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남친은 세훈이로 빙의하세여. (세후나 미안;-;)
너징은 얼마 전까지 2년 여간 사귀어 왔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되었어.
2년이라는 긴시간동안, 긴 나날들 동안에 너징은 구남친에게 상처를 받기도 많이 받고, 받은만큼 되돌려주려고도 했었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상처를 받은건 너징 뿐이었지만. 구남친은 요새도 잘 지내는것같더라구.
너징이랑 헤어진지 얼마나 됐다고 새 여친과의 사진을 SNS에 실시간으로 올려대는걸 보면.
처음 헤어졌을때 너징은 굉장히 상실감에 빠졌었어. 헤어지는 과정이 그렇게 좋지는 못했거든, 아니. 굉장히 나빴지.
너징의 구남친은 원래도 여자를 좋아했었어. 너징도 그걸 모르는건 아니었지만 끈질기게 들러붙고, 매달리는 구남친에 한번 믿어보자는 격으로
사귄게 2년여 가까이 된거야. 참 신기한게, 바람끼는 절대 고쳐지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 않았는데. 그랬는데, 옛말 틀린거 하나 없더라.
어찌됐건 헤어졌던 그 날. 구남친은 너징에게 동창회를 간다는 말과 함께 하루종일 연락이 되지 않았었어.
너징은 뭐 그러려니, 원래도 서로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었으니까 뭐,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연락할 겨를이 없나보다. 하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나한테 절대 일어나지 않을것만 같았던 되게 흔한 그런 상황 있잖아, 친한 친구가 나한테 급하게 전화를 해서 하는말이
'네 남친 어떤 여자랑 팔짱끼고 길 가더라.'
너징은 그 말을 듣자마자 헛웃음 쳤어. 다른 여자들처럼 불같이 화가 나는것도 아니고, 그냥.
드디어 일이 터진건가, 하는 생각만 들었었지. 구남친 네가 얼마나 가겠어. 나한테 했던 말 다 거짓말이었겠지.
너징은 옛날에 구남친이 너징에게 해줬던 말들 하나하나까지 곱씹으면서 하나하나 부정하기 시작했어.
나밖에 없어? 그래, 너같은 놈 말 고분고분하게 믿어주는 등신 호구는 나밖에 없었겠지.
다신 안그러겠다고. 다신 안들키겠다는 말이었니? 내가 그렇게 밖에 안보였니?
백년만년 서로만 바라보자고? 넌 지금 이순간에도 내가 아닌 다른 여잘 바라보고 있겠지.
다른 남자랑 눈도 마주치지 말라고. 너라는 개새끼는, 처음보는 여자랑도 몸 섞을 개새끼야.
너징은 점점 극에 치닫는 생각에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어. 눈가에 고인 눈물이 떨어듯 말듯 맺혀있었지만
구남친때문에 우는게 자존심 상해서 억지로 눈물을 꾸욱 참았어. 그리고 평소보다 화려하게 꾸민채로 마음을 가다듬고 집을 나섰어.
물론 구남친한테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전화를 걸면서 말이야.
'어, 세훈아. 어디야?'
- 나 지금 동창회. 어, 나 친구가 부른다. 끊어도 되지?
'세훈아, 동창회를 길거리에서 해?'
- 뭐래. 끊는다.
'너 보인다, 세훈아.'
너징은 친구가 말해준 곳을 향해 걷다가 다정하게 팔짱까지 낀채로 웃고있는 구남친을 발견했어.
그리고 전화를 걸었지. 그래, 그래야지. 구남친은 너징이 전화를 받자마자 바쁜척 전화를 끊겠다며 너징의 말을 잘라냈어.
요즘은 동창회를 길거리에서 하니? 너징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는 분노와, 비참함에 말을 짓이겨 뱉었어.
너징이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고 너 보여, 하고 말하자 안면가득 웃음기를 머금고 있던 구남친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졌어.
당황한거 다 보인다. 너징은 순간 얼굴 가득 당황함을 내비치는 구남친에 어이없는듯 실소를 터뜨렸어.
그리고 전화를 끊지 않은채 마저 말을 이었어.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아무렇지 않아 보이게.
