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역시 초록글에 올라갔습니다, 항상 부족한 작가를 글을 봐주시는 독자 여러분들게 매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중간 시간 점프 유의해주시고 읽어주시면 그 또한 감사드리겠습니다.
복숭아
W. Bohemain Heal
12: 바야흐로 그들의 청춘
복숭아, 마지막 이야기.
"너 이 기집애, 정말 안 가?"
"아 안 가! 권순영만 보내"
"이모가 얼마나 섭섭해 할 지 생각 안 해? 그리고 이제 다 큰 애가 꽁해져가지고, 엄만 몰라. 순영이 가고 지도 따라가네 보내달라네 이런 소리 하기만 해. 아주 주둥이를 꿰매서 지붕 위에 말려 버릴 거니까"
"안 가!! 안 간다고!!!"
"시끄러워! 택시 불렀으니까 공항까지 바래다 주고나 와, 어디 새면 알지? 당장 옷 입어!!"
한 평생 나의 모든 것을 걸고 변치 않을 것은 우리 ㅇ여사의 등짝에 닿는 강력한 힘일 것이다. 두 차례의 폭력에 못이겨 결국 몸을 일으켜 걸어두었던 옷에 손을 뻗었다.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 ㅇ여사의 불타오르는 감시를 받으며 택시에 올라타니 잠시 후 권순영 또한 옆자리에 타며 택시는 출발했다. 내가 너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리고 제대로 대화 한 마디 없이 출발한 택시는 인천공항 앞 우리를 두고 사라졌고 해는 공항건물 뒤로 늬엿늬엿 지고 있었다.
"기상 악화 때문에 연착이야. 경유 지점에서 출발 못하고 있데, 적어도 몇 시간은 기다려야 하니까 가. 더 늦으면 택시 안 잡혀"
"집에 가면 ㅇ여사 잔소리만 더 들어, 너 제대로 바래다 주기 전까지 다시 여기로 되돌려 보내질 수도 있어. 그냥 있을래. 그리고 아홉시까진 잡히거든"
사실 핑계였다, 적어도 한 달 약간 넘게 마주 하지 못할 것을 알고 그 후 나 역시 집을 떠나야 했으니. 이 상황이 사실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었다. 그에 의사가 아닌 나에게는 그런 시간이므로 핑계를 대어서 라도 이 참 안쓰러운 마음을 완전히 나의 머릿속에서 묶어 깊숙한 곳에 묻어 버리기 전 아무 대화 없이라도 그렇게 여길 곧장 떠날 생각은 이미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은 터였다.
저녁까지 북적이며 정신 사나웠던 공항은 밤이 찾아오자 꽤나 한산해져 고요함이 맴돌았다. 가뜩이나 아무 말 없이 등지고 앉은 우리 둘의 고요함에 배가 되어 공기로 덮치자 참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그가 다시 한 번 프론트에 다녀왔을 때 고개를 들자 그는 십 분 전 비행기가 출발했다는 한 마디를 나에게 건넸다.
"이제 진짜 차 안 잡혀. 그만 가"
"안 잡히면 이석민 부르지 뭐, 걔 면허 있잖아"
"이 시간에 부르겠다고?"
"오겠지, 뭐"
"너 밖에 눈 안 보여? 눈 이렇게 쏟아지는 그것도 열 시에?"
"아 신경 쓰지마. 알아서 갈거라고"
"내가 어떻게 상관을 안 해? 납득 가게 말을 하던가, 이 날씨에 이 시간에 그것도 남자 애 부르는 거 걱정 안되겠냐고"
"알아서 갈 간다고, 신경 쓰지도 말고 걱정도 하지마"
등 진 채 앉아 그의 차가운 어투와 조합 되어 있을 날카로운 시선 하나 피해 다행이었다. 하지만 깊은 한숨이 나를 무겁게 짓눌러버렸고 무게는 실로 아팠다. 더이상 언쟁 없이 그렇게 자신의 자리에서 두어 시간 막 자정을 넘게 갈 쯤 안내전광판 위측 그의 목적지로 향하는 비행기 문구가 표기 되었고 그는 몸을 일으켰다. 이어폰 줄을 꺼내며 그는 "간다" 단 두어절과 함께 나의 앞을 스쳤고 나는 그대로 그를 보고 있었다.
