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국아 "
" 응 "
" 이리와봐 "
" 왜? "
" 이것봐, 신기하지? "
" 우와! 두 나무가 꼭 한나무처럼 꼭 붙어있네 "
" 우리 오라버니가 그랬는데, 이걸 보고 연리지라고 한대 "
" 연리지? "
" 응. 밑에 봐봐, 뿌리가 다른데 저 윗부분의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서 꼭 한나무같지? "
" 응! 꼭 ㅇㅇ가 너랑 나같아 "
" 응? 왜? "
" 우리는 다른 사람인데, 이렇게 손 꼭잡고 붙어다니잖아. "
" 정말 그러네! "
앞의 몇십년이 된 연리지보다 한참 작은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는 나무를 한번, 꼭 잡은 두손을 보고는 두 꼬마위로 비치던 햇살이 투기할만큼 맑은 웃음을 짓더니 이내 기분좋은 꺄르르,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리고는 얼른 마을로 돌아가자며 손을 이끄는 여자아이에게 끌려 뛰어가던 남자아이는 다시한번 고개를 돌려 나무를 눈에 담으며 누군가가 들었다면 그 순수한 마음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줄, 하지만 남자아이에게만은 아주 진지한 소원을 빌었다.
연리지님, 우리가 저어기 두 나무님이 손을 잡으신곳까지 키가 자라났을 때에도 우리는 함께하겠지요? 그리고 그때가 된다면 ㅇㅇ에게 청혼을 해도 되겠지요? 그렇지요? 그때가 되면 ㅇㅇ는 얼마나 더 예뻐질까요? 제발 정국이가 얼른얼른 어른이 되어 ㅇㅇ를 색시로 맞이하게 해주세요.
---
" 세자 "
" 글쎄 난 세자저하인지 뭔지, 안할거라니까요! "
" 그런 천한 말투는 앞으로 삼가해주세요. 한양에서 제일가는 스승을 붙혀 드릴테니 그 말투부터 고치는 게 좋을겁니다 "
" 돌아가겠습니다, 비켜주세요 "
" 그리고 욱하는 성격도 고쳐야 할겝니다. 궁이란 곳은, 감정을 드러내면 바로 능구렁이들의 먹잇감이 되기 마련이지요. 뭐, 겪으시면서 저절로 깨우치실겁니다 "
" 돌아가겠다고 얘기했습니다 "
" 원한다면 돌아가세요. 하지만 감히 세자의 어미인 척하던 괘씸한 상궁년은 이미 처단했고, 세자의 존재를 알던 그 옆집가족도 모두 몰살했으니 가봤자일겁니다. "
" ...뭐라고요? "
" 그러니 이쯤에서 포기하고 받아들이세요, 세자 "
" 그들을 그쪽이 왜요? 그 선한 사람들을 죽여요? 당신이 무슨 권리로!! "
" 권리라고 한다면, 제가 왕후이자 김씨가문의 여식이기 때문이지요. 권력이 있다면, 서민들의 목숨따위, 이 궁에있는 모래알만도 못하지요 "
" 어찌 그런 얼토당토 않은...! "
" 제가 원망스럽다면 권력을 키우세요. 지금의 세자는 내 머리카락한올도 건들지 못한다는걸, 잘 알아두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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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ㅇ야 "
" 응, 정국아 "
" 니가 나이가 몇이지? "
" 왜 이래, 너랑 똑같잖아. 꽃다운 열다섯 "
" 저 산너머 나래마을의 엿장수아저씨가 몇살에 혼인하셨다고 했지? "
" 열다섯살. 그 아저씨 복받으셨지. 엄청 예쁘고 야무진 각시 얻었으니까 "
" 근데 우리도 열다섯이잖아 "
" 응, 근데 그게 왜? "
" 너는 ...혼인생각은 없는거야? "
" 뭐 그런걸 묻고그래. 정국이 너 오늘 이상하다? "
" ㅇㅇ야 "
" ...응. "
나한테 시집올래?
...바보야. 당연한걸 묻고그래.
초저녁의 밤하늘은 수줍어하는 소년의 고백에 힘을 실어주었고, 은은하게 비추던 달빛은 청혼을 받은 꽃다운 소녀의 얼굴을 더 사랑스럽게 보이게 해주었고, 소년은 행복한 대답을 하는 부끄러운 소녀의 입술에 몇일전부터 초조함에 잘근잘근 물던 자신의 입술을 맞대었다. 소년과 소녀는 그 첫입맞춤이 향후 몇년간 서로를 향한 그리움이 더욱 더 사무치게 할 것을 그때는 알지 못하였고, 입맞춤을 끝낸 소년과 소녀는 서로를 보며 해사하게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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