'세훈아. 우리, 그만 하자.'
생각해보면 구남친은 너징과 사귀면서도 수많은 여자들과 연락을 끊지 않았던것같아.
너징과 만나 밥을 먹으면서도,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영화를 보면서도.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은 채 잔뜩 의미없는 말들만
늘어놓던 구남친이었으니까. 조금이라도 내가 서운한 기색을 내비치면 이리저리 풀어주려 별짓을 다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까,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여자한테 그랬을거야. 너징의 구남친은.
남한테 미움받고는 못사는 성격인지, 어장 관리를 하고 싶은건지. 너징한테도 잘하면서, 다른 여자들한테도 잘했지.
그래. 그게 문제였던거야. 다른 여자들과 대하는 태도가 똑같았으니까. 내가 여자친군지, 너와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걷는 저 여자가 여자친군지.
너징은 헤어진 후 일주일정도를 무기력하게 지냈어. 난 지금까지 뭘 한건가. 싶어서.
딱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다시 기운을 내기 시작했지. 내가 저런 놈 하나 때문에 이렇게 있어야 하나. 싶어서.
그리고 헤어진지 이주일을 딱 채우는 지금, 너징은 오랜만에 외출을 준비하고 있었어.
꽤 선선해진 날씨에 혼자 나가서 뭘 하고 올까, 하는 기분좋은 고민을 하면서 간단히 옷을 챙겨입는 너징이야.
아, 그게 좋겠다. 너징은 최근에 바쁘기도 바빴고, 구남친과의 일때문에 두어달 들리지 못했던 단골인 카페에 가기로 했어.
너징은 생각을 정리하자 마자 옅게 한 화장을 거울로 한번 점검하고 밖으로 나왔어.
오랜만에 나와선지, 더 기분도 좋았어. 구남친 생각같은건 전혀 들지 않을정도로.
너징이 느린 걸음으로 카페에 도착했어, 그런데 이게 뭐야. 너징이 오지 않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주말에도 열던 카페 문은 닫혀있고, 카페 유리창에는 A4용지에 카페 문 닫습니다. 하는 문구만이 간략하게 적혀있었어.
너징이 그 글씨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허탈함에 한숨을 내쉬고 뒤를 돌아서려 할때쯤, 굳게 닫혀 열리지 않을것만 같던 카페 문이 열리고
웬 남자 한명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카페를 나섰어. 처음보는 사람인데, 누구지. 쓸데없는 생각을 하던 너징이
카페가 어떻게 된건지라도 물어봐야겠다 싶어서 너징을 지나치려는 남자를 불러세웠어. 저기요!
"네?"
"여기, 여기 원래 있던 카페 있잖아요,"
"음, 준면이형이 하던 카페 말하는건가. 네. 카페가 왜요?"
"이, 이제 안해요? 다른 가게 들어서나요?"
푸흐, 너징은 남자가 너징의 말에 뒤를 돌았을 때부터 기분이 이상했어.
처음 보는 남자한테서 나는 우유향 섞인 커피향과, 잔뜩 다정함이 묻어있는 눈빛. 어떤여자가 안설레겠어.
뭐, 너징이 설레했다는게 아니고. 그냥, 좀 뭔가 기분이 묘 했달까.
너징은 너징의 말에 고개까지 끄덕이며 잔잔한 목소리로 답하는 남자에 잘근잘근 씹고있던 아랫입술을 놓고 남자를 올려봤어.
이, 이제 안해요? 하고 말을 더듬기까지 하면서 물은 너징이 우스웠는지, 귀여웠는지 남자가 푸흐, 하고 웃음을 흘렸어.
그럼에도 너징은 기분이 나쁘지 않아 머쓱한 웃음을 마주 흘렸어.
"여기 카페가 저희 사촌형이 하던 가게거든요."
"아아, 네."
"사촌형이 이번에 해외에 오래 나가있어야 한대서, 제가 맡기로 했어요."
"어, 그럼 가게 없어지는거 아니예요?"
"응. 리모델링만 간단히 하고 다시 열어야죠."
남자는 무슨 가게에 대한 질문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묻지도 않은 말들을 우수수 쏟아냈어.
