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 할 수 있을까?
“ …엄마 ”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학교를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게 너무 힘들고 무의미하다고 느낀 나머지 자퇴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말이다. …아주 병신같은 생각이지. 이걸 엄마한테 흘러가 듯 이야기 했다가 등짝을 후려 쳐 맞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겨울잠을 자는 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정도로 잠이 특출나게 많은 나에게, 아침 일찍 기상이라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힘든 일이였다. 그걸 몸소 증명이라도 해 주는 듯, 오늘도 어김없이 15분 정도를 더 자버린 내 모습을 보고있자면…, 이젠 놀랍지도 않은건지,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교복으로 꾸역꾸역 갈아 입을 뿐이였다.
아, 또 최민호가 지랄 발광을 하겠구만. 좀 제때제때 일어나라며 난리를 칠 최민호의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피곤해져, 미간을 좁힌 채, 거실로 걸음을 옮겼는데…. 옮겼는데 말이다.
“ 엄마 ”
“ 어? 오늘은 좀 빨리 일어났네 웬일이냐 ”
“ …엄마 ”
“ 야 빨리 밥먹어, 국 식는다 ”
“ 엄마! ”
“ 아 깜짝이야! 넌 왜 소리를 질러! ”
놀란 와중에도 절대로 손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치지 않는 최민호를 보며 나는 표정을 더욱 굳혔다. 거실에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기가막힌 장면은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대체 언제 온건지,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엄마 옆에 꼭 붙어서, 아주머니 아주머니 하면서 엄마가 떠주는 국그룻과 밥그릇을 식탁으로 갖다 놓는 최민호와, 그런 최민호를 마치 자신의 자식을 대하는 것 마냥 오구오구 해주시는 엄마의 모습. 세상에 이런 케미가 또 어디있을까…. 나는 썩 달갑지 않다는 표정으로, 씩씩 거리며 최민호의 맞은 편에 앉아 숟가락을 세게 내려 놓았다.
“ 니가 우리집 아들이냐? 이젠 아주 아침식사도 같이하겠다 이거야? ”
“ 나도 당연히 거절했지. 근데 아주머니가 자꾸 같이 먹자고 하시는 걸 어떡해…! ”
“ 니 집에서 먹고 또 쳐 먹는거잖아 ”
“ …야 그런건 조용히 말해 ”
학교가 같을 뿐 만 아니라, 반도 같아서 안그래도 하루종일 보는 마당에, 이 짧은 아침식사의 순간까지도 너를 봐야겠니 내가? 맞은 편에 앉아 으르렁 거리는 내가 안중에도 없는 건지 최민호는 엄마의 요리를 칭찬하며 그저, 이것 저것 잡히는 대로 입에 넣기 바빴다. 야, 너도 이거 먹어 장조림 캡 맛있는데? …미친, 장조림 먹지마 내꺼야 시발!
“ 우리 딸은, 언제 쯤 우리 민호처럼 일찍일찍 일어날려나 몰라 ”
“ 그러니까 말이에요 ”
“ 닌 뭔데 맞장구 치냐? ”
“ 그래서 제가 몇년 째, 우리 빙산이의 정상 등교를 책임지고 있잖아요 아주머니! ”
아 미친 너무 재수없어. 집에서 키우는 강이지 마냥, 끝도 없이 애교를 부리는 최민호가 뭐가 그렇게도 좋은건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아이구 내새끼, 하는 엄마를 보고있자니 그냥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엄마 행동만 보면, 최소 최민호 우리집 아들.
“ 야 최민호 ”
“ 왜 ”
“ 우리 이젠 좀, 따로 다녀야 할 필요도 있다고 느껴지지 않니? ”
“ 응. 느껴지지 않아. ”
“ …시발 ”
엄마가 손에 쥐어준 200원짜리 막대사탕을 야무지게 먹으며, 내 물음에 어떠한 표정 변화 없이 단호하게 얘기 하는 최민호 때문에 나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 우리 초등학교 때 부터 시작하면, 같이 등하교 한지 벌써 11년 되간다? ”
“ 헐. 너무 좋지 않냐? ”
“ 존나 대체 뭐가? 안질려? ”
“ 짜릿해! ”
“ … ”
“ 늘 새로워! ”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인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같이 등교하고 같이 하교했으니까…. 어떻게 같이 다녔니, 우리? 어? 징글징글 하지도 않냐며 혀를 차는 나와는 다르게, 늘 새롭다며 길 한복판에서 박수까지 쳐대는 최민호의 행동 덕분에, 우린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주목시켰다. 제발 그만해!
“ 나랑 같이 등교 하는거 안 힘드냐? ”
“ 너 늦게 일어나는게 한두번이야? ”
“ …나 말고도, 너한테 같이 가자 하는 친구들 있을 거 아니야 ”
“ 나 보기보와는 다르게, 친구 별로 없다 ”
“ …보기에도 그렇게 보여 ”
“ 시발 ”
친구가 없는 건 나쁜게 아니라며, 초 긍정적인 마인드를 자랑하던 최민호가, 갑자기 눈꼬리를 축 내린 채 울상인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어왔다.
“ 너 왜 자꾸 나 떼어 놓으려 하냐, 내가 싫어? ”
“ 그걸 질문이라고…? ”
“ 야, 너도 나 빼면 친구 별로 없잖아! ”
“ 그러니까 너도 좀 친구 사귀고 만나라고 좀! ”
“ 나 존나 너 바라기잖아! ”
“ 시발! ”
의도와는 다르게 결국, 서로 언성을 높히며 말다툼을 벌이고 말았다. 아니, 말다툼이라고 하기에는 솔직히 너무 귀여운 수준 아님…? 같이 등교하던 학교 친구들이 우리를 보며, 쟤네 또 저러다가 화해한다며 혀를 차기 바빴고, 교문지도를 하시던 선생님들 역시, 쟤네 둘은 싸우다가 정들 것 같다며 자기들끼리 웃으시곤 하였다.
“ 아 최민호 진짜 존나 싫어! ”
“ 이하동문 입니다만! ”
그리고 정말 저래놓고, 하교 할 때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집에 갔다는 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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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꼬발랄 최민호가 난 너무 좋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틱틱거리는, 최민호와 빙산이의 이야기 입니다. 여러분은 그냥 빙의하세요 빙산이한테!
틱틱거리는 빙신이와는 다르게, 빙산이를 못챙기고 또 못놀려서 안달난 최민호..윽 넘ㄴㅏ발리는것ㅇ-〈
열심히 연재 할게요. 그럼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