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전정국의 머리에 계란을 내리 찍었다. 벙 찐 전정국의 표정에 나도 모르게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순식간에 계란을 맞은 전정국은 와.. 라는 말만 반복하다 이내 정신을 잡은 듯 말을 했다.
난 여전히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전정국의 표정부터 전정국 머리에 붙은 계란 껍질까지 모든게 웃겼다.
" 잠깐만. "
머리에 붙은 껍질을 떼 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전정국은 내 손을 획 피했다.
" 두번 당할것 같아요? "
" 갑자기 웬 존댓말이에요? "
" 나한테 갑자기 계란 날린 김탄소가 낯설어서요. "
" 와 뒤끝봐. "
다시 전정국머리에 손을 뻗어 계란껍질을 떼어냈다.
" 이거 떼줄려고 그런건데?"
당했네 당했어. 라는 말을 하며전정국은 의자에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즐거워보여서 다행이다. "
도착 5분전이라는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식탁위를 정리하며 전정국 식탁위 책이 눈에 들어왔다. 천국의 책방?
" 무슨책이에요? "
" 나도 아직 다 못읽었는데 이게 두 권이거든? "
" 아 이 빨간책이랑 파란책? "
" 이게 같은 상황인데 두명의 사람의 시각에서 각각 쓴거래. "
" 아, 재밌겠다. 다 읽으면 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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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 내려 멀뚱히 전정국만 바라보고 섰다. 전정국은 내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걸어나갔고 이내 길을 잃었다.
전정국은 길치가 분명했다. 손에 든 지도를 보고도 우리의 위치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본인만 믿으라는 전정국을 계속 믿었다간 하루종일 부산역사만 빙빙 돌다 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내가 길을 찾겠다고 해도 극구사양하던 전정국은 계속 된 제자리 걸음에 나에게 주도권을 넘겼다.
우린 부산의 명동,홍대와 같은 남포동을 갔다. 서면을 갈 것인가 남포동을 갈 것인가 고민하다 그냥 이름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남포동에 왔다.
거리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우린 그 사이에서 여전히 손을 잡고 다녔다. 문득 내가 왜 손을 잡고 있지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전정국은 아무렇지 않게 손을 잡고 다녔고 이게 보통 선후배사이에 보통일인가 라는 생각까지 달했다.
길을 지나다 보인 액세서리집에 들어갔다. 평소에 장신구는 거의 하지 않는 난 이런 가게에 발걸음할 일이 없었다.
전정국은 어린아이가 인형놀이 하 듯 이 것 저 것 내 머리에 얹었다가 내려놓는 일을 반복했다.
" 이거 잘 어울린다. "
머리에 얹어진 삔은 유아용 삔이었다. 그것도 핑크색 땡땡이 리본이었다.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정말 우스꽝스러웠다.
전정국은 엄지를 척 올리고 날 바라봤고 난 차마 거울을 더 볼 수 없어 시선을 거뒀다.
" 장난해요? "
" 진짜 잘 어울리는데. "
" 선배나 많이 하고 다녀요. "
리본삔을 빼려 하자 전정국은 잠깐만이라며 삔을 빼려는 내 팔을 저지했다.
" 왜요?"
" 사진 찍자. "
" 저 셀카 안 찍어요. "
전정국의 귀엔 내 목소리 따윈 들리지 않는지 나와 나란히 서 셀카를 찍었다. 그리고 내 머리 위에 삔은 그대로 내 가방 속에 들어왔다.
사도 절대 안 할거라는 나의 말에도 사 주고 싶어서 그래 라는 말만 반복하며 내 손에 쥐어주는 전정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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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맞다. 신발. "
전정국은 백팩에서 신발을 한 켤레 꺼냈다. 나는 신발을 보고 누구꺼에요? 라는 질문을 했다.
" 이거 탄소 네꺼. "
전정국의 말에 그의 신발을 내려다 보니 전정국 손에 들려있는 신발과 같은 신발이었다.
같은 신발 두 켤레를 보니 뭔가 마음이 또 이상해져왔다.
이걸 신고 나란히 걸어 다닌다면 분명 모두들 우리 둘을 연인으로 볼 것이다.
근데 정작 우리는? 학교선후배? 아니면 좀 더 친한 선후배?
내가 정의 내린 우리 관계는 선후배관계였다.
주변의자를 찾아 날 앉힌 전정국은 신발을 바닥에 내려 놓고 무릎을 굽혀 앉았다.
그리고 내 발에 그 운동화를 신켜 주었다. 전정국이 내 발 사이즈를 알리가 없었다.
역시나 신발에 발이 들어 가긴했지만 내 발보단 작은 사이즈였다.
" 신발 맞아? "
" 네 맞는거 같아요. "
무슨 객기였는지 난 내 발에 맞는다는 말을 했고 전정국은 환하게 웃으며 다시 내게 손을 내밀었다.
어쩌면 저 웃음 보는게 좋아서 맞는다는 말을 한 것 일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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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배가 고파져 뭘 먹을까 하다 그냥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기로 했다. 길 중앙을 따라 쭉 늘어선 음식은 뭘 먹을지 고르기부터가 어려웠다.
뭘 먹을지 고르더라도 어디가 맛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나란히 걸어 나갔다.
다들 제 갈길이 바빠 우리가 신발을 똑같은걸 신었든 말든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난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전정국은 본인이 부산에서 유명한 게 뭔지 알아 놨다며 핸드폰 메모장을 열었다.
거기엔 정말 많은 부산가면 먹어야 할 것들이 적혀 있었다.
그 중에 밀면과 씨앗호떡은 별표까지 달려있었다.
우린 길가에 늘어선 씨앗호떡집중 아무데나 골라 씨앗호떡 두 개를 시켰다.
