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세(來世)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나 산다는 미래의 세상
콜록- 콜록-
기침이 터져나오면서 기도 안에 막혀있었던 물이 같이 터져 나왔다. 입 밖으로 나오는 물을 참지도 못하고 줄줄 흘러내리는 느낌을 느끼면서 눈을 깜박였다. 순간 한기를 느끼고 부르르 떨리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나는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깜깜한 어둠에 익숙해져 서서히 보이는 주변에 둘러보면, 나는 강가에 온몸이 젖은 채로 떠내려와 있었다. 서서히 돌아오는 기억에 머리가 지끈거려 관자놀이를 짚었다.
00아, 이 어미가 미안해.. 그렇게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 엄마....? 나는 벌떡 일어나서 내 옆에 있어야 할 엄마를 찾았다. 돌을 밟아 찢어지고 욱신 욱신 거리는 발의 통증도 무시하고 나는 정신을 잃은 것처럼 주변을 돌아다녔다. 한참을 돌아다녀도 엄마의 천 한자락도 발견하지 못하고 물가에 주저앉은 그때, 옥색의 길쭉한 무언가가 강물을 따라 흘러내려왔다. 얼른 손을 뻗어 그것을 건저내여 보니, 엄마의 비녀였다. 순간 뇌리에 스친 생각에 설마, 설마하며 하염없이 비녀가 떠내려온 강을 바라보고있으면 하아얀 무언가가 뒤이어 떠올맀다. 손에 있던 비녀를 돌덩이 위에 올려두고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곳을 향해 첨벙첨벙 뛰어가다시피 가면 점점 뚜렷해지는 그것,
엄마였다.
“어...엄...ㅁ......”
뒤집어진채로 떠있는 엄마를 돌려 엄마의 얼굴을 살피면, 핏기없는 피부와 창백해진 입술, 차갑고 딱딱해진 몸뚱이만이 나를 반겼다. 미동도 없는 엄마를 보다 손을 뻗어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 정리해주었다.
엄마...? 나도 데려가야지.. 응..? 엄마 혼자만 이렇게 떠나는 게 어딨어.
뻑뻑해진 눈에 어느새 눈물이 가득 차 흰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물에 흐릿해져 보이지 않는 시야에 얼른 손으로 두 눈을 벅벅 닦아도 계속해서 차오르는 눈물이었다.
더러운 능력을 너에게 넘겨줘서 정말.. 정말 미안해.
어미랑 같이 하늘나라로 가자.
나중에 다시 환생하면 꼭 다시 만나기야.. 00아 사랑해.
오늘따라 유난히 빛나는 달빛 아래 한 여자아이가 제 어미를 껴안고 강가에서 엉엉 울고 있다. 그리고 저 멀리 강가 반대편 나무 뒤에서도 반딧불이처럼 환한 빛이 잠시 일렁였다. 고요한 밤이었다.
*
(브금 소리를 꺼주세요.)
“자- 이제 시작하겠소! 맞추시면 건 엽전의 두 배! 못 맞추시면 땡! 자칭 타칭 야바위 기술이 조선최고랑께 두 눈 크게 뜨고! 보셔야 할 것이오!”
자칭 타칭 조선 최고라는 놀음꾼이 자신만만하게 주위를 돌아보았다.
나는 놀음에 관심 있는 척 구슬을 손가락으로 집으니, 그에 모든 시공간이 멈추고 눈앞에 한편의 영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옳지, 3번이로구나- 허공에 떠있던 것이 사라지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멈춰있던 사람들이 움직였고, 나 또한 이 구슬을 찾으면 되는 것입니까? 라며 능청스럽게 다시 구슬을 놓았다. 젊은 계집 하나가 서있으니 우스웠던 것인지 눈으로 나를 훑어보고 건성으로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인 놀음꾼은 그릇을 요란하게 섞기 시작했다.
구경꾼들은 요리조리 굴러다니는 구슬을 따라서 고개가 이리저리 움직였고, 야바위가 끝나자 거의 모든 사람들이 2번이라고 입 모아 얘기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슬슬 올라가는 놀음꾼의 입꼬리에 피식- 웃으며 3번 그릇 앞에 열전을 놓았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몰리고 놀음꾼은 꽤나 당황한 듯 나를 쳐다보는 동공이 흔들렸다.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대낮부터 한 술 했는지 코가 벌그스름한 노인이 내게 와 다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중얼거렸다.
뭣도 모르는 계집은 집에서 바느질이나 하고 있을 것이지..
야바위꾼은 떨리는 입꼬리를 애써 숨기며 물어왔다.
“..처음인 것 같은데- 너무 무리하는거 아니오?”
“얼른 그릇이나 열어보십시오.”
나의 당돌한 말에 주춤거리던 놀음꾼이 느릿하게 손을 뻗자, 답답해진 내가 3번 그릇을 뒤집자 영롱한 파란빛의 구슬이 들어있었다. 구경꾼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참견하던 노인은 헛기침을 하며 슬그머니 빠져나갔다. 씩 웃으며 놀음꾼에게 손을 내밀자, 분한 것인지 씩씩거리다가 휙- 던지다시피 내게 이십전을 주었다.
아싸- 꽁돈생겼다. 샐쭉 웃으며 작은 선홍빛 주머니에 이십전을 넣은 나는 이만 발길들 돌려 주막으로 가는 길을 따라 쭉 걸었다.
주막에 다다르자 큰 소리로 나는 이모를 불렀고, 그에 이모는 왔냐? 들어와, 추워 라며 내 한쪽 팔을 잡아끌어 주막 주방 안에 딸린 작은방으로 향했다.
뜨듯한 방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복주머니를 꺼내고 있으면, 뭔디- 라며 날 궁금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당당하게 이십전을 꺼내 이모의 손에 쥐여주면, 이모는 한참을 그 돈을 보더니 갑자기 내 등짝을 마구 때렸다.
찰싹-
“이놈의 계집애가-!”
“아! 아 왜요, 이모 왜? 말로 해주십시오!”
“너 이거 또 미래를 본 게 아니냐? 아님 니가 어서 이런 큰돈을 가져와!”
찰싹- 찰싹-
“아파요! 아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어요!!”
몇 번더 내 등짝을 때리시던 이모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내게 말했다. 니 여기서는 암도 니가 누군지 모른다 허드라도, 혹시가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여-. 글고 그것이 나쁘다고 헐 수는 없다 해도 좋은 게 아니랑께, 가급적 쓰지마러라.
투박하면서도 속으로는 따뜻한 이모의 말을 듣고 괜히 찡해져 이모의 손을 두 손으로 겹쳐 잡았다.
"이모..."
"아이 남사스러우니, 시방 오글거리게 하지마러라!"
이모는 부끄러운지 귀가 빨개진 채로 방 밖으로 나갔다. 에이- 좋으면서 무슨.
이내 조용해진 아무도 없는 방안에 편하게 누웠다.
어차피 사는 것도 하늘의 운명, 하늘이 내가 아직 갈 때다 아니라 하니
이왕 사는 거 즐겁게 살자.
보는 이가 아무도 없음에도 입꼬리를 예쁘게 그리고 천천히 올려 베시시 웃은 나는 눈을 서서히 감았다.
일자로 쭉 뻗은 눈꼬리에 맺힌 물방울이 햇빛에 반사되어 투명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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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프롤로그라서 방탄이들은 안나왔네요ㅎㅅㅎ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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