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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컨택

w.신예음마

 

 

 

 

*                  *                *               *              *                *         

 

     

06.

 


'언제나 세상은 일직선이다. 흘러가는 방향대로 흘러갈뿐, 가끔 탈선하는 것들이 있다면 모두들 그것을 제자리로 돌려보낸다.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잠시 덮어둔다. 모두의 눈에 보이지 않게.

그것이 세상인것 같다.'

 

 

*


교무실에서 선생님의 잡일거리를 본 녀석이 입을 열었다.

 

김종대는 정학.

 

사실은 퇴학위기전까지 갈뻔했더랜다. 여러가지 자질구레한 일을 몇번이고 벌인 녀석이 이번엔 싸움이라니.

그것도 일대일의 정당한 싸움이 아닌, 상대방의 얼굴을 피떡으로 만든 일방적인 주먹질.

선생님들은 폭발할수 밖에 없었고, 대낮부터 끌려온 종대의 부모님들은 고개를 숙일수 밖에 없었다. 반면 일을 벌인 녀석은 한손을 건방지게 뒷주머니에 꽂고선,

오뚝이인형처럼 연신 고개를 숙이는 자신의 부모님만 아무말없이 쳐다볼뿐, 도무지 입을 열지 않더랜다.


"그런데 여기가 하이라이트야."

교실뒷편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풀어헤친 놈이 미끼를 던졌다. 아이들은 너나할것것없이 눈만 초롱초롱 빛내며 녀석의 입을 살폈다.

"그때 문 열고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 알어? 오세훈 부모님말야. 김종대 부모님이 보시고 엄청 놀래더라."

 

그도 그럴것이 녀석들이 고1때부터 자질구레한 사건을 펼치면 항상 사이좋게 뛰어오시는 분들이 오세훈의 부모님과 김종대의 부모님이였다.

그렇다 보니 서로의 얼굴을 기억할수 밖에 없었고, 알수없는 동질감으로 녀석들의 부모님은 엄청난 속도로 친해질수 밖에 없었다.

여담으론 종대의 아버지와 세훈의 아버지가 이제는 뗄래야 뗄수없는 술파트너가 되버렸다고.

 

"부모님 반응 어떻디?"

 

반응 죽였지. 자기 아들이 묵사발 만든 놈이 세훈이라니. 그때 종대부모님 표정 완전 대박이였어. 선생님들한테 고개숙이다가 문 열고 들어온 사람이 오세훈 부모님이니깐.

처음엔 네분 다 영문을 모르는 표정으로 서계시더라고. 근데 울 담임쌤 말듣고 완전 네분다 경악에 찬 표정으로 바뀌더라.

야, 솔직히 생각해봐. 자기 애들이 서로 싸움질했으면 상관없는데 일방적으로 맞은거잖아. 얼마나 충격이야.

이 다음이 더 대박. 김종대 아버지가 김종대 뺨 날리고, 어머니는 말리고 말도 아니였어. 쌤들도 다 말리고, 종대아버지 진짜 옆에 있던 인쇄기 발로 차고

김종대 머리 진짜 날려버릴 기세로 때리시더라. 오세훈 부모님은 그냥 아무말없이 가만히 계시더라고.

근데 더 대박인건 이때 오세훈이 등장했어. 그 새끼 얼굴봤냐? 개대박. 진짜 눈도 붓고 피멍들고 입술도 다 찢어지고 진짜 처참하더라.

오세훈 부모님도 애 얼굴 보고 충격먹었는지 세훈이 어머니는 우시고, 아버지도 그냥 한숨만 쉬시더라.

솔직히 어떻게 해? 자기 자식이 친구한테 묵사발 당하고, 뭐라고 해긴 해야되겠는데 둘이 진짜 친했었잖아.

김종대 아버지가 무릎꿇더라고. 용서해달라 뭐 이런게 아니고 그냥 잘못인정하겠다, 그런 말이였던 것 같더라.

근데 선생님들만 분위기 완전 심각해져서 퇴학 얘기까지 나오고, 나 그때 진심 놀랬어. 근데도 김종대 새끼 눈 하나 깜박 안 하더라.

그래서 계속 한 몇십분 얘기하다가 결국 오세훈이 입열었어. 자기 괜찮다고. 대박이지 않냐? 대체 뭣때문에?

선생님들이랑 김종대부모님까지 나섰는데도 오세훈이 말렸어. 자기 괜찮고 그냥 말싸움에서 그렇게 넘어간거라고. 자기도 때렸다고.

