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even days(7일 동안) # Thursday2
요즘 난 불안에 살고 있었다.
더이상 아픔이 없었기 때문이다. 잦게 찾아오는 통증이 오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병마를 이겨내고 나았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쑨양의 프로포즈가 있었던 날부터 그랬다.
그저 통증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하루이틀사흘나흘 지나면서 점점 불안이 차올랐다.
암세포로 점령당한 몸은 이제 통증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봐.
신경이 모조리 죽어서 이제 쑨양을 느끼지 못할까봐.
죽어가는 장기가 감각조차 앗아갈 것 같아서 두렵고 두려웠다.
-
"웁!"
퇴근한 쑨양에게 저녁을 차려주었다.
이제 온전히 같은 것을 먹지 못하지만 밥대신에 소화하기 좋은 죽으로 대체해서 먹었다.
안타까웠지만 그와 이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 행복했기 때문에 괜찮았다.
몇숟갈 먹자 하루동안 잠잠했던 위장이 요동쳤다.
아, 아직 살아있구나 라는 감상조차 남기지 못하고 올라오는 토기에 화장실로 뛰어갔다.
"우에엑!"
변기통을 잡고 토악질을 했다.
방금까지 먹었던 희멀건한 죽이 쏟아졌다.
애초에 많이 먹은 것이 없었던 터라 변기통에 토해낸 것은 얼마 없었다.
그런 나를 보고 깜짝 놀란 쑨양이 식사하다 말고 뒤따라와서 등을 두들겼다.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본다.
"괜찮아요?"
"...네...하아..."
내용물을 쏟아낸 위장은 아직도 더 내보낼 것이 없나하고 움직였다.
묽은 위액까지 흘러나왔고 식도에 타는 듯한 열기가 느껴졌다. 목이 아릿했다.
멀미로 토하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이었다.
모든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물조차 내리지 못하고 그냥 변기통에 몸을 기대었다.
쑨양이 대신 변기물을 내려주었고 거의 주저앉아 힘없이 기대고 있는 나를 안아들었다.
식탁쪽으로 갈까했지만 음식냄새가 코를 찌르자마자 요동치는 위장때문에 노선을 바꿔 침실로 들어갔다.
조심스레 침대에 내려놓아주었다.
그리고 침대에 걸터앉아 옆에서 누워있는 나의 앞머리를 쓸어내리며 걱정어린 어조로 물었다.
"어때요? 태환. 괜찮아요?"
"...네. 좀 전까지 괜찮았는데...왜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낮까지는 갑자기 사라진 통증으로 걱정했었다.
아픈 몸뚱이는 그런 나의 생각을 비웃은 건지 통증 대신에 구역질이 치밀었다.
의외로 기운을 많이 빼앗아간다.
다정하게 걱정해주는 쑨양이 좋았지만 이렇게 걱정시켜주고 싶지 않았다.
이전과 달리 내 병을 알고 있는 그였으니까.
"많이 아프면 말해요."
"아니. 괜찮아요."
아파도 그가 어쩔 수 없을텐데. 이미 의사도 포기해버린 내몸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쑨양의 마음이 너무 따뜻해서 좋았다.
그의 사랑만 받으면 모든 병이 나을 것 같다.
정말 병이 나아서 쑨양과 함께 오래오래 살 수 있다면 좋을텐데.
이루어질 수 없기때문에 더 바라게 되는 것은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더욱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서야.
쑨양의 크고 따뜻한 손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니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빠져나갔던 기운도 채워지는 것 같았다.
"이제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정말요? 괜찮아요?"
"네. 쑨양이 만져주니까 기운이 나요."
내 말에 풋 하고 웃으며 더 열심히 쓰다듬는다.
그의 기분좋은 스킨쉽에 내 얼굴은 이미 미소로 가득해졌다.
"밥 먹어야 하는데...나때문에...어쩌죠?"
"괜찮아요. 어쨌거나 치우고 와야겠네요."
"아니...쑨양은 먹어요. 내가 치울..."
"안돼요. 태환은 누워서 쉬고 있어요. 금방 치우고 올게요."
쑨양은 오랜만에 엄한 표정으로 훈계하듯 말했다.
물론 그 훈계에는 나에 대한 걱정이 가득 담겨있음은 당연한 말이었다.
언제나 그는 나를 위함은 변함이 없었다.
