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븐틴 신인상 축하해, 사랑해! ♥
" 이지훈, 지훈아. 얼른 일어나 봐! 야 일어나보라니까? "
" 아, 왜 또. 뭔데. "
" 너 이거 나가주면 안 돼? 응? "
"이게 뭔데. "
" 이거 그거야! 청소년 가요제! "
" 싫어, 그런 거 안 나간다고 했잖냐. "
" 아 이지훈... 나 네가 무대 서는 거 보고 싶어! 그게 내 소원이다 어? "
" 싫다 그랬어 000, 딸기우유 사줄 테니까 조용히 해. "
귀찮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 지훈이 내 손목을 잡고 매점으로 끌고 가는 바람에 차마 더 조르지를 못 했다.
나와 이지훈은 어렸을 때부터 쭉 함께해 온 소꿉친구, 어쩌다 보니 고등학교마저 같이 다니게 됐다.
이지훈이 원래 음악 쪽으로 뛰어난 것을 알았지만 어째서인지 지훈이는 가요제 같은 무대를 서지 않았다.
가끔 내 옆에서 작곡이나 작사를 하며 흥얼거릴 뿐 언제부터인가 이 아이는 노래를 하지 않았다.
이렇게 딸기우유로 넘어갈 줄 알았다면 크나큰 오예지.
" 야 너 지금 그거 3개 째야, 배 안 불러? "
" 어, 한 개도 안 불러. 지훈아 나 하나만 더 사주라. "
" 안돼, 너 찬 거 그만 먹어. 배 아프다고 또 징징댈 거지? "
" 아냐! 이번엔 진짜 안 그럴게! "
" 언제더라, 일주일 전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 안돼, 너 밥 먹어야 돼. "
" 아 이지훈... 하나만 더! 응? "
" ... 내가 못 산다, 딱 하나만이다. "
" 당연하지! 이지훈! 진짜 너뿐이다! 사랑해! "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이지훈을 뒤로한 채 신이 나 우유를 한 개 집어들곤 또 계산대로 향했다.
뒤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아무렴 어때, 우리 딸기가 날 기다리는데...!
" ... 여자애가 사랑한다는 말을 왜 이렇게 쉽게 해, 남 속도 모르고. "
오늘은 유독 햇빛이 쨍쨍했다, 그 와중에 체육이 운동장 수업이 잡혔다.
시작도 하기 전에 걱정에 빠져 표정이 어두워져 있으면 이지훈은 늘 그래왔듯 무심히 내게 얼음 물을 쥐여준다.
빈혈이 있는 내게 이런 환경에서의 체육은 말 그대로 쓰러지기를 각오하고 해야 한다.
그런 나를 아는 지훈이는 늘 얼음 물을 준비해서 내게 준다, 그럼 나는 쓰러지기 전에 얼른 몇 모금씩 마셔 정신을 차리곤 했다.
오늘은 햇빛이 강렬한 탓에 얼음이 너무 빨리 그리고 쉽게 녹아갔다.
수업을 하던 중 너무 힘이 들어 물병이 놓인 곳으로 향했는데 나를 반기는 건 미지근해진 물뿐이었다.
그거라도 마셔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숙여 물병을 집어 들었는데 순간 눈앞이 하얘지며 그대로 땅과 좋지 않은 만남을 가졌다.
그렇게 나는 다시 한 번 캄캄한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아까부터 제 시야에서 사라진 00을 찾느라 축구에 집중하지 못하던 지훈이 마침내 쓰러지려는 00을 발견하고 달려갔다.
눈앞에서 전처럼 또 쓰러져 버린 00을 본 지훈은 불현듯 스쳐가는 그날의 기억에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얼른 00을 끌어안았다.
지훈과 00의 근처를 둘러싼 아이들과 수군대는 목소리들 그리고 제 품에서 00을 데리고 보건실로 뛰어가는 체육 선생님.
지훈의 머릿속에서 그 날의 기억이 다시 재생된다.
" 지훈아, 오늘 순서 몇 번 째야? "
" 오늘? 어... 17번째. 왜? "
" 아니 그냥, 언제 나오나 해서! 준비는 잘한거지? "
" 당연한 거 아니냐. "
" 역시... 진짜 완벽주의자 아니랄까봐. "
밝게 웃고 떠드는 우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내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멘트가 울리고 열광하는 관중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면 나는 당연하게 그들의 앞에 서 마이크를 붙잡고 여유롭게 소개를 하며 공연을 시작한다.
