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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팔이 전체글ll조회 1335l 1

 

 

 

 

 

 

 

.

 조심조심


作 일팔이





 

, 일어나. ”

 





 

눈을 떴다. 역시나, 아직도 꿈에서 깨지 않았다. 여전히 이 처음보는 생명체는 날 퉁명스레 바라보며 툭툭 치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바론 나는 열 아홉의, 어려운 가정 형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침에는 알바를 그리고 밤에는 야학을 다니는 가난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바로 어제는 조금 달라서 평소 일어나던 새벽 다섯시가 아닌 해가 머리위에 뜬 정오까지 조금의 의식도 없이 자버리고 말았었고 슬슬 잠이 깰 때쯤엔 이미 알바 스케줄의 절반은 날아가 있었다. 나의 알바비가 우리 집의 생활비의 절반을 차지 했기에 나는 정신없이 침대에서 일어났고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왜냐면, 우리 집엔 이토록 포근한 침대라는 가구는 없었으니까. .

 








 

 

 

 

 

 

 

 

, 고마워. ”

어제부터 너 이상해. 갑자기 소름끼치게 굴어. ”

  

 

 

 

 

 











 

 

제일 처음 마음에 걸린 것은 남겨두고 온 가족도 친구도 그 모든 것이 아닌, 내가 다른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듯한 기시감이었다. 또 한 가지 더 있다면, 우리 집의 가정 형편을 알게 되곤 한번도 관심 가진 적 없던 그리고 관심 가질 수 없었던 나와는 다른 성별의,


 

 

 

 

 

 

 

 

 









 

 

오빠. ”

 

뭐야, 권여주. 평소대로 해. 맨날 권순영,권순영 불러대더니. ”

 

평소에 나 어땠어? ”

그걸 물어? ”

 


 

 

 

 

 

 

 

 










 

나는 권여주의 자리를 잠깐 채우고 있었고, 그래서 언젠가 다시 원래의 우여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불안감은 컸다.

잠깐만 한눈을 팔면 그 때를 틈타 슬그머니 내 몸을 휘감는 이 떨림이 어서 사그라 들었으면.

 


 

 

 

 

 

 

 






 

너만한 골칫덩이는 우리 집에 없었어. ”




 

 

 

 

 

 

 

 




 

... 남자는 방금까지 내가 느낀 감정을 눈치라도 챈 듯이 쌀쌀맞게 말했다.

 

아마도 권여주는 오빠의 미움을 단단히 받았나보다. 나는 권여주가 아닌데도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눈끝이 시큰거렸다. 사실, 미움이라는 감정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아이들은 늘 나를 가여운 아이, 불쌍한 아이라며 동정하기 바빴고 그래서 아무도 날 싫어하지 않았다. 단지 피했을 뿐이지. 난 미움을 받아 본 적이 없다.

  









 

 

 

 

 

 

 

 

빨리 일어나. 학교 가. ”

오빠는 ? ”

나도 가. ”

  




 

 

 






 

남자는 짤막하게 대답한 후 나를 혼자 두고 방을 떠났다. 아마도 이 곳은 권여주의 방인 듯 싶었다.



이불은 보드라웠고 벽에 걸린 빛바랜 영화 포스터는 오히려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집보다 넓네 ... ”







 

 

 

 

 

 




 

권여주의 방은 우여주의 집보다 넓었다. 물론 나의 집이 유난히 작고 허름해서 그런 것이지만 권여주의 방이 꽤 넓은 탓도 있었다.

나와는 반대였구나 여주는. 조심조심 자리에서 일어나 옷장 문을 열었다. 드라이 크리닝을 맡겼던 것인지 비닐에 싸여 있는 교복은 새 것 같이 깔끔했고 좋은 냄새까지 나는 듯 했다. 동네의 세탁소 곁을 지나가면 나는 그 휘발유 냄새가 아닌.

 

 

 

교복을 반듯하게 챙겨입고 거울 앞에 섰다. 내가 아닌 다른 여자아이가 약간 긴장한 듯한 얼굴로 아랫 입술을 괴롭히며 서 있었다.

권여주와 내가 바뀌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새삼스레 낯선 얼굴을 하고 있는 거울 속 나를 보니 그제야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하는 현실적인 의문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꿈인 줄로만 알고 푹 쉬어야지 다시 눈을 감았었는데, 꿈이라기엔 너무 길고 너무 선명했다. 참으려 해도 계속 떠오르는 남자의 이목구비 또한.


 

 

 

 

 








 

다 입었냐? ”





 

 

 




 

남자가 방문을 열었다. 어느새 나와 같은 밤색 교복을 약간은 불량스럽게 차려입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남자의 눈이 점점 커졌다.