너징은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아, 하고 멍청히 서있었지. 단골이셨나봐요? 남자가 물어왔어.
그 말에 너징이 단골이라면 단골이었죠. 하고 웃음기를 머금고 대답을 하려는데 뭔가 익숙한 뒷모습이 앞에 보이는거야.
아아, 그래. 누가 봐도 저건.
"어, 징어?"
"……."
구남친이었지. 너징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렇게 구남친을 만날줄 몰랐기 때문에 멍하게 서있을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구남친이 너징을 향한 발걸음을 한발짝, 떼기 시작하자마자 알았지. 옆에 여자, 팔짱 낀 저 여자. 그래, 네 새여친.
너징은 절망했어. 구 여친, 신 여친. 뭐 삼자대면이라도 하자는건가.
너징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다가 구남친이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옆에 멀거니 서있던 남자에게 급하게 부탁을 하기 시작했어.
"저기, 죄송한데 저기 오는 사람이 제 전 남친인데요, 옆에가 새 여자친구고, 아니 저새ㄲ,
아니 쟤 저랑 사귈때 바람도 몇번 피우고, 지금은 저랑 헤어진지 2주밖에 안지났는데 막 여친이랑.."
"이름이 뭐예요? 나이는."
"스무살, 오세훈이요.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저 남자 말고. 그쪽 이름이랑 나이."
스, 스무살 오징어요. 너징이 당황해 살짝 말을 더듬자 남자는 더욱 가까워진 구남친 눈치를 슬쩍 보고
너징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고개를 살짝 숙여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어.
"지금부터 백현오빠, 하는거야. 알겠지?"
너징은 백현의 말에 당황해 귀끝이 붉어진줄도 모르고 멍하게 눈만 끔뻑였어. 구남친은 벌써 코앞에 와있었지.
구남친은 2주전과 같았어. 여전히 반짝거리는 잘생긴 눈코입에, 큰 키. 그리고 옆의 여자까지.
그러고 보니 저여자, 그때 그 여자였구나. 몰랐네.
"오징어 얼굴 보기가 왜이렇게 힘드냐, 진짜 오랜만이네?"
"아, 그러게."
"너 살빠졌냐? 나랑 헤어졌다고 막 식음을 전폐하고 뭐 그런건 아니지?"
"…말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고 세훈아."
옆에는 새 여자친구? 너징이 '새'여자친구 라는 말을 강조하듯 말하자 세훈이 픽, 웃음을 흘렸어.
그럼 네 옆에도 '새'남자친구? 그런 세훈의 말에 남자, 아니 백현은 입가에 여전히 미소를 띈 채로 너징의 어깨를 도닥였어.
백현은 감싸고있던 너징의 어깨를 더 단단히 감싸고 반대편 손을 구남친에게로 내밀었어.
"이름이 오세훈, 맞나. 징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뭐야, 오징어. 넌 무슨 여자애가 전남친 얘기를 그렇게 하고 다니냐?"
"바람을 밥먹듯이 피우는 개새끼라고. 얘기 많이 하던데."
빙글빙글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있던 구남친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어.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여자도 마찬가지로.
웃는사람은 백현이라는 사람. 한사람 뿐이었어. 너징이 순간 당황해 양손을 모아 만지작거리자 어깨에 걸친 손을 내려 너징의 손을 잡는 백현이야.
순간적인 스킨쉽에 당황한 너징이 눈을 크게 뜨자 잡은 손을 깍지끼며 눈을 마주치고 살짝 웃는 백현이었어.
"징어야, 밥 안먹었댔지?"
"아, 네."
"나 잘 아는 파스타집 있어. 가자."
남자는 너징을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너징의 취향을 딱 알아맞췄어. 평소에도 파스타를 좋아하던 너징이었거든.
너징이 자연스레 입가에 웃음기를 띄운채로 너징 손을 잡고 이끄는 백현을 따라 걸음을 옮겼어.
구남친은 뒤에 멍하게 서서 '새'여친이 앙칼지게 내지르는 짜증스런 말들을 받아주기 바빴고.
+
백현오빠가 등장하셨다.
후우.. 주말이네여. 시트콤은 기다리지 마여.
겁나 느리게 굴러가니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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