내 시야에 꽉 들어찬 관중들 사이에서도 한 아이만이 유독 눈에 띄었다.
나를 향해 방방 뛰며 힘껏 응원을 하는 그 아이를 향해 나 역시 웃으며 그 아이가 알아볼 수 있는 제스처를 취하고 노래를 이어갔다.
노래의 끝을 알리는 드럼의 소리가 울리고 열광의 도가니로 가득한 공연장.
자연스레 그 아이를 찾았다.
그러나 그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누가 나를 잡을세라 누구보다도 빠르게 무대를 뛰어내려왔다, 우리가 대상을 받을 것이 확실했지만 그것은 지금의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오직 그 아이만을 노래했기 때문에. 그 아이가 없으면 안 됐다.
으슥한 옛 공연장을 훑어보았다.
시야 확보가 되지 않는 곳에서 눈을 찌푸려가며 아이를 찾았다.
어디선가 욕지거리도 들리고 마찰음이 들리는 듯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느낌에 서둘러 그곳으로 뛰어갔다.
내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나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리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들 대 여섯이 그 아이를 처참히 무너지게 만들었다.
쓰러져 피를 흘리는 그 아이를 내려다보며 그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아이를 점점 깎아내렸다.
이미 정신이 없는 듯한 그 아이를, 그런 아이를 어떻게 내버려 두고 저들 기분대로 아이를 대하는지 화가 났다.
그래서 꼭 쥔 주먹을 옆에 있는 유리창으로 뻗었다.
그제야 그들은 나를 보며 토끼 눈을 하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내 손에서 올라오는 비릿한 피 냄새가 아려오는 느낌이 별거 아닌 듯했다.
내 심장이 그 아이 때문에 더 아팠으니까.
아이를 안아들었다. 그리고 내달렸다.
소란스럽게 울려대는 핸드폰을 던졌다.
내게 이 아이보다 중요한 건 없었으니까.
번화가로 나온 우리에게 꽂히는 시선이 따가웠다, 그래서 아이가 더 다치지 않게 내 코트로 가렸다.
그리고 최대한 가까운 병원으로 뛰고 또 뛰었다.
불안한 모습이 거울을 통해 내게로 비쳤다.
힘겹게 뜬 눈이 나를 응시했다.
그리고 그 눈동자에는 오로지 나만이 담겨있었다.
아프면서도 그 아이는 내게 웃어줬다.
그럼 나는 세상에서 그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표정으로 억지로 웃어 보인다.
그런 나를 보고 아이는 유유히 수술실로 들어가 버렸다.
홀로 남았다, 그리고 그 아이도 혼자가 됐다.
우린 그렇게 떨어져 서로를 그리워했다.
무사히 수술을 끝낸 00을 지켜보는 내내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만약 무대에서 그렇게 티를 내지 않았더라면, 이 아이를 못 본 척 그렇게 여태껏 무대를 했었더라면
그 아이들이 질투 따위도 느끼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내 사랑하는 아이가 다치지 않았을 텐데.
아이가 잠든 매일매일 나는 딸기우유를 하나씩 사 와서 냉장고를 채워갔다.
어느새 우리의 나이만큼 채워진 딸기우유를 세다가 씁쓸한 마음에 그냥 문을 닫았다.
그렇게 또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00의 옆에 앉아 중얼중얼 내 이야길 하기 시작한다.
같은 밴드 부원들이 병문안을 와 있었던 일도 얘기하며 혼자 실없는 웃음을 짓고 있으면 그 아이가 입꼬리를 씩 올린다.
그런 아이를 보고 못 믿겠다는 듯 조심스레 그 아이의 얼굴을 붙잡으면 그 아이는 아주 천천히 눈을 떠 그 예쁜 눈동자에 나를 또 한가득 담는다.
그런 아이에게 사죄의, 그리고 사랑의 마음을 담아 눈을 가린 뒤 그 아이의 입술을 내 입술로 덮었다.
그렇게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다 그 아이에게 그날처럼 또 뛰어갔다.
무사한 모습을 확인하고 철렁한 가슴을 진정시키며 옆에 털썩 앉았다.
곤히 잠든 00이가 그때처럼 너무 오래 자버릴까 봐 겁이 났지만 그래도 힘들었을 00 이를 푹 쉬게 해주고 싶었다.
나는 그때처럼 또 옆에서 중얼중얼 나의 이야길 시작한다.
내가 얼마큼,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랫동안 너를 좋아해왔는지에 대해 그렇게 천천히 내뱉었다.
