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ry Barnes Quiana - moon without the stars
윤기가 한참 작업을 하다가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까 남준이가 거실에 없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비어있는 거실을 보던 윤기가 느릿한 걸음으로
부엌을, 화장실을, 집에 딸린 아주 작은 방을,
남준이가 낮잠을 즐기던 침실이나 베란다를,
종종 자신에게 혼나고 삐쳤을 때 들어가던 침대 아래를,
없을 걸 뻔히 알지만 제 작업실을 다시 한 번.
그렇게 온 집안을 모두 둘러보고 그제야 남준이가 사라졌다는 걸 다시 깨달았으면.
애써 떨리는 손을 쥐어잡으며 몇 번이고 빈 공간 가운데에서 남준이의 이름을 불렀으면,
불안한 얼굴로 현관 근처에 다가갔다가 차마 닫히지 못하고 조금 열려있는 문을 보고 심장이 떨어진다는 걸 경험했으면.
찬 바람이 들어오는 바깥을 신경도 쓰지 않고 얇은 티에, 얇은 바지에, 흰 맨발이 드러나는 가벼운 슬리퍼 차림으로
그대로 뛰어나갔으면.
어디 있어. 어디 간 거야. 준아, 남준아.
원래도 조용한 성격이기도 했고 소리에 민감한 남준이 때문에 더욱 큰 소리를 내지 않던 윤기가 점점 벅차오르는 숨과 함께 토해내듯 남준이의 이름을 불렀으면.
윤기 너는 온 골목과 집 근처, 그리고 딱 한 번 데려갔던 옷가게까지 뛰어가 남준이를 찾았으면 좋겠다.
중간에 슬리퍼가 꺾여 헛디뎌서 발목이 아려도, 찬 바람이 얇은 옷가지를 뚫고 살을 얼려도,
주위에서 이상하다는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남준이만을 찾아 온 동네를 떠돌아다녔으면 좋겠다.
어느새 해가 지고 결국 남준이를 찾지 못한 윤기가 힘이 다 빠진 걸음으로 터덜터덜
남준이와 처음 만났던 집 근처 골목길에 다다랐으면.
그때보다 더 짙어진 어둠 속 오로지 가로등만 비추는 그 곳에서 처음 만났던 꾀죄죄했던 남준이가 떠올라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했으면.
항상 곁에 있던 것의 부재를 그렇게 아프게 온 몸으로 받아내었으면 좋겠다, 윤기가.
울음을 토해내지도 못하고 멍하니 그 자리에서 추위에 언 몸을 웅크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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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잘생겼는데 단점이 에바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