근데 솔직히 우리가 봤잖아. 걔 때린적 없어. 막기만 했지, 그리고 그게 때린거냐? 김종대 얼굴 개 깨끗하더만.

걍그렇게 해서 그냥 넘어갔어. 그래도 김종대 정학이고 봉사시간 개 쩔더라. 그거 다 채울수 있을지도 모르겠고......오세훈은 모르겠다.

그 새끼가 오히려 김종대한테 다가가서 뭐라뭐라 말하더라고. 근데 김종대는 눈도 깜빡안하고 그냥 나갔어. 때린놈이랑 맞은 놈이랑 바뀐것 같더라.

 

"결론은 ?"

 

결론은 김종대 정학이라고. 오세훈은 모르겠다. 아마 학교다니겠지? 근데 학교 제대로 다닐수있냐?

솔직히 까고 말해서 존나 망신살이잖아. 친구한테 존나 깨지고 완전 얼굴도 엉망되버렸고. 애들도 말하더라. 오세훈 그 새끼 절대 김종대한테 이길수 없었다고.

걔네 둘이 보면 솔직히 서열 정리되있지 않았냐? 오세훈 걘 걍 따까리잖아. 걔 나한테도 안돼. 허여멀건 한 새끼.

글고 걔네 네명도 다 끝났어.

보니깐 김종인도 걔네들 별로 안 좋아하는것 같아고, 박찬열도 요즘 저기 저, 변백현 호모새끼랑 놀잖아. 남은 오세훈 김종대도 완전 끝났고

쟤네 넷 이제 끝이야. 참 대박이다 대박.

 

 

 

*    *    *

 

 

"들었냐?"

 

 

딸칵딸칵, 라이터로 장난치는 소리만 들린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벌써 밤이다. 저녁도 아니고 밤.

새카만 어둠은 세상을 가득채웠고, 도시안에서 반짝이는 별들이란 기대조차 하지도 않았다. 검은색 크레파스로 마구마구 칠해놓은 듯한 저 밤에,

덩그러니 놓인 은색의 달도 나름 장관이다. 오히려 자질구레한 별들이 콕콕콕 박혀있는 것보다, 저렇게 무식해보일정도로 커다란 달 하나만이

막혀있던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것만 같았다.

 

"애들이 우리 얘기하더라."

 

슬그머니 담배곽을 꺼내려는 세훈의 손을 저지한 건 종인이였다. 라이터로 장난치던 녀석의 손이 뒷주머니로 향하자 냉큼 손을 잡았다.

녀석은 벙찐 표정으로 아무말없이 종인을 쳐다보다가, 기어코 담배곽을 꺼내놓았다.

 

"이거 빈거야. 아무것도 없어."

"그걸 왜 들고 다니냐."

"아버지가 다 버렸어... 담배피는 것도 들켰고."

"뭐라시디?"

"그냥. 그런 놈이랑 어울리니깐 네가 이런거 피는거라고."

"......너 종대랑은 얘기했어?"

"응. 난 괜찮다 했는데, 지가 안 괜찮대."

"뭐가."

"내가...."

 

너 좋아하는거 말야. 꼼질꼼질, 하얀 손으로 비어버린 담배곽의 모서리를 애꿎게 비틀어버린다. 왜 자꾸 그게 백현과 겹쳐보일까.

종인은 녀석의 손에서 담배곽을 빼내었다. 그것을 운동장으로 던져버릴려던 손은 공중에서 멈췄다. 허공에 솟아오른 손은 말없이 담배곽을옥상 땅바닥 위에 떨어트려놓았고,

종인은 그것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불편해?"

"..응?"

"나랑 얘기하는게 불편해?"

 

아니. 푸 하고 불면 소리없이 흩어지는 민들레씨처럼, 세훈은 뒷말을 흐렸다. 비어버린 손이 꽤 심심한듯, 녀석은 계속해서 손톱근처를 애꿎게 뜯고 있었다.

입술을 말없이 뜯으며 가끔 종인의 눈치를 살피기도 했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아?"

"뭐가."

"내가 너 좋다잖아."

"그렇니."

"안 징그러워?"

"정확히 말할게. 징그럽지는 않아. 혐오감도 안들어. "

"그래...?"

 

난 그것만으로도 괜찮아. 배시시 웃은 세훈은 입가의 미소를 띈채 연신 손톱근처를 긁적였다.

조용한 학교 위에 그려진 어둠, 그 밑에 둘은 서있었다. 조금은 더운 바람만이 불었고, 침묵은 가벼운 깃털처럼 천천히 땅바닥 위에 떨어졌다.