 

 

 

 

 

너 미쳤어? ”

?

니가 교복을 다 갖춰 입는다고? ”

 


 

 

 

 

 

 








 

. 내가 어디서 잘못 행동했는지 알 것 같았다. 권여주는 학교에 몇 있는 교복을 제대로 입고 다니지 않는 데다 사고까지 치고 다니는 불량 학생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나의 행동은 정말 해괴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하루 아침 사이에 완전히 달라져 버렸으니까.










 

그냥 그러고 싶어서. ”

돌았나봐. ”










 

남자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가방을 다시 한번 고쳐매고 방을 나섰다.








 

안나와? ”

, , 가야지. ”

  








 

 

가방을 찾으려 급하게 이리 저리 고개를 돌리는데, 남자가 내 한 쪽 팔을 잡고 방 밖으로 끌었다.










 

나 가방

가지가지 한다. ”










 

남자는 이내 책상 아래 한쪽 구석에 푹 박혀있던 가방을 찾아내곤 먼지를 털어서 내게 건넸다.










 

 

고마워. ”

너 때문에 늦었어. 버스 놓치면 죽어. ”









 

=

 






 

 

늦었단 말은 거짓이 아닌지, 정말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학생은 남자와 나 뿐이었다.

유리창에 비친 내가 보였다. 나와 남자. 권여주와 권순영이었다. 버스가 도착했다. 334번 버스.

걸쳐입은 후드집업 주머니를 뒤졌다. 혹시 지갑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지갑은 없었다. 가방엔 ?

버스의 문 앞에 멈추어 서서 가방을 뒤지려는 내가 한심했는지, 남자는 날 쓱 보며 먼저 계단을 오르고 학생증 같아 보이는 카드를 꺼냈다. , . 소리가 두 번 울렸다.








 

, 쪽팔리게 앞에서 그러지 말고. ”

고마워. ”

그 소리 좀 안할 수 없냐? ”

  








 

 

그래, 내가 이 몸으로 깨어나서 남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좀 많이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 고마웠는데, 왜 사람들은 자신의 호의에 대한 감사를 부담스러워 할까. 남자도 그렇고, 권여주가 아닌 우여주가 받은 그 모든 친절들도.

 

 

 

 

답은 이미 내 속에 있었다. 동정심이었다, 그것은. 동정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우여주가 아니다. 권여주다. 남자는 그저 평소 권여주의 행실과 달라서 그렇게 말한 것 뿐이다.

남자는 나를 동정하지 않는다. 나는 묵묵히 버스에 올랐다. 남자의 옆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미쳤어? ”

? ”

니가 왜 내 옆자리에 앉아, 짜증나게. ”

 

 









 

 

짜증나게. 진심인 듯한 남자의 어조가 계속 반복됐다.

보통의 남매들은 이러지 않나?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실제 내게도 오빠가 있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일찍 철이 든 오빠와 나는 한번도 이렇다 저렇다 다퉈본 적이 없었다. 대학도 못가고 오빠는 알바를 뛰었다. 하루종일. 언젠가, 음악을 하고 싶다며 내 앞에서 아이처럼 울던 오빠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금 오빠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알바는 다 내팽겨친 채 자기가 우여주가 아니라며 박박 우기는, 우여주와는 정반대의 권여주를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그런데 정말, 나와 권여주는 바뀐 게 맞을까. 권여주가 정말 내 대신 살고 있는 걸까? 아니라면 어떡할까. 갑자기 눈을 뜨지 않는 나와 사색이 되어 응급실로 나를 들쳐업고 달리는 오빠가 보였다. 제발 그것만은 피했으면.

  







 

 

미안. ”

  









 

 

앞자리를 옮겼다. 혼자 앉는 자리로.

나는 현실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리고 지금 나를 권여주라고 아는 남자에게 괜한 설렘을 느끼는 것은 옳지 못했다. 이대로 살아야 한다면 나는 평생 푹신한 침대에서 따듯하게 이불을 감쌀 수 있었고 하루하루 먹고 살 걱정따윈 안해도 되겠지만, 나는 오빠를 배신할 수 없었다. 권여주의 인생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우여주고, 나를 되찾아야 한다.

 

 

 

 

 

 

 

 


 


뒤를 슬쩍 보니, 남자는 당황한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버스가 잠시 정차했고, 남자가 나를 툭툭 쳤다.

  








 

안 내려? ”

  







 

여기가 어딘지. 어릴 적부터 익숙한 길에서조차 헤매였었다.

