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썰도 역시, 주제를 주신 독자님 감사드립니다.
Livin Out Loud-I Can't Stop
윤기가 유독 작업실에서 나오지 않는 날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분명 얼마 전에 일을 다 끝냈다고 홀가분하던 윤기를 본 터라 남준이는 의아했으면.
유독 의아한 점은
일을 할 때는 작업실에서 꼼짝을 안 하는 윤기가 대뜸 문을 박차고 나와 자신을 한참을 바라본다거나,
자신과 놀다가 도중에 갑자기 무언가를 써내려간다던가,
핸드폰을 만진다던가 하는 등의 행동이 계속 보여서
남준이가 유독 요 근래의 윤기 행동을 의아해했으면 좋겠다.
일이 한참 밀려들어올 때면 어딘가 힘없이 퍼지던 몸도, 눈빛도
이번에는 이유를 모르게 지치는 얼굴은 여전한데 눈빛은 한층 더 생기가 돌아
남준이는 궁금함과 그 생기에 시선을 빼앗겨 윤기를 빤히 바라보는 날이 늘었으면 좋겠다.
여느 때와 같이 겨울치고 풀린 날씨에,
아직 시간이 일러 햇빛이 큰 창을 타고 들어와 가득 거실을 비추는 한가로운 오후에
윤기가 나직히 남준이를 불렀으면 좋겠다.
준아.
그 순간 꼬리와 귀를 내보인 채 창가 근처에서 햇빛을 쬐고 있던 남준이가 고개를 들어 윤기의 시선에 마주했으면.
짧지만 충분히 부드러움을 담고 있는 그 목소리에 귀를 쫑긋거리며 온 몸으로 윤기에게 집중했음을 보였으면.
이리 와.
그 말에 바로 남준이가 몸을 일으켜 윤기의 곁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손목이 잡힌 채 작업실 안으로 들어갔으면.
집 안의 어느 곳보다 윤기의 체향이 가득 묻어있는 곳에 들어간 남준이가 절로 꼬리를 흔들며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무슨 이유인지 긴장을 하고 있는 윤기가 남준이를 옆에 앉으면 그제야 손을 뻗어 윤기의 허리를 감싸 안아 궁금증을 보였으면 좋겠다.
내가, 취미로 노래를 만들기도 하거든.
노래를 만들어? 티비에 가수가 부르는 그 노래?
어. 그거. 가끔 운이 좋으면, 만든 노래를 팔기도 해.
와, 주인이 대단해. 그럼 주인이 만든 노래를 가수들이 부르는 거야? 많이 불러? 뭐 불렀어?
들어, 좀.
...
그래서 내가
그냥 널 보면 떠오르는 게 있어서 만들었어. 이 곡을.
평소와 다르게 말에 망설임이 가득한 윤기의 어투에 남준이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윤기의 손이 무언가 툭툭 누르고 달깍이는 소리가 들린다 싶을 즈음
천천히
윤기가 남준이를 생각하며 만든 노래가 흘러나왔으면 좋겠다.
역정적이기보다는 잔잔한
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그 어느 노래보다 부드러운 노래가 울렸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귀를 쫑긋거리며 윤기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 채 천천히 눈을 감고
그 노래에 맞춰 발을 까닥였으면.
꼬리를 살랑거렸으면.
노래가 다 끝나면 남준이가 윤기의 허리를 더 조심히 끌어안아 목덜미와 어깨에 얼굴을 부볐으면 좋겠다.
어때?
잠시 마른 입술을 축이던 윤기가 애써 컴퓨터 화면에 이것저것 띄웠다가 끄는 걸 반복하면서
덤덤한 어투로 물어오면
남준이가 숨기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게 보고 싶다.
주인아.
노래가 주인을 닮았어.
너무나 빛이 나고,
너무나 부드럽고,
너무나 따듯해서
그래서 듣는 내가 지금 이렇게 행복한가봐.
귓가에 울리는 솔직한 감상에 윤기가 웃으며 손을 들어 남준이의 머리를 헤집을 듯이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몇 번이고 계속 들려달라는 남준이의 말에
윤기는 묵묵히 손을 움직여 노래를 들려주고
그 둘은 한참동안이나 작업실 안에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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