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아, 무슨일이야? 응?”
백현이가 내 앞에서 서럽게 울고있다.
눈물로 눈시울이 붉어진 백현이의 모습을 보니깐 가슴이 먹먹해진다.
“경수야..가지마.”
“......”
“내가 더 잘할게.. 그러니깐..가지마.”
“....내가 어디를 가.”
“김종인한테 가지마..제발.”
김종인한테?
백현아, 너 다 알고있었던 거니..
백현이가 계속 운다. 백현이의 축처진 어깨를 감싸주기위해 다가갔지만
내 손이 백현이근처에 닿질 않는다.
어떻게 된거지?
아무리 손을 뻗어도 백현이가 점점 멀어진다.
“하아...백현아!..”
.....꿈이다.
꿈인데 정말이지 너무나 생생하다.
백현이가 서럽게 울고있는 꿈은 지금까지 꾸었던 그 어떤 꿈보다 더 슬펐다.
심지어 김종인한테 차였던 그때보다 더 슬펐다.
......꿈이여서 다행이야.
난 빨리 내 손을 뻗어 백현이의 손을 찾았다.
침대 옆을 이곳저곳 쳐봤지만 아무것도 느껴지는게 없다.
백현이가 침대에 없다.
불안한 생각이 들어 방문을 열고 백현이를 찾으려 하는데
누군가의 대화소리가 들린다.
....백현이와 김종인이다.
“언제부터야.”
“뭐가.”
“도경수.”
“네가 알아서 뭐하게.”
왠지 지금 나가면 안될거같은 느낌이 들어 조그만 문틈사이로 둘을 지켜보기로 했다.
“난 네가 이상하게 신경쓰여. 네가 경수를 쳐다보는 눈빛이 마음에 안들어.”
“그래서?”
백현이의 어이없어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라니. 너 경수랑 친구랬지. 친구면 친구답게 행동해.”
“친구? 친구에다 하나 더 추가할게 있는데.”
“......”
“도경수의 첫사랑.”
김종인, 너 지금 무슨 말을 한거야.
백현이의 표정이 보고싶지만 이 틈사이로는 말소리만 들릴뿐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왠지 꿈에서처럼 백현이가 울고있을까봐 걱정이된다.
“..뭐?”
“말그대로. 경수랑 나 서로 사겼었어.”
“.....”
“아, 경수가 말안했나보네. 하긴 너도 알면 불편했겠지.”
“.....”
“그리고 너 이것도 모르겠다.”
“.....”
“경수랑 나 오늘 키스했어.”
너 지금 백현이한테 무슨 말을 하고있는거야.
그만해.
“물론 지금은 나랑 도경수 친구사이 맞아.”
“.....”
“아직까지는.”
내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김종인의 목소리가 계속 들린다.
김종인. 그만..제발..
“....하..씨발.”
평소에 단 한번도 욕을 하지 않던 백현이의 입에서 욕이 나왔다.
심장이 터질거 같다.
“씨발, 너 지금..나보고 그 좆같은 말을 믿으라고?”
“믿기힘들면 도경수한테 직접 물어보던지. 자신있으면.”
백현이의 한숨섞인 소리가 내 가슴속을 후벼판다.
....백현아....미안.
난 정말..
모르겠어...
눈물이 흘렀다. 더 이상 들을 자신이 없어서 침대로 걸어가
이불을 얼굴끝까지 덮고 울었다.
백현이한테 너무 미안해서.
또, 김종인한테도 미안해서.
아무리 머릿속으로는 부정하더라도
김종인한테 미친듯이 흔들리고 있는 내 마음이 너무 싫어서.
한참을 울었을까 방문을 열고 침대곁으로 오늘 발소리가 들린다.
숨소리도 죽이며 자는척을 했다.
차마..백현이를 마주할 수가 없었다.
“경수야....”
응..백현아.
“...내가 널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제발 날 그냥 때려줘.
제발.
“...내가 널 억지로 붙잡고 있는거니. 넌 벌써 떠났는데...”
아니야. 난 널 떠나지 않았어.
아니, 떠날 수 없어.
네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내가 널 어떻게 떠나..
“솔직히 두려웠어. 처음엔 몰랐는데..
너랑 김종인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니깐 이상하게 화가나더라고.
그때 난 내 자신을 유치한 놈이라 생각했어.
너네 둘은 그저 친구사인데 내가 쓸데없는 질투를 하구나 하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너네 둘 사이가 마냥 친구같진 않더라.”
넌 벌써 눈치채고 있었구나.
하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너니깐.
“김종인이 너를 보는 눈빛은 참을 수 있었어. 그런데...”
백현이가 말을 잇더니 크게 한숨을 쉰다.
“....네가 김종인을 보는 눈빛은 도저히 못참겠더라.”
나도 모르는 내 눈빛을 넌 이미 알고있었어..
얼마나 슬펐을까..
“...고민도해봤어. 내가 너를 보내줘야 되는걸까 하고.”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데 차마 그거는 안되겠더라. 너 없이 살 바에 차라리 죽는게 더 낫겠더라.
아니..진짜 죽을거야.”
또다시 내 눈에서 눈물이 터져나온다.
소리라도 새어 날까봐 난 입술을 세게 깨물며 참았다.
“...좋아해..경수야. 내가 너를 미친듯이 좋아해. 그리고 사랑해.."
백현이가 훌쩍거린다.
