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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세훈] 익명 제보 - 사랑을 전해드립니다. 上 | 인스티즈 

 


 


 

야, 좀 일어나. 아, 진짜.. 야, ○○! 학교 끝났다고 일어나라고! 


 

아, 존나 아파! 예고 없이 등짝을 얻어 맞은 네가 짜증스레 세 시간 내내 고개를 박고 있던 책상에서 스물스물 일어났어. 

깨울 거면 좀 곱게 깨우든가, 왜 멀쩡한 사람을 때리고 그러냐 진짜.. 아직 덜 깬 잠에 작은 소리로 꿍얼대며 알싸한 등을 문질렀어. 

아니, 문지르려고 했어. 등을 문지르려고 손을 뻗는데, 뻣뻣해서 그런지 손이 안 닿는 거야. 그래서 더 짜증스레 꿍얼대고는 느릿하게 가방을 챙기는 너야. 


 

개 짜증나 진짜, 존나 세게 때려. 자비리스. 가방을 다 챙겨 학교를 벗어나면서도 한참을 찡얼대던 너는 '오늘 나 너네 집 가도 되지?' 하고 묻는 친구에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어. 원체 거리낌없이 네 집이 제 집인 마냥 드나드는 친구라, 너도 아무렇지 않았던 거지. 

시험이 얼마 안 남았네, 수능도 얼마 안 남았네, 내 인생은 망했네. 하는 등의 실없는 대화를 나누던 너와 네 친구 윤지는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워서 그런지 생각보다 금방 집에 도착했어. 아, 더워. 진심 더워. 진짜 더워. 미친, 더워! 


 

집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에어컨 리모콘을 찾아 18도에 온도를 맞춘 너와 윤지였어. 

집과 학교가 그리 먼 거리는 아닌 터라, 땀은 많이 나지 않았지만 온 몸에 스미는 끈적한 느낌에 에어컨 앞에 나란히 앉아 

이제 뭘 할까, 하는 고민을 하는 너와 윤지야. 야, 집에 아이스크림 없냐? 


 


 


 

"아이스크림?" 

"어. 아이스크림. 아니면 뭐 시원한 거라도. 하다 못해 먹을 거라도." 

"윤지야." 

"아 제발.." 

"김윤지야." 

"없으면 없다고 말을 해! 쪼지 말고!" 

"잘 아네, 없는 거." 


 


 


 

니미…. 욕이 입 밖으로 채 나오지 못한 채 손을 그러쥐며 부들부들, 시원한 거 먹고 싶다! 하며 몸을 떠는 시늉을 하는 윤지였어. 

그런 윤지를 따라 너도 부들부들! 하며 장난스레 몸을 떨었어. 그렇게 어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네, 버블티가 먹고 싶네, 하다 보니까 너랑 윤지는 

시원한 게 진짜 먹고 싶은 거야. 그래서 어떻게 했겠어. 너랑 윤지는 집 앞 편의점에 갈 준비를 시작했어.  


 

고삼이다보니, 자주 놀 수도 없고. 그러다보니 꾸밀 일도 없고. 그러다 문득 드는 화장하고 싶다, 는 생각에 너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지. 

편의점은 코 앞이라 화장을 하고 나가도 번질 일도 없고, 잠깐 나갔다가 들어와서 윤지랑 못 찍었던 사진이나 잔뜩 찍어야지! 하는 소소한 생각을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화장을 하기 시작했어. 화장 오랜만에 하니까 이왕 하는 거, 예쁘게 하고 나가야지!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파우치를 뒤적거리는 너와 윤지야.  


 


 


 

으, 더워. 현관을 벗어난 아파트 복도만 해도 꽤 시원해서 버틸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편의점을 향하려고 보니까 햇볕이 쨍쨍한 거야. 

그래도 어떡해, 이미 나왔는데. 너랑 윤지는 정수리로 떨어지는 뜨거운 햇빛을 조금이나마 가려보려 손으로 그늘을 만들었어. 

아, 덥다! 커플들이 오늘 같은 날 데이트를 해야하는데. 짜증지수, 가 아니라. 불쾌지수 겁나게 높아져서 대판 싸우고 헤어져라.  


 

커플들, 다 헤어져! 하는 쓸데없는 생각에 비실비실 웃음을 흘리던 네가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 섰어. 들어 서려고 했어. 

윤지와 너는 조금 당황했어. 편의점 문 유리창으로 안을 슬쩍 보니, 우리 학교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학교 교복을 입은 남학생들이 우글우글 했거든. 

사실 네 학교는 남녀공학이야. 그럼에도 분반이라, 여고랑 별 다를 것도 없어. 그래서 그런지, 넌 남자와 친하지 못해. 

남자를 무서워한다기 보다는, 남자가 귀찮고. 이해하기도 귀찮고. 신경 쓰기도 귀찮고. 그냥, 귀찮아. 


 


 

넌 객관적으로 남자를 못 만나는 게 아니라, 안 만나는 것에 가까웠지. 그런 너를 윤지는 이해하지 못했고. 

너는 잠시 망설이다가 뭐가 문제야! 나랑 또 볼 사람들도 아니고. 하면서 윤지의 손을 이끌어 편의점 문을 열었어. 

윤지는 그 와중에도 핸드폰 화면에 제 앞머리를 비춰보며 가지런히 앞머리를 정리했고. 


 

너와 윤지가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자 남고생들의 시선이 우르르 몰려왔어. 이, 미친.  

몰려드는 시선이 괜히 머쓱해 잠시 그 무리에 시선을 뒀다가, 윤지와 함께 라면 코너로 향하는 너야.  

