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세(來世)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나 산다는 미래의 세상
호석의 말이 맞았다. 정국은 이름이의 과거를 듣는 것이 무서웠다. 이름은 이미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자신도 이름이의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그만둔다면 이제는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수직선을 그려본다면 우리는 아마 -4 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대책 없이 또 다른 희생자가 나타날 것이고, 마을 사람들은 자신 때문에 이름을 찾을지도 모르고,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되고, 마지막으로 정국 그 자신이 미궁 같은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할것 같았다. 정국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소녀가 안타까웠다. 더 이상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어느새 도착한 의원에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작은 문을 열자 씁쓸한 한약 냄새가 났다. 정국과 호석은 더 안으로 들어가자 한 노인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인상 좋은 노인이 바로 의원인 듯 젊은 청년이 여긴 왜 왔냐며 무엇 때문에 왔는지 물어봤다. 여기서 열쇠를 얻어야 한다. 이름이의 가까운 사람이라곤 거의 없었으니 이곳도 실패한다면 찾아볼 곳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 정국은 침을 꿀꺽 삼키고 굳게 닫혀있던 입술을 뗐다.
“ 안녕하십니까, 전정국..이라고 합니다. ”
정국은 모든 것을 말하기로 했다. 자신은 조선을 책임지고 있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름을 억지로 데려가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면 믿어주시지 않을까, 이해해주시지 않을까.
“ 저는 한양 중앙 궐에서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왔습니다.”
“ 성이름.. 어디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
“ ..도와주세요. ”
호석은 자신의 옆에서 도와달라고 말하고 있는 정국을 바라보았다. 정국은 다음 세자로서, 왕으로서의 지위 덕분일까 그 누구에게 굽힌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제 옆에서 도와달라는 말을 하고 있다.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도 알려주지 않고 죽었을지 살았을지 모르는 여자아이가 백성들을 구할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도와주다’ 라는 말을 내뱉으며 자신을 낮춰 말하고 있다. 정국은 늘 그랬다. 겉으로는 한없이 딱딱해 보이고 냉철해 보이지만 속은 정에 살고 정에 죽었다.
‘자신의 울타리 안의 사람들’은 돈이든 자존심이든 수단과 물질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지켜내려고 했다. 직설적이고 거친 겉모습만 보고 혀를 끌끌 차는 사람이 더 많았지만, 전정국은 그 사람들은 무시했다. 자신이 방어막을 자처해 울타리를 감쌌다. 폭풍우가 몰아쳐도, 뜨거운 햇빛이 내리째도 자신이 모두 막았다. 그리고 울타리 안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
그것이 왕 전정국었다.
“ ... ”
“ 가까운 지인이라는 것 알고 왔습니다. 제발, 제발 알려주세요! ”
“ ... ”
“ 살아있을 거라는 믿음 하나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
“ ... ”
“ 성이름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어린 양들을 구해야 합니다, 저는 꼭 그래야 해요...”
끝끝내 정국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답답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는 것이 한심했다. 자신에게 찾아온 첫 번째 시련의 벽이 너무나 높았다. 불안감, 책임감, 답답함. 비가 올 거라는 희망을 갖고 사막 위를 걸어 다녔다. 목이 말라도, 미칠 듯이 더워도 비가 올거라는 믿음 하나로 버텨왔던 그였다. 희망은 곧 실망으로 바뀌고 실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비가 안 올 거야, 그리고 난 죽겠지.
“ ... 성이름이는 옆 마을 주막에서 살아유..”
사막 한가운데 누워 눈을 감고 가만히 죽음을 기다리던 그의 얼굴 위에 물방울이 묻었다. 비가 내린다. 비가 내려 온몸이 흠뻑 젖어 더위를 식혀주고, 자신의 목을 축여줬다. 기대하지 않은 채 내린 비는 더 달았다.
*
아으... 지끈거리는 머리에 울렁거리는 속에 잠에서 깨어났다. 웅웅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정신이 들 때까지 한참을 멍하게 있다가 밖으로 나가보면, 태형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발견하고 인사를 건넨다.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퍼즐처럼 조각조각 떠오르던 기억들이 맞춰졌다.
‘ 내가아.. 내가.. 미래를 봐! ’
내가 어제 무슨 짓을 한 거야. 충격에 입을 막고 서있자 그런 나를 보던 그가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왔고, 나는 화들짝 놀라 다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한 발짝 늦은 태형이 문 열어봐- 라며 문을 두드렸다.
“ 안 돼요... ”
“ 왜- 어제 일 때문에 그래 ?”
“ ... ”
“ 나와봐. ”
다정하고 따스한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문을 잡고 있었던 손에 힘을 풀자, 그가 문을 열었다. 아아, 살면서 이렇게 편안하게 웃는 얼굴을 본 적 있었나. 태형은 안심하라는 듯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얼굴에 미소를 띤 채 가만히 기다려주고 있었다. 왜 그가 나를 믿어주는지 모르겠다. 시장에서 두 번째의 만남을 가졌을 때만 해도 그저 친절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지금 나의 치부를 들킨 상태에서 이젠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젠 알 필요가 없다. 알고 싶어도 굳이 캐묻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가 나를 믿어준 만큼 나도 그를 믿어주기로 했으니까. 나를 진득이 쳐다보는 그는 충성심 많은 진돗개 같았다. 세상이 그녀를 몰아세우고 칼을 겨눠도 그녀의 편이 되어서 지켜줄, 어쩌면 칼을 맞아줄 그런. 그런 개에게 주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을 뭘까.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나의 손은 그의 머리 위에 올려지고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곧이어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
그와 같이 평상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던 중, 누군가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아직 주막을 열기엔 이른 시간이어서 지나가겠지 싶었는데, 내 예상과는 달리 방향을 틀어 주막 안으로 들어왔다. 순간 고개를 튼 앞에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남자가 피하지 않길래, 나도 따라 쳐다보고 있으니 김태형이 내 팔을 툭툭 친다. 아는 사람이야-? 고개를 돌려 절레절레 흔들고는 다시 앞을 보니 그 남자 둘이서 나에게 왔다.
“ 저- 아직 주막은 안 열었는.. ”
“ 성이름..? ”
-
안녕하세요. 규정입니다.
오늘 분량이 좀 짧죠..?ㅠㅁㅠ
정국이랑 여주가 만나는 시점에서 한번 끊는게 자연스러울 것 같아서 끊었는데
분량이 심하게 적어서 포인트도 내렸어요...
다음편에는 분량 낭낭하게 준비하겠습니다..ㅠㅠ
그나저나 드디어 정국이와 여주가 만났다!!!
끝까지 함께갑시다ㅎㅅㅎ
[♡암호닉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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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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