"권순영"
"뭐"
그가 뒤돌아 섰을 때 나는 무작정 그의 옷깃을 쥐어 끌어당겼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 어느 군데이건 상처가 죽죽 그어진듯 아파 울음이 새어 나와도 참을 예정이다. 그리고 완전히 접어버릴 예정이다. 최대한 할 수 있는한 빠른 속도로 정리 하길 나의 머리는 원하고 있었다, 가슴의 아우성을 들어주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ㅇㅇ는 순영의 팔을 붙잡았다. 맞닿은 두 사람의 입술이 서로가 느끼지 못하게 미묘히 떨렸다. 안타깝게도 그 입술의 떨림은 서로에게 두근거림을 가진 떨림이 아니였다는 것이다. 놓아야 하는 감정에 이별이 싫어, 미워서 그리 미묘히 신체적으로 표현되어 나타났다. 그녀가 급히 붙잡았던 팔에서 손을 떨어뜨린 후 저 또한 물러서러던 때, 순영이 그녀의 목덜미 부근을 아주 천천히 감싸며 그녀를 붙잡아 허릴 숙임과 동시에 농밀히 다가왔다. 그녀의 간절함이 아닌 그의 간절함이었다, 정신 없이 자신의 감정에 충실에 서로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그 사실이 그들도 모르게 둘을 더 힘들게 옥죘다.
어느새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지며 그들의 시선 또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떨어졌다.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라곤 십여분 그가 이곳에 서 있을 이유는 없었다, 순영은 그녀의 머리칼 위에서 쓸어내릴까 순간의 고민과 함께 맴돌던 손을 이내 주머니로 넣어버리고 뒤돌아섰다. 공항 안 그의 발걸음 소리만이 그녀의 귀를 메웠고 아주 짧은 시간 그 소리조차 희미해지며 그녀를 스치는 사람들의 바람에 뒤섞여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곁에는 그 무엇도 없었다.
***
거창할 줄 알았다. 아니 사실, 오지도 않을 줄만 알았다. 교복을 쟁여 입고 운동화 끈을 묶고 꽤나 어려움 없이 그 무엇이건 신속히 해결해가는 어른을 동경하며 그도록 그들이 되고 싶었던 그 시절은 눈 한 번 느리게 감았다 눈꺼풀 올리니 막을 내려버렸다. 그리고 그 후도 생각보다 별 거 없었고 어제와 오늘은 같았으며 내일도 같을 것이라는 알았다. 그저 그 시끌한 교실과 숨 턱턱 막히게 지나치던 교문, 그리고 스물 네 시간중 절반은 함께 했던 그들만 없을뿐인데 생각보다 매일의 하루가 고요했고 밤은 쓸쓸했다. 그리고 열아홉을 넘어서자 '어른' 여전히 나에게 버겁기만 한 나의 현재 그리고 미래 상태를 총칭하는 그 단어 한 마디 어깨 위에 올려두고 엄마 그리고 아빠는 집을 나섰다.
고작 대학도 여직 입학 치 않은 나이만 스물 뭐 적응 할 새 없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바뀌어 버렸다.아무것도 아무도 없는 새 도화지 위 이유모를 불안감은 엄습했다. 나를 덮쳐 그대로 그 불안감은 나를 집어 삼킬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라도 떨치려 통장을 열었고 나는 떠나버렸다. 많은 이유 중 그 불안감 중 권순영이 포함되어있다는 사실을 평생의 비밀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
"ㅇ여사, 아니 엄마. 누구 죽어? 나 그냥 여행 왔어. 그것도 일본. 여권 하나 덜렁 들고 한 시간이면 오는 제주도랑 비교해도 똑같아, 국내 국외 그거 한 글자 다르다니까?" 아니 그리고 다 큰 어른이라고 일주일전에 갑작스럽게 통보하고 집 구했다며 홀랑 나가신 분이 누군데? 걱정 마. 삼일이야 삼일, 어찌 일주일 중 절반이 흘러가고 연락을 해, 한국 가면 바로 연락할게, 아 알았어 정말!"