종인은 이 침묵이 좋았다. 뭐라고 설명해야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침묵이 좋았다. 이 어둠도 좋았고, 저 달도 좋았다.

머릿속에서 뭉쳐진 여러가지 생각들은 하루종일 굴러다니며 종인을 괴롭혔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그 생각들이 천천히 남모를 늪으로 빠져들어갔다.

조금은 가벼워진 머리가 느껴지자, 점점 더워지는 날씨가 괜시리 시원하게 느껴졌다.

 

"근데 너, 김종대한테 뭐라고 했었냐."

"그냥. 너 좋다고 했었어."

"갑자기?"

"아니. 종대가 찬열이 욕하길래. 내가 옹호했거든. 근데 왜 그런 게이새끼를 옹호하냐고 하길래, 그냥 말했지.

'나도 김종인 좋아해' 라고."

"참, 너 답다."

 

종인의 말에 세훈이 푸스스 웃는다. 서늘한 난간에 이마를 맞댄 녀석은 계속해서 입을 움직였다.

 

"그러더니 웃는거야. 개소리하냐고. 근데 난 안웃었어. 그때 담배도 안폈었어. 그러더니 종대도 가만히 있더라고.

나보고 '더러운 놈'이래. 내가 말했지. 왜 더럽냐고. 근데 그냥 더럽대. 남자가 남자 좋아하는게 더럽대. 그러더니 나가려던 애를

말리다가..... 이렇게 쳐맞았어."

"................."

"................"

"야, 근데 이 상황 웃기지 않냐?"

"뭐가?"

"네가 나 좋다고 했잖아. 남자가 남자를. 근데도 난 아무렇지도 않고, 참."

 

이 상황이 참 웃기다. 그 말을 끝으로 종인은 가볍게 어깨를 흔들며 웃어버렸다. 그런 종인을 뭐에 홀린사람처럼 들여본 세훈의 눈가도 활짝 접혔다.

그러게 말이야. 여전히 라이터를 딸칵이며 장난치는 세훈도 그제서야 실실 웃었다. 얼굴 여기저기 생긴 멍때문에 조금만 입을 움직여도 아팠지만, 그래도 웃었다.

그 바람에 터졌던 입술이 다시 터져 입안에 피맛이 감돌았지만, 세훈은 계속해서 웃었다. 고마워, 김종인.

녀석의 말이 더운 바람에 섞여 귀로 흘러들어왔다. 아무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너니깐 괜찮은거야. 종인은 세훈의 머리를 쓰담아주었다. 그 부드러운 손길에 눈을 감은 세훈은 그제서야 울음을 터뜨렸다.

사실, 종대에게 맞았을 때 울고싶었다. 아니, 종대에게 '종인을 좋아한다'라고 말했을 때부터 울고싶었다. 내가 몇개월간 참았단 말야.

끅끅 거리며 세훈이 울자 종인은 말없이 녀석의 머리만 쓰담아 주었다.

 

'김종인을 좋아해'

 

 그 말이 자신의 입에서 터져나왔을 때 순간 세상이 끝나버리는 줄만 알았다. 미세하게 변하던 종대의 표정이 눈에 들어오자 심장에 먹물이

가득찬것만 같았다. 어느날, 자신의 담배를 빼앗아들고선 '이런거 피지마'라고 말한 종인에게 심장이 반응한 자신의 모습에 걱정을 하던 것이 몇개월.

그 뒤로 종인을 보면 뛰는 심장을 죽여놓은 것이 몇개월. 그 몇개월이 세훈은 그렇게도 힘이 들었다.

남 몰래 하루하루를 긴장하면서 살아왔는데,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이 자신의 말 한마디에 뚝 잘려나가버리자, 세훈은 겁먹은 새끼고양이처럼 몸을 떨수밖에 없었다.

어떡하지. 뛰쳐나가버리는 종대의 뒷모습에 몇초가 몇년처럼 느껴졌었다. 그래도 친군데 말이야, 나를 감싸주지는 못할 망정.

그 순간 종대가 괘씸하기도 했고 억울하기도 했고, 종인의 귀에 그 말이 들어가기라도 할까봐 두려웠기도 했었다.

 

'나는 김종인을 좋아해'

 

그 말이 입에서 터져나왔을 때, 눈물이 나올뻔 했다.

친구인 종대녀석에게 무참히 맞았을 때, 눈물이 터질뻔 했었다.

