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방탄유리는 오늘도 안전합니다 1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5/18/f928b6c63e33a98a9b96b824587d91a5.gif)
방탄유리는 오늘도 안전합니다
; 안전합니다
회의실에 앉아있는 두 여자는 아직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쥔 채로 아무런 말없이 눈치만 주고 받았다. 머쓱함에 괜히 목을 가다듬던 성모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아버지를 많이 닮으셨네요."
아…. 박고은, 그녀의 입에서 나온 짧은 탄식이었다. 손끝으로 종이컵을 살짝 밀어낸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 이내 성모에게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어쩔줄을 몰라하던 성모는 그녀를 따라 작게 고개를 숙였다.
"저를 데려오신 형사분께서 다 말씀해주셔서 알게됐습니다. 아버지를 대신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아닙니다. 고은씨가 사과하실 이유는 없으십니다."
"사실 이번 증인에 대해서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범위는 굉장히 적습니다. 아버지가 그런 일을 하신 것에 대해서도 얼마전에 알게되었구요."
하지만 사과는 해야할 것 같아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녀의 입이 닫히고 성모는 깊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반응에 입술을 잘근거리던 성모는 자신에게 쥐어진 자료파일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는 최소한 좋은 인간은 아니었을지라도 아빠로서는 꽤나 괜찮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고나니 성모는 어떠한 말도 그녀에게 해줄수가 없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을 그녀를 다그칠수도 없었고 화를 낼 수도 없었기에 괜찮다며 그렇게 자신을 위로할 수 밖에 없었다. 성모는 꽤나 답답해진 속마음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양해를 구하며 회의실에 나온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호석에게 사건파일을 넘기고선 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녀의 표정을 본 지민은 조마조마하며 그녀의 뒤를 따라 나섰다. 자신을 따라오는 지민을 본 그녀는 툭 치면 눈물이라도 또르르 흘릴 것만 같은 지민의 모습에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쳐다보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범했습니다."
"아니야. 너도 이유가 있었겠지. 수고했어."
그녀는 괜찮다며 지민을 안심시켰지만 그녀의 표정을 진작에 알아챈 지민은 그녀의 반응에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축 쳐져있는 어깨를 한 채로 걸어가는 그녀를 보고있던 지민은 몇 번이고 자신을 탓하며 그 자리에 머물렀다.
그녀대신 회의실에 앉은 호석은 성모가 남기고 떠난 어색한 기류에 머리를 긁적이며 사건파일을 열었다.
"아버지는 저와 그 분이 최대한 만나지않도록 노력하신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연말에는 항상 고위 관직의 분들의 가족분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저는 단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요."
"그 분을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으신건가요?"
"아니요. 우연치않게 식당에서 한 번 만났던 적은 있었습니다. 그 때 아버지가 급하게 저를 등 뒤로 보내신 적이 있으셨어요."
글씨를 휘갈기던 호석은 짧게 그녀의 말에 호응을 하며 대화를 이끌어냈다. 대략적인 대화가 끝나자 호석은 감사하다는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문을 열었다. 그녀의 간단한 목례를 끝으로 경찰서를 나갔고 그렇게 첫번째 증인이 끝났음을 알리고 있었다. 윤기의 자리에 선 호석은 사건파일을 넘겼고 가볍게 훑어보던 윤기는 수고했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장실 문을 연 윤기는 사건파일을 책상에 올려놓았다.
"저희끼리는 힘이 듭니다. 약간의 지원이 필요하…."
"필요하다면 해야지. 한팀이면 돼?"
"두 팀이요."
"도대체 뭘 계획하길래 그렇게 많은 인원이 필요한거야? 하… 알았으니까 나가봐."
가벼운 목례를 하고 자리를 떠난 윤기는 곧장 자리를 옮겨 남준을 찾아갔다. 한창 바쁘게 돌아가던 손을 멈춘 남준은 윤기를 보고선 작게 웃어보였다. 한 쪽에 자리잡은 파일을 건넨 남준은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공개적으로 나와있는 구조예요. 근데 유독 한 쪽에 위치한 벽이 무른 편이에요."
"뚫기에는 편하겠네."
"그래서 제 생각에는 그 쪽이 비밀공간인것 같습니다."
다른 파일을 넘겨보던 남준은 검은 파일을 추가적으로 윤기에게 건넸다. 자신이 부탁한 자료가 아님을 눈치 챈 윤기는 남준은 흘낏 쳐다보곤 남준이 건넨 파일을 손에 들었다. 이번 사건과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 쓰여진 사건파일이었다. 남들이 본다면 다른 사건일거라 생각하곤 지나칠 만한 그런 파일이었다.
