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순영이 기를 죽이고 그래욧 ?!
作 일팔이
나는 오늘도 혼자 하는 사랑 ( X, 덕질 )을 하고 있다. 원래 마이너 덕질은 서럽고 외롭고 오빠를 오빠라고 부를 수 없는, 덕밍 아웃도 잘 못하는 그런 거라지만, 나는 정말 마이너 중에서도 극 마이너다. 권순영. 망상대 경영학과 11학번인데 첫 눈에 반해서 슬쩍 주위 친구들에게 찔러보니 성격이 그렇게 더럽다며 몸서리를 쳤다. 나는 정말 우리 오빠가 ( 사실 동기다 ) 그럴까 하는 슬픈 마음에 몇날 며칠동안 조용히 관찰 해보았지만, 딱히 그렇지 않던데? 이건 어리석은 덕후의 렌즈가 아니다. 원래 대학생활을 하다보면 와 이런 썅것도 있구나 하는 기집애를 운이 나쁘면 몇 명 정도 만날 수 있고, 폐차해버리고 싶은 똥차들이 들이 대는 경험도 충분히 할 수 있는거다. 그 뿐이랴. 앞으론 온갖 착한 척은 다 해놓고 조금만 따지려고 하면 지가 피해자인 척 멍청한 사람들의 시선을 이용해먹는 종자들도 흔히 만난다. 그런데 우리 오빠는 ( 우리 순영이는 ) 너무 순진해서 아직 사람들 앞에서 어느정도 두꺼운 가면을 쓰는 법을 모르는 것 뿐이다. 약간 싸가지도 없긴 하지만.
됐고, 오늘은 순영이의 공강 날인 금요일이라서 최대한 아침잠을 잤다. 다른 날들엔 혹여라도 후리하게 입고 갔다가 우리 순영이 만날까봐 맘 놓고 입지를 모태 ... 화장하느라 잠도 못자 ... 전 날에 야식도 못먹는다 심지어. 순영이 대신 행동의 자유를 잠시 얻은 나는 최대한 이 황금같은 시간을 이용했다. 우로빠가 없는데 내가 화장을 할 이유가 무엇? 치마? 그게 뭐야?ㅇㅅㅜ
“ 와, 역시나. ”
“ 한 여주는 금요일에 만나면 안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야. ”
“ 뺨 맞을래? ”
그렇게 못생겼나 ... 어차피 한낱 오징어들밖에 없는 학교에 오징어가 한 마리 더 늘어난다고 무슨 대수람.
여주는 콧노래를 부르며 강의실 문을 열었다.
... ?! ..... ?! ??????!!!
“ 야 나 눈이 이상한가봐, 계속 권순영 보여. ”
“ 맞는데? 왔잖아 오늘. ”
“ 쟤가 왜 오늘 ....! ”
순영이 오늘 공강이잖아!!! 라고 하려던 뒷말은 급히 삼켰다. 일코는 언제나 힘에 겹다. 우래기 소식도 제때 못듣고 자급자족 해야한다. 사색이 되버린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들여다보던 친구는 곧 무슨 이유인지 짐작이 간다는 듯 복학생들이 새내기들 꼬실 때의 꼭 그 오빤 다 알아 ~ ㅎ 의 표정으로 날 보면서 알 듯 말 듯 한 미소를 지었다.
“ 여주야, 사람을 싫어해서 쓰니? ”
“ ... ? ”
“ 너 순영이 싫어해서 그래? 그래도 그렇게 정색을 하니, 기집애. ”
“ 뭐라는 거야 얜... ”
그리고 누가 너 우리 순영이 순영이라고 부르래? 엉? 누가 그러래! 그거 나랑 순영이만의 애칭이란 말이야!!! 못된 입!!! 들을 가치도 없는 말에 가볍게 무시를 하고 얼굴을 가리며 강의실을 다시 들여다 보는데,
" ... "
순영이가 날 보고 있다. 여주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
나는 글렀어 ... 미운털이 박혔어 ... 내가 뭣하러 휴학까지 하면서 순영이 군대 기다렸는데!
단 한번이라도 우리 순영이한테 다정한 눈빛 한번 받아볼라고 내가....(울먹)
그 쟈갑던 순영이의 눈빛에 강한 정신 강한 신체였던 나는 가슴에 날카롭고 차갑다 못해 얼어붙을 것 같은 칼이 꽂히는 느낌에 그냥 친구에게 대리출석만을 부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순영이의 오해를 풀어주려면 어떻게 하지? 일단 단 둘이 따로, ㅎ, 따로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한다.
언젠가 조별과제 핑계로 번호를 땄었는데, 진짜 그 때의 나에게 치얼스다.