오늘은 나의 이야기가 끝났는데도 아이는 눈을 뜨지 않았다.
다만 그 아이는 그날처럼 웃으며 내 손을 꼭 잡아왔다.
그제야 나는 평소대로 웃었다.
그 아이에게 비밀로 붙이고 나는 청소년 가요제 준비를 시작했다.
그 아이 때문에 그만뒀던 공연을 포기했던 무대를, 그 아이 때문에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나는 그 후로 한 번도 무대에 선 적이 없다, 많은 관중들 앞에서 노래를 한 적도 마이크를 잡아본 적도 없다.
그런데 내가 00이의 소원을 위해 다시 그 아이를 노래하려고 한다.
" 00아, 너 토요일에 뭐하냐. "
" 나? 나야 늘 똑같지... 야 나 방콕한다고 무시하는거냐? "
" 아니, 별 일 없으면 그 날 00공연장 오라고. "
" 00공연장? 뭐... 알겠어! "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옛 밴드 부원들과 뭉쳐 아침 일찍부터 리허설을 시작했다.
나를 알아보는 출연자들이 있었다, 나는 새삼 시간이 흘렀음을 느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00이의 사진을 보며 웃고 있으면 옆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에 얼른 일어나 마무리 준비를 마쳤다.
밖은 환호 소리로 가득했다, 내 몸은 그때를 기억하는 듯 절로 신이 났다.
그리고 마침내 그 아이 앞에 올랐다.
놀란 눈으로 나를 응시하는 아이가 보였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다 나는 노래를 시작한다.
아직도 나를 잊지 않은 이들에 감사했다, 그리고 내가 아이를 노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리고 그 노래를 아이가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오랜만의 출전에도 불구하고 우린 당당히 트로피를 받았다.
밴드부 보컬 이지훈으로서의 새 출발을 알렸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것이 출발을 알리려 그 아이 앞에 섰다.
" 이지훈... 너 안 한다며... 진짜 나한테 말도 안 해주고... "
"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
" 야 그래도! 나 좀 섭섭할 뻔했는데 뭐... 오늘 예쁜 짓 했으니까 봐준다! "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그 아이의 손을 아프지 않게 잡고 내렸다.
당황한 아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의 눈동자에 담긴 나를 발견했다.
" ... 왜 그래? "
" 이제 그만. "
" ... 뭘? "
" 우리 서로 간 볼 시간은 충분히 지났잖아, 나 이제 너랑 친구 못 해. "
"... "
"너 알지, 나 한 번 뭐에 꽂히면 뭐든 완벽해야 되는 거. "
" 응... "
" 나 000한테 완전 꽂혔는데 어떡해. "
" ... 어? 어떡하냐고...? "
" 응, 어떡하냐고. "
" 어... 모르겠는데... "
" 내가 알려줄까? "
" ... 응. "
" 어떡하긴 뭘 어떡해, 연애도 결혼도 너랑 해야지. "
울 애기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열투닥투한 보람이 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넘나 감격스러워서 기념으로 온 지훈이 편!
앞으로의 연재 일정은 남은 멤버들 편을 다 쓰고 비하인드 편으로 몇 명이 찾아올 예정이에요! 헤헤
그리고 내가 ~를 좋아하는 이유 시리즈가 끝이 나면 승관이나 순영이로 다시 돌아올 거랍니다!
기대 많이 해주세요 ♥
암호닉, 주제 신청, 오타지적, 신알신 언제나 받고 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우리 봉봉이들 명단♥
♥[뿌존뿌존/순제로/비둘기/원우야/유현/흰둥이/슈오/세하/고양이의 보은/무기/명호엔젤/수녕하트/들국화/뒷구름봉/코코팜/지유/뿌씅꽌/규애/이과민규/천상소/뿌라스/세봉아 사랑해/ 토마토/한라봉/봄나무/별]♥
혹시라도 빠진 봉봉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봉봉들 오늘도 많이 훨씬 사랑합니다♥
" 신인상 받게 해 준 우리 팬분들 너무 감사드리고 진짜 사랑합니다. 앞으로 더 노력하고 겸손한 세븐틴 되겠습니다! "
( 요기 공백이 지워지지 않아요ㅠㅠㅠㅠㅠㅠ 봉봉들 미안해유ㅠㅠㅠㅠ 이거 왜 안 지워져ㅠㅠㅠㅠㅠㅠ 그치만 사랑해요 봉봉들 ㅠㅠㅠ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