"두 달 전에 공식적으로 공개되었던 이사직 명단이에요. 그리고 그 뒤는 회사 내부에 숨겨져있던 이사직 명단이구요."
"명단이 다르네."
"김회장이 못해도 두 달 전에 박대운을 이사직에서 해고시킨거죠. 그리고 그걸 박대운은 모르고 있었던거구요."
"결국엔 박대운은 가지고 놀다가 버려진거네."
첫 장과 둘째 장을 번갈아 넘겨보던 윤기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 많고 많은 이름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변동되어진 이름이 그였다는 사실에 아주 짧게나마 그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했다. 박대운도 어쩌면 자신의 앞 날을 알았기에 자수를 선택했을테고 또한 김회장에 대한 비리를 털기로 마음을 먹었을거라고.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최근에 올려진 이사직 명단에는 새로운 사람의 이름이 올라와 있구요. 근데 그 사람이."
"오상혁."
"아직 공개가 되지는 않았으니까 기회는 있어요. 근데 그 명단이 세상에 밝혀지면 그 때는 완전히 답이 없어요."
새로운 명단을 받아든 그가 이제부터 기다릴 것은 오상혁 한 사람이었다. 이 사건에 제일 중요한 키가 되어버린 그가 딱 한번만 자신들을 도와주기를 바라며 그렇게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어지러워진 머리속을 바깥 공기로 비우던 윤기는 자신쪽으로 걸어오는 석진을 발견했다. 왜 왔어요? 그의 물음에 석진은 어깨만 들썩여보이곤 입을 꾹 닫았다. 석진을 따라 입을 닫은 윤기는 작게 실소를 터뜨렸다.
"내가 꼬드겨서 데려왔는데 요즘 되게 미안한거 알죠?"
"넌 좀 미안해 해야돼."
"그래도 교통관리보다 재미있잖아요."
그 말에 석진도 작게 실소를 터뜨리고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석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쑥스러운 듯 윤기에게 캔커피를 건네었다. 그 커피를 받아든 윤기는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선 이내 한 모금을 마셨다.
"이 쪽 길에 오고 처음 만난 피해자가 성모에요. 그 땐 고작 7년밖에 못 받아냈어요. 근데 이번엔 7년으로는 안될 것 같아요."
"… …."
"그 땐 어렸을지 몰라도 지금은 베테랑이니까. 못해도 무기징역은 받아내야 한이 풀릴 것 같아요."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에 윤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민망한지 온 몸을 부르르 떨다가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석진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윤기의 뒤를 따라잡았다.
자신의 자리에 앉아있던 성모는 여전히 자신의 눈치를 보고있는 지민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몇번이나 괜찮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울적해보이는 지민이었다. 그런 지민에게 어떻게 해줘야할까 고민을 하던 그녀는 앞에 앉아있는 태형의 작게 불렀다. 도대체 태형은 무슨 일은 그렇게 심각하게 하는지 성모의 부름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성모가 그의 눈 앞에 손을 흔들고 나서야 고개를 드는 태형이었다.
"박지민 기분 좀 풀어줘봐."
"누나가 했잖아요."
"괜찮다고 아무리해도 풀리지 않으니까 이러지."
꽤나 그녀를 귀찮다고 생각하던 태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민에게 다가갔다. 태형이 이동하는대로 시선을 옮기던 성모는 태형이 지민을 데리고 나가고 나서야 꽤나 안심한 듯 의자에 기대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고요함에 눈을 감은 성모는 곧 자신의 볼에 닿은 차가움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고개를 돌리자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들고있는 정국의 모습이 보였고 그녀는 작게 웃으며 정국이 건넨 커피를 받아들었다.
자켓을 벗어 걸던 정국은 다른 사람들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 선배들은 바깥으로 나갔고 호석이는 남준이한테 갔고 태형이는 지민이 달래러 나갔어.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자리에 앉은 정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의 방향을 틀었다.
"그랬어요?"
"어린 애 취급하지 말고. 너는 어디 갔다왔어."
"나는 여기 근처에 엄마 오셨다고 하셔서."
콜록. 성모는 정국의 말에 사레가 걸렸고 정국은 휴지를 뽑아 그녀에게 건네었다. 겨우 기침을 멈춘 성모는 몇 번의 잔기침을 연달아 하고선 정국은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마도 그녀가 걸린 부분은 '엄마'라는 단어일 것이다.
"무슨 일로 오신거야?"
"아버지랑 저녁 약속 계신다고. 뭘 그렇게 긴장을 해요."
"너는 안가봐도 되는거야?"
"같이 간다고 했다간 큰일나요. 더군다나 지금 상황에서 더욱."