그런데 정작, 고백의 당사자인 김종인이 따뜻하게 대해주자, 눈물은 터져버렸다.

 

"고마워."

 

여기저기 멍으로 얼룩진 얼굴위를 덮은 눈물을 닦아낸 세훈이 중얼거렸다. 시발, 창피해. 기집애같이. 세훈은 따가워진 눈과 입술을 매만졌다.

술 마시고 싶다. 넌지시 녀석이 말하자 종인은 아프지 않게 어깨를 내리쳤다. 오바하지마. 그 말에 푸후 웃은 세훈은 눈가를 아프지않게 비비다가

이제는 보라색으로 변해버린 광대근처를 쓰다듬었다.

 

"김종인 고맙다."

"그래."

"계속 친구인거지, 우리?"

"야, 그게 더 역겨워."

"알았어. 사랑해. 아잉."

 

이건 괜찮지? 한 시트콤에서 뿌잉뿌잉이라는 애교를 유행시킨 여아이돌을 따라하며, 세훈은 종인의 어깨에 얼굴을 부벼댔다. 종인은 녀석의

장난에 그저 멍하게 웃을수 밖에 없었다. 2년을 알아온 친구녀석이, 그것도 동성인 친구가 자신에게 고백을 해왔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다니.

오히려 주먹이 날라가야만 정상인데, 하물며 조금의 꺼리낌이라도 느껴져야 할텐데, 바다처럼 잔잔한 자신의 마음에 종인은 쓰게 웃었다.

알다시피, 나는 녀석과 동지니깐.

 

 

 

*        *        *

 

 

눈 앞에 보이던 커다란 것이 사라져버렸다. 높게 높게 쌓여진 그것은 하루종일 종인을 괴롭혔었다.

그러다 말끔히 씻겨져 나가버리자 종인은 웃음을 지을수 있었지만, 그 커다란 것 뒤에 놓인 자그마한 것이 그제서야 눈에 띄었다.

붉게 번져진 쳐진 눈가.

손바닥으로 감싸면 보이지 않을 그 조그만것을, 종인은 그제서야 발견했다.

 

 

울던 세훈을 위로한 종인은 그를 겨우겨우 반으로 돌려보냈고, 갑작스럽게 떠올려진 인물에 종인은 헐레벌떡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복도에 자신의 발걸음이 거세게 울려퍼지자 살짝 속도를 늦춘 종인은 자신의 반 뒷문을 소리없이 열었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별로 없었다.

몇 명 익숙한 머리통이 눈에 띄었지만 자신이 찾고있었던 사람이 아니었기에, 종인은 그대로 지나쳐버렸다. 자신의 자리로 가자 보이는 보라색의 가방이 보인다.

정확히는 자신의 옆자리.

종인은 백현의 가방을 발견하고 자신의 가방안을 뒤적이다, 다시 문을 열고 복도로 뛰쳐나갔다. 손에 들린 보송보송한 수건이 느껴졌다.

이거 전해줘야되는데. 종인은 녀석과의 유일한 끈인 이 수건의 모양새가 흐트러지지 않게 손안에 단단히 잡고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자꾸만 녀석의 붉은 눈가가 생각났다. 혹시 지금도 울고있을까. 종인은 돌아다니는 야자감독을 피해서 6층화장실안을 슬쩍 넘겨보았다. 녀석은 없었다.

컴컴하게 어둠만이 깔린 정보실안을 들려보았지만 녀석은 없었다. 종인은 그렇게 5층,4층,3층을 뒤져보았지만 녀석의 머리카락 한올도 보이지 않았다.

2층으로 내려왔다. 복도에는 어둠만이 가득차있었다. 새내기1학년들은 야자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이렇게 7시가 넘어가면 2층은 어둠만이 돌아다녔다.

없겠구나, 종인은 다시 1층계단으로 발을 돌렸다. 그런데 그 짧은 찰나, 그 어둠사이로 한줄기의 가느다란 빛이 보였다.

복도 한 가운데 놓인 실처럼 가느다란 빛으로 종인은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다가가자 종인은 그곳이 화장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여기에 있는건가.

일말의 희망이라도 잡아보겠다는 심산으로 종인은 살짝 열려진 화장실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 바람에, 어둠에 익숙해져버린 눈은 알싸하게 퍼지는

따가움때문에 감겨져 버렸다. 

다시 떠졌다.

 

 

"....."

 

 

자신이 맞았다. 이상하리만큼 자신을 이곳에 데려놓은 발걸음과 짐승같은 본능은 맞았다.