모든 그렇듯 제 품에서 저가 떼어놓았다 한들 마음 편한 부모 어디 있으랴, 약 한 시간 가량의 걱정과 한숨 이대 일 비율로 적절히 섞인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를 전부 듣기에 나는 그 마음을 전부 알아차리기 아직은 힘에 부치었다. 처음 혼자 걷는 타국의 거리는 생각보다 따뜻한 해가 어깨를 안아 그리 겁이라곤 일으키지 않았다, 당분간의 휴식에서 뭐든 얽매여 있고 싶지 않았다.
***
"그냥 어영부영 살다보니까 어영부영 잘 살고 있더라. 벌써 졸업이야, 올해가 영영 가지 말았으면 하다. 이건 뭐 롤러코스터 두 번 훅훅 타고 지나간 기분이야 "
"뭐 적어도 넌 그렇겠지, 어떻게 알바하는 데를 시간 내서 찾아가도 안보여주냐. 로스쿨가면 더 바쁠 거잖아, 아주 나 니들보다 똑똑해서 바빠요 티를 내지 꼭 "
"내가 뭐 똑똑해서 바빠? 이 과는 미쳤어. 장난이 아니라고, 우리 ㅇ여사 나 강제적 독립시키시고 장학금 당연한듯이 바라시는데 어떻게 나 대학 들어갔으니까 법학과 들어갔으니 놀겠소 하겠냐? 그래서 바빴고.."
"넌 나 절대 못 속여, 그 이유로 포장하지마. 네가 어머니 말을 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순종적으로 잘 들었다고, 티난다. 아 그리고 정리 좀 됐으면 한번 만나지? 곧 졸업인데 둘 다 뭐하고 지내는지, 대학 어디 무슨과인지는 알고 있었어? 야 휴대폰 번호 묻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까 그냥 나한테 잘 지내냐고 한 마디 묻기라도 해. "
"잘 있겠지, 안 궁금해. 뭘 하든 졸업하고 뭐가 됬든 한번 만나면 만나는 거고, 것도 아니면.. 그냥 두는 거지. 괜히 다시 힘들기도 싫고 의지할 구석 같은 거 만들어서 한번 나약해지는 것도 싫고 로스쿨 다니면 아무도 안 볼거야. 괜히 물어 뭐해"
"...싫음 싫은거지. 그럼 빨리 자, 제발 물이랑 같이 약 삼켜 먹고 전등 켜서 잠 안왔네 뭐네 변명 전에 전등 끄고 여기서 다 보여. 자 빨리"
"약 네가 전화 전에 먹었고 전등 자금 껐고, 진짜 잘래. 나 끊어"
"어, 잘자라"
"아 그리고, 부승관 아직 안 들어왔지? 들어오면 전해줘. 오랜만에 만나서 그 지방 맨정신으로 도려내기 전에 술 처먹고 제발 골목에서 노래 좀 부르지 말라고 자다 깨면 소용 없다고. 돼지새끼"
"아 그 새끼.. 알았어. 빨리 이불 덮어, 부승관 왔나보다 끊어 나."
