, 그녀가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어요, 다른 남자를 사랑해요. 하고 말해올까봐 겁이 났다.
...그래, 상관없다.
니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대도 괜찮다. 니가 내 옆에 있어주겠다 약속만 한다면, 그런다면.
마음을 굳게 먹은 태형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백합원의 문을 열었다.
진실된 사랑이 처음인 태형은, 어리석게도 그 감정이 얼마나 어마무시한 힘을 가지고있는지 몰랐다. 사랑하는 이가 다른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도 훨씬 아프다는 것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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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연리지[連理枝] :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30/21/fe18726227352a3ba076e54f12f464b1.jpg)
보름이 지났다. 김진사 나으리께서 오시지 않은지 보름, 아무도 저를 찾아 오지 않은지 보름.
그리고 그리웠던 나의 정인을 만난 지 보름.
참으로 절망적이고 우울했던 보름이었다. 차라리 만나지 않은 채 그가 살아있기를 기도하며 언젠가 그가 날 못알아보더라도 얼굴이라도 보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며 살아갔을 때가 차라리 나았는지도 모른다. 아니, 나았을 것이다. 혹시나 그렇게 나를 두고 간 후에 다시 나를 보러오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고문도 이제는 버렸다. 그리고 내 생각은 확실해졌다. 그는 나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로 인해 우울해진 내 마음은 그와 함께했던 행복했던 추억마저도 흐리게 했다. 그리고 혹시나 나말고 다른 여자가 생긴걸까, 존재하는 지도 모를 그 여자에게 투기도 했다. 그렇게 끊이지를 않는 생각에 머리를 식힐 겸 화원으로 나왔다.
" 청순아 "
" 나으리 "
화원으로 나와 천천히 걸으며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김진사 나으리께서 숨을 가쁘게 쉬며 내 쪽으로 오고 계셨다. 이 차가운 날씨에 땀은 또 왠말인가. 대모님께 이르지 않고 무턱대고 나를 찾았는데, 내가 없어 한참을 찾았다며, 왜 추운데 나와있냐며,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는 모습이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나으리를 만났던 그 기간동안 알게모르게 정이 들어 걱정하기도 했었다. 보름전 내 방을 나가기 전 그 표정이 마음에 걸렸었는데, 다행히도 혼자 잘 정리를 한 모양이었다. 나도 참 이상한 것이, 이렇게 나를 좋아해주는데도, 나를 찾기 위해 이렇게 땀을 내며 뛰어와 주는데도, 나으리와 똑같은 감정을 가질 수는 없었다. 그리고 방금 나는 이기적이게도 내 앞의 사람이 정국이었으면, 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으리는 나의 눈을 마주치며 웃어왔다.
" 청순아 "
" 예. "
" 나랑 함께 살자 "
" ...예? "
" 기생은 그만두고, 나와 함께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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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순아 "
" 예, 대모님. "
" 사흘 뒤 세자저하의 탄일 이시다. 그날 궁중연회에 너 또한 초청되었으니 채비를 해 놓거라. "
" ... 꼭 가야만 합니까. "
" 언제까지고 궁중연회를 거절만 할 것이더냐. 이번만은 안된다. "
" ...예, 대모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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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묘사가 너무 많아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ㅠㅠ 그게 제 스타일이여서 ㅠㅠ
제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드려요 !!
특히 암호닉 분들 제가 사랑하는 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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