[ 순영아ㅠㅠ
너무 친한 척 하는 것 같다.
[ 순영아.
너무 딱딱하다. 내 말랑말랑한 사심을 조금 넣어서 ...
[ 수녕아 ] 1
미친, 보내졌어 ... 안돼... 내 이미지.. 내 첫인상 ...
하긴 이미 오해가 생겼으니 내 이미지같은 건 지금 최악을 달리고 있지 않을까? (훌쩍) 그래도 더 떨어질 곳이 없어서 다행이다 ㅎ 뒤지고 싶다 ㅎ
[ 수녕아 ]
1이 사라졌다. 제발 욕만 안먹게 해주세요.
“ ... ... ”
답장은 안 왔다. 끝까지. 차라리 욕먹는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여주는 술 생각이 났다.
=
“ 야, 너 무슨 일 있어 오늘? 강의도 빠지고 좀 이상한데. ”
“ 너는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해. ”
“ 아, 왜에! ”
“ 말 늘리지마, 승질나. ”
“ 야, 너 눈 풀려가.”
“ 내 눈이야. ”
왜 망상대 경영학과는 술을 맨날 마시는지 평소엔 이해 할 수 없었지만 이젠 한 조각 정도 이해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 학우애는 또 더럽게 좋아서, xx. 내 옆 옆 테이블에는 순영이가 쟈갑게 앉아있다. 이 쪽으로는 단 한 톨의 시선도 흘리지 않고.
“ 야, 순영아 술 좀 마셔야지? 왜 아까부터 빼, 빼기는. ”
“ 됐어. ”
“ 진짜 재수없다. ”
어쭈, 또 꼴에 사람들 앞에서 자존심 챙기냐? 어딜 눈을 부라려.
주변에서는 시비를 건 김철수가 아니라 묵묵히 김철수를 노려보며 대응하는 권순영을 욕했다.
쟨, 생긴 것도 그렇고 뭘 저렇게 정 안가게 생겼대? 다 제 탓이지. 어우, 답없다.
같은 11학번 주제에 고등학생 때 버릇 못버리고 아직도 일진노릇을 하는 게 거슬렸다.
도대체 어떻게 밑밥을 깔았으면 이런 일방적인 시비의 장면에서도 모두 권순영 탓을 할까.
왜 순영이는 이런 걸 묵묵히 참고 있니, 왜 ㅠㅠㅠㅠ 꽃길만 걸어야 하는데ㅠㅠㅠ
“ 미쳤냐? ”
“ 어? ”
터프하게 김철수의 멱살을 잡아 채는 건 순영이가 아니었다.
“ 지금 너 뭐랬어? ”
“ 야, 여주야 너 취했냐? ”
“ 지금 너 우리 순영이한테 뭐라 지껄였어? ”
약간 알딸딸하게 취기가 올라온, 내 입과 손의 짓이었다.
“ 야, 여주야 지금 뭐해! 얘 지금 취해서 그래, 취해서. ”
“ 아, 난 또. 깜짝 놀랐네. 여주야, 너 진짜 많이 마셨다. ”
김철수는 친절한 척 멱살을 움켜쥔 내 손에 자기 손을 살포시 얹고 떼어내려 했다. 족발 ...
“ 족발 치워!!!!! ”
“ 어, 야 여주야, 너, ”
“ 아니 왜 다들 !!!!! ”
“ ... 여주야? ”
“ 우리 순영이 기를 죽이고 그래!!!!!!! ”
“ 여주야? ”
“ 다시 한번만 우리 순영이 건드리면, ”
그 때 여주의 눈빛과 흘러나오는 살기는 흡사 먹잇감을 바라보는 맹수와 같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 물 거다. ”
와앙, 그리고 여주는 김철수의 족발을 물었다. 김철수는 그 날 울었다.
전해지는 소문에 따르면, 여주는 주위를 휙 둘러보며 ‘ 기집애들은 순영이한테 달라붙기만 해봐. 너네는 못 물 것 같아?! ’ 라고 외친 뒤 그대로 쓰러져서 그 다음 날 강의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
+
“ 망했어 .... ”
내가 어제 무슨 짓을....
“ 그냥 다 망했으면 ... 그치만. ”
여주의 손에는 순영이가 남기고 간 쪽지가 있었다.
덕분에 기 단단히 살음
시발 .... 귀엽잖아 .... 못하잖아 탈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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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짤 보면 눈치채시듯이 만세 전에 쓴 글인데... 김철수....
설마 세븐틴이 내 철수가 되줄줄은....꿈에도 생각치 못했읍니다...
타 커뮤니티에서 연재 되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