그의 말을 거부하기보다 들어주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얌전히 침대에 누워 이불 속에서 둘러 쌓였다.
"곧 갔다올테니 그대로 있어요?"
그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쑨양의 뒷모습을 멀뚱히 바라보다 그의 채취가 배어 있는 이불을 더 끌어와 코에 묻었다.
그의 냄새를 맡고 있으면 편안하고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함께 있는 것 같았다.
닫힌 문 너머로 달그락 달그락 식기 정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정리했는지 더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쑨양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쑨양이 나타났다.
이불에 묻힌 채 그에게 평소와 다른 애교섞인 말투로 말했다.
"얌전히 있었쪄요."
"잘했어요."
내 말투에 쑨양은 귀엽다며 입가에 미소를 더욱 가득 베어물었다.
그리고 덮고 있는 이불을 걷어내며 언제나처럼 쉽사리 나를 들어올려 품에 안아들었다.
이제 힘이 생겨서 괜찮다며 내려달라고 했지만 쑨양은 더욱 힘주어 나를 안았다.
또한 입술에 버드키스를 하며 조금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자기 전에 씻으러 갈까요?"
"쑨양이 씻겨줄거에요?"
"당연히. Of course!(물론이죠)."
"단순히 씻기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죠."
내 질문에 결코 아니라고 답하지 않는 쑨양을 보고 소리내어 웃었다.
깔깔 웃는 나를 보고 웃지말라고 하면서 쑨양도 결국 같이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욕실에 도착해서 옷을 벗을 때까지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씻으려면 벗어야죠."
"쑨양도."
욕실로 들어온 나는 그의 품에서 떨어져나왔다.
그리고 서로의 옷을 벗겨주었다.
나는 그의 옷을, 쑨양은 나의 옷을 하나 둘 벗겨갔다. 서로 알몸이 될 때까지.
"씻을까요?"
"씻어주셔야죠?"
"물론이죠. 공주님."
"왕자님이죠! 남자니까."
"태환은 눈물나라 공주님이니까. 그래서 공주님."
"그..그건 좀 그만..."
"그리고 나는 공주님을 사랑하는 왕자님이죠."
"쑨양..."
"나의 사랑스러운 공주님."
샤워기 스위치를 눌러 물살을 내보냈다.
아래로 흐르는 물줄기를 맞으며 결국 쑨양은 입을 맞춰왔다.
촉촉히 젖어든 입술과 피부는 서로에게 얽혀들었다.
오늘은 욕실에서 열락의 꽃을 피운다.
아주 뜨겁도록.
============================
아직까지 전초전이라 달달합니다.
음...왠지 목요일이 길어질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요.
길어지면 독자님들은 좋아하시려나요^^
아, 예고했던 **씬은 목요일파트에서 나옵니다.
★ 한번 더 말씀드려요.
암호닉은 자유입니다. 신청해도 되고 안하셔도 되세요.
그저 항상 제글을 응원해주시고 덧글 달아주시는 독자님들을 좀 더 잘 기억하기 위한 방편으로 적어주셨으면 한거랍니다.
그리고 그분들께는 완결후 메일링받을 때 감사의 뜻으로 말씀드렸던 특별외전을 추가로 더 보내드릴거라고 했었죠.
공개외전은 다 드리니까 또다른외전을 원치 않으시고 암호닉이 싫으신 분은 따로 암호닉 안하셔도 되요.
해주시는게 전 더 기쁘지만요^^
암호닉 + 추가 |
린연 / 팬더 / 슈밍 / 마린페어리 / 흰구름 / 광대승천 / 허니레인 / 포스트잇 / 여름향기 / 아와레 / 보석바 / 순대 / 쌀떡이 / 태꼬미 / 렌 땅콩이 / 쿠엔크로 / 쥬노 / 아스 / 텔라 / 루키 / 잼 / 샤긋 / 빌보드 / 비둘기 / 사과담요 / 박쑨양 응가 / 초코퍼지 / 소어 / 회사원 / 촹렐루야 / 피클로 / SY / 우구리 / 태쁘니/ 무슈 / 태쁘닝 / 플레인 /찰떡아이스 <추가 암호닉> 부랄 / 빠삐코 / 레인 *암호닉이 신청하셨는데 없다면 아직 덧글이 공개되지 않은 경우랍니다^_^ 공개되면 다음글에서 추가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