순순히 남자를 따라 내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길 건너편에 익숙한 편의점이 하나 보였다. 오빠가 새벽 타임을 뛰는 편의점이었다.

내가 야학에서 돌아올 때면 오빠가 기다리고 있다가 날 집으로 데려다주고 자신은 알바를 하러 가던, 그 곳이었다.

급히 휴대폰을 꺼냈다. 물론 권여주의 것이었고 잠겨있는 화면을 풀 방법은 몰랐지만 시간은 볼 수 있었다.

 

 

 

 

 

 


 

852. 오빠는 밤 11시부터 9시까지 열시간을 일했다.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왜 자꾸만 마음에 걸릴까 내 앞에서 당연히 내가 따라올 것이라고 믿으며 은근하게 걸음을 늦추고 있는 저 남자가.

  

 

 

 

 

 

 

. 한 가지의 생각이 머리를 울렸다. 휴대폰. 왜 지금까지 나는 휴대폰을 사용할 생각을 못한걸까?

내겐 휴대폰이 없었지만 우지호에겐 휴대폰이 있었다. 그래봤자 투지에 상처투성이 고물이긴 하지만, 분명 있었다. 비상용 연락처로 야학 입학 신청을 할 때 적었던 기억도 난다. 나는 오빠의 번호를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내 손 위엔 휴대폰이 있다. 잠겨 있다는 게 문제가 되긴 했지만.








 

 

 

오빠 혹시 내 휴대폰 비밀번호 알아? ”

모르는데. ”

그렇구나

, 까먹었어? ”

, 까먹었나봐. ”








 

 

 

머리 나쁜 거 티내지 말고 전화 할 곳 있으면 얼른 해결해.

남자는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매일 사고만 친다는, 그래서 골칫덩이라고 부르고 미움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여동생에게도 다정함을 보여주고 있었으니. 남자의 손에서 휴대폰을 건네 받았다. 키패드를 열고,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눌렀다.

 

 

 

 





 

010 1992 0914.







 

신호음이 수차례 울렸다. 모르는 번호라서 안받으면 어떡하지. 고민에 버릇처럼 엄지 손톱을 물어 뜯었다.

남자는 곱게 정리받은 듯한 손톱을 못살게 구는 나를 이상한 사람 보듯 지켜보고 있었다. 원래의 권여주라면 이런 나쁜 습관은 없었겠지. 외모에 신경쓰는 것 같았으니까.








 

 

여보세요? ’

  







 

 

 

 

 

 

 

 

 

,



 

 

 

 

 

 

 




 

누구세요? ’

 

 

 

 




 

 

 




[세븐틴/권순영] 조심조심 | 인스티즈

 

 " ... ... "






 

 

 

 

 


나는 잔뜩 걱정스러움이 담긴 오빠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휴대폰과,

지각인데도 멀뚱히 서서 날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 여러번 번갈아 볼 수 밖에 없었다.


 

 

 

 

 

 

 

 

 

 

 

 

 

 

 

 

 

 

 

 

 

 

---------------------------

 

단편인데 더 쓰고 싶은 맘이 없지 않아 있는 아끼는 소재임닷

이제 순영이가 여주를 갑자기 여자로 느끼면서 엄청 당황해야할 차롄디 아쉽네여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사랑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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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이게레알이야 이거에요 이겁니다 이건진짜...bb
8년 전
독자2
뒤....뒤가 필요해.....뒷내용.....헠헠
8년 전
독자3
독방에서 추천받고왔ㅅ습니다 ㅠㅜㅜㅠㅜ신알신ㅅ하구가요 대박ㅠㅜㅜㅜㅠ
8년 전
독자4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들어왔더니 문체가 제 취향이네요!! 다음 편이 기대돼요!!!ㅎㅎ
8년 전
비회원2.41
아 쥬ㅔ발 연재햐쥬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타 커뮤도 줴발 알려주세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잘 읽고 갑니다 진짜..♡
8년 전
독자5
작가님 문체라고 해야하나 글의 흐름이랑 너무 좋아요 조곤조곤 누가 저한테 말해주는 기분이 드는듯하고ㅜㅜㅜ정말 좋네요
8년 전
비회원88.38
하 완전 좋아요 더 써주세여 세상에ㅠㅠㅠㅠ 현기증나여ㅜㅜㅜㅜㅜㅜㅜ우ㅝㅜㅜㅜㅜㅜㅜㅜㅜ
8년 전
독자6
아ㅠㅠㅜㅜㅜㅠ너무좋아요 이런소재
8년 전
독자7
너무 좋아요 다음에 전개될 내용이 넘 조아요 여자로 느낀다니 조또 가슴이 도키도키시테..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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