씨앗호떡을 한 입먹은 전정국이나 나나 같은 생각을 했다.
" 여기가 원조는 아닌가봐? "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해가 져물었다. 우리는 지는 해를 보며 오늘 우리 뭐 했지? 라는 물음을 던졌지만 그냥 평범한 일상이었다.
나에겐 이런 평범한 일상조차 너무 소중했고 꼭 기억하고 싶었다.
우린 마지막 행선지로 그래도 바다는 보고 가야하지 않겠냐며 바다를 택했다.
바다로 가는 내내 전정국은 오늘 하루 찍은 사진을 나에게 보여줬다.
" 이게 뭐에요. 이거 저 줘요. "
" 싫어. "
" 왜요? 이거 완전 초상권 침해 아닌가? "
" 너 초상권 없어. 내꺼야. "
오늘 하루만 해도 심장이 철렁했다가 미친듯이 뛰었다 아주 미칠지경이었다.
전정국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반응하는 내가 웃기기도 했고 왜 나만 이 난리인가 싶어 자책을 하기도 했다.
그래봤자 뛰는 심장이 멈출리는 만무하고 우리 사인 선후배 사인데 이런 반응을 보이는 내가 이상하다고 치부했다.
넓게 탁 트인 바다에 도착했다. 모래사장에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었다.
조금 더운 날씨에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기분은 신선놀음이라도 하는 기분이었다.
바다를 마지막으로 간 게 언제였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온 이 바다는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어졌다.
오늘 항상 사진 찍자는 말은 전정국이 했던 말이었다.
" 우리 사진 찍어요. "
" 당연히 그럴 생각이었지. 근데 뒤에 바다가 나오는게 좋을 거 같은데. "
전정국의 말에 저도 그게 좋을거 같다고 대답하곤 사진 부탁을 하기 위해 주위를 살폈다.
우리의 눈에 들어온 건 모래사장을 걷는 커플이었다. 우린 그 분들에게 사진 찍어줄 것을 부탁했고 그 분들은 흔쾌히 승낙하셨다.
전정국과 난 카메라 앞에 서 브이를 그린 손을 들었다. 전정국은 남은 손으로 어깨동무를 했고 우린 환하게 웃었다.
" 여기 사진기. 말투 보니까 서울분 같은데 놀러오셨나봐요? "
" 아 네. 금방 가야 돼서 많이는 못 보고 가네요. "
" 다음에 또 오시면 되죠. 우리가 제일 잘 어울리는 줄 알았는데 두 분도 되게 잘 어울리시네요. "
하루종일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말을 실제로 타인의 입을 통해 듣게 됐다. 나는 그 순간 왜 전정국의 눈치를 봤는지.
그 말을 들은 순간 왜 기분이 좋았는지 내가 이 때까지 느낀 심장의 두근거림은 무엇이었는지를 멍청하게도 타인의 입을 통해 깨달았다.
이미 결론이 나온 문제를 가지고 나 혼자 그 답을 회피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아무리 선을 그으려 해도 이 마음은 점점 커져 그 선을 넘을것이란걸 바보처럼 이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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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다시 낮에 도착했던 부산역에서 기차를 탔다. 난 여전히 창가자리에 앉았지만 해가 다 져 바깥풍경따윈 보이지 않았다.
하루종일 돌아다녀 힘이 들었다. 올 때처럼 떠들 자신이 없었다.
이제 전정국의 눈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려 눈을 볼 자신이 없었다. 이런 모습이 내가 봐도 너무 우스웠다.
기차는 역을 떠나 달렸고 난 또 다시 창가에 고개를 기댔다.
전정국은 또 내 머릴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만들었다.
이 때까지 전정국이 나에게 보인 행동은 충분히 나를 착각하게 만들 행동들이었다.
나는 그걸 핑계삼아 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냥 그런 사람이니까 나만 착각에서 깨어나면 됐다.
모든게 다 섞여버린 생각을 마무리짓고 이제 이 심장떨림도 더 이상 없을 거라고 단정지었다.
이 모든 마음은 부산에 놓고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 추억이라면 충분했으니까.
그런데 나른하게 들려오는 전정국의 목소린 다시 내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 아뇨. "
" 나 할 말 있는데. "
" 해요. 듣고 있어요. "
전정국은 한참을 뜸을 들였다. 몇분이 지나도 들리지 않는 말소리에 선배 저 잠 좀 잘게요 라는 말로 요동치는 심장을 멈추려했다.
전정국의 어깨에 계속 기대있다간 심장이 터져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다시 창가에 기대려 고개를 들었다.
늦은 시간 기차 안이라서 그런지 기차 안은 고요했다. 내 심장소리가 들릴까 괜한 걱정을 했다.
고개를 들었을 때 날 쳐다보고있는 전정국과 눈이 마주쳤다. 진짜 괜한 짓을 했다.
눈을 마주치자마자 눈을 피했다. 바보야 너무 티나잖아.
" 김탄소"
전정국이 내 이름을 불렀다.
" ... "
" 나 한 번만 얘기할게. "
" ... "
" 넌 싫으면 싫다고 해도 돼. "
싫으면 싫다고 해도 된다고 그가 말했다. 그는 나에게 선택의 여지를 줬다.
" ... "
그는 나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는 듯 했지만 나에겐 그 선택의 여지가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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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하핳 새벽에 똥글 써 놓고 나릅니다ㅠㅠㅠㅠ 이제 점점 스토리 진행이 되는 듯 하네요. 오늘은 배경도 밝고 비쥄도 밝게밝게 했어욤, 모두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봄이 오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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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분들 정말정말 감사해요. 항상 봐 주시는것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사랑함당♥
한소님♡ 벚꽃님♡ 지호님♡ 두둠칫님♡ 정닺뿌님♡ 쪼맹님♡ 맨맨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