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왜?"
"너 진짜 갈거냐?"
"어"
열나게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는 내게 대성이가 물었다.
"미쳤냐 진짜? 거길 왜가 새끼야? 넌 자존심도 안상하냐?!"
"청첩장 보냈으니까 오라는 뜻이잖아. 그러니까 가는 거야."
솔직히 자존심 상했다. 쪽팔려서 아닌 척한거지만.
내일은 내가 가장 사랑하고 믿었었었던 내여자, 아니 이제는 남의여자가 될 그녀가 시집가는 날이다.
5년이 넘게 사겨온 여자친구였던 그녀는 세 달전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카페에서 보자고 했다.
아무 의심 없이 당연하게 카페로 갔는데 그 자리에서 그녀가 내가 말했다.
"승현아, 나 할 말 있어. 용서하지마."
"왜? 무슨 일이야?"
"나.....곧 결혼해....... 미안."
순간 잘못들었다고 생각했다. 머리속을 정리해서 무슨 소리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같은 대답을 하고 자리를 떠났다.
머리속이 멍해지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만 보고있었다. 대학교때부터 사겨온 그녀는 내게 전부였었기에.....
생각이 좀 정리되고 그녀에게 계속 연락했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고 정말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 한 친구녀석이 말해줬다.
"승현아, 진짜 미안하다.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고 연주누나가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해서....... "
자초지종을 듣자하니 그 남자와는 1년 정도 만난 거라고 했다. 그래. 양다리를 걸친거였다. 감쪽같이.
능력없는 나에 비해 그 남자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미래가 보장된 남자라고 했다.
그래서 포기했다. 정말 어쩌면 나와 함께 사는 것보다 그 남자와 사는게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티비나 드라마를 보며 항상 이렇게 배신당하면서도 그 여자를 잊지못하는 남자가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나라면 그 여자에게 신명나게 복수해줄텐데 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런 남자가 되니 헛웃음만 나왔다.
결혼식 당일, 아침 일찍 운동간 대성이 몰래 대성이 수트를 훔쳐 입었다. 근데 이 자식! 현금부자네? 옷장속에 숨겨둔 돈이 아주.......
아무튼 멋드러지게 수트를 입고 머리도 세우고 거울 보고 빛나는 내 모습에 뻑이 가고 집을 나왔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본 청첩장에 적힌 주소를 택시아저씨계 불러드리고 출발했다.
"BIGBANG 호텔? 빅뱅 호텔이 있으면 스몰호텔로 있나?ㅋㅋㅋㅋㅋㅋ"
거리며 웃으니까 택시아저씨가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시기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튕겨나오듯 뛰었다.
"와.......진짜 화려하네...... 그래서 그랬던건가....."
괜히 자책감이 들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창피했고 쪽팔렸다. 그래도 자신감하면 이승현이니까!라는 생각 하나로 호텔에 입장했는데.......
내부를 보니까 더 눈물 날 것 같았다. 빛나는 샹들리에, 흘러나오는 이름 모를 클래식음악, 좋은 향기가 내가 얼마나 그녀에게 모자랐던 사람인지 실감나게 해줬다.
호텔 로비에서 그녀의 결혼식장을 묻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려고 기다리는데 옆에 한 남자가 섰다.
잘생긴 얼굴과 긴 기럭지에 저절로 눈이 갔다. '와...되게 남자답게 잘생겼네......연주 누나 남편도 이럴까? 그래서 그랬나?' 또 그런 생각이 들어서 머리를 흔들었더니
옆에 남자가 비웃는다. 아오 쪽팔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지마자 바로 내렸고 신부대기실에 들어갔다.
5년동안 그녀와 결혼한다면 어떨까 상상했는데 나와의 결혼식이 아니라 타인의 결혼식에 와 있다는 생각에 묘했고 슬펐다.
더 슬펐던 건 이제 내가 아니여도 그녀는 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한테만 보여줬던 하얀 미소를 지으며 행복할 것이라는 거였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가 내게 말했다.
"왔구나. 승현아."
"어. 누나. 완전 예쁘다. 정말로."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다. 아니 아무렇지 않아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염치없지 나? 미안해."
묻고 싶었다. 왜 나를 버렸냐고....하지만 그녀의 대답을 듣기에는 나는 너무 겁쟁이였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의식적인 말을 하고 뒤돌아나오는데 내 자신이 너무 가식적이여서 토기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숨막히는 호텔에서 빠져나와 거리에서 헛구역질을 하는데 누군가 내 등을 두드렸다.
"훌쩍.. 저기요, 훌쩍...괜찮으세요?"
일어나서 바라보니 아까 그 남자가 얼굴이 벌게진채 눈물 콧물을 흘리며 내게 물어왔다.
"예??"
ㅠㅠㅠㅠㅠㅠㅠ서론이 너무 길어져버렸네요ㅠㅠㅠㅠ걍 아무생각없이 떠올라서 썼는데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