꽤나 긴장한 모습이었던 그녀는 커피 한 모금과 의자에 몸을 기대는 것으로 겨우 긴장을 풀었다. 물론 긴장은 풀렸다해도 그녀는 정국의 눈치를 꽤 보는 것 같았다. 정국은 그녀의 행동이 꽤나 귀여웠던 것인지 짧게 웃음을 지었다. 웃지말라며 한소리를 듣고 나서야 웃음을 멈추는 정국이었다. 재미있게 이야기를 주고받던 그 둘은 석진과 윤기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떨어져 앉았다.
"어디서 깨소금 냄새나는 것 같지 않아요?"
"여기가 들기름 만드는 곳이라 그래."
물론 눈치가 빠른 그들을 피해갈수는 없었다.
태형의 노력때문에 전보다 훨씬 기분이 풀린채로 부서로 돌아온 지민은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모처럼 잠잠한 태형이 이상해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쳐다보던 성모는 이내 한숨을 쉬고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내 태형은 자신의 핸드폰을 높이 들어올리고선 몸을 들썩이며 부서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태형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 호석은 태형에게 호응을 해주었고 연달아 천천히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 덕에 전보다는 조금 소란스런 부서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들어왔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행동을 멈춘 부서 사람들은 그 인물을 보며 작게 입꼬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오상혁입니다."
그는 아직 상황이 낯선 것인지 쭈뼛거리며 서 있었고 정국은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작게 토닥였다. 윤기는 오상혁에게 다가갔고 조용히 손을 건네어 악수를 청했다. 그는 그의 악수에 동참했고 그를 따라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꽤나 긴장한 티가 역력한 그에게 윤기는 최대한의 친절을 베풀었다. 평소에 잘 하지도 않는 미소를 보이고 잘 꺼내지도 않는 음료도 그에게 건네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을 시작으로 그는 사건파일을 펼쳤다.
처음에는 회장님이 아니라 다른 분이 먼저 오셨어요. 그리고 그 이후에 회장님이 오셨구요. 사실은 원래 제가 있던 곳에 사건이 하나 터지는 바람에 급하게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어요. 그는 오상혁의 말에 예전에 있었던 살인사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그 사건이 있었던 곳이 원래 그의 직장이었으니까.
"도망친거네요?"
"도망친건 아니예요. 그 전부터 다른 곳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있어서 옮길까 고민을 하다가 사건이 터져서."
"그게 도망간거예요."
윤기가 그를 매섭게 쳐다보았고 오상혁은 고개를 푹 숙이고선 말을 이어갔다.
옮기고 난 이후에 자연스럽게 그 분도 제가 일하는 쪽으로 위치를 옮기셨어요. 처음에는 아끼는 웨이터로 팁도 챙겨주시고 아껴주셨어요. 또 그걸 저는 잘 받았구요. 근데 두 달전에 그 분께서 저한테 딜을 불러오시기 시작했어요.
"고위직의 어떤 것이겠죠?"
"어떻게 아셨어요?"
"이야기 계속 하세요."
아마도 이사직에 모르는 이십대가 있다면 바보가 아니라면 다 알아챌테니까 그게 불안했던건지 아래부터 차근차근 올라가자고. 그렇게 처음 조건을 내걸으셨어요. 근데 딱히 저한테는 매력적이지 않아서 거절을 했더니 그 이후로 조금 더 직계를 높여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거절하면 더 올라갈걸 아니까 똑같이 거절을 했어요. 제 예상대로 이주 전에 저를 찾아오셔서 더 높은 직급을 내거셨고 또 거절을 했어요.
그의 말대로라면 김회장은 꽤나 급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뒤를 지키는 인물이 없었기에 오상혁은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인물인 것이다.
"그럼 며칠 후에 김회장이 다시 한번 그 쪽을 찾아오겠네요."
"아마도 그러겠죠. 이변이 없다면."
근데 이상한 점이 있어요.
그의 말에 글씨를 쓰던 그의 손이 멈췄다. 그리고 시선을 올려 오상혁을 쳐다보았다.
"그 이후로 제가 일하는 곳에 한 번도 찾아오지 않으셨어요."
그의 말에 잠시 머리가 지근거렸지만 그가 믿을 건 딱 하나였다. 김회장은 꽤나 신중한 사람이라고. 절대로 믿음직스럽지 않은 사람에게 자신을 맡기지는 않을거라고 그렇게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분명히 다시 한 번 찾아올거라고 그렇게 믿고 상황을 진행시키는 윤기였다.
"다음에 김회장이 찾아온다면 연락주세요. 그 이후로 모든 일은 저희가 해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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