백현이의 울음소리를 꿈이아닌 현실에서 들으니깐 더욱더 마음이 아프다.
한번도 내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준적이 없었다.
백현이는 늘 나에게 웃음을 주고, 위로해주곤 했다.
그러고보니 내가 백현이에게 늘 의지했지..
백현이는 단 한번도 내게 의지하지 않았다.
“경수야. 날 떠나지마...제발."
내가 김종인이 나오는 악몽을 꾸었을 때,
너한테 날 떠나지말라고 부탁한적이 있다.
그때마다 너는 내 몸을 꽉 잡으며 ‘걱정하지마.’라고 날 위로해주었다.
오늘은 네가 나한테 부탁한다.
떠나지 말아달라고.
그리고 나는 너에게 답한다.
걱정하지마.
백현아 난 널 떠나지 않을거야.
네가 날 지켜준만큼 나도 이제 널 지켜줄게.
김종인한테 흔들리지 않을게.
더 이상..
김종인이 아무리 슬픈 눈을 하더라도 절대 쳐다보지 않을게.
김종인은 그냥... 옛 추억으로 묻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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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이렇게까지 못된 놈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최대한 김종인과 단둘이 남는 것을 피하려고
백현이가 일터에 나가는 날이면 나도 같이 따라 나가서 하루종일 까페에 혼자 앉아있다가
백현이와 같이 집에 들어오곤 했다.
어쩔수없이 같이 있어야할 경우에 난 김종인을 없는사람취급했다.
정말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철저히 무시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김종인의 쓸쓸한 표정때문에 마음이 흔들려도
끝까지 정신을 차려 내 자신을 바르게 세웠다.
찬열이와는 백현이의 커밍아웃이후로 정확히 10일이 지난 시점에 서로 풀었다.
찬열이는 앞으로 우리를 응원해주겠다고, 이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날 밤의 다짐이후로, 그러니까 정확히 김종인을 아예 무시하기로 결정했던 그때 이후로
나는 단 한번도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백현이와 김종인이 나를 두고 서로 싸우는 지독한 악몽을 꾸기 때문이다.
몇일이나 지났을까..새벽에 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나왔는데
김종인이 어둠속에서 나를 껴안았다.
김종인의 몸이 떨리는게 내 몸까지 느껴졌다.
난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있었다.
김종인이 고개를 숙여 내 어깨로 자신의 고개를 파묻어 내 어깨를 적신다.
김종인이 운다.
울지말라고, 달래주고싶었지만 나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김종인이 울음섞인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경수야."
"............"
"나 내일이면 이제 한국 가야돼."
한국? 벌써 김종인이 미국에 온지 30일이 지났나보다.
애초에 한달을 휴가목적으로 온 찬열이와 김종인이였다.
"응? 경수야..나 한국간다니깐?"
"......."
"..내가 간다고....응?"
김종인이 애처롭게 계속 내 대답을 갈구한다.
무슨 대답을 원하는거니..
난 이제 너한테 해줄말이 없어, 종인아.
"....아무말이라도 해봐!..응?"
".........."
"나 미치는 꼴 보고싶어서 그래?"
김종인이 나를 돌려세워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한다.
김종인은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눈이 빨갛다.
"언제까지 나랑 말안할건데! 아무말이라도 좋으니깐 해봐...제발."
아무말이라도 해보라고?
".....조용히 해."
"..뭐라고?"
"백현이 자잖아...안그래도 요즘 일때문에 많이 피곤한 상태야."
"...하..너..진짜."
김종인의 눈이 원망과 서러움...슬픔으로 가득차다.
김종인이 내 양 볼을 잡더니 나에게 억지로 입을 맞추려 한다.
벌어지지 않는 내 입을 억지로 피가 날 정도로 깨물어 키스한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엄청난 힘에 어쩔 수 없단걸 느낀 나는
그저 김종인이 하라는대로 놔뒀다.
김종인이 내 티셔츠를 말아 올려 내 허리를 거칠게 쓰다듬는다.
계속되는 진한 키스이후로 숨이 가빠질 찰나에 김종인이 입을떼고
내 바지를 벗긴다.
갑자기 맨살이 드러나서 다리가 살짝 떨려왔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있는 나를 바라보며
내 속옷을 벗기려 하던 손을 도중에 멈춘다.
"..씨발....."
"..........."
"도경수 넌 정말..나를..개새끼보다 비참하게 만드는구나."
김종인의 눈에 또 눈물이 고인다.
이해해줘..종인아.
내가 백현이와 너의 사이에서 흔들리면 너네 둘이 더 힘들고 아플거잖아.
그러니까 너도 나 잊어.
나도 너 잊도록 노력하고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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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음편이나 다다음편에 완결될거같아요.
애초에 상중하로 단편으로 쓰려고 한 글인데
생각보다 많이 길어졌네요.
삼각관계는 정말이지 너무 힘든거 같아요ㅠㅠ
한쪽이 너무 잘되면 나머지 한쪽이 너무 불쌍해져서...ㅠㅠ
딱히 암호닉신청을 하진 않았지만
댓글달아주신 피삭님 스폰지밥님 피카츄님 딘듀님 땅콩샌드님을 포함해서
암호닉신청없이 댓글달아주신 독자분들 모두 너무너무 사랑해요!!ㅠ,ㅠ
그래서 거의 마지막인 시점에서 암호닉을 받아볼까 생각중입니다!....
정말 마지막까지 같이 제 글 지켜봐주세요!!!!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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