검지 손가락에 걸어두고 베베 꼬았던 전화선을 손에서 해방시킨뒤 나역시 수화기를 내려두었다. 가로등이 이리 밝아 어찌 잠이라도 들랑가, 하며 여름커튼 치며 베게에 고개를 묻으니 그 쓸데없는 걱정을 도대체 왜 했는가 다시 회자 할 새도 없이 잠에 내 혼은 잠식되었다. 사 년 간의 하루를 마감하는 그 시간 그 시점, 그와의 전화는 이제 아주 익숙해져 나의 일상 한 자리 꽤어차 있었다, 나의 방 안 예약한 시기에 맞추어 불이 꺼졌고 맞은편 몇 킬로미터 떨어진 그의 집 안, 조명 또한 그제서야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달이 무척 밝았다, 하지만 그 달에 나의 신경을 빼앗겨 꽤 괜찮은 몽상에 잠기고 그 몽상 위 다른 몽상을 얹으며 시간을 흘리기에 생각보다 바빠진 스물셋 그트머리에 서 있으니 졸업이며 로스쿨이며, 숨 막히는 알바며 여유가 필요한 어른으로 걷는 이 과정 속 딱 한번의 위로가 절실히 필요해져갔다.
***
"징하다, 징해"
가게 마감 동시에 발에 용수철 붙히고 튀어나온 카페,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뒤 돌아서니 미친 비가 거리를 뒤덮고 있는 이 어이없는 상황에 내 앞을 흐린 것은 하얀 김이였다. 여름, 아직 여름인데 다시 사라지겠지. 어제 오늘 일기예보 속 도저히 찾을 수 없었던 폭우주의보는 갑자기 퇴근시간을 휘몰아쳐 거리는 온통 굴러가는 묵직한 이동수단들로 채웠고 몸 긴 버스는 도통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으씨, 추워.. 우으,"
알바비로 채워진 통장을 쥐고 기뻐할 새도 없다, 귀가 떨어져 나갈 듯 웅웅 거리는 클락션 소리에 귀가 안전히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탁월히 이끌어낼 새도 없다. 머리와 몸이 따로 놀아 저절로 덜덜 거리는 입술 제지할 생각 못하고 허무하게 얼마나 버스정류장에 서 서성거렸을까 이럴바엔 걷는 것이 조금 더 빠를 것이라는 생각 속 나는 왼쪽 횡단보도로 발걸음을 뻗으며 온통 잡스러운 거리 소음들 속 뒤섞인 벨소리에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정신 나갔어?!"
한 발짝 보도 위로 닿던 찰나 손목을 움켜쥐고 소리치는 거친 목소리에 두 번 몸을 움츠리며 자연스레 움켜진 손목으로 향한 나의 시선 그리고 장갑을 낀 터라 알 수 없어 고개를 들었다. 권순영이다, 그였다.
인생이 드라마고 영화라지만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사랑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온전히 '운명' 그러니까 신의 몫이다. 생각치도 못한 만남에 당황하는 것은 당연하나 그순간 나는 나의 모든 이성과 정신을 총동원해 그 당황감을 숨기고 싶었다. 이제껏 아주 열심히 의식해왔던 것처럼. 하지만 무의식, 그 힘은 강하다. 아니 강했다. 그를 다시 만났을때 아주 의연할 것이라 나는 장담 아닌 장담을 했다, 왜 나는 그 말을 내뱉으며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그건 나의 마음을 미치도록 지우고 싶은 의식 속 한 순간 최면이었다는 것을.
"...신호 안 바뀌었잖아. 이제 가"
사년, 진심으로 언젠가 할 거라 믿었던 재회치고 참 별 거 없었다. 고작 서로가 눈을 마주했다, 그 하나였다. 더 무언가 이야기를 할 생각은 있었을까, 어떤 모션을 취할 새 없이 너는 내 손에 우산을 거칠게 쥐어준 뒤 뒤돌아서 저의 일행 사이로 섞여버렸다. 참으로 다른 반응에 얼어 붙어 가는 공기에 헛웃음을 지었다, 생각 보다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는 시간이였음을 인지 하지 못한 것은 아니였지만 이리 스치니 묵혔던 서운함이 귀가길을 더 어둡게 덮쳐왔다. 오늘따라 도시의 탁한 공기에 목이 막혔고 교통체증에 마치 개미 기듯 도로를 점령한 차들의 매연에 눈가가 아팠다. 그리 나의 울음을 포장하고 싶었다. 그렇게 첫사랑을 보냈다.