백현은 빈 화장실에 있었다. 예상대로 그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가만히 있어봐..좀!"

 

 

거친 목소리가 들려온다. 왜인지 모르게 소름이 끼치는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뒷통수도 보인다.

항상 학주한테 걸리던 노오란빛이 끼여있던 갈색의 머리카락.

그가 버둥대는 백현의 손모가지를 한손으로 잡아올리고선 백현을 화장실 벽으로 밀쳐버렸다.

짐승처럼 달려든 그의 입술은 백현의 입술을 물어뜯을 듯이 집어삼키고 있었다. 간간히 보이는 그의 혀는 백현의 혀를 집요하게 쫒아갔다.

헐떡이는 숨소리와 민망한 침소리가 가느다란 빛줄기와 함께 새어나오고 있었다.

 

"찬...찬열아.."

 

숨 쉬기 어렵다듯,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 백현은 그를 손으로 밀쳐냈다. 꽤나 거센 힘에 찬열은 뒤로 밀려났지만, 그는 이제 백현을 팔 안에 가두어버렸다.

거칠고 뜨거운 숨이 몇번이고 백현의 얼굴을 감싸안았다. 벌겋게 부어오른 작은 손이 찬열의 어깨를 밀어냈지만, 역부족이었다.

흐느끼는 소리가 간간히 새어나왔다. 백현은 무서우리만큼 자신을 집요하게 내려다보는 찬열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지만, 그럴때마다 찬열은

백현의 턱을 우악스럽게 잡아채어 자신의 쪽으로 돌렸다. 닿일듯 말듯 긴장감이 가득한 곳에서, 둘의 입술이 또 닿았다.

알싸한 치약향이 백현의 혀에서 느껴진다. 찬열은 밀어내는 백현의 손을 잡아 억지로 깍지를 끼었다. 손 마디마디 사이로 느껴지는 찬열의 거센힘 때문에

손가락이 아파져왔다. 백현은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그 바람에 찬열의 입술을 몇번이고 백현의 입술에서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가만히 있어."

 

두 입술 사이로 침 선이 길게 늘어졌다. 찬열은 말없이 백현의 와이셔츠 단추에 손을 가져다 댔다. 제발, 이러지마. 백현은 울먹이며 속삭였다. 찬열아, 제발.

하얀 목덜미가 여실히 드러나자 찬열은 또다시 백현의 입술을 찾았다. 한 손에 가득 잡히는 백현의 목이 너무도 가늘었다.

정신없이 녀석의 말랑말랑한 입술과 혀를 아이스크림 핥듯이 핥기도 했고, 사탕빨듯이 장난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장난은 몇초에 불과했다.

점점 거세지는 백현의 반항에 찬열은 녀석을 무섭게 몰아세웠다. 아무데도 못가.

 

 

 

민망하리만큼 외설적인 소리가 화장실 안에서 흘러나온다. 두 사내가 서로서로에게 섞여들어가는 장면에 종인은 말없이 손바닥으로 눈을 가렸다.

그래도 백현의 흐느낌과 찬열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녀석이 뭐라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수가 없었지만, 분명한건

 

녀석들은 키스하고 있다.

 

손안에 느껴지는 보송보송함은 이제 죽어버렸다. 곱게 접혀있던 수건은 무참히 구겨져 버렸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삐져나온 수건이 느껴진다.

종인은 말없이 손바닥을 내렸다. 그렇다고 그 장면이 끝난것은 아니다. 종인은 말없이 뒤돌아섰다.

자꾸만 백현의 흐느낌이 너무나도 신경이 쓰였지만, 그 소리는 자신의 등을 밀어내고 있었다. 이제서야 확실해진것같았다.

박찬열과 변백현은 그렇고 그런 사이구나.

순간 세훈이 떠올려졌다. 종대에게 두둘겨 맞은 세훈의 그때 그 심정이 지금 이 심정과 같을까? 종인은 말없이 어둠을 뚫고 복도를 지나쳤다.

계단 위로 올라가는 자신의 발에 쇠사슬을 채워놓은것 같았다. 물 먹은 솜처럼 축 늘어진 몸을 끌고 올라가는것이 너무 힘들다.

손 안의 수건은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었다. 축 늘어진 수건의 모양새는 볼품없었다.

종인은 그것을 하염없이 내려다보았다.

 

내일이나 갖다줘야지.

 

종인은 아무 말없이, 조용히 계단으로 올라갔다. 

왜인지 이세상에서 정말 혼자가 되버린것 같다.

 

 

 

 

 

 

d

잉잉 ㅜ 손이 멈춰버린것같아요

'아이컨택'이라는 글은 솔직히 별로 거창한건 없어요

그냥 십대들 사이에서의 동성애를 다룬건데, 별다른 사건은 별로 없죠.

그래서 글이 굉장히 밋밋하고 딱히 스펙타클한 일은 없어서 지루하실수도 있어요.

그래도 그냥 이런 글이 있구나 이렇게 생각해주시구요,

이것도 빨리 완결이 날거에요 ㅜ 이 다음에 쓸 글을 몇개 생각해놨는데 '아이컨택'과 느낌이 정반대입니다

그때도 많이 사랑해주시구요'ㅅ'

그때 닉네임변경을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이름 싫엉

그럼 여러분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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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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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잉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번에도 잘쓰셨네요ㅠㅠ 빨리 종인이랑 이어졋으면 좋겠어요 아무튼 재미있게 읽고가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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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음마
느헹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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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잉ㅠㅠㅠㅠ이번편에도종대랑찬열이는여전히나쁘고배켠이랑뎨후니는여전히불쌍하네여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세후니가제일불쌍해여ㅠㅠㅠㅠㅠㅠ흐오ㅠㅠㅠㅠㅠㅠㅠ박찬열나쁜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종인이도나빠여ㅠㅠㅠ왜안구해조배켠이ㅠㅠㅠㅠㅠㅠ담편에서뵈여자까님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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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음마
세훈이 ㅋㅋㅋㅋㅋㅋㅋㅋ 종인이도 착각을 한거죵;;;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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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ㅠㅠㅠㅠㅠㅠㅠ잘보고가여ㅠㅠ담편기대할께요ㅡ를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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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음마
^^감사합니당당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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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찬열아뭐하는고야ㅠㅠㅠㅠㅠㅠ세훈이왜케아련하지 불쌍한세훈이ㅠㅜㅠㅠㅠㅠㅠㅠ작가님잘읽고가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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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음마
세후니ㅜㅜㅜㅜ하..세후니가 끌립니다 저도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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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전혀지루하지않아여...세훈이 너무안타까워여ㅠㅠㅠㅠㅠㅠ왠지 종인이랑 세훈이를 응원하게되는 세훈이처지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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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음마
그런가요 ㅜㅜ지루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런 분위기 ㅜㅜ 감사합니당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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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아...ㅜㅜㅜㅜㅜㅜㅜ달래에요ㅜㅜㅜㅜㅜ넘좋아요 이런분위기..이런글!!!진짜 기대되는글이에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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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음마
달래님 감사합니다 ㅜㅜ ^^분위기가 좋다니 정말 고마버영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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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ㅠㅠ작가님 오셧규나ㅜㅜㅜ기다렷어요ㅜㅠㅜㅜ 우리종인이어떡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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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음마
오래걸렸죠 ㅜㅜ기다려주셔서 매우매우매우 스릉흡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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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찬열이랑세훈이의마음을몰라주는종대가너무밉게만보이네요ㅠㅠㅠㅠ미운사람아ㅏ~~~미운사람~~~~~~ 화장실에있다길래설마..찬열이랑있겠어라고생각했는데설마가사람잡는다더니!!!!!!!!!!!!!!!!!!!!!!!!!!!!!!!!!!!!!! 종인이너무불쌍해요ㅠㅠㅠㅠ어두컴컴한복도에혼자걸었을때ㅠㅠㅠㅠㅠㅠㅠㅠ흑ㅎ긓ㄱㄱㅎ...다음편기대할게요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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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음마
종인이 ㅜ 참 저는 종인이가 제일 안됬어여 ㅇ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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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아진짜모바일만아니라면댓글창에길게하고싶은말이너무많은데ㅠㅠ폰바꾼지얼마안되서자판불편하네요 ㅠㅜ 스펙타클이뭐따로있겠슴까ㅜㅜ저는아이들행동하나가스펙타클합니다요ㅠㅠ결말빨리짓지않았으면좋겠는데괜히금글엉성해질까봐요ㅠㅜ 아무튼닉변경하신다니ㅋㅋ뭔가잘선택하신것같아요 음마보단감성적이고있어보이는 그런닉이 금손갖은음마님에게더잘어울릴듯!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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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음마
ㅋㅋ닉...저 닉 넘싫어요;ㅜㅜㅜㅜ잘못선택했었어영 ㅜㅜ우잉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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