야, 라면 먹을래? 어. 라면라면! 뭐, 뭐 먹지? 야 난 이거, 불닭볶음면 먹을래! 그게 맛있어? 난 맵기만 하던데. 

지금 그 발언은 불닭볶음면을 무시하는 발언이니? 하며 새침한 척을 하는 윤지에 네가 웃음을 터뜨렸어. 아, 예 죄송합니ㄷ…. 


 


 

어… 뭐지, 어디서 본 얼굴인데. 라면을 고르고 아이스크림을 고르려 코너를 도는데, 꽤 익숙한 얼굴의 

남학생과 눈이 마주쳤어. 순간적으로 어디서 봤지? 하는 느낌에 시선을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곰곰히 누구더라, 하고 생각을 하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도 너는 생각이 날 듯 말 듯 해. 누구였더라. 어디서 봤더라. 누구 닮았는데, 아닌가. 

마주친 시선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머쓱함을 남기고 흩어졌어. 너도 찜찜한 기분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골랐고. 


 

나란히 아이스크림을 골라 계산대에 올려놓은 너와 윤지야. 윤지에게 지갑을 맡겨놓은 터라, 윤지가 계산을 했어. 

윤지가 계산을 할 동안 편의점 내부를 무의식적으로 스윽, 둘러보는데 아까 그 남학생과 또 한 번 눈이 마주쳤어. 아, 누구였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드는 생각에 너는 슬슬 속이 답답해져. 너는 궁금한 걸 알 수가 없으면 속이 답답해지는 성격이었어.  


 

그렇게 계산을 마치고 편의점을 나오면서도 잠깐씩 시선이 스치고, 윤지에게 아까 그 남학생에 대해 물었어. 

야, 아까 그. 키 크고, 좀 무섭게 생긴 남자애.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냐? 아닌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너에, 윤지도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어. 


 

아! 알았다! 야, 미친! 알아냈어! 기억이 났다! 윤지와 마주앉아 컵라면을 마시던 네가 식탁을 손으로 탁탁 두드리며 호들갑을 떨었어. 

아, 맞아! 걔 있잖아 걔. 걔 닮았는데. 오세희. 세희 동생인가? 야, 세희 동생 있냐? 존나 똑같이, 는 아닌데. 존나 닮았어. 개 똑같이 생김. 엄지 척. 

드디어 알아냈다는 기쁨에 네가 호들갑을 떨며 기분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렸어. 아, 기억 나니까 얼마나 좋아. 근데, 세희가 동생이 있었던가? 


 


 

시간은 빠르게 흘렀어. 뭐, 생각보다 빠르게는 아니었지만. 눈 깜짝할 새에 일주일이 지나고, 너도 세희의 동생 (으로 추정되는) 남학생의 

일은 기억에서 깔끔히 잊은 것 같아. 궁금증이 풀려서 그런지, 더 궁금하지도 않고. 그리고 며칠 뒤. 그 날 따라 피곤함에 찌들어서 학교가 끝나자마자 

말 없이 보충과 야자를 모두 빼고 집에 와 씻지도 않은 채 그대로 잠에 든 너야. 졸려, 졸려서 미치겠어. 하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으, 나 얼마나 잤지? 아직도 잠이 덜 깨 몽롱한 기분에 이불에 몸을 비비적거리며 침대 맡을 더듬거려 핸드폰을 찾았어. 

뭐 중요한 연락은 안 왔으려나, 보충이랑 야자 짼 거 엄마가 알면 큰일나는데. 담임이 엄마한테 꼰지른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잠이 서서히 깨면서 밀려드는 생각들에 큰 숨을 한 번 내쉬고 핸드폰의 잠금을 풀었어. 어, 씨바. 뭐가 이렇게 많아? 


 

너는 평소에 잘 하지 않는 페북 알람이 잔뜩 와 있는 걸 보고 당황했어. 카톡도 평소보다 많이 와 있고, 문자나 전화 이런 건 깔끔한데. 

페북 알람이 뭐 이렇게 많아, 당황스럽게. 너는 뻑뻑한 눈을 비비적거리며 페이스북 어플을 켜면서 주방으로 향했어. 


 


 

물이나 마셔야지, 뭐 내 페북에 별 일이야 있겠어? 


 


 


 


 


 


 


 


 

+ 


 

안녕하시렵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보고 싶었어요. 내 님들. 

아니 내가 사실, 이 필명으로 안 오려고 했었거든요. 

근데 댓글 알람은 연재 끝난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계속 오지, 구독료도 꾸준히 들어오지. 

하니까 이게 이 필명으로 안 오면 안 될 거 같은 거야. 그래서 내 님들 보려고 다시 이 필명으로 왔어요.  

아 분량 좀 늘어난 거 같아. (뿌듯) 


 

참,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냥 제 글 좋아만 해주세요. 

글 주인공이 두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예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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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오오옹작가님오랜만이예요ㅠㅠㅠㅠㅠㅠ시험쳐서힘든데힐링하고가욯ㅎㅎㅎㅎ♡
9년 전
독자2
헐퀴... 준짱맨이긔... 또륵 기억하세염?ㅠㅜㅜㅠ
9년 전
종대보고싶다ㅜㅜ
기억하죠 당연히. 보고 싶었슴다ㅠㅠ
9년 전
독자3
그리웠어요 정말ㅠㅠㅠㅠㅠㅠ이런 쌍큼한글 매우좋습니다 환영해요~
9년 전
독자4
재미써여 두근두근 도대체 여주 페북에 무슨일이....궁금해미치게써여ㅠㅜ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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