11.12 ~ 1.18
- Season 1 termina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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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화가 첫 화 같은 이 느낌 지울 수가 없지만, 복숭아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2개월 전 거의 삼분의 이의 무의식과 삼분의 일의 의식으로 뒤죽박죽 탄생한 복숭아를 올리고 나의 글이 어찌 사람들에게 받아들여 다가가게 될까 무척 겁먹었던 게 벌써 2개월 전이라니, 정말 아끼는 작품이었고 담고 싶은 많은 이야기 있었는데 연재기간 무슨 장난일까 힘든 일이 꽤나 덮쳤고 아프기도 해서 집중 하지 못해서 저는 정말 아쉬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았던 사랑에 무척 죄송한 마음 뿐이네요. 다신 돌이킬 수 없고 오지 않는 열 아홉의 끝자락을 글을 읽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추억을 회상 혹은 괜찮은 상상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정도 아주 성공했다고 봅니다.
복숭아 시즌 1은 이렇게 종료되지만 이제 시즌 2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 너무 아쉬워하며 떠나보내시지 말라는 위로 차원으로 준비한 선물 꼭 읽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복숭아 시즌 1을 연재하며 힘든 날 전부 버틸 힘을 주신 독자분들 진심으로 사랑해요, 금방 곁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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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랬어, 저거 분명 졸업사진 찍는 날도 모를 거라고 했지?"
"으아카아악아!!!! 그걸 왜 이제 말해!!!"
- "어젯밤에 카톡 울려대는 거 하나도 안 보고 정장 안 챙겨, 구두 안 챙긴 네 잘못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냐. 집까지 이십분인데, 다녀와. 아직 한 시간 남았어"
"에이씨!"
그래, 나의 잘못이다. 백퍼센트 나의 잘못이다. 그래도 이 조급함은 좀 위로해 줄 수 있지 않은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폐인이었던 나의 꼴에 다시 한번 머리칼을 쥐어 뜯으며 그대로 나는 도로변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택시를 잡고 헐렁한 가방을 쥐어 열고 메이크업품을 대충 살핀 후 지갑을 꺼냈다. 옷 몇 벌, 책 몇 권, 그 두가지 들고 나와 대학교 주변 얻은 나의 옥탑이 아닌 이젠 인적이라곤 하나 없지만 나의 뜨거운 감정을 그대로 안고 변하지 않은 열아홉 나의 진짜 집, 그곳으로 미친듯이 달렸다. 정장도 한 켤레 뿐인 구두도 모두 자리한 곳이였다
"너 그러다 또 넘어져서 다신 돌이킬 수 없는 앨범에 무릎 만신창이 된 채로 찍히지 말고 숨은 좀 고르면서 뛰어. ㅇㅇㅇ!! 내 말 듣고 있어?"
"아 안 들려, 비밀번호 후- 기억 안나 어떻해?"
- "..내가 너한테 뭘 바라겠냐"
나도 내게 도저히 뭘 바랄 수가 없다. 최승철, 나 좀 도와도.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보고 그냥 차라리 도어락을 부실까 하는 심산으로 내려치려던 찰나 열린 문과 한 쪽 신을 벗은 불안정한 무게중심으로 서 있던 나였기에 그대로 몸이 쏠린 나는 아프게 쥐어진 양 팔과 이내 넘어지지 않고 정상적으로 바닥에 안착한 두 발에 고개를 들었다. 이 상황에서 무언가 공통점이 아니 말로 이루기 어려운 느낌의 교차에 고개를 들자 나의 시선 끝에는 방금 다린듯이 올곧은 선으로 펼친 제복을 입은 채 서 있는 권순영, 너였다.
- 1.18 ~ -
Beginnig of Season 2
건강한 멘탈과 함께 시즌 2에서 뵙겠습니다, 이상 Bohemian Heal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