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100편을 너무 일찍 쓰게 될 것 같은...?
댓글 언제나 항상 보고 있습니다.
반응들이 귀여워서 자주 봅니다.
슬퍼도 울고, 달달해도 울고.
진짜 귀여워요, 다들.
Livin' Out Loud-I Can't Stop
주인아. 주인아. 얼른 일어나 봐. 얼른!
준아, 좀... 자자.
안 돼. 일어나 봐. 빨리.
이상할정도의 들뜸을 가득 껴안은 남준이의 목소리에 윤기가 그제야 무거운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뭐에 또 이 강아지가 이렇게 신이 났을까.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대충 쓸어 정리하면서
다른 한 손은 남준이에게 붙잡힌 채로 거실로 나가
큰 베란다 창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눈도 거의 뜨지 못하고 있는 찰나에 다시 한 번 남준이의 목소리가 울렸으면.
눈이 잔뜩 왔어, 주인아.
그제야 겨우 눈을 뜬 윤기가 지나치게 시야가 아려올 정도로 부신 풍경에 몇 번이나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며 겨우 그 빛에 익숙해졌으면.
그리고
푹신하게 눈이 쌓여 하얗게 물든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더불어 잔뜩 흔들리며 눈을 빛내는 남준이를 보고 조용히 미소를 지었으면 좋겠다.
아침을 먹자마자 둘은 단단히 옷과 목도리 등으로 몸을 둘러 싸고 밖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윤기가 머릿속으로 손난로라도 사올까 생각하는 사이
밟는 족족 뽀드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제 발자국을 선명히 찍어내는 눈 밭에 신이 난 남준이가 먼저 뛰어나가
이리저리 제 발자국을 새기며 신이 났으면 좋겠다.
개는 눈 밭에서 뛰노는 이유가 발이 시려서 그런거라던데...
굳이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네.
속으로 중얼거린 윤기가 남준이가 쭈그려 앉아 눈을 가득 품에 퍼올린 채 윤기에게 뛰어와
윤기의 앞에서 눈을 위로 뿌렸으면.
머리칼과 뺨에 차갑게 닿아 금방 녹는 눈송이들에 윤기가 어깨를 움츠리며 남준이를 바라보면
남준이는 웃으며 윤기의 손목을 잡고 끌었으면 좋겠다.
놀자, 주인아.
보조개가 깊이 파이는 웃음을 보며 결국 윤기도 걸음을 옮겨 눈밭의 가운데로 갔으면.
온통 하얀 세상,
그 가운데 유일하게 색을 가진 것만 같은 남준이가
윤기의 시야를 사로 잡았으면 좋겠다.
눈싸움을 하다가 남준이가 윤기 얼굴을 맞추고 놀라서 달려오기도 하고,
눈사람을 만들겠다며 눈을 굴리다가 얼마 못가 눈덩이 크기가 커지기도 전에 자꾸 부서뜨려서
결국 아주 작은 미니 눈사람 두 개를 만드는 것으로 만족도 해보고,
남준이가 입을 벌려 눈을 먹으려고 하면 윤기가 나직히 안 돼, 라는 말로 말렸으면.
서로의 코 끝과 귀 끝이 발갛게 얼어붙고 손 끝과 발 끝은 감각이 조금 사라진 것 같아도
한참을 추위도 모르고 둘이서 놀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놀이는 윤기가 크게 기침을 하고 코를 훌쩍일 즈음 끝이 났으면 좋겠다.
집으로 들어가는 와중에 장난끼가 돈 남준이가
윤기가 눈으로 덮힌 채 축 내려진 나뭇가지 아래를 지나는 순간
나뭇가지를 쳐서 그 위의 눈을 윤기의 어깨와 머리 위로 내리는 게 보고 싶다.
졸지에 다시 눈에 휩싸인 윤기가 아무 말도 없이 남준이를 보고 있다가
손
이라는 말을 뱉기도 전에
남준이가 웃으며 다가와 윤기의 어깨를 털어주다가 입술에 입맞춤을 했으면.
윤기가 아랑곳 하지 않고 손을 뻗어 남준이의 손을 잡으려고 하면
이마에 또 한 번.
그 다음은 양 볼에,
마지막은 또 다시 입술에.
그렇게 연신 입맞춤을 퍼부었으면.
혼내지 말아달라는 제 연인의 애교에
결국 윤기는 웃으며 남준이의 입술에 자신도 짧게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들어가자, 준아.
그 말에 남준이는 다시 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윤기의 귓가에도 짧은 입맞춤을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집 근처 눈밭 한 켠에 둘 만의 추억을 가득 새기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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