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탄소 진짜"
불안감에 정호석의 등에 업힌 채로 눈을 꾹 감고 뜨지 않았다.
...혹시 지민이랑 태형이를 봤나...?
하... 뭐라고 말해야 하지
무슨 변명을 해야 하지
만약 입 싼 정호석이 대학에서 입을 털면 나는 아마 대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될 수도...
"티비는 왜 켜놓고 나왔냐."
"...어?"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지랄 지랄을 하더니 정신머리하고는..."
...슬쩍 눈을 떠보니 보이는 건 휑한 거실이었다.
티비만 덜렁 틀어져있는 거실.
...하.
숨었구나.
다행쓰.
"...하하하내정신머리좀봐술이확깨네호석아이제너희집으로가주겠니오늘데려다줘서무지고맙다!"
따발총같이 두두두두 말하고는 정호석을 현관 쪽으로 밀어냈다.
"그래. 앞으로는 술 작작 마셔."
"니가 계속 처줘서 그래."
"다음에 보자."
"응 빠이~"
쾅-
현관문을 닫았다.
"후...갔다. 지민아 태형아 나와도 됨"
한숨을 돌리며 거실에 퍼질러 앉아 박지민과 김태형을 부르자 거실 소파 밑에서 무슨 생명체가 꾸물꾸물하더니 삐죽 튀어나왔다.
하나는 하얀 털이 수북한 뭉툭한 꼬리와 하나는 까만 귀 두 개.
...와
... 진짜...
"야 미친...너네 진짜 귀엽다..."
처음에 봤을 때는 '걍 개 두 마리네' 했는데 지금 보니까 존나 천사 같아...엔젤...
박지민이 먼저 뿅! 하고 인간으로 변했다.
"아, 겁나 심장 쫄렸다."
"야 박지민아 너 그냥 사람으로 변하지 말고 개로 계속 있어라, 응?"
"뭐래"
"망!"
...망?
"망망!"
...마앙마앙?
엄청나게 귀여운 소리가 내 밑에서 들려왔다.
밑으로 시선을 옮기니 비글 한 마리 아.
김태형이 깔려 있었다.
"망!(시발아 니가 내 귀를 깔아뭉개서 내가 지금 못 변하고 있다고! 엉덩이 치워!)"
"...김태형은 계속 강아지로 있고 싶나 봐?"
"아니, 니가 깔아뭉개서 못 변하고 있는 거야. 엉덩이 치워."
아.
내 탄식과 함께 내 육중한
엉덩이가 들리자마자 김태형이 인간으로 뿅! 변했다. 몇 번 보니 이제 놀랍지도 않네.
"으아...귀 아파"
김태형은 나한테 사과라도 요구하는 듯이 나를 보면서 귀를 매만졌다.
...
헐
근데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야.
김태형이 인간으로 변했는데도
(살랑살랑)
ㄲ...
꼬리가 있다고!!!
진짜!!!
존나!!!
씹귀라고!!!
"태형아 너 꼬리..."
"...아? 아 이게 왜 안 집어넣어지 ㅈ..."
"존나 귀엽다!!!"
고개를 뒤로 홱 돌려 자기 엉덩이를 보는 김태형에 이성을 잃고 달려들었다.
쿠당탕탕-
저 소리 3번째인 것 같아.
"악!!! 얘 왜 이래!!! 지민아 살려줘!!!엏!!! 어딜 만져!!!"
"아니, 둘이 잘 해봐. 난 자러 갈게~"
-
...으억.
토..
토할 것 같다...
물...
물...
어제 나에게 소맥 원샷을 하라던 정호석을 상상하며 엿을 날리고는 방 밖으로 나갔다.
벌컥-
"김탄소 이제 일어났어?"
"ㅇㅇ...물...물 내놔..."
박지민이 냉장고에서 차가운 물을 꺼내 나에게 건넸다.
"야"
"ㅇㅇ..."
"김태형 어제 또 울었다."
"왜"
"니가 자꾸 만져서"
"풉!!!"
"아!!!더러!!!"
무슨 황당무계한 말이야.
어이없는 말에 당황해 박지민의 옷에 마시고 있던 물을 뿌렸다.
이제 박지민은 옷 입을 게 없지 싶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씨이- 아 니가 어제 김태형 꼬리 나온 거 보고 변태같이 계속 만졌잖아!"
쿵-
아 이런 걸 심쿵한다고 하나요?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심장이 발끝까지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이제 태형이가 나보고 아는 척도 안 하겠지?
"김태형한테 가봐."
"...ㅁ...못가 쪽팔려서 어떻게 가...!"
"그럼 가서 어제 성추행한 거 미안하다고 사과라도 해"
"...ㅎ"
그래...
사과라도 해야겠지...
비록...
내 이미지...
박살 났지만...
똑똑-
"...ㅌ...태형아 들어가도 될까...?"
"..."
답이 없다.
"...ㅁ...말 안 하면 들어간다?"
"...ㄷ...들어와!"
방 문을 열고는 쭈뼛쭈뼛 김태형에게 갔다.
김태형은 침대에 앉아있다가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하.
내가 살다 살다 남자를 성추행 하다니...
근데 그것도 남이 상처받은 거면 사과를 해야 하니까...
"ㅌ...태형아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ㅈ...주잉"
................?
...............??
ㅁ...
뭐라고.............?
그때-
주마등처럼 어제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
'엏!!! ㅈ...지민아!!! 살려달라고!!! 으엏!!!'
'으이그 우리 태형이!!! 왜 이렇게 귀여워!!!'
'엏!!! 지미나!!!!!!!'
'야 태형아. 나 그대에게~ 할 말이 있소~'
'...ㅁ...뭔데'
'주잉이라고 해봐. 그러면 이제 안 괴롭힐게.'
'아 진짜...진짜 싫어... 변태...'
'예끼!!! 변태??? 일루 안 와!!!'
'주잉!!!주잉!!! 으억!!!'
-
"...ㅎ"
"...왜 그래 ㅈ...주잉"
하하.
주말에 인티 반인반수 물 좀 작작 볼걸.
현실에서 일어났다는 게 신기해서 그만.
잠시 나는 마포대교를 좀 갔다 와야겠어.
아니 갔다가 안 올 수도 있을 듯.
"이제 생각나? 쪽팔려서 미칠 것 같지?
뭐 요즘 유행하는 그 노래 뭐냐.
이불 킥?
그거 들어보는 게 어때?"
뒤에서 박지민이 웃으며 나를 약 올렸다.
수치사 할 것 같아.
"닥쳐"
"악!"
방을 나가면서 박지민의 인중을 소리 나게 따-악! 때렸다.
넌 인마 좀 맞아야 돼.
-
"아...김탄소 진짜..."
어찌 됐건 이 사실을 아는 건 김남준 밖에 없으니 당장 집 밖으로 나와 김남준을 불렀다.
자초지종 설명을 해주니 웃다가 뒤로 넘어가는 김남준.
급기야 눈물까지 흘렸다.
자식아. 웃어?
"웃기냐?"
"그럼 안 웃기냐?
그러게 내가 소설 같은 거 작작 보라고 했잖아."
"...술김에 그랬어.
그래서 나도 지금 쪽팔려서 죽을 것 같아."
"하여튼...근데 그걸 실행하는 김태형이 더 웃겨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인마"
"이게? 현실이랑 소설 구분 못 하는 니 때문 아니야?"
...시발.
할 말이 없네.
"아니면 여기서 케이크 포장해가서 선물해줘.
단 거 좋아할 거 같이 생겼는데."
"아 그럴까?"
"내가 사줄게 그럼."
"올~고맙다~"
"고맙긴~ 주.인"
"야 하지 마 소름 돋아"
어제 못 사간 맛있는 거 지금이라도 사 가면 되겠지.
소름 돋는 김남준이 케이크 포장을 해줘서 한 손에 케이크 상자를 들고 카페 밖으로 나왔다.
"야 김탄소."
"왜"
"나 니네집 갈래"
"ㄴ"
"왜"
"아 참. 넌 알고있지? 그래"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집에 도착했다.
케잌보면 좋아하겠지.
띡띡띡띡-
"얘들아 나 왔다!"
"..."
설마 지금 낮잠 자나?
아무 대답이 없어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는데.
"쉬잇-"
박지민이 거실에서 뿅! 나오더니 자신의 입에 검지를 올리며 말했다.
"조용히 해. 지금 태태 중요한 거 하고 있으니까."
"태태는 뭐여 시방."
"있어. 궁금하면 조용히 와서 보던가."
태태는 뭐야 시발.
애칭이냐?
소름 돋게;
그래도 처음으로 진지해 보이는 박지민의 얼굴을 보고 김남준과 나는 조심스럽게 거실에 들어섰다.
아니 근데...
저게 뭐람.
"저게 뭐람"
"저게 뭐야"
나와 김남준이 동시에 말했다.
"아 조용히 하라니까-!!"
어쭈?
박지민은 화까지 냈다.
아니 근데...
김태형이 안고 있는 저 허여멀건 솜뭉치는 뭐야.
"...토끼?"
"...토끼???!!!"
"아!!! 조용히 하라 했잖아!!!"
"...(희번덕)"
"...헐"
역정내는 박지민과 눈을 희번득하게 뜬 토끼 그리고 그 토끼를 보고 놀란 김태형이다.
"ㅇㅅㅇ"
"야 김태형"
"...응?"
"너 이 흰 거 어디서 났어"
"미안...밖에 나갔다가..."
"...? 너 밖에도 나갔냐?"
"...으! 미안 주잉!"
...아 좀.
"...됐으니까 그 주잉은 좀 뻬. 이제 안 해도 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주잉. 귀여운데?
야 김태형 너 좀 귀엽ㄷㅡ아아아아아!!!"
결국 김남준은 구렛나릇을 나에게 잡히고서야 조용해졌다.
"그게...뭔가 이 토끼도 우리랑 같아 보여서..."
"뭔...개 같은..."
뭐, 이 토끼도 너희같이 뭐 그런 슬픈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라는 말이야?
이게 진짜 장난하나.
"야 너 그러다가 지구에 있는 모든 동물들 다 우리 집으로 가져오겠다?"
"미안 주잉!"
"아 좀 시x"
"...시끄러"
"..."
"..."
"..."
"...거 봐 내가 맞다고 했지?"
암호닉 |
반수단여친님 민트빛님 르래님 선풍기님 미니미니님 둥둥이님 1님 1104님 태태태탯님 토끼님 사랑합니다 알러뷰 짱짱 뿡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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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어요
왔어요
함정 카드로 손성